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연승 이사장

이연승 이사장
이연승 이사장

30여 가지 신규 사업 발굴에 공단역량 집중
“현장의 목소리 반영한 정책·기술 개발돼야”

선박안전기술공단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확대·개편해 출범시킨 이연승 초대 이사장이 12월말로 임기를 마친다.

이연승 이사장은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기관으로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고 이사장을 믿고 함께 해준 임직원들 덕분에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연승 이사장은 앞으로 공단이 굳건한 해사안전망을 기반으로 다양한 해양산업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해양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 구축, 친환경 선박 및 에너지원 확보를 통한 해양사업 지원 등의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3년간 공단을 잘 이끌어오셨는데,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공단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간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던 같습니다. 제가 취임하기 바로 전에 국회에서 해양교통안전공단법이 발의됐습니다. 발의 당시엔 기관을 신설하는 안이 담겨져 있었지만, 국회와 정부의 논의 과정 속에서 기존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해양교통안전관리 사업 추진에 공단의 기존 업무가 효율적이라는 정책적 판단 덕분이었습니다.

취임 첫해는 자연스레 공단법 제정 준비에 전력을 쏟았습니다. 취임 2년 차엔 공단법 제정에 따라 조직을 출범시키고, 해양안전 종합관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다듬는 한편, 30여 가지의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데 공단의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새로운 공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묵묵히 맡은 바 업무를 함께해 준 공단 직원들 덕분에 공단이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온 시간들은 다시 생각해도 설레고, 지금도 가끔 벅찬 마음에 들뜨기도 합니다.

공단에서의 역할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부터가 훨씬 더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공단이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기관으로서 실질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해양교통안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기술, 교육 등이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면 합니다. 선진해양교통안전 체계 구축을 통한 해양사고 저감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단을 비롯한 해양안전 유관기관 등 안전관리당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선박을 운항, 관리하고, 조업활동을 하는 국민 여러분의 투철한 안전의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굳건한 해사안전망을 기반으로 다양한 해양산업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어선 안전 고도화, 빈틈없는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해양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 구축, 친환경 선박 및 에너지원 확보를 통한 해양사업 지원 등의 역할을 공단이 선도적으로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 건립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공단은 지난 1979년 어선검사기관인 한국어선협회로 출발해 40여 년 간 어선검사를 담당하면서 어업인의 안전한 조업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선박 검사가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져 최신 장비를 통한 과학적 검사나 선박의 정밀한 안전점검 등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공단은 육상의 자동차 검사소와 같은 권역별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를 건립해 최신 장비를 활용, 선박 검사 고도화와 안전점검, 현장 체험형 교육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 구축은 기존 선박검사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검사원이 직접 이동해 발생했던 비효율성을 없애고, 전문장비를 활용한 검사를 가능케 하여 검사 표준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선박종사자를 포함한 해양교통이용자의 원스톱 체험형 안전교육은 물론 해양안전 R&D 기능도 갖출 예정입니다.

목포와 인천의 경우 올해 부지를 확정하고, 내년도에 설계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센터 건립을 위한 첫 발도 내디뎠습니다. 11월 30일에는 부산시, 한국해양대학교와 해양안전연구협력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는데요, 협약 주요 내용은 센터 부지 조성, 센터 건립에 필요한 인허가 행정지원, 관련 예산 및 인력 확보 등에 관한 사항으로 해양수산 분야 안전ㆍ친환경 기술지원ㆍ사업화 및 국제업무 등 협력강화 기반 구축을 위해 협의할 예정입니다.

해양수도 부산에 들어서게 될 해양안전연구협력센터는 부산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해사안전 및 해양환경 관련 국제표준 선도와 개발도상국 대상 해사안전 기술 노하우 공유 등을 추진함으로써 국제업무 분야도 확대할 전망입니다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의 변화가 있는가?

=공단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안전책임기관으로서 재난상황에서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본사에 중앙지원 센터인 ‘여객선 안전상황센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양사고 발생 시 신속한 초기대응으로 골든타임(Golden Time)을 확보하고 해양사고를 예방하고자 합니다.

지난 7월, 공단 안전운항본부에 ‘안전상황관리팀’을 신설하여 여객선 사고 발생 시 상황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본사에 ‘안전상황센터’를 구축하여 전국 12개 운항관리센터 지사별로 모니터링 해왔던 여객선 운항 현황을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취합, 운항 현황을 파악할 예정입니다.

또한, 여객선과 직접 통신이 가능하도록 통신체계를 확충함으로써 신속한 사고 전파와 함께 여객선 터미널과 도서지역의 여객선 접안지에 지능형 CCTV를 설치하여 여객선 입·출항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함은 물론 안전 사각지대도 해소시킬 예정입니다.

‘안전상황센터’를 구축하여 여객선 상황관리 체계를 운영하게 되면 여객선 집중 모니터링을 통한 신속·정확한 사고대응은 물론 여객선 해양사고 징후 포착 등 예방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의 생명 보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내비게이션 선박단말기 보급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e-내비게이션은 ICT기술을 활용해 선박-육상 간 안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차세대 해양안전관리체계로, 세계 최초 LTE-M 기반의 지능형 해양교통서비스입니다. 연안 최대 100km해역까지 통신이 가능하며 올해 시범운영을 거쳐 2021년 1월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e-내비게이션 선박단말기 보급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e-내비게이션(지능형 해상교통정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비를 보급하는 것입니다. 여객선과 유조선, 예인선 등 600척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여객선 안전 인프라 확대로 바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섬과 바다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안여객선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설치 지원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공단은 12월 현재, 연안여객선에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7일 대중교통법이 개정돼 연안 여객선이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되면서, 여객선에도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이에 공단은 연안여객선을 이용하는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이용환경 개선을 통해 사람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통약자의 복지 증진과 사회 참여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진 사업은 국가보조항로를 운항하는 27항로, 26척의 연안여객선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이 중 대체선박 건조 예정인 2척을 제외한 24척에 교통약자가 연안여객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8가지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교통약자법에 따른 연안여객선의 설치 의무 시설에는 자동안내방송시설, 전자문자안내판, 목적지 표시, 휠체어 승강설비, 휠체어 보관함 및 교통약자용 좌석, 장애인전용화장실, 출입구 통로 확보, 장애인 접근가능 표시 설치 등 8가지입니다.

연안여객선은 기본구조가 육상교통수단보다는 항공교통수단과 비슷해 구조 변경 및 추가 설치에 한계가 있어 시작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또한, 선박별로 설계가 달라 현장실측과 자재수급 등에 어려움이 있었고, 코로나-19 경계 단계가 높아질수록 현장 방문 및 공사 기피 등 애로사항이 발생, 사업 추진이 지연되어 현재까지 사업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0년 연안여객선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 지원 사업은 전액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추가 사업은 일반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을 대상으로 설치비의 50%를 국고보조로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현장경영 실천에 주력하셨는데,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요, 실제로 공단의 업무는 현장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업인들과 여객선을 이용하는 국민들과의 소통은 물론 안전관리를 함께 하고 있는 해양경찰청을 비롯한 유관기관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여러 검사제도 개선사항도 적극적인 소통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취임 초기부터 검사현장이나, 여객선 안전관리 현장 또는 해양안전 관련 현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여건이 열약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사업무 수행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검사를 위한 장거리 운전은 기본이고, 인력이 부족해서 넘쳐나는 검사물량을 감당하기 버거웠습니다. 특히,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경제적 위험 요인으로 인해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에 저는, 직원들의 신분적 안전과 심리적 안정 보장이 우선되어야 공단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법무팀을 강화하고,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해 공단 위상 제고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현장 인력 확충을 위해서 기재부 등 관계부처 설득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 구축을 통해 검사업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공단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해 갈 수 있도록 위상 제고와 함께 인력과 예산 확대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500여명의 직원들과 3년간 동고동락하셨는데, 직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단은 1979년에 어선협회로 출발하여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아마 지난 3년 동안 가장 큰 변화가 있었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초기 인력과 예산 증액 없이 신 공단으로 출범했던 만큼, 조직 전반적으로 고단함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현장업무를 수행하는 검사원과 운항관리자, 또한 본사에서 국회, 정부, 유관기관과의 대외협력은 물론 신공단 출범에 따라 크고 작은 행정 업무 등 모든 직원들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고,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직원 여러분의 고귀한 희생과 노력으로 더 좋은 일자리와 사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업무 프로세스와 업무 환경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변화를 느끼려면 임계점을 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임계점이 도달하기 전까지 그 변화를 알 수 없고, 때로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이 나았다는 나약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순간에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변화에서 겪게 되는 고통은 ‘성장통’입니다. 성과와 성공을 갖기 위해서는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미래의 공단은 직원 여러분들에게 많은 기회와 도전을 줄 것입니다. 여러분 개개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힘써 주시고, 개개인의 성장으로 축적된 역량은 공단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공단의 참주인인 국민들이 직원 여러분의 노력과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바다 만들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해양수산가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과 세계적인 경기불황, 해외 시장 개방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해양수산가족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공단이 새롭게 출범하는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든든한 후원 덕분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해양안전을 높이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을 향한 우리의 ‘의지’ 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에 대한 관심과 도전의지, 해양안전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책임의식, 바다의 도전과 위험을 기술과 과학으로 이겨내려는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를 향하는 온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 모두의 안전한 바다가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다의 일상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만들어가는 여러분 모두가 해양안전의 주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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