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인물 공기업·협회단체 부문/한국해양진흥공사 황호선 사장

코로나19 긴급대책 수행, 버팀목 역할 톡톡
한국형 선주사업 시동, 보증상품 확대 추진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없었다면 어떡할 뻔했나?” 코로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올해 상반기 해운업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운임이 폭락했고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자 해운업계는 불현듯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해운업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2018년 7월 한국해운산업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해양진흥공사는 코로나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해운업계를 위해 1조17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위기극복을 지원했다. 공사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해운업계는 고비를 넘기고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공사가 출범 2년여만에 해운업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진 이가 2020 올해의 인물 공기업·협회단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황호선 사장이다. 황호선 사장은 “해운업계의 오래된 염원과 노력으로 설립된 세계 유일의 해운산업 전문지원기관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사 전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적선사의 경쟁력 있는 선대 확충과 유동성 공급을 위한 사업 구축에 집중해왔던 해양진흥공사는 내년부터 해운업의 미래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역점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황 사장은 내년에 한국형 선주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운용리스를 통한 선박도입 지원을 하고 공사법 개정으로 확대된 업무 범위에 맞춰 보증상품을 개발해 금융지원 수혜 대상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호선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올해의 인물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2018년 7월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출범식을 열고 해운산업의 경쟁력 재건을 위한 업무를 시작한지도 벌써 2년 6개월이 됐습니다. 공사 초대사장으로서 ‘당장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재건하겠다’라고 취임사를 밝혔었는데 이번 ‘올해의 인물’ 선정을 계기로 당시의 초심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이유가 출범 초기 공사의 기틀을 다지고, 해운재건 정책 수행에 기여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공사 설립과 해운재건을 위해 힘써주신 우리 임직원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기존에 계획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위기 속에서 해운산업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공사 설립 이후 첫 번째 사업이자 해운재건의 첫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 1호선 명명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대사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우리나라 해운기업이 다시 글로벌 해운시장에 진입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부정적 시각과 공사의 지원 역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23일에 있었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추락했던 대한민국 해운산업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글로벌 무대로 복귀하는 모멘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 날 행사에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직접 참석해 국민들에게 해운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해운재건을 위한 확고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적기 도입됨이 국적 원양선사인 HMM이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하는 계기가 됐고 21분기만의 영업이익 흑자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해운기업들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셨는데 추진성과는 어떠했습니까?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입 중심으로 움직이고 국민들이 소비하는 90% 이상의 교역품이 해운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반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막대한 사명감으로 전직원이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급작스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과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기업들을 대상으로 특별지원책을 마련하고 해운물류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대응 지원 사업은 매주 월요일 경영진 회의를 통해 제가 직접 진행 경과를 점검하고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조17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긴급자금대출 이자 지원, S&LB 지원 확대, 선박 후순위 투자, 회사채 인수 등 7가지의 경영안정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총 5604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사의 코로나 대책이 실질적인 혜택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지원사업을 수립 시 공사에게 주어진 예산과 재무건전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공사법에 명시된 고유업무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원 방식과 조건을 설정해야 하는 한계점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대책 중 대출이자 지원 사업을 37개 선사가 이용해 활용도가 가장 높았지만, 금융기관의 직접 대출을 통한 간접지원 방식으로 지원규모가 크지 못했습니다. 또한 지원금 규모로는 S&LB 사업(상환유예 및 지원 확대)이 1994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사업 구조의 특성상 이용대상의 폭이 좁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사의 보증 범위와 취급 자산이 확대됐고 앞으로 해운업계에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 사업들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해운업계의 경영 안정과 중소·중견선사의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중견선사인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시의적절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지원 원칙이 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공사의 지원책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한 선제적인 지원책이 중심이 됐습니다. 따라서 지원 대책 중 80%가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책정됐고 규모와 방식 역시 이에 맞춰서 마련됐습니다. 이 외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이상은 해운산업 긴급 금융지원 방안으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지원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는 달리 공사와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요건과 지원규모상 공백이 있어 정작 국내 해운업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경쟁력 있는 중견선사들의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에 관계부처와 공사, 그리고 정책금융기관은 올해 7월 매출이 유지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선사 중 코로나19로 인해 유동성 부족 우려가 있거나 부족이 발생한 ‘코로나19 피해 주력 해운기업’에 대한 공동지원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이후 지원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개선 및 유동성 관리를 위한 자본 확충 등 자구계획 이행을 전제로 외부 회계법인의 경영실사를 거쳐 지원방안을 확정하게 됐습니다.

향후에도 공사는 우수한 영업망과 경쟁력을 갖춘 해운선사들이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우, 대주주의 고통 분담, 자구노력, 재무구조 개선 등을 전제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공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새롭게 준비하시는 사업이 있으신지요? 더불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입니까?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전반기에는 국적선사의 경쟁력 있는 선대 확충과 유동성 공급을 위한 사업 구축에 많은 힘을 쏟아왔습니다. 내년부터는 해운재건 사업의 후반기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한편, 해운업의 미래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역점사업들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동남아항로에서 원양-근해선사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영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둘째 한국형 선주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운용리스를 통한 선박도입 지원을 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Tonnage Provider로서의 공사 역할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셋째 이번에 개정된 공사법에 따라 확대된 공사의 업무 범위에 맞는 보증상품을 개발해 금융지원 수혜대상을 확대하고, 지원의 실효성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차후 해운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사 사업 설명회를 마련해 자세하게 설명해드릴 계획입니다.

-최근 토니지뱅크, 선주사 육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공사의 입장은 어떠하고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업계나 학계 등에서 토니지뱅크나 한국형 선주사 육성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토니지뱅크나 한국형 선주사업 등은 단기간에 추진될 수 있는 사업은 아닙니다. 시간을 가지고 관계부처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동시에 투입 예산과 리스크, 그리고 파급효과 등에 대한 학계 차원에서의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공사는 선주사업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선주사업 추진 타당성을 검토하는 한편, 우선적으로 기존 공사 사업을 기반으로 한 대선 방식 다양화로 토니지뱅크 기능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내년부터 신조·중고선에 대한 투자사업과 S&LB 사업에 대해 BBC 방식의 선박 제공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운시황의 동향, 선사별 경영전략, 선대운용 계획 등 대내외 여건에 따라 일정 기간만 선복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선사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고 선사 경영 위기로 발생되는 선박의 국부 유출 방지에도 기여할 계획입니다.

-자본금을 10조원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사법상 법정자본금은 5조원입니다. 현재 공사의 납입자본금은 2.9조원이며 공사는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 자체의 수익이나 공사채 발행을 통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운재건이라는 국정과제 수행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사업 추진을 위해 단기간에 대규모 공사채가 발행됐고 그 결과 공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이나 자본여력비율 역시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지원 사업을 통해 국적 원양선사인 HMM이 21분기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었고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한국 해운업은 물동량 감소 피해를 최소화하고 타산업군과 대비해 안정적인 영업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효과를 내고 있는 정책지원 사업을 지속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환경규제, 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대응한 해운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단기간에 공사 법정자본금을 10조원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현행법상 정해진 법정자본금 5조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납입자본금이 확충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당국이나 업계에 건의하거나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공사는 수많은 해운업계 종사자분들의 오래된 염원과 노력으로 설립된 세계 유일의 해운산업 전문지원기관입니다. 항상 그 점을 기억하고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사와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이후에도 해운산업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계속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해운업계의 자발적인 혁신과 체질 개선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해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해운산업을 둘러싼 연관산업과의 동반성장은 필수요건으로 이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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