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인물 외항선사 부문/ HMM 배재훈 사장

“흔들림없이 이익내는 내진설계에 집중”

뛰어난 경영능력·리더십 HMM 부활 이끌어
초대형 경제선 20척 확보로 경쟁에 자신감
“독자 경영보다 파트너사와 동반성장 추구”

‘행운의 사나이.’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배재훈 사장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최근 너무나 잘 나가는 HMM과 배재훈 사장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다. 올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물동량 감소가 예상되자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은 선복을 줄이려는 노력을 했지만, HMM은 신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순차적으로 항로에 투입하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상당히 염려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같은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됐다. 의외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코로나 특수효과로 인해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선복 부족현상은 심화되었고 운임은 급상승을 계속했다. 때맞춰 선대를 투입했던 HMM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했고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한국해운신문은 2020 올해의 인물 외항선사 부문 수상자로 HMM의 배재훈 사장을 뽑았다. 심사위원들이 만창일치로 배재훈 사장을 선출했던 이유는 그가 단순히 ‘운 좋은 사장’이었기 때문은 전혀 아니다. 최근 HMM이 승승장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배재훈 사장의 뛰어난 경영능력과 리더십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전문>

배재훈 사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대하고 합리적인 사고로 직원들을 설득하여 화합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처음에는 ‘올해의 인물상’ 수상 인터뷰하기를 주저했다. 직원들과 함께 노력한 것인데, 자신만 부각되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인에 대한 얘기보다는 HMM에 관한 얘기를 위주로 질문하기로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HMM은 올해 그야말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숙원사업이었던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을 했고, 곧이어 세계 최대 규모인 2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신조하여 순차적으로 유럽항로에 투입했다. 지난 4월 열린 제1차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는 대통령까지 직접 참가하여 축사를 해줌으로써 정부의 해운재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HMM 입장에서 올해가 더욱 뜻이 깊은 이유는 영업이익 흑자 달성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시황의 활황으로 인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HMM은 올해 초대형선 투입과 함께 완전히 체질개선을 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기자는 이같은 성과에 대해 배재훈 사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처럼 성공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올들어 저희 회사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며 3분기까지의 매출액도 전년대비 2000억원이상 늘어났습니다. 이같은 성과는 그동안 정부를 비롯하여 채권단, 주주, 임직원 등 여러 이해 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성원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물동량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었음에도 제1호선인 ‘알해시라스‘호가 선적량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데 이어 초대형선 12척 모두 만선 출항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여기에다가 임직원들의 비용절감 노력까지 더해져 HMM은 빠르게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했으며 계속하여 4분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초대형선은 비용 경쟁면에서 대성공이었고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재훈 사장은 HMM이 경영 안정을 찾고 재도약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은 정부와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고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 노력 덕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HMM이 현재 컨테이너시황 호황을 만나 승승 장구하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역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자는 내년도 정기선해운 전망과 그에 대한 HMM의 대비책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제가 어떤 모임에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지금과 같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경기는 계속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분기와 2분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가 3분기부터 주요 소비국들의 서비스 지출 감소에 따른 상품 소비 증가로 인해 믈동량이 급증하면서 운임이 계속 상승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내년 중국의 춘절까지는 계속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의 재유행에 따라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만약에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되어 경제가 정상화된다고 하면, 지금 현재 선복이 좀 오버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운임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내년에 1만 6000teu급 8척을 인수하게 되면 생산성이 좋은 초대형선 20척을 확보하게 되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경제선형이라면 설사 운임이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속하여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고,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2021년에는 우리 HMM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내진 설계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각화 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는 컨테이너사업부문의 비중이 너무 높은데 역량이 되는대로 벌크 쪽 비중을 조금 더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배재훈 사장과의 ‘수상자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이후 이어진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간략히 정리했다.

-HMM이 오늘날과 같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대형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됩니다. 향후 이 선대들의 운영계획과 영업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고, 앞으로 추가적인 선대 확충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HMM은 지난 2018년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총 20척의 초대형선을 발주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12척의 2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인도 받았습니다. 이 선박들은 현재 유럽노선에 투입되어 지금까지 만선 행진이 이어지는 등 그 성능과 효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세계 3대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16,000TEU급 8척이 HMM의 이름을 달고 출항하게 됩니다. 전체 20척 규모의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단이 대양을 누비게 되면,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비율이 45% 수준으로 높아져 글로벌 최상위권 선사들과도 경쟁이 가능한 어느 정도의 하드웨어가 갖춰지는 셈입니다.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는 8척의 16,000TEU급 컨테이너선은 THE 얼라이언스 멤버사들과 협의해 최적의 투입 노선 등을 결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 HMM의 성공적인 부활은 사장님의 뛰어난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밑받침이 되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사 경영’에 있어서 사장님께서 가장 신경 쓰고, 심혈을 기울이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오늘 HMM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관계부처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지원을 해 준 덕분입니다. 거기에 우리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더해져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2010년대 글로벌 해운업계는 초대형선 확보를 통한 비용절감 경쟁이었습니다. 즉 얼마나 낮은 Slot Cost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나뉘었습니다. HMM은 내년까지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면서 이러한 경쟁에 동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환경규제 대응’과 ‘디지털화’는 해운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라 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모든 장치들과의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가능하게 합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백만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관리하고, 날씨, 풍향, 해류 등을 감안해 항로를 정하고, 각 국가를 기항할 때마다 수많은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해운업은 디지털화를 통해 안전운항을 도모함은 물론, 비용도 상당한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연료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추진효율 개선 기술, 에너지 절감 기술이 도입되고 있으며, 스마트쉽, IoT, 블록체인, ICT 융합,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IT기술 접목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HMM은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디지털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20척의 초대형선을 Smart Ship으로 건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첨단 IT기술이 집약된 선박종합상황실(Fleet Control Center)에서 이 선박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규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탄소 중립’, ‘온실가스 규제’ 등 에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IMO 2020’ 황산화물 규제는 스크러버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HMM은 향후 예정된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와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한국선급과 바이오연료 사용 실증 MOU를 체결하는 등 대체연료 개발에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글로벌 선사 중 두 번째로 ‘2050년 탄소중립’ 중장기 목표를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최근 컨테이너 정기항로의 운임이 폭등하면서 ‘선화주 상생 문제’가 크게 부각이 되고 있습니다. HMM의 경우 대한민국 대표선사로서, 최근 對화주 서비스 제고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선화주 상생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해운업은 우리나라 전체 화물의 99.7%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올 하반기에 대미 수출 화물이 크게 증가하자 수급불균형으로 선복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수출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해외 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운임이 높은 중국에 임시선박을 투입했지만 정작 부산항을 경유하지 않아 국내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HMM은 가용한 선박을 총 동원해 지난 8월부터 부산~LA간 임시선박을 투입해 왔으며, 내년 2월까지 지속적으로 국내 수출기업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 또한 인도, 러시아 노선의 컨테이너 운반을 위해 다목적선까지 투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지난 11월 최고 등급으로 ‘우수선화주 기업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 HMM의 중장기 발전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정기선사들은 종합물류회사로 탈바꿈 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는 향후 과제인 ‘종합물류회사’로 발전해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내년까지 20척의 초대형선 확보가 완료되면 HMM은 글로벌 선사들과 어느 정도까지는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 됩니다. 이제는 2020년대 이후 글로벌 해운업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최근 Digitalization 기술 도입과 화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Simple process, Total Service’를 제공하는 업체가 등장했으며, 이로 인해 기존 서플라이체인 업체간 서비스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톱 해운선사들은 초대형선을 통한 비용절감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기존 ‘Port to Port’ 개념의 해상 물류 서비스 외에 ‘Door to Door’의 복합 물류 제공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 요구하는 부가서비스(금융, 통관, 보험 등)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육상물류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선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해운업과 물류업의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물류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종합물류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선사들은 바다를 넘어 항공, 철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Transit Time’에서 2010년대 ‘초대형선 확보’로 그리고 2020년대는 ‘종합물류’로 패러다임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HMM도 이러한 글로벌 해운업계의 흐름에 적극 대응할 것입니다. HMM은 지난 4월 초대형선 투입과 THE 얼라이언스 본격 합류라는 큰 변화에 맞춰 ‘현대상선’에서 새로운 이름 ‘HMM’으로 사명을 변경해 새롭게 출발 했습니다. 이름에서 ‘상선’을 뺀 것은 우리 스스로를 해운업 이라는 한계 속에 가두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상운송을 완전히 벗어나 종합물류기업으로 완전히 축을 바꾸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언제나 물류파트너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사장님께서 평소 생각하시는 경영 철학 같은 것은 무엇입니까?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좌우명 같은 것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과 앞으로 또 어떤 불확실성이 닥칠지 모르는 시간들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기업의 성패는 복잡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입니다. HMM은 최고의 역량을 갖추도록 직원을 육성하고, 기업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책임과 그에 맞는 권한을 부여하는 자율재량권을 늘려 가려고 합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이뤄낼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Dr. Steven Covy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하나로 꼽은 ‘Sharpen the saw’를 마음에 새기고 살아 왔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톱날을 갈아야 나무를 벨 수 있습니다. Abraham Lincoln도 “If I had six hours to Chop down a tree, I’d spend the first four hours sharpening the axe” 즉, “나에게 나무를 자를 6시간의 시간이 있다면 나는 그 중 처음 4시간은 도끼를 가는데 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갈아야할 톱날이 무엇인지, 얼마나 잘 드는 톱날을 가지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HMM 배재훈 사장 약력>

△ 1953년 대구 출생 △‘71년 배명고 졸업 △ ‘75년 고려대 전자공학과 졸업 △’90년 LG반도체 해외마케팅 부장 △ 2000년 LG전자 미주지역 법인장 △ 2008년 LG전자 부사장 △2009년 LG전자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본부 마케팅 부사장 △ 2010년-2016년 LG그룹 판도스 대표이사 사장 △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회장 △2019 3월 이후 HMM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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