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2020년의 항적>

2020년은 우한 폐렴으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글로벌 시장의 경제 활동이 빠르게 위축됨에 따라 모든 기업들이 서둘러 비즈니스 전망과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3개월만에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국가별, 산업별로 나타난 충격의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국가별, 산업별, 기업별로 다르지만 1분기 동안 시장에 나타난 현상은 봉쇄와 차단, 격리로 이어진 한마디로 ‘Down’의 연속이었다. 혼란과 혼돈의 2020년을 통해 해운기업들은 어떤 교훈을 얻었고 2021년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대처할 것인가가 관심이다.

1. 고조된 위기감의 1분기

코로나19 사태이후 IMF, 신용평가기관 및 전문분석기관들은 한 목소리로 2020년 Global GDP가 2% 전후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면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월 말, 뉴욕에서 개최된 Capital Link Forum 연차회의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우려와 위기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였다. 패널들의 발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문이 컨테이너 해운이며 때가 되면 저절로 정상화 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다(naive). 특정 선사를 거명할 수는 없지만 절반정도가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Big player도 유동성 위기로 끝날 수 있다(Stifel Financial Corp, Webber Research & Advisory).

-탱커는 한동안 순항할 것이나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중국의 공장 가동재개로 벌크선 분야도 조금씩 개선의 조짐을 보일 것이지만 벌크선 시장의 신용도가 조금씩 악화되고 있는 만큼 대형 광산과 같은 거래선이 아닌 한 Counter-party risk를 경계해야 한다.

-팬데믹이 진정되지 않으면 수개월안에 디폴트 사태와 함께 자산 매각, Sale & Lease Back이 증가할 것이며 2008년때 보다 더 심각해 질 수 있다(Citi은행과 ICBC).

-2020년 세계 GDP 성장률은 2009년 이래 최저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며 부양패키지가 제때 동원되지 못하면 대규모 실업과 도산사태로 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Bimco).

팬데믹이라는 폭풍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단단히 조여메고 현금 확보에 주력할 것(Cash is the King)과 비용절감과 공급조절차원에서 Slow steaming을 제안했다. 사실상 시장의 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최초의 신호라 할 수 있다(Apr. 1. 2020).

이런 와중에 한 전문분석기관이 2019연말 기준으로 글로벌 11대 컨테이너선사에 대한 진단결과를 내놓았다. 요지는 11개 선사(MSC는 제외)중 4개사(유럽 2, 아시아 2)는 비교적 건전한 재무구조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으나 나머지 7개사는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고 앞서 4개사도 팬데믹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Altman Z-score Result : Alphaliner Issue 15, 2020).

최근의 위기에 대한 전망과 별개로 수년전, OECD의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ITF)도 향후 글로벌 Carrier들이 통합을 거쳐 4개 전후의 Super carrier 체제로 재편될 것이며 생존하게 될 4개사에 Cosco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해운계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2. 정책지원 요청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여객선과 크루즈선 분야에서는 휴항과 대량 해고 사태가 이어졌다. 여러 나라에서 위기에 처한 여객선업계를 필두로 해운에 대한 정책지원에 나섰지만 지원을 보는 시각은 달랐다. 대체적으로 유럽계 해운사는 반대의 입장이었으며 영국은 자국과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Ferry svc에 대해서는 국적을 초월한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1) 정책지원에 대한 반대

유럽중심으로 해외선사 다수는 시장을 왜곡한다(distortion), 불공정 경쟁을 조장한다, 불필요한 선박의 건조로 공급과잉을 부추긴다, 운임의 하락과 덤핑을 유발한다, 불황의 장기화를 초래한다며 정책지원에 반대하는가 하면 오히려 미국이나 EU의 경쟁당국을 향해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지원 실태와 운임덤핑사례들을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MSC, Grimaldi그룹 등).

(2) 정책지원의 전제

각국의 상황에 따라 복잡한 요인 있지만 지원이 불가피 하더라도 공정성의 보장, 투명해야하며, 정부의 통제(control)는 건전한 글로벌 지배구도의 틀(better framework of global governance)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3. 정책지원과 컨테이너 해운계의 시각

2M의 두 선사는 공히 정책지원이 없는 가족경영 그룹으로 직설적인 비판과 함께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Maritime Guideline 원칙 고수와 함께 오히려 경쟁법 위반 조사를 강조했다. THE Alliance와 Ocean Alliance는 자본과 Ownership Risk 없이 타인 자본으로 ULCs 대량 확보할 수 있다는 정책지원의 간접효과를 기대하며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으로 사실상 지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3대 얼라이언스 소속사 10개사(OOCL 포함) 분위기는 정책지원하에 있는 2개 선사를 제외하고 8개사의 기존 분위기는 정책지원에 반대했다. 국내 일부에서 정상금융, 주주(정부)에 의한 증자와 구제금융을 혼동해 많은 국가에서 선사에 대해 구제금융성 정책지원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EU 선사들은 각국이 합의한 Maritime Guideline에 의거 상업적 차원의 정책지원은 제도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그외 주요 해운국에서도 수면하에서 우회적인 지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공개적으로 구제금융성 정책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조선산업 지원을 두고 WTO에 제소한 상태이지만 한국을 포함 어느 나라에서도 일본정부가 민간조선소에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 중국의 COSCO처럼 회사의 실체가 명실공히 국영기업일 경우에는 주인이, 대주주가 자기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정책지원이나 구제금융과는 별개의 투자라 할 수 있어 이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의 정책지원에 대한 유럽 3사의 비판이 동시에 표출된 날은 HMM Algeciras호가 인도되는 4월 23일이었다. 유럽 3사뿐 아니라 Lloyds List에서도 HMM Algeciras호를 “The World's largest, and probably least needed, containership”으로 표현하며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신조발주를 자제하고 있는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공동노력에 부합하지 않는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Apr. 23/24, 2020).

4. 우려스러운 징후들

싱가포르의 PIL이 재정난으로 산하 컨테이너 제작사인 Singamas, 남태평양 제도를 연결하는 자회사 매각, 7척의 1만2천teu급 컨테이너선 매각 등 대규모 자산매각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영권이 Temasek 산하 투자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현재 동사는 구조조정중에 있다.

당시 약 20조 이상(180억달러)의 부채와 함께 재정난을 겪고 있는 프랑스 선사에 대해 4월초 신용평가기관 Moody’s가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고 나섰다. 동사가 터미널 자산 처분 등으로 재무상태 개선을 서두르고 있지만 회사가 재정난을 겪고 있음은 거의 알려진 사실이다.

5. 2020년 컨테이너 해운

전 세계 컨테이너 해운에는 약 5500여척의 컨테이너선이 운항중이며 40만 명의 선원과 25만 명의 항만근로자 그리고 10만 명의 사무직이 종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럭킹, Barge, 철도, 창고와 통관 그리고 포워딩을 포함한 글로벌 네트웤에도 100만 명 이상의 인력이 참여한 가운데 촘촘한 네트워크하에서 개별 컨테이너 박스 단위로 환산하면 생산지와 소비지간을 이동하는 회수가 연간 4억회 이상에 이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급과잉과 체력전으로 기진맥진한 해운계는 생존을 위해 지루하고 힘든 재편에 돌입했지만 운임 통제권을 상실한 선사들은 선박의 대형화나 원가 절감만으로 생존이 보장되는 것이 아님을 인식했고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계는 7개 그룹에서 4개 그룹, 다시 2017년 3개 그룹체제로 전열을 정비한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지난 9개월의 상황을 요약해보면 연초 팬데믹과 함께 소비가 급냉하자 중국 공장의 셧다운과 미주와 유럽에서 소비시장이 급냉 현상을 보였고 수입업체들은 주문을 취소하고 서둘러 재고를 처분하며 창고를 비워나갔다. 기록적인 수요의 폭락과 급등을 겪으면서 물류공급망이 혼돈과 혼란에 빠지자 글로벌 선사들은 위기관리 모드로 전환했고 연속된 Down에 대처하기 위한 해운시장의 첫 걸음은 선복감축과 Blank sailing이었다. 운임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3개 그룹으로 재편된 단결력을 바탕으로 거의 1/3에 가까운 선복량을 항로에서 철수시켰고 운임경쟁, 시장 지배율 경쟁, 소석율 경쟁을 자제하며 결항과 배선 일정조정 등을 통해 수요의 흐름에 따라 실시간 베이스로 선복을 조정하는 사상 초유의 자제력을 보였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지만 정부의 부양정책 덕택에 소비자들은 그냥 생산활동은 하지 않은 상태로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생겼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파티나 여행은 물론 레스토랑이나 카페에도 갈 수 없다보니 결국 상품구매를 택했고 그 결과 상품구매 수요가 단기간에 갑자기 6~7% 정도로 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창고는 다시 채워졌고 연말 성수기에 대비한 피크시즌이 그 위에 덧씌워지다보니 그야말로 어찌해볼 수도 없는 수요의 강세가 이어지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미 Booking이 확정된 수출용 컨테이너화물을 위해 장비가 적기에 공급(회송)되어야 하나 물류공급망 자체가 뒤틀린데다가 물류 네트워크 전부문에 걸쳐 혼잡과 병목현상이 겹치면서 박스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가 있다보니 박스 부족난이 이중 삼중으로 심화되고 있다. 화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고 선박회사 입장에서 장비의 보유량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만큼 적정 수준에서 장비 회전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사들의 회송계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지만 코로라19의 향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2021년도 2월 이후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선사들도 무조건 회송에만 주력할 상황도 아니다. 컨테이너 회수비용이 전체 운항비(operation cost)의 10% 정도를 점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회수관리를 최적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6. 시장의 불만과 정부개입

예상치 못했던 코로라19 팬데믹으로 수급 균형의 붕괴와 함께 이어진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혼란은 결국 관련 비용의 상승세로 이어졌다. 해상운임이 폭등하고, 컨테이너 장치와 인수도 과정에서 발생한 Detention & Demurrage(D&D), Booking cost의 증가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시간 손실 등을 종합하면 전체 증가된 코스트가 teu당 9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Drewry- Nov. 12, 2020).

3분기 이후 이어지는 기록적인 운임상승, 심화되는 장비 부족과 항만 혼잡사태 등으로 인한 공급망의 혼란은 단지 코스트의 증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과 신뢰도를 현저히 떨어트렸다. 당연히 화주들의 불만은 심화되고 타이트한 선복 사정에 더해 컨테이너 장비의 부족사태까지 겹치면서 결국 글로벌 3대 경쟁당국의 시장 개입을 초래했다.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컨테이너 정기해운 시장에 개입한 이후 유럽과 미국등지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선사들의 D&D 운영실상에 대한 화주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FMC가 공개적으로 조사 확대를 발표했다.

7. 美연방해사위원회 감독강화

미국연방해사위원회(FMC)가 연달아 3대 얼라이언스를 상대로 강경 자세를 표하는데는 그 동안 행해진 일련의 조치들을 살펴보면 그 맥락을 유추할 수 있다. 9월 FMC가 선사들을 향해 팬데믹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고한데 이어 11월에는 LA/LB, NY/NJ 등 미국의 주요 관문항에서의 D&D운영실태를 조사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천정부지로 상승한 태평양 항로의 운임 동향, 심화되고 있는 장비 부족 그리고 항만의 혼잡 등과 관련해 FMC의 담당행정관(Dan Maffei)은 얼라이언스가 물류 공급망을 구성하는 해운분야에서는 효율을 높혔는지 모르지만 육상분야에서는 비효율과 혼잡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얼라이언스 체제를 비판한 바 있다.

물론 FMC라고 하더라도 영리를 추구하는 해운회사들의 적법하고 합리적인 기업활동을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선사들의 조치가 합리적인가 여부다. FMC는 자국의 경제와 관련 업계 그리고 그 종사자를 보호하고 Shipping Act(section 6-g)의 준수를 최우선시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선사나 얼라이언스에 대해 지원보다는 감독, 감시적 시각이 강한 조직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코로라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의 혼란이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선사의 희생이나 부담만을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 컨테이너의 수요가 급증하는 다급한 상황이지만 공컨테이너를 필요한 장소까지 회송시키는데는 최소 2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선사들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합리성 여부를 두고 선사와 화주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현 사태는 선사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해소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상사간의 이해 충돌문제를 당국이 개입해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어차피 당사자간 시장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결국 비정상적인 운임시장이 더이상 지속되는 것을 경계하고 이와 관련해 선사들의 담합 내지는 관련법 위반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FMC 의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시 FMC 차원을 넘어 법원과 의회로까지 비화시킬 수 있음을 밝힌 것도 FMC가 현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본적으로 정부나 규제 당국은 해운보다는 자국의 무역활동의 보호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그 어느 때보다 선사들의 신중한 대처가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 2021년 전망 >

2020년 한해 공급측면에서 해운의 동향을 보면 선박의 S&P 시장과 노후선의 해체 활동도 거의 정체 혹은 저조했다.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소들 때문에 선박의 발주 역시 20년내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한마디로 공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한해였고 그 영향은 최소한 향후 2년 동안 시장의 수급 균형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관들에 의하면 글로벌 경제는 내년부터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2021년의 수준은 2019년 수준으로 복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기 때문에 2020년말 현재의 장세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며 벌크선보다는 탱커쪽 침체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 발주 재개되는가?

조선산업도 코로라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주량도 급감하기 마련이다. 한때 해운시황과 무관하게 대량으로 선박을 건조해 해운시장의 수급 균형을 악화시켰던 조선산업은 최근 2년 동안 수주량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의 충격까지 가세하다보니 설상가상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영조선이 주를 이루고 있는 중국, 상대적으로 오래전부터 위기관리를 해온 일본에 비해 민간조선소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신용위기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는 조선산업이 해운산업의 후행산업으로 해운과 연계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양쪽 산업이 전혀 별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조선산업의 위축이 해운시장의 회복에는 긍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장기 수주가뭄사태로 선가가 바닥에 이르자 한동안 조용했던 컨테이너선사들이 최근 대형컨테이너 선박을 발주 혹은 검토 중이어서 향후 6개월 이내에 다수의 발주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IMO GHG 2050과 관련된 대체 에너지의 향방 등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아서 발주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2. Global carrier 순서 바뀔 수도

과거 대형화는 제1위 Maersk와 2위 MSC가 주도해왔다. 양사의 성장과정을 비교해보면 전자는 Sea-Land, Safmarine, P&O Nedlloyd, Hamburg Sud 등 대형선사들의 흡수합병을 통해 성장해왔다면 MSC는 타선사 인수보다는 자체 선단을 꾸준히 확장하며 세를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양사간에는 전략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Maersk는 현선단의 규모를 더이상 확장하지 않은 체 육상 물류부문을 통합해 수송 물류통합그룹을 지향하고 있는가 하면 MSC는 수직적 통합보다는 Ocean에 주력하며 선복확장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MSC외에도 2020년에 선복을 확대해온 선사는 HMM(전년대비 80%), Zim, Wanhai 등도 선대를 확장했다.

MSC가 중국조선소와 2만3천teu급 6척의 발주를 확정할 경우 MSC의 선복량은 400만teu에 달하며 417만teu의 Maersk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복량 기준으로 현재 양사간 차이는 6%에 불과하나 예정된 발주가 확정될 경우 그 차이는 4%로 줄어들게 된다. Maersk는 공개적으로 당분간 신규발주를 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한 만큼 2004년부터 계속 2위 선사였던 MSC가 추가로 ULCs 몇 척만 발주하게 되면 1위 선사가 뒤바뀔 수 있다. 25년 이상 고수해오던 1위의 위치를 MSC에게 넘겨줄 경우 Copenhagen의 자존심은 다소 흔들릴지 모르나 Maersk는 향후의 기본 전략을 규모보다는 이익창출에 둘 것임을 공언한 만큼 순위에는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로 보인다(Sea-Intelligence).

3. 2021년 시장

2021년 해운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단연 팬데믹과 백신이며 그 다음은 탈탄소화다. 물론 경제적 불확실성은 사실상 해운외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최고 경영진의 통제 밖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탈 중국화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백신 접종이 내년 상반기 중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HG 2050, 미중간 무역전쟁, 생산공장의 탈중국화, 디지털화 등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소들을 안고 출발한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돌발사태로 인해 해운과 글로벌 물류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과정에서 컨테이너 해운은 당초 예상했던 200억 달러 수준의 적자에서 140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시현했다. 탱커는 기록적 수준의 등락을 거치면서 연간 기준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 드라이 벌크 분야 역시 고전했다.

3차 팬데믹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적어도 당분간은 연료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세계 금년도 원유수요가 2019년 대비 880만bpd 감소했다가 2021년이 되면 약간 증가하더라도 여전히 예년 수준에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IEA & OPEC) 2021년 말까지는 시황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탱커 선주들의 우려가 기우는 아닌듯 하다.

코로라19 팬데믹은 2020년 한해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었지만 해운계가 직면하게 될 단기적 과제들로는 선원교대문제, 공급망의 탄력성 유지, 무역마찰이라면 장기적 도전과제는 점증하는 보호주의로 인한 역풍, 탈탄소화(Decarbnisation)와 대체 연료 문제다. 이러한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운계가 팬데믹하에서 보여주었던 단결과 협력체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면 IMO 2050이나 또 다른 제 2의 위기가 도래하더라도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강조되고 잇는 것이 글로벌 공조와 협력체제, 데이터의 표준화를 위한 디지털화 그리고 투명성을 대전제로 꼽고 있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시장에서는 자원의 재배치, 재택근무가 이루어지면서 서비스 분야에서도 디지털화에 속도가 붙었다. 과거의 정시성(just-in-time) 서비스에 주력해왔던 해운계도 JIT 개념보다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이른바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Just-in-case)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 팬데믹초기에만 해도 해운계가 이처럼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물류공급망의 탄력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국 강하고 크고 공급망을 지배한 자가 승자가 될 것임을 팬데믹 체험을 통해 검증된 것이다

Lloyds List가 12월 초에 전세계 해운분야 리더들을 상대로 실시한 내년도 해운시장에 대한 전망(LList Poll)에 의하면 내년도 해운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단연 코로나19(52.5%), 그 다음이 탈탄소화(22.2%), 무역보호주의(14.1%)순이었으며 디지털화를 향한 투자를 가장 좋은 투자로 선정했다(Dec. 8, 2020)

4. 컨테이너 해운은?

글로벌 선사들의 연간 실적상황을 보면 물동량과 매출은 근소하게 감소했지만 운임의 강세와 유가등 비용 절감이 금년도 실적 개선의 주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는 중국의 견인차적 역할에 힘입어 전례없는 실적을 시현할 수 있었지만 향후에도 중국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보여줄지, 팬데믹은 언제쯤 통제될 수 있을지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내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비록 운임의 상승세로 2020년에는 기록적인 실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사들도 현재와 같은 혼돈과 혼잡이 장기화 되는 것은 원치 않고 있다. 우선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불안정에 따른 고객의 불만이 거의 임계점에 도달했는가 하면 미국, 중국, EU등 주요 경쟁당국들이 현재의 혼란의 근원으로 선사들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물류공급망이 안정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는 수요의 불안정한 등락현상이나 수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장비의 부족사태도 2021년 2월 전후해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컨테이너 해운의 경우 시장이 정상화되면 과거처럼 또다시 화주가 주도하는 운임전쟁에 휘말리며 시장의 지분 확보에 나설지 여부다. 현재 가장 큰 변수는 팬데믹과 백신이지만 결론적으로 그 향배가 어느 쪽으로 귀착되든 컨테이너 해운시장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 팬데믹이 종료시

금년 하반기에 나타난 물량의 급등세는 정부의 부양패키지의 영향과 소비자의 소비 패턴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가처분 소득은 있는데 Lockdown과 Shutdown의 영향으로 소비는 서비스보다는 주로 상품구매 위주로 행해졌다. 그 대상 상품은 대부분 가전제품, 생활 용품, 집안 가꾸기, 자동차 혹은 주택 개량 등에 필요한 내구재 들이다.

백신의 효과로 팬데믹이 종료되면 경제활동은 분명히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컨테이너 물량의 증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억눌렸던 서비스 위주의 소비 수요가 폭발하면서(pent-up demand) 사람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행, 파티 등 모여서 마시고 즐기는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사두었던 상품들은 상당기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재들인 만큼 가까운 시일내에 재 구입해야 할 필요도 없을 것임으로 컨테이너를 이용하는 상품들의 수요는 정체 혹은 감소 현상을 보일 것인바 물동량의 증가세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2) 팬데믹이 확산될 경우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혹은 백신의 접종이 지연되거나 효과상의 문제로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다. 우선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미국을 위시한 유렵의 주요소비 국가에서 방역조치가 지금과 다른 강도로 강화될 것인바 경제활동은 여전히 정체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설사 격리조치로 서비스 위주의 소비로 전환이 안되더라도 이미 내구재를 충분히 비축해둔 상태에서 추가적인 상품 수요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점차 증폭될 것이며 원자재의 생산이나 소비, 이동등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인바 해운시장은 가까운 시일내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3) Lloyds List Poll

해운분야별 운임시장이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역시 컨테이너 분야(51.6%)였으며 그 다음이 Gas Shipping(20%), Bulker와 Tanker는 각 14%로 낮았다. 해운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는 제재와 규제의 리스크(34%), 선복의 공급과잉(33%) 보호주의(20%)라고 했으며 응답자 70%가 향후 10년내에 소형, 민간해운사들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5. 운임시장의 변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내년도에는 금년도 보다 다소 상향조정될 계약운임을 택하는 화주들이 증가할 것이고 대체에너지 출현 가능성 등으로 인해 연료의 가격도 현 수준에서 크게 상승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수요(물량)의 흐름은 설사 팬데믹이 통제되고 경제활동이 정상화 되더라도 예년 수준으로 복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에 금년도 3분기와 같은 호황장세가 내년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Boston Consulting의 Think Tank도 금번 Corona코로나19 사태가 일단 지나가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2019년 상황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며 해운시장의 경쟁환경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혹자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경우이든 선사들의 대응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금년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선사들은 전례없는 단합과 절제된 힘을 바탕으로 수요의 등락에 거의 실시간 베이스로 공급을 조절하는 저력을 과시했으며 선복조절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운임통제권을 확보했다. 결국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방식과 대응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른바 Capacity Discipline의 효과다. 3대 얼라이언스 체제가 유지되고 얼라이언스 내부에서의 결속력이 약화되지 않는 한, 경쟁당국이 정책적으로 얼라이언스 체제를 흔들지 않는 한 수요가 다소 불안한 기복을 보이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면 과거와 달리 선사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확고한 내부의 결속력과 고객과의 건전한 파트너슆이 뒷 밭침 된다면 경쟁당국이라 하더라도 시장의 순리와 순기능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팬데믹 이전에 이미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수평적수직적 통합이 진행되고 있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통합물류서비스를 지향하는 Maersk, CMA CGM, COSCO 등과 전문해운기업을 목표로 하는 Hapag Lloyds, ONE 등 두 그룹으로 양분되는 과정이었다. 어떤 형태든 금번 팬데믹으로 시장은 또 다시 강자와 약자로 양분되는 과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팬데믹의 위력, 궤적과 그 속도여하에 따라 제 2라운드 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 실패한 선원 교대문제 >

그동안 선원의 원만한 교대를 위해 해운계, 근로자 단체를 중심으로 UN 사무총장, 로마 교황까지 나서는 등 문자 그데로 백방의 노력을 다했다. 지난 7월 영국에서 개최된 13개국 정상회의에서도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철석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았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Round Table(해운과 근로자 단체) 명의로 Amazone이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총수를 향해 미 정치권과 접촉해 사태 해결에 동참해줄 것을 공개로 요청했을 정도다.

백방의 노력끝에 결국 IMO 174개국 중 45개국이 선원을 Key worker로 지정하기에 이르렀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 10개월 동안이나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선원교대 문제가 선원의 건강, 선박의 안전 문제를 위협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누적된 선원의 피로감을 기회로 삼아 해적에 의한 선박 공격사례까지 증가하고 있는 심각한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용선자 일부는 아직도 자신의 화물을 운송중에는 선원교대를 금하는 조항을 C/P에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 CNN 방송이 위기에 처한 선원 교대난의 실상을 특집 방송하기도 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까지의 진전상황에 비춰볼 때 가까운 시일내에 정치권에서 깜짝 놀랄만한 대책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한마디로 선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이제 관심은 백신 접종이다. 전 세계 80억 인구중 160만 명의 선원들이 과연 의료진과 함께 우선 접종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 2020년,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 >

비록 물류공급망의 혼란을 초래한 주범으로 주목되었지만 Capacity discipline을 통해 컨테이너 해운계는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댓가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유사한 사태가 도래하면 선사들은 또다시 동일한 카드를 꺼내 들것이지만 언제까지 고객과 당국이 묵인할지 의문이다.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선사들은 Contract rate와 서비스 신뢰도 위주로 갈 것이지만 고객층과 시장 기반이 취약해서 Spot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 선사들은 단기적 처방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시대에서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전략은 고객 중심일 수밖에 없고 실제 시장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화주들은 운임을 기준으로 선사를 선택해왔던 종래의 방식이 더 이상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며 선사를 포함한 물류 기업들과의 장기적 파트너 슆 구축만이 대안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경쟁당국과 화주들이 최근 사태의 주 원인이 3대 얼라이언스의 과점(Oligopoly)이라고 판단할 경우 이는 현 얼라이언스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EU의 Consortia Block Exemption Rule에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얼라이언스의 근본을 뒤 흔들 수도 있다. 선두주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수직 수평적 통합을 고객들이 환영할 경우 시장은 제2라운드 재편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다가오는 2021년에 어떤 형태의 변화가 전개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교훈을 얻고 대처하는 기업은 건재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존립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202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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