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피터 터치웰
피터 터치웰 전무

컨테이너 운송은 예상 가능한 주기로 진행되며 현재 역시 또 다른 주기로 진행 중이다. 

화물 운송의 주기는 다음과 같다. 정상적인 화물 흐름이 금융 위기, 사이버 공격, 무역 전쟁 또는 세계적인 전염병 등 엄청난 외부 충격에 의해 차질이 생긴다. 시스템에 대규모 혼란이 생기고 근본적인 약점이 다시 드러난다. 이에 고객과의 관계가 경색되거나 신뢰를 잃게 된다. 고객은 규제 당국에 항의하는 한편 일을 더 잘해줄 새 기업을 찾는다. 몇 달 후나 몇 년 후 다음번 위기가 찾아오는 시기에 그 시스템은 결국 회복된다.

운송 주기가 화주의 매출, 수익 또는 고객 만족 능력 등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국제 무역업체는 벤더뿐만 아니라 운송 및 물류 공급업자에게도 의존하며, 고객이 자사에 거는 기대만큼 본인들이 받는 서비스에 대해 기대한다. 물류 업체가 운송 서비스를 제대로 못 한다면 (심지어 운임이 사상 최고 수준일 때) 이는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격분을 일으키고 이에 대한 시정 조치가 반드시 요구된다.

최근 한 화주가 LinkedIn에 "책임과 신뢰는 과거의 유물"이라며 갈등의 현재 양상을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기를 큰 그림 안에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에만 여러 번 반복되었고 항상 동일한 양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글로벌 시스템이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해 그 특성상 예측이 불가능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제한된 수의 선박, 컨테이너, 섀시, 트럭 및 터미널 공간 등을 포함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컨테이너 시스템의 캐파는 제한적이다. 시장이 현재 경험하고 있듯이 선복량은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사를 포함한 자산 소유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개인 보호 장비(PPE) 및 가정용품 관련 수요 급증이나 2019년 말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관세 시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아시아 제품 수입을 앞당긴 것처럼 향후 예측할 수 없는 선복량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할 계획이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화주가 기대하는 서비스 신뢰성은 사실 선사와 포워더 역시 바라는 목표일 수 있지만, 시스템의 본질적인 취약성으로 위기의 시기에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해 이에 따른 실망과 비난 그리고 관계 경색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화주 입장에서는 볼 때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 차질에 따른 벤더 변경도 주기 동안 발생하는 일이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세관 브로커이자 포워더인 Farrow의 최고 상업 책임자인 데이브 벤넷(Dave Bennett)은 "현재 서비스 차질로 인해 고객들이 새로운 벤더를 찾으면서 오랫동안 이어진 많은 비즈니스 관계가 종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주는 관계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벤더에게 책임을 묻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시스템 전반의 혼란이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가장 훌륭한 제공업체의 서비스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러한 일이 일어날 때 새로운 벤더가 이전의 파트너보다 더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또 다른 해결책은 공급 국가(source country)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지역 화주에게 멕시코가 그러한 것처럼, 충격에 덜 취약한 새로운 공급 국가를 찾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비용의 위험한 과정이기 때문에 단지 운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많이 기업이 기꺼이 택하는 방식은 아니다.  

기술 역시 그 자체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예측 분석을 통해 현재 날씨와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선박이 특정 항구에 언제 도착할지 예측하는 기능이 향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예측하는 것은 일상적인 시나리오일 때에 지나지 않는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사이버 공격이나 팬더믹 같은 외부 충격이 언제 올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공급망에서는 가시성이 유용할 수 있지만, 특정 컨테이너가 LA-롱비치 항구에 정박해 있는 선박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면 그 역시 가장 유용한 정보는 아닐 것이다.

차질을 예상하고 안전재고를 늘리는 것도 해결책이 아니다. 과도한 재고 보유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예상하는 차질의 수준이 향후 몇 년 동안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수요가 급증해 “정상적인” 시기에도 복잡한 재고계획이 수요 감지 등 새로운 데이터 과학을 활용해 진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컨테이너 운송 체계에 미친 차질의 유형을 예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의 무역 환경에 있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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