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인물 내항선사부문/고려고속훼리 김승남 대표이사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3차례 만족도 우수
“연안여객선은 대중교통, 정부 지원 절실”

한눈 팔지 않고 한 업종에 30년 이상을 오롯이 종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평사원에서부터 시작해서 한 기업을 대표하는 오너로 올라선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2020 한국해운신문 올해의 인물 내항선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고려고속훼리 김승남 대표이사는 이같이 어려운 조건을 모두 이뤄낸 인물이다. 인천 영종 출신인 그는 1984년 인천지역 연안여객선사였던 원광해운에 입사한 이래 현재 고려고속훼리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37년이란 긴 세월을 연안여객선사업에 투신했다. 

더군다나 김승남 대표이사는 연안여객 사업의 경우 선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반해 전혀 다른 케이스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김승남 대표이사는 말단사원부터 시작해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연안여객선사의 대표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요인에 대해 관광객 뿐 아니라 도서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발이 되어주는 사업 특성상 지역에 헌신하겠다는 공익적인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소회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인드가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고려고속훼리가 연안여객선 고객만족도 평가 우수선사를 3차례나 수상할 수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전문>

섬 출신 소년, 연안여객선사 사장되다

고려고속훼리는 인천지역은 물론,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대표 연안여객선사이다. 고려고속훼리는 인천-백령, 백령-인천, 인천-연평, 인천-이작, 인천-이작 등 총 5개 항로를 운항하고 있으며, 예비선박까지 합하면 쾌속선 7척, 카페리선 1척 등 총 8척의 선대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고속훼리를 이끌고 있는 김승남 대표이사는 인천 영종에서 나고 자란 인천 토박이이다. 태생적으로 바다와 섬과 친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1984년 당시 인천 연안여객선사인 ‘원광’에 말단사원으로 입사, 10년 넘는 기간을 근무하며 도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연안여객선사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이후 김승남 대표이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원광의 부도를 가까이서 목격하게 된다. 부도의 원인은 외화자금을 써서 선박을 신조했다가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을 본 탓도 있었지만 과다한 사채 유치와 부동산 과잉투자로 인한 자금난이 결정적이었다. 김승남 대표이사는 이를 계기로 자신만이 꿈꾸던 연안여객선사를 직접 경영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회고했다. 

“제가 근무했던 원광은 인천뿐만 아니라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컸던 연안여객선사였습니다. 그러나 원광이 속절없이 부도를 맞는 것을 목도하면서 과연 여객선사 본연의 업무만 집중하고 충실했다면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여객선사업, 특히 연안여객선 사업은 CEO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역 주민과 더불어 상생하려는 의식이 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 바로 연안여객선사업입니다.”

김승남 대표이사의 이와 같은 생각은 고려고속훼리의 태동과도 고스란히 연결됐다. 지금은 연안여객선 준공영제나 현대화사업 등 영세한 연안여객선사를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들이 존재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그러한 정책들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승남 대표이사는 2003년 고려고속훼리를 설립하여 2006년 성우페리를 인수해 진해-거제 항로 운항을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당시 인천 지역 항로 중 가장 사업성이 떨어지던 인천-연평, 인천-덕적항로를 우리고속훼리로부터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인천지역 연안여객선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거가대교 개통 등으로 인해 진해 쪽 사업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고, 이후 인천지역에 집중한 결과 여타 항로를 차례로 인수·오픈시키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고객만족도 우수선사 세 차례 수상 쾌거

고려고속훼리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여객선사로 유명하다. 해양수산부는 연안여객선 서비스 수준 개선을 위해 2년마다 고객만족도를 평가해 우수선사는 포상하고, 부진한 선사는 사업자공모 또는 재정지원의 불이익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서 고려고속훼리는 첫해인 2011년에 최우수선사로 선정된데 이어 2015년, 그리고 2019년에는 우수선사로 선정되는 등 총 5번의 평가에서 3차례나 선정됐다.

이처럼 고려고속훼리가 다른 연안여객선사와는 다르게 고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김승남 대표이사가 언급한 공익적 마인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연안여객선은 관광객에게도 중요하지만 도서민 지역 주민에게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피치 못할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반드시 선박운항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김승남 대표이사의 생각이다. 

“연안여객선사업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바로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육지 사람들은 크게 인식을 못하지만 섬사람들에게는 여객선이 오냐 안 오냐에 따라 그날의 섬 분위기 자체가 달라집니다. 여객선 입도 유무가 삶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저희 고려고속훼리는 결항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연안여객선사로서는 드물게 예비선박을 2척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선박 고장이나 수리, 또는 여객초과 등 만약의 상황 발생 시 대체 및 추가 투입을 즉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승남 대표이사의 고객 친화적 경영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김승남 대표이사는 배가 들고 날 때는 거의 대부분 부두에 나간다. 고려고속훼리의 모든 배의 배웅과 마중을 김 대표가 직접 챙기는 것이다. 출근을 해서도 사무실에 먼저 들르지 않고 부두로 나아가 직원들과 소통하고, 직원이 부족하면 때로는 줄을 잡기도 하고, 짐을 나르기도 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때문에 김승남 대표이사는 그들을 모르지만 고려고속훼리의 선박을 자주 이용하는 인천 지역 도서민들은 김승남 대표이사의 얼굴을 모를 수가 없다. 

이처럼 3차례 고객만족도 우수선사에 빛나는 고려고속훼리지만, 그러나 고려고속훼리가 처음부터 높은 고객만족도를 자랑했던 것은 아니다. 창사 초기인 2007년에는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김승남 대표이사는 고백했다. 이후 김승남 대표이사는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꼼꼼히 체크리스트를 작성, 자체적으로 점검 및 채점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는 과정을 3년여에 걸쳐 꾸준히 시행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개선작업을 펼친 결과 개선된 내용들이 직원들의 몸에 배게 됐고 결국 고객만족도 우수선사로 이어지게 됐다고 김승남 대표이사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높은 직장만족도 또한 높은 고객만족도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고려고속훼리는 직원들의 복지가 좋기로 유명한데 이러한 높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알게 모르게 고려고속훼리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이것이 높은 고객만족도로 나타나게 되는 것. 그것은 바로 말단사원에서부터 시작해 대표이사의 자리에까지 오른 김승남 대표이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바닷일은 위험하다는 선입견과 여객선에 승선하는 직업은 육지생활에 비해 포기해야 하는 여러 부분 때문에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선원들에게 숙소와 출퇴근 차량 지원, 자녀들 학자금 지원, 전세자금 저리대출, 의무적으로 한 달에 5일 이상 유급휴가 사용 등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회사는 퇴사율이 현저히 낮고, 정년이 지나서도 성실도나 체력적인 문제가 없으면 계약을 연장해 함께 가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김승남 대표이사는 고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금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고속훼리는 창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섬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으며 인천 섬 지역을 지키는 해병대에 방위성금을 기탁하는 등 주민과 더불어 함께하는 행보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그것은 주 고객인 인천 지역 주민들 덕분에 고려고속훼리가 지금까지 있을 수 있다는 김승남 대표이사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연안여객선, 정부 및 지자체 지원 필요”

하지만 이러한 고려고속훼리도 올해 불어 닥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섬을 찾는 관광객의 숫자가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감하면서 올해 고려고속훼리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80억원 가량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행히 금년에는 유류값이 전에 비해 상당히 낮았고, 고려고속훼리 차원에서도 경비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자구노력 끝에 전년에 비해 2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영업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승남 대표이사는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본다 하더라도 관광이 주요 수입원인 연안여객 특성상 내후년 정도에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연안여객선 준공영제는 항로 두절 방지, 도서민 일일생활권 및 교통편의 유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영세한 연안여객선사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택시도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데 연안여객선도 대중교통인 점을 감안 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여객선업체들은 유동성 확보가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소상공인 지원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해운조합 등을 통해 저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해운조합에서 관련 자금을 신청했는데 올해는 물론 내년도 예산에까지 반영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손금액을 지원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어 김승남 대표이사는 최근 지원사업 구조가 변경된 연안여객선 현대화사업과 관련해서도 전에 비해 선사들이 부담을 많이 가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기존 연안여객선 현대화사업의 경우 건조비의 50%를 무이자인 현대화펀드로 지원받고 선사는 민간금융을 이용해 40% 자체조달하면 10%의 자기부담만으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었지만 바뀐 사업구조에 따르면 현대화펀드 지원이 30%로 축소되고 민간금융과 산업은행을 통한 대출이 60%로 늘어나게 됐다. 김승남 대표이사는 산업은행에서 저리로 대출을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전에 비해 20% 가량 대출이 증가해 선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연안여객선 사업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안여객선이 대중교통인 점을 감안해 지자체에서도 선박 현대화에 참여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것. 예컨대 지자체에서 아예 직영을 한다거나 지자체에서 선박을 건조해 선사에 위탁경영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지금처럼 운영은 하되 선박 대체 문제에 대해서는 지자체도 참여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야 지자체도 연안여객선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선사 역시 보다 투명한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김승남 대표이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섬을 방문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초·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섬을 찾도록 하는 등 섬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런 정책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금년도에 국내 섬 6개에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는데 섬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섬을 찾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를 통한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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