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국제상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이기병 박사
이기병 박사

AI(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이 있다.

첫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1년 제작한 SF영화 ‘A.I.'다. 로봇 회사에서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만든 가정형 아이 로봇이 사랑이란 인간의 감정을 찾아간다는 영화다. “인간은 그들과 가장 닮은 것을 창조해 냈고 스필버그 생애 최고의 걸작”이란 포스터를 보고 기대한 영화였는데 감상 후 살짝 배신당한 기분이 남았던 거로 기억된다.

둘째, ‘구글 네스트 허브(Google Nest Hub)’다. 음성인식 서비스 기반 AI 스피커로 키보드, 리모컨, 모니터를 떠나 기계를 원초적 의사전달 수단인 말로 입력한다. 어떨 때는 우리 애들보다 내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사악하지 말라(Don‘t be evil).” 구글의 경영 모토다. 그들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고 세계 검색시장의 90%를 지배하는 독점을 하고 있어도 왠지 얄밉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AI시대를 이끄는 성공적인 글로벌 IT기업 이미지가 넘쳐 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소위 잘나가는 글로벌 플랫폼들은 고함을 지르고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고객의 니즈와 방문하기 편한 입지 조건 등의 편리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모두가 구글이 되고 애플이 될 수 없지만 자기 비즈니스 영역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힘들게 쌓아온 내 일부, 고객정보도 내놓아야 한다. 그럴 마음 없으면 갈라파고스의 군도처럼 고립된다.

셋째, 5G 지능형 항만(Intelligent Port) 구축이다. 우리는 “정보의 고속도로”라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만큼 세계 최고의 IoT를 활용, 항만내 선박, 화물, 작업자 등 물류 요인간 상태정보, 위치를 수집·분석하여 스마트 항만을 만들어야 한다.

자동·자율적으로 물류 흐름을 최적화하여 스마트 항만구축 단계부터 에너지, 통신 매체, 운송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함부르크, 로테르담, 안트워프항 등 주요 선진 항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도 병행해서 벤치마킹해야 한다.

스마트 항만을 구축하기 위한 고려 사항으로 우선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동 방식의 야드 크레인을 운영하여 인건비와 관련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 무인 자동화 터미널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적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 항만 운영 시간 증가 등의 편익이 높아야 사업 추진의 타당성 검증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중국 컨테이너 항만들이 득실거려 외부 환경은 녹록지가 않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미·중 간 경제 패권 경쟁과 유가 불안, 브렉시트(Brexit), 중국의 외국적선 선박의 연근해 수송금지(Cabotage) 해제는 우리 항만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 집 아이들도 그렇지만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우리에게 항만은 산업, 경제적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공항보다 국민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로 인식된다. “공항 패션”이 패션의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있고 우리 시대의 아이콘,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 기념 공연 무대를 인천공항에서 펼쳤다.

항만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요소가 가미된 항만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만 해도 싱가포르나 홍콩항은 왠지 익숙하지만, 우리의 항만은 매캐한 먼지와 소음, 도떼기시장 같은 칙칙함이 묻어나 있어 이를 벗어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갈수록 심화하는 세계 항만간 경쟁과 불투명한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스마트 항만 조성과 특정 부류만이 아닌 국민에게 사랑받는 항만 브랜드 가치 제고가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야 스마트 항만 추진의 부작용을 털어낼 수 있다.

넷째,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다. 최근 5G 기반 실감 콘텐츠를 통한 AI기술 기반으로 백범 김구 선생과 직접 소통하는 홀로그램이 제작 중이다. 얼마전 필자가 몸담은 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이 상호 보유한 플랫폼과 문화 자원을 활용하여 이 사업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 땅에 자주독립과 통일이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애쓰셨던 김구 선생을 AI로 연계하여 별에서 오신 그분을 우리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강력한 실재감으로 모시고자 한다.

추측건대 자유롭게 소통하는 세상을 꿈꾸고 이 땅의 혁신을 기대하며 일본 강점기의 패러다임을 종말 하고 싶었던 그분도 AI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공감하지 않으실까? 그 방향성의 첫째는 자유·권리·존엄성을 보장하는 사람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세계적 미래학자는 “21세기 문맹자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걸 잊고 다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필자도 최근 AI 관련 교육 수료증을 받았고 또 어쩌다 보니 블로그도 개설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기회의 문이 닫히고 전혀 새로운 환경의 변화가 급습하고 있음을 느끼고 공부해서 남 주고 나만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어서다.

생명체는 번식을 통해 종을 유지하는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 생명의 불꽃을 피울 것인가? 그 해답은 미리미리 그 시대 상황에 맞는 변신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돈도 벌고 계속기업(on-going-entity)이란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지금의 4차 산업 시대에서 AI로의 혁신은 숙명일 듯싶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로 인한 경쟁력과 차별화를 이룰 기회의 구간은 깊고도 넓어지고 혁신과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리라.

5G 기반을 활용하여 별에서 오신 그분이 외롭지 않게 많은 분이 찾아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갖길 바란다. 그분이 추구했던 우리 민족의 영속성과 절대성, 자유와 문화의 나라를 조금은 느껴볼 수 있으리라.

김구 선생과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이 땅의 많지 않은 살아계신 강제동원 피해자분께 새삼 감사함을 갖는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분 말씀이다.

lgb14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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