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정태길 위원장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

휴가중인 선원에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해야
부산북항에 마도로스거리·선원박물관 설립하자

지난해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처음으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선원일자리기금이 정부가 예산 지원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무산위기에 처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정태길 위원장은 지난 2월 4일 전문지기자단과 신년 간담회를 갖고 노사정이 합의한 선원일자리기금이 출범도 못해보고 무산위기에 처하게 된 것에 대해 부끄럽고도 아쉬운 일이라고 한탄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타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기금 출연을 거부한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고 모처럼 만에 노사정이 청년 해기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뜻을 모았는데 정부 예산확보 불발로 무산위기에 처했으니 너무 아쉬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정태길 위원장은 이외에도 선원에 대한 코로나 백신 우선접종, 선원법 개정, 선원 위상 제고를 위한 마도로스거리·선원박물관 설립,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와 해운협의회의 통합 갈등, 국제선박 선원고용제도 기준 개선 등에 대해 진솔한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기자단과 정태길 위원장이 나눈 일문일답.

-코로나19로 선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연맹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일류 역사상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선원들이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연맹도 지난 한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한국노총과 연대해 청와대 정책실, 국회, 국무총리실, 질병관리본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검역소 등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선원에 대한 코로나19 대책을 추진해왔다.

먼저 코로나 초기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선원들에게 보내 줄 마스크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해양수산부와 고용노동부에 요청해 마스크 수급을 요청해 1차로 정부로부터 20만장을 확보했고 연맹 자체적으로 10만장을 구입해 어렵게 선원들을 위한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어렵게 확보했지만 선원들에게 보내줄 수가 없었다. 마스크를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안전청을 비롯해 5개 부처를 찾아다니면서 설득해야 했다.

이후에도 정부를 비롯해 관련 단체, 선사들로부터 마스크 약 4만장, 방역복 2만5천장을 지원받아서 신속하게 선원들에게 공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11월까지 7만 선원 종사자 가운데 단 한명도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실습생 1명이 확진됐지만 다행히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마스크 수급 문제를 해결하자 하선한 우리 선원들을 14일 격리조치 의무화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어선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우리 선원들에 대해서도 14일 격리조치를 의무화시킨 것이다. 연맹은 우리 선원들을 선내에서 철저하게 방역조치를 수행하고 있고 승선 자체가 이미 격리조치인데 하선후 또다시 격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방역 당국을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상에서 일하는 우리 선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고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선원들의 해상근무 특수성을 이해시키고 관련 자료를 만들어 전달한 끝에 일부 선종을 제외하고 한국 선원에 대한 14일 격리조치 의무화 조치를 해제시킬 수 있었다.

-코로나 백신을 선원들에게 우선 접종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우리 선원들이 운송하고 있고 해운강국, 무역입국의 입지를 다지려면 선원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시켜야 한다고 정부 당국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휴가중인 선원들을 우선 접종해달라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4주에 걸쳐 2회 접종해야 하므로 승선중인 선원을 접종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면 선박 운항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 승선중인 외항선원이 약 1만1천명이데 이중 10% 정도인 1100명 정도가 매월 교대된다. 따라서 매월 2천명분의 백신을 할당해 주면 휴가중인 선원들을 접종시켜 부작용 유무 확인후 안전하게 승선시킬 수 있다.

-코로나 대책외에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은?

=연맹이 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최우선적으로 선원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육상에는 근로기준법이 있고 해상에는 선원법이 있다. 선원법은 특별법임에도 근로기준법과 비교해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 따라서 선원법 개정을 통해 선원의 날을 법제화하고 선원들의 유급휴가와 시간외 근로수당, 휴일수당 등을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에 마도로스 거리, 선원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을 때 파독 광부와 간호사, 월남 파병 군인들이 벌어들인 외화가 큰 도움이 됐고 정부도 그 역할을 인정해 보상하고 있다. 남해에 독일마을을 조성해주는 가하면 조그만 질병이 있어도 보상해주고 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월남 파병군인 못지않게 우리 선원들도 과거 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5만명 이상이 송출 선원으로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수출입물동량의 99.7%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부산 북항재개발지구에 마도로스 거리와 선원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이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정부와 부산시를 상대로도 정책으로 채택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세 번째 현재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만 가능한 선상부자재투표를 지자체선거와 재선·보궐선거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이 선상부자재투표를 4대 선거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 법이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위원장 선거 직후 제기된 법정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선거직후 상대 후보자가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형사사건은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고 민사는 상대 후보가 취하하면서 지난해 11월 법정소송은 완전히 일단락됐다. 최근 개최된 의장단 회의에서 상대 후보와 오해를 풀고 통합의 정신으로 단결해서 선원노동자를 위해 열심히 뛰자고 결의했다.

선원노련 75년 역사중 최근 30년내 재선에 성공한 위원장은 제가 처음이다 보니 많은 기대들을 가지셨을 텐데 송구스럽게도 소송 문제 때문에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법정 소송으로 10개월 정도 늦어지기는 했지만 진정한 통합을 이룸으로써 선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통합을 말씀하셨는데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와 해운협의회(舊상선협의회)는 여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양 협의회가 나뉘어져 있는 게 연맹 통합의 마지막 오점이다. 통합 방식을 두고 양 협의회 의견이 갈리면서 통합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해운노조협의회는 해운협의회 소속 노조들이 개별적으로 가입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해운협의회는 소속 노조 전부를 조건없이 가입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는 통합의 정신에 입각해 양 협의회가 무조건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연맹 차원에서 의장단 회의, 대표자 회의, 중앙위원회를 통해 양측에 조건없이 통합할 것을 두차례 권고한 바 있다.

사실 해운노조협의회는 연맹 규약에 따라 설립됐지만 해양수산부에 사단법인으로 인가받으면서 연맹위원장인 제 손을 벗어난 상태다. 노동조정법의 제제를 받지 않는 자율단체이기 때문에 연맹의 간섭이나 감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는 양 협의회 의장에게 연맹 중앙위원회가 개최되는 3월말까지 완전한 통합 해줄 것을 다시 한번 강하게 주문했다.

양 협의회가 아직 감정적인 앙금이 남아 있어 통합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포용과 통합의 정신으로 조건없이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 나야한다. 그렇게 하나의 목소리로 해운정책을 내야지만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선원들을 위한 정책들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다.

-한국해운협회가 국제선박 선원고용제도 기준을 개선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연맹의 입장은 어떠한가?

=해운협회가 국제선박중 필수선박과 지정선박에 대한 외국인 선원 승선 제한을 한국인 의무승선 기준으로 개선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부원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부원이 부족하다면 이런 제안을 하기에 앞서 부원 양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연맹은 국제선박 선원 승선 기준 개선에 앞서 선원들이 장기승선으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으니 3개월 승선, 3개월 휴가로 승선기간을 개선시켜 달라고 선결 사항을 해운협회측에 전달한 상태다.

-해운협의회가 지정선박을 확대해 한국인 선원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인데, 고용 확대라는 측면에서 연맹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 않나?

=현재 필수선박이 88척, 지정선박이 212척인데 지정선박을 추가로 50척 늘리겠다는 제안을 받기는 했다. 그런데 이런 제안에 앞서 현재 필수선박, 지정선박 척수를 먼저 맞춰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한때 필수선박 척수는 55척, 지정선박 척수는 150척까지 줄어들었는데 연맹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니 이제야 어느 정도 숫자를 맞춰 놓은 상태다.

그동안 사측이 우리에게 신뢰를 보여줬다면 이 문제도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수선박과 지정선박은 법적 강제 규정이 아니라 노사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필수선박과 지정선박에 대한 노사합의를 어겼던 것은 늘 사측이었다. 신뢰가 무너져있는 상태에서 해운협회가 제안한 국제선박 선원고용제도 기준 개선안은 굉장히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선원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지난해 2월 경사노위 해운산업위원회 주도로 저와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이 선원일자리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노사가 각각 5억원, 정부가 20억원 등 총 3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외국인 선원 대신 한국인 선원을 고용하는 선사들에게 임금차액을 보전해주자고 합의한 것이다.

약속대로 노사는 선원일자리기금을 위한 예산을 책정했지만 부끄럽게도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선원일자리기금 시행 여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금 조성을 위해 해수부와 경사노위가 기재부에 2021년 예산 반영을 요청했지만 타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원일자리기금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의 일환으로 노사정이 자발적인 합의로 이뤄낸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운수물류노조총연합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셨는데 포부를 말씀해달라.

=한국운수물류노조총연합회(KTF)는 한국노총 산하단체로 선원노련을 비롯해 자동차노련, 항운노련, 택시노련, 우정노조, 철도산업노조, 건설산업노조, 관광서비스노련, 대한항공노조, 한국도로공사노조,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등 11개 노조, 약 47만명의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KTF 위원장은 정부를 상대하는 데 있어 월등한 지위를 갖다 보니 사실 굉장히 치열한 자리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가 3개로 흩어졌던 선원노련을 어렵게 하나로 통합하고 30년만에 처음으로 재선에도 성공하자 제게 힘을 실어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단독으로 추대됐다.

부족한 저에게 KTF 위원장직을 맡긴 것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선원노련 위상을 높이고 국제운수노련(ITF)과의 연대를 강화해 코로나19 극복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물류강국을 만드는데도 역할을 해달라는 47만 조합원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내외 여러 단체들과 연대하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잘 헤아려서 제가 주어진 미션을 임기동안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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