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피터 터치웰 전무
피터 터치웰 전무

탄소 제로(zero-carbon) 연료 개발 보급 시기와 기술에 관한 불확실성이 선사의 신규 선박 발주 감소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현 가능한 새로운 연료에 관한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몇 년 내 해운 업계에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십 년 간 선사들은 신규 선박 발주량을 줄여왔다. 하파그로이드(Hapag-Lloyd)의 11월 13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기존 선박 대비 신규 발주의 비중은 2007년 61%에서 현재 8%로 감소했다. 사실 지금까지 발주 감소의 원인으로 가장 자주 언급된 요인은 재정 규율과 무역 성장세 감소에 따른 선사들의 발주량 조정이었다. IHS Markit에 따르면, 전 세계 연평균 TEU 증가율은 2001~2010년 평균 7.3%에서 2011~2010년 2.1%로 감소했고, 선사들은 이에 따라 선박 발주량을 조정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봉쇄조치 해제 후 수요가 급증하자 가용 선복량이 거의 전부 다 가동되었고, 이에 따라 유휴 선복량이 0에 가깝게 떨어지고 용선 운임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공급과잉이 사라짐에 따라, 업계는 2021년 혹은 그 이후의 총 가용 선복량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탄소 제로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선박 발주 감소가 지속한다면 2020년에 나타난 공급 부족, 그리고 그에 따른 운임 증가 압박이 수년간 지속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선박을 발주할 때 수반되는 기술적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쇠렌 스코우(Søren Skou) 머스크(Maersk) CEO가 11월 19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혔다. IHS Markit에 따르면, 머스크의 신규 발주는 기존 선박 대비 1%에 불과하다. “미래 연료에 대해 파악한 후 새로운 유형의 연료로 가동되는 선박의 건조를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컨테이너 수송 시 대량으로 이용 가능한 탄소 제로 연료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2030년까지 경제성 있는 최초의 탄소 제로 선박 가동을 시작하겠다고 머스크는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세계선사협의회(World Shipping Council)는 국제해사기구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 연구 개발 자금 50억 달러를 마련해 탄소 제로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Hong Kong Maritime Hub에 따르면, 에스벤 폴슨(Esben Poulsson) 국제해운협회 (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 회장은 11월 중순에 개최된 아시아 물류, 해양, 항공 컨퍼런스에서 “현재로서는 탈탄소화(decarbonation)에 필요한 규모의 탄소 제로 연료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러 탄소 제로 연료 및 기술이 잠재력이 있긴 하지만, 국제 사회 및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탄소배출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탄소 제로 연료로 빈번하게 언급되는 수소를 살펴보자. 국제해운협회에 따르면, 수소 연료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상업적 생산 과정 중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수소연료의] 친환경적 장점이 상쇄된다.” 국제해운협회는 배터리도 마찬가지라며 일반 컨테이너선이 하루 항해하는데 테슬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10,000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선사들은 탈탄소화 솔루션을 실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동의한다.

“향후 탈탄소화와 탄소 제로 선박의 시대가 올 거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닐스 하웁트(Nils Haupt) 하파크로이트 대변인이 JOC.com에 전했다.

신규 선박 발주 감소로 인해 공급과잉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이미 줄어들었고, 올해는 아예 사라졌으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선사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해운 업계가 향후 몇 년 내 공급과잉을 겪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라훌 카푸어(Rahul Kapoor) IHS Markit 부사장은 전망했다.

지난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정책 이후 물동량이 급증함에 따라 올해 선복량 부족에 직면하고 있는 화주들 입장에서는, 선사들이 선박 발주를 하지 않을 새로운 이유를 내세우자 시장 상황이 근본적으로 선사들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머스크 등 해운사를 분석하는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가까운 미래에 선박 발주가 급증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선박에 대한 투자는 명백히 장기적인 의사결정이며, 잠재적 기술 변화는 기존 기술의 노후화에 대한 위험을 높인다”고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닐 글린(Neil Glynn) 유럽 운송 부문 대표는 말한다. “이러한 상황과 일부 선사의 선복량 및 자본지출 규율을 고려할 때 현재 발주량이 과거 수준보다 낮은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선박 발주가 감소하겠지만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3월 OOCL은 23,000TEU급 선박 5척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다른 선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많은 선사가 이점을 우려한다) 비슷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선박 건조 비용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규 선박 비용은 낮은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그랬듯 자국 선사들이 신규 선박 수주에 대한 열의가 없더라도 경제부양책의 일환으로 조선업계 부양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신규 발주는 미미한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뿐, 근본적인 발주 감소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