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피터 터치웰 전무
피터 터치웰 전무

지난해 9월 미국 서안 물류창고 업체의 한 경영진이 JOC.com에 자신이 우려하는 바를 밝힌 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 연방정부의 실업급여 인상과 맞물리면서 미국 물류창고 노동 인력은 대폭 줄어들었다. 7~9월에 평상시 인력 대비 최대 40%까지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물류창고의 사회적 거리 두기 실행으로 평상시보다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속도가 저하되었으며 캘리포니아 남부의 경우 섀시에 아직 채우지 못한 빈 컨테이너가 쌓이기 시작했다.

“여기부터 트럭, 섀시, 터미널, 선박까지 점점 정체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몇 달 후 그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12월 12일 현재 18대 컨테이너 선박이 LA와 롱비치 항만 근처 정박지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이는 2014~2015년 수개월 동안 이어진 미국 서안 항만 노동 쟁의 이후 가장 심각한 정체 현상이다. 2020년 봄, 소비자 수요 및 개인위생용품 수요가 놀라운 기세로 증가하여 화물 급증으로 이어졌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운영상의 차질과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화주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에 이르러서도 화물 흐름에 미친 이러한 영향이 악화하고 있을 뿐이었다.

국제연합 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12월 중순 선박 및 컨테이너 공급에 대한 극심한 압박이 금액 기준으로 국제 무역의 45%를 책임지는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의 세계적 둔화를 초래했다.

서비스업체들은 2020년 말이 되자 보기 드문 조치를 취했다. 포워더는 선박을 임대했고 해운선사는 수출 예약을 거부하고 “사용할 수 있는 어떤 선박”이든 사용해서 격주 서비스 시행을 고려했다. 격주 서비스는 컨테이너 운송업이 1990년대 이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한 선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해운업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이는 해운업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 것일까?

이것이 컨테이너 시스템에 의미하는 바는 물량 급증과 같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공급망 차질이 계속 빚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2020년 글로벌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들었을 때도, 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가조치 데드라인을 앞두고서도 일어났으며 이외에도 작은 규모로 여러 번 나타난 바 있다.

복잡한 문제지만 단순한 사실로 귀결된다. 바로 선박, 트럭, 터미널, 컨테이너, 섀시, 화차 등 자산을 소유한 민간 부문은 있을지 없을지 모를 물량 급증에 대비해 경제적 측면에서 투자할 수도 없을뿐더러 잉여 선복량을 배치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해운 선사가 더 많은 자산(선박과 컨테이너)을 제공해 화물 급증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 되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 볼 때, 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존 버틀러(John Butler) 세계선사협의회(WSC) 회장이 지난 12월에 지적하기도 했다.

즉, 해운 시스템은 항상 예기치 못한 수요 변동과 공급 충격에 취약할 것이며 이는 향후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2016년 한진해운의 경우처럼 해운사 파산이나 허리케인, 해무, 안개 등 기상이변, 또는 항만 노동쟁의 등처럼 국제 무역은 본래 늘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관점에서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이 점차 리스크 관리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어갈 것이다.

버틀러 회장은 “수요 변동이 지금까지의 양상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오늘날 컨테이너 운송 네트워크를 압박하는 이런 종류의 물량 급증은 누구라도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해운 시스템은 안정을 되찾겠지만 공동대응을 통해 제대로 관리함으로써 이 중차대한 시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2020년 특정한 수출 화물을 거부하는 선사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 미국 수출업체 등을 볼 때, 해운 시스템의 면면을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으며, 현재 해운 법규가 이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컨테이너 운송이 규제 완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혹은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국유화되지 않는 한, 시장이 어떻게 기능할지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유 시장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상황에 따라 화주에게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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