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양금융종합센터 김형준 센터장
설립이후 6년간 해운·조선에 총 82조원 지원

김형준 센터장
김형준 센터장

지난 2014년 10월, 한국을 대표하는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해양금융 조직과 인력이 부산으로 이전하여 해양금융종합센터가 출범했다. 당초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는 전 정부의 대선공약이 보조금 이슈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차선책으로 3개 기관 협력 형태의 해양금융종합센터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출범 당시 통합이 아닌 느슨한 형태의 협력으로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겠냐는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센터는 지난 6년간 시황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조선업계에 대규모 금융을 제공하며 우리 해양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센터는 설립 이후 대출, 보증, 보험을 통해 총 82조원을 지원했고, 올해만도 10조원의 금융을 제공하며 우리 해운·조선업계의 코로나19 위기극복을 견인하고 있다.

센터는 3개 기관이 2년씩 돌아가며 간사기관을 맡는데 올해 출범 7년째를 맞으면서 한바퀴 돌아 초대 간사기관이었던 수출입은행이 다시 간사를 맡게 되었다. 출범당시 수출입은행 해양기업금융실장으로 센터 설립 실무를 책임졌던 김형준 해양금융단장이 10월부터 해양금융종합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센터 설립 실무자에서 운영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활동하게 된 김형준 센터장은 우리 해운·조선업계의 포스트 코로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앵커 투자자로서 본연의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해양금융종합센터 김형준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센터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포부를 듣고 싶다.

=6년전 수출입은행이 초대 간사기관을 맡았었는데 이제 한바퀴 돌아 다시 간사를 하게 되었으니 해양금융종합센터 2기가 본격 시작됐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 6년간 글로벌 해양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며 우리 해운·조선업계도 큰 영향을 받았고 코로나19로 시황 변동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2기를 시작하는 센터는 우리 해운·조선업계가 정상적인 투자와 비즈니스를 유지하며 코로나 이후의 시장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앵커 투자자로서 본연의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출범 당시와 비교해 센터 조직이나 역할에 변화는 없는가?

=출범 당시와 비슷하다. 수은·산은·무보의 해양금융 전문인력 80여명이 상주하며, 센터내 협의기구인 해양금융협의회를 통해 센터 운영전략을 마련하고, 공동 융자상담 및 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조선사의 대규모 수주거래에 대해서는 센터 내 외부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수주지원정보센터를 운영하며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해운·조선사에 대한 정책금융은 대부분 센터에서 지원되고 있는 바, 센터는 명실상부하게 국내 해양금융 지원의 산실이자 중심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센터 출범후 어떤 성과를 냈나?

=센터 출범 후 지난 6년간 3개 기관이 대출, 보증과 보험 형태로 우리 해운·조선업계에 총 82조원의 금융을 제공했고 올 한해만 약 10조원을 지원했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선박금융을 지원한 사례도 31건에 이른다.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해진공과 협업하여 지원한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는 해운과 조선간 상생협력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고, 무엇보다 해운재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센터는 금융지원 못지않게 부산의 해양금융 클러스트 성장을 지원하고자 노력해 왔다. 매년 국제 해양세미나인 “머린머니 코리아”를 부산시와 공동 주최하고,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양금융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 일원으로 사회공헌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HMM 1만6천TEU 컨테이너선 사업 등에 국내 상업은행의 참여가 없었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해운업이 변동성이 큰데다 한진해운 사태까지 겪으면서 상업은행들의 해운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졌다. 선박이 담보로 제공되더라도 해운이라고 하면 투자를 꺼리는게 요즘의 현실이다.

상업은행들이 선박금융에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신용등급 평가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운사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선박을 확보하므로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다. 일률적인 신용평가 모델로는 해운사 신용등급이 낮게 나오고 따라서 금융지원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한 신용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해운·조선업의 시황이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 상업은행의 빈자리를 정책금융기관이 메우고 있다. 상업은행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업해 선박금융 시장을 키울지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출범후 센터가 안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센터가 더 열심히 우리 해양산업을 지원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겠다. 사실 해진공은 업계의 해운재건 열망을 담아 정부와 수은·산은이 고심하며 설립한 세계 유일의 해운 전문지원기관으로, 정책지원 및 후순위 보증을 통해 선사들의 부담을 줄여주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해진공이 지원하는 사업은 대부분 센터와 공동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서 말씀드린 HMM의 초대형컨테이너선 선박금융 지원은 물론, 코로나로 자금애로를 겼고 있던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 역시 센터(수은·산은)와 해진공이 3개월간 협력하여 구조를 짜고 공동지원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또한, 센터는 우리 조선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음을 강조드리고 싶다. 선박 수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과 선박 건조에 필요한 제작금융은 제가 몸담고 있는 수은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이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 2기 출범을 계기로 우리 센터의 지원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해양산업 지원을 더 활성화하는 방안은 없을지 동반 이전기관들과 함께 고민하고 협의해 나가겠다.

-해운·조선업 지원을 위해 내년에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지원분야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또 코로나 사태 이후 핵심 기간산업인 해운·조선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수 있도록 본연의 금융지원에 주력하겠다.

해운업은 최근 컨테이너 선복 부족과 운임 급등으로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 경제에 바다 위 수출길인 해운에 대한 지원은 필수다. 수은의 경우 올해 신규 선박투자에 대한 선박금융 확대 및 코로나 피해 해운사 앞 운전자금 재대출을 통해 우리 해운사에 작년 6,850억원 대비 53% 증가한 1조 500억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도 센터 이전기관들과 협력하여 선박금융을 확대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과도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우리 해운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자 한다. 특히, 해수부가 최근 발표한 국적선사의 선복량 확충과 국적선주사 육성 등이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수 있도록 해진공과 함께 노력하겠다.

조선업은 내년에 수주환경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코로나로 이연된 신조 프로젝트 계약이 재개되고, IMO 환경기준 강화로 전 선종에 거쳐 LNG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0%대에 머물던 국내 조선소의 수주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수은은 올해 국내 조선소 RG 필요액의 45%이상을 지원하였고 코로나에 따른 조선사의 자금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웅하기 위해 당초 사업계획대비 1조원 이상을 추가로 대출한 바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선박 건조기술을 무기로 수주회복기에 압도적인 우위를 향유할 수 있도록 센터 차원에서 RG와 제작금융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

-마지막으로 내년도 센터운영에 대한 방향성을 말씀해 달라.

=먼저 앞서 말씀드린대로 우리 해운·조선사들이 정상적인 투자와 비즈니스를 유지하며 코로나 이후의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도록 앵커 투자자로서, 핵심 지원기관으로서 본연의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사업성이 양호한 거래에 대해서는 적시에 충분한 금융을 지원함으로써 시장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해양산업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둘째, IMO 환경기준 강화와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우리 해운사의 친환경 선박 구매와 우리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건조를 우선적으로, 우대조건으로 금융 지원하여 우리 해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상업은행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공동지원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정책금융의 역할은 민간을 대체하기보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불안을 해소하여 민간의 참여와 활력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업성이 양호한 프로젝트를 상업은행에 소개하고, 상업은행 지원분에 대해 보증을 제공하거나,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대출만기를 달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양금융의 파이를 키우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통해 국내외 선박금융 전문가, 선주, 법률가들이 보다 빈번히 부산을 찾게 되고, 이는 부산의 해양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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