해봉 배순태 특별상/신해양강국정책국민운동본부 박인호 대표

유일무이한 해양NGO로 25년간 활약
해금사상 극복, 해양세력화·리더 필요

4회째를 맞는 해봉 배순태 특별상 수상자인 박인호 대표의 명함에는 여러 가지 직함이 찍혀 있다.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 지방분권부산시민연대 공동대표, 부산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등. 최근에 한가지 직함이 더 추가됐다. 신해양강국정책국민운동본부 대표.

해운항만업계 유일무이한 시민운동가인 박인호 대표의 명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NGO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째, 해운항만 NGO로 활동한지도 25년째다. 해운업계에서 박인호 대표를 부산지역 시민운동가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박인호 대표는 해운항만업계의 주요한 이슈 때마다 누구보다 앞장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던 인물이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해양수산부 폐지 반대 및 부활 운동, 한진해운 살리기 운동이고 최근 신해양강국정책국민운동을 시작했다.

신해양강국정책국민운동은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운항만물류업계의 염원을 담아서 국정 중심을 해양에 두는 해양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정책운동이다. 대선이 아직 1년 넘게 남아있지만 해운, 항만, 물류, 조선, 수산 등 해양산업계를 총망라하는 1000인 해양지식인 행동회의를 조직화해 해양대통령 만들기 100대 공약을 준비하는 등 차기 정권에서 해양정책이 국정 핵심 기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가겠다는 것이다.

부산을 넘어 한국해양산업 발전을 위해 선봉에 선 박인호 대표는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해양NGO로서 해양정책이 국정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인호 대표를 만나 해양NGO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해양NGO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일본 경도대학에서 지역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지도 교수가 일본에서 시민운동가로 유명한 미야모토 겐이치 교수였다. 미국 클레몬트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있다가 귀국하면서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해양NGO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때는 김영삼 대통령께서 해양수산부를 처음 만들었던 1996년부터다. 당시에는 해양NGO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왜 해양NGO가 필요한 가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제가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라는 해양NGO를 시작한 것은 도시와 해양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 부산지역경제의 32% 정도가 해양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정작 시민들은 항만이 부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부산항을 오가는 화물차량 때문에 교통체증과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데다가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그 기저에는 해양을 무시하고 대륙을 숭상하는 해금사상이 깔려있었다. 이런 해금사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해양NGO를 시작하게 됐다.

-누구도 가지 않은 해양NGO를 25년이나 하셨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시민의 힘이다. 시민들에게 해운항만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해양관련 오피니언 리더를 육성하려고 2001년부터 부산항시민대학을 개설했다. 시민대학 졸업생이 2300명 정도 되는데 졸업생들이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의 회원이 돼 주셨다.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 2300명의 힘이 해양NGO로서 우리의 활동에 큰 힘을 실어줬다.

-25년 활동중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부산신항 명칭, 부산항만공사 설립 등 많은 일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5년 동안 열심히 싸웠던 해양수산부 폐지 반대운동 및 부활운동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양수산부를 폐지하고 그동안 해수부가 추진해왔던 동북아물류중심국가 등 주요 해양정책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새로 만드는 것 보다 부활시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그때 해수부를 부활시키지 못했다면 다시 살려내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해수부를 부활시키기 위해 부산역에 1만여명의 시민을 모아서 집회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해수부 부활 운동을 벌였더니 중단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일반기업이나 단체였다면 그런 압력을 외면하기 어려웠겠지만 우리는 NGO이기 때문에 그에 굴하지 않고 우리의 주장을 계속해서 펼 수 있었다. 해수부 부활운동을 하면서 해양NGO가 정말 필요하구나, NGO로서 삶을 마감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신해양강국정책국민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해양산업은 세력화가 안돼 있고 리더도 없으며 해양사상도 별로 없다. 해양수산부는 말단부처로서 힘이 부족하고 국가 전체 해양산업을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도 없다. 이렇다 보니 국정 중심에 해양이 빠져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양수산부가 위태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재출범한 해양수산부 무용론을 이야기하고 국토부와 다시 합쳐 국토해양부로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 해운, 항만, 물류뿐만 아니라 수산, 조선까지 다 모아서 1000인 해양지식인 행동회의를 만들고 세력화해서 해양대통령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신해양강국정책국민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운영위원회와 고문단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내년초에 해양대통령 만들기 100대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가 해양강국을 이야기 하지만 과연 정책의 실체가 있는가? 해양강국을 만들겠다는 정책이 국정의 중심에 두어야 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수부가 힘있는 총괄부처로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승격하고 1, 2차관제를 도입해 조선까지 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해양위원회, 해운산업위원회를 설치하고 해양전략비서관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시나?

=우리는 중앙정부나 시정부로부터 보조를 일체 받지 않고 있다. 회원들의 회비로 필요 경비를 조달하고 큰 행사를 개최할 때는 일부 협찬을 받기도 한다. 우리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양NGO로서 누구의 압력도 받지 않고 우리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우리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신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직원들도 고맙다. 직장이 아니라 시민운동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활동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25년과 비교해 시민들의 해양인식에 변화가 있는가?

=부산항시민대학을 운영하면서 해양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됐다. 앞으로도 부산항시민대학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보다 많은 시민들의 해양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려고 한다. 이와 함께 해운과 항만이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국민운동을 벌여나가려고 한다.

99.7 운동이 대표적이다. 일반 국민들은 우리 수출입화물의 99.7%를 우리 해운이 담당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범국민적 99.7 운동을 통해 해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또 바다의 날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초중고등학교 교재에 해양국가 사상을 담는 과제도 추진하려고 한다.

-너무 많은 과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우리가 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제시한 정책들중 중요한 몇가지만이라도 채택돼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성장해나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 하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해양이 우대받고 해운으로 융성하는 나라, 즉 신해양강국이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