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인물 항만산업 부문/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최정석 대표이사

개장 전부터 HJIT 진두지휘, 연착륙 이끌어
“한진만의 네트워크, 타 터미널 대비 최대강점”

올 한해를 되짚어 보면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경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시련을 겪어야 했으며 해운항만물류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나라 주요 항만이 크고 작은 물동량 감소세를 겪은 가운데 유독 인천항만이 전년대비 물동량 증가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천항 최초 단일터미널 연간 100만teu 돌파를 목전에 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는 최정석 대표이사가 있다.

최정석 대표이사는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시절, 지금으로 따지면 청소년대표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고교축구상비군’에까지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장래가 촉망받는 골키퍼 유망주였던 것. 운동선수로서 국가대표까지 바라볼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던 그가 급작스럽게 노선을 선회, 1983년부터 40여년 가까운 세월을 한진이라는 ‘원클럽맨’으로, 또 일반인으로서도 쉽지 않은 입지전적인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개장 초기인 2016년부터 지금까지 소위 ‘맨땅에 헤딩’하듯 성장해온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의 스토리와도 필연적으로 닮아있다.

한국해운신문은 올해의 인물 항만산업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최정석 대표이사를 만나 개장 이전부터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을 이끌어오면서 가졌던 소회와 더불어 향후 목표 및 계획, 그리고 인천항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나라 항만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문>

HJIT, 개장 5년 만에 성공적 연착륙

HJIT는 올해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100만teu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단일터미널로는 인천항 최초 기록으로, 개장 5년 만에 이뤄낸 쾌거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대부분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HJIT가 전년 대비 물동량 증가는 물론, 연간 100만teu 처리라는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체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최정석 대표이사는 한 마디로 “운이 좋았다”라고 대답했다. 대중국 항만인 인천항의 특성상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올해 2월만 하더라도 물동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인 4만teu까지 떨어지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그는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북미나 유럽에 비해 중국 및 동남아시아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 되면서 이 같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겸양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불과 개장 5년여 만에 자본잠식을 극복하고 흑자로 턴어라운드하기까지 어떤 원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그는 개장초기부터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HJIT 직원들, 그리고 종합물류기업으로서 한진만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에 그 공을 돌렸다.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은 2016년 3월 한진멕시코호의 첫 기항을 시작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진해운이 태평양 항로의 넘버원 선사로서 건재했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로 인한 수혜를 기대했었고 손쉬운 연착륙을 예상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항만터미널 사업은 규모의 특성상 천문학적인 초기투자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한진이 100% 투자한 자회사인 HJIT도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자됐고, 여기에 부두 임대료 및 인건비 등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해도 300억이 넘었다. 때문에 최정석 대표이사를 비롯한 HJIT 직원들은 말 그대로 발이 부르트도록 물량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숱한 고생을 거듭한 끝에 이 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그는 술회했다.

이와 함께 모회사인 한진의 네트워크 또한 선사들이 믿고 HJIT를 찾는 원동력이라고 그는 밝혔다. 일반적인 항만 터미널 운영사의 경우 하역사업만 영위하는데 반해 HJIT는 종합물류기업인 한진이 모회사이다 보니 화주, 창고, 포워더들과의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있고 이것이 알게 모르게 강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최정석 대표이사는 강조했다.

“한진은 이미 1974년 인천 내항 4부두에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국내 최초로 건설해 운영할 정도로 인천항 및 컨테이너 터미널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또한 수송을 통해 국가에 보답한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신념 아래 하역 뿐 아니라 한진해운을 통한 해운운송, 택배, 창고, 포장 등 사업을 영위하면서 구축한 네트워크가 고객들이 한진 터미널을 선택하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올해 기록적인 물동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최정석 대표이사는 꼽았다.

HJIT는 지난 8월 자동화야드크레인인 ARMGC(Automated Rail Mounted Gantry Crane) 6기를 추가 도입하여 현재 총 28기를 운영 중이다. 이로 인해 터미널 생산성이 많이 향상됐으며, 향상된 생산성으로 인해 SITC 및 국적선 2척 등 올해에만 총 4척이 HJIT를 새로 찾는 등 현재까지 총 20개의 항로 서비스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터미널 선석수 제고로 규모의 경제 실현해야”

최정석 대표이사가 HJIT 및 인천신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석 대표이사가 HJIT 및 인천신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장 전 인천신항 사업추진위원장에서부터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을 7년 이상 맡아오고 있는 그이지만 이외에도 그는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다. 현재 최정석 대표이사는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 분과위원회 민간위원이면서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협의회 회장, 인천항발전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런 그에게 향후 인천항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가장 큰 경쟁력 저하 요인이라면 터미널별 선석수가 2.3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상위권 컨테이너 항만들을 살펴봤을 때 상해항이 터미널당 6.8개, 싱가포르항이 7.7개이고, 운영사 난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부산항의 경우도 4.1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이 얼마나 규모가 작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터미널별 선석 수가 적으면 대형 선박 수용이 어려워 항만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뿐 아니라 물량 대비 많은 운영사로 인해 터미널간 소모적인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그는 인천 신항 내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 운영사를 최소화하여 터미널별 선석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인천항도 항만 대형화 추세에 부합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개발될 인천신항 1-2단계는 반드시 물동량과 연계한 트리거 룰에 의한 개발을 추진하되, 반드시 현재 남항의 부두 기능 재편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국가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남항의 컨테이너 부두를 그대로 유지한 채 신항은 신항대로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면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늘어나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신항 운영사 모두가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최정석 대표이사는 항만 대형화 추세와 함께 항만의 또 하나의 추세인 자동화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항만 자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만 자동화는 필연적으로 일자리 문제 및 막대한 투자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과연 그 타이밍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현재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 완전자동화 항만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이나 중국의 청도항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외에서는 가장 최신식의 반자동화 항만입니다. 때문에 개장한지 6년이 채 되지 않은 항만의 추가적인 자동화를 논하기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완전자동화 항만은 몇 년 내 개발될 1-2단계에 배치를 하고, HJIT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1-3단계의 경우 우리와 같은 수평배열의 터미널로 건설해 두 터미널간 상호 호환성 및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한 최정석 대표이사는 앞으로 항만이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배후단지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한진은 동영해운 및 남성해운과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9월 인천신항 배후단지 복합물류 클러스터 1단계 1구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여기에 가칭 인천글로벌물류센터(IGDC, Incheon Global Disribution Center)를 건설, 항만·창고·운송을 연계한 One-stop 물류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추가 물동량 확보를 견인하는 등 부가가치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K-GTO 육성, 특혜가 아닌 특화로 인식 필요

마지막으로 최정석 대표이사에게 향후 목표와 비전에 대해 물어보았다. 최정석 대표이사는 HJIT의 성공적 연착륙에 안주하지 않고 이미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음을 넌지시 밝혔다.

“처음 한진이 인천신항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준비할 당시만 하더라도 사실 밑그림은 이를 발판삼아 싱가포르의 PSA, 홍콩의 허치슨, 두바이의 DP월드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터미널 오퍼레이터(GTO)로 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도 현재 GTO의 중요성을 인식해 K-GTO를 육성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특히나 해외 항만 터미널 운영사업은 그 나라의 관문과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말 그대로 항만 지배력을 높이는 사업입니다. 저는 아직 그 목표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음을 그는 강조했다. 그것은 바로 국가적 차원에서 K-GTO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운영사를 발굴하고 이를 GTO로 육성해 나갈 때 필요한 선택과 집중이다.

“K-GTO를 본격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가능성 있고 역량 있고 커리어가 있는 업체를 사전발굴해서 그런 업체들이 진정한 GTO로서 커나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정부 차원에서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GTO로 육성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특혜가 아닌 특화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항만 관련 사업을 추진할 때 보면 형평성의 논리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를 누비는 K-GTO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진은 부산 신항 HJNC, 평택항 PCTC, 인천신항 HJIT 및 베트남의 까이멥인터내셔널터미널(CaiMep International Terminal) 지분 투자 등 국내 최대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종합물류기업으로서 그동안 다져온 선사, 화주, 창고, 육상, 포워딩 등과의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지원이 담보된다면 누구보다 K-GTO에 한 발 더 빨리 다가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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