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선장)

이 글은 2020년 12월 17일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자료다. 최근 컨테이너선과 박스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운인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약간 수정해 한국해운신문에 기고한다.<필자주>


김인현 정책자문위원장
김인현 교수

상인과 해상기업

상법은 상인과 상인, 상인과 비상인 사이의 거래에 적용된다(1조, 3조). 상법 제46조의 기본적 상행위를 영리로 자기의 이름으로 하는 자가 당연상인이 된다(4조). 임대차, 운송, 보험, 모두 제46조에 열거되어있다. 소멸시효가 민법은 10년 상법은 5년/1년이다. 이들 거래는 상의 색채가 있기 때문에 민법을 적용하지 않고 상법을 적용한다. 반복성, 대량거래, 영업소의 존재, 보통거래약관의 이용으로 인한 정형화 등이 상의 색채다. 상법을 통하여 상인은 보호되고 거래의 상대방도 보호된다.

상법은 해상편(해상법)을 두고 있다. 선박을 이용한 영리활동을 하는 자는 해상의 상인(해상기업)이다. 영리활동은 용선계약과 운송계약이 있다. 상법 제46조의 임대차와 운송에 이미 포함된다. 그러나 대규모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히 상법은 해상편을 두었다.

상법총칙에서의 인적설비와 물적설비

기업은 혼자서는 영리활동을 하지 못한다. 설비가 필요하다. 상업사용인-지배인이라는 인적설비가 필요하다. 상호, 영업소와 같은 물적설비도 필요하다.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지배인에게는 대리권을 부여하고 지배인의 거래행위는 상인(영업주)에게 법률효과로 귀속된다(11조). 상호에게 배타적 효력, 재산상의 효과를 부여하여 보호한다(22조).

해상법상의 인적설비와 물적설비

상법총칙에서의 인적설비와 물적설비는 당연히 해상기업에게도 적용된다. HMM이 달라스에 지점을 두어 지배인이 있다. 지배인이 체결한 운송계약은 HMM에게 효력이 귀속된다. 또한 선장이라는 특별한 인적설비를 가진다(745조). 선장은 지점의 지배인과 동일한 효력이 부여되어있다(749조). 선장과 거래하면 선주에게 효력이 귀속된다. 선장은 임의대리인이지만 그 대리권의 범위는 광범위하게 법정된다. 대리권의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없게 한다. 수권의 범위가 아니라면 무권대리가 되어 효력이 없으므로 피해를 보게 되는데, 해상법은 이를 피하게 하여 상대방을 보호한다.

선박이라는 특별한 물적설비를 가진다. 20톤 이상의 선박만 등기가 가능하게 하고(740조), 선박은 동산이지만 질권의 대상으로 하지 못하게 한다(787조). 선체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가 “선박과 선원”을 용선자에게 인도해야 한다(847조). 정기용선계약에서도 선박소유자가 “선박”을 용선자에게 인도해야 한다(842조).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은 “피담보채권을 발생시킨 선박 그 자체”다(제777조).

컨테이너 박스

컨테이너 박스는 개품 운송인(정기선사)이 제공해야 한다. 상법에 근거 규정은 없다. 상법상 물적설비가 아니다. 상관습법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운송인이 제공한다. 계약운송인(포워더, 2자 물류회사)이 제공하는가? 화주→계약운송인→실제운송인으로 계약이 이어지지만, 실제운송인(정기선사)이 제공한다. 상법 제795조의 의무는 운송물에 대한 것이다.

정기선사는 통상 자기 선복의 1.5배 되는 박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특정 선사의 선복량이 70만teu라고 하면 약 100만teu의 박스가 필요하다. 개당 300만원으로 계산하면 100만teu면 3조원에 해당한다(소유하는 경우). 1/2은 임대한다고 해도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

반드시 실제운송인이 구비하여 제공하여야 하는가? 그렇다면 실제운송인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다. 계약운송인이 운송인으로서 제공하거나, 송하인 자신이 제공하는 방법은 없는가?

담보로서 활용도 잘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선박은 건조시부터 선순위담보에 활용된다. 선박은 동산이지만 부동산으로 보아 등기로 저당권설정이 가능하다. 채권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잘 안된다. 가압류의 대상도 쉽지 않다.

컨테이너 박스 개선방안 1

컨테이너 박스를 상법상 물적설비로 격상시킬 것을 제안한다. 선박과 동등한 지위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각종 보호제도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법적 제도적 장비로서 보호받게 된다. 현재는 관습과 계약에 의존하여 불안정하다.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정의규정을 둔다(743조의2). 개품운송에서 운송물을 담는 용기라는 내용이다. 컨테이너 박스를 등록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자. 선박은 등기(법원)와 등록(해수부)의 이원화되어있다. 자동차는 등록으로 일원화되어 소유권 관리와 행정감독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자동차는 전국적으로 약 2000만대 정도 예상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박스는 200만teu 정도로 추정된다(전세계 4천만teu). 따라서 등록업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도록 한다. 이를 통하여 동산저당이 가능하도록 한다. 컨테이너 박스는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상법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한다.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개선방안 2

제공 의무를 누구에게 할 것인지 문제된다. 현재 상법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개정안으로 컨테이너 박스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실제운송인이 제공한다고 정한다(792조의2). 이렇게 함으로써 화주, 혹은 계약운송인이 제공할 여지를 두게 된다.

반납의무와 지체료를 상법상 부과한다(807조의2). 현재 상법에는 공컨테이너의 반납의무 규정이 없다. 관습과 계약에 의존한다. 운송계약에서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송하인이 반납의무를 진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송하인이 반납하는 것은 불가하다. 개정안으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수하인에게 반납할 의무를 부과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반납 근거와 지체료 청구 근거가 마련되게 한다.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개선방안 3

최근의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대란의 해결책은 무언가? 미국에서 컨테이너 박스 환수가 되지않는 것도 큰 원인이 된다. 더 착실하게 환수해야 한다. 예비 박스를 보유해야 할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모두 비용으로 돌아간다. 컨테이너 박스는 고속도로나 기차와 같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된다. 정부, 관련자(정기선사, 계약운송인, 2자 물류회사, 화주)가 모두 기여할 대상이다.

선하증권을 발행하면서 운송인이 되는 계약운송인(2자 물류회사)은 물적설비나 인적설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운송인과 많이 다르다. 상법상 포장당 책임제한, 특히 선박소유자책임 제한은 해상기업의 위험을 완화해주기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다. 우리 상법상 운송주선인에게는 포장당 책임제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계약운송인에게는 포장당 책임제한은 인정해주고 있다.

계약운송인이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하여 부정설이 다수설이다. 컨테이너박스와 같은 물적설비를 제공하면 이익의 향유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 대형 컨테이너 선박에서 대형사고들이 발생하는 바 계약운송인의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의 원용가능성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서 시사성이 있다.

화주측이 컨테이너 박스 소유자가 되면서 운송인에게 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보자. 이렇게 하면 전체로 보아서 컨테이너 여유분을 가질 여지가 생긴다. 2자 물류회사가 소유자가 되는 방안도 있다. 현재도 화주 소유컨테이너(Shipper's Own Container)개념이 있다. 이런 제도는 정기선사의 금융비용부담을 줄여준다. 2자물류회사는 운송인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게 된다. 정기선사와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유하는 방안도 있다. 컨테이너박스의 소유에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지분을 가지는 것이다.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개선방안 4

컨테이너 박스 보유방법은 직접 소유, 소유권유보부, 리스의 형태이다. 직접 소유의 경우 현금이 지급되고 대출금이 필요하다. 소유권유보부는 BBCHP형태다. 해외에 SPC설치하고 SPC가 소유자가 된다. 금융사는 SPC에 대출하고 양도담보권자가 된다. 정기선사는 가액을 나누어 지급후 소유권을 추후에 취득하게 된다. 박스자체가 담보로서의 가치가 약하다. 리스형태는 금융사가 리스회사가 되어 소유한다. 정기선사는 용선료를 지급한다. 소유와 소유권유보부의 경우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해주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나 추적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컨테이너박스에 부착하는 방안이 있다. 집행이 가능하게 하는 국제적인 망이 필요하다.

운송주권과 선박의 물적설비

2020년 후반부터 시작된 컨테이너 선박대란, 컨테이너 박스대란에서 운송주권의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북미서향의 컨테이너 화물의 20%만 우리 정기선사가 운송한다. 전체 선복의 6%정도만 우리 선사가 보유한다. 80%라는 외국 정기선사의 비중이 너무 크다. 컨테이너 박스도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 비상시 컨테이너 박스의 공급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조가 되지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주 혹은 2자 물류회사가 컨테이너박스를 보유할 필요성도 있다. 예비선박이나 예비 컨테이너 박스를 가지는 것은 수요가 줄 경우에 어려움 가중되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 있지만, 공익적인 목적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부분이다. 정기선운항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짐에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2020년부터 시행된 “해운항만기능유지법”과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목적 선박의 보유 혹은 예비 선박보유(관련자들이 모두 투자하여 비용분담), 컨테이너 박스의 화주2자 물류회사 소유 및 제공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다.

마치면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정기선 운항에서 컨테이너 박스도 선박만큼이나 중요한데 법적인 보호장치가 부족함을 느껴왔고 개선의 방향을 찾아왔지만 쉽지 않았다. 상법에서 컨테이너 박스도 물적 설비로 격상하고 제공주체와 반납에 대한 법률관계를 분명하게하면 개품운송(정기선 운항)의 효율적인 운용에 기여할 것이다.

컨테이너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거점항에만 기항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목적지까지 컨테이너 박스의 이동이 더 필요하게 되었고, 피드선이 필요하므로 더 많은 컨테이너 박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충분한 혹은 여유분의 컨테이너 박스의 확충에는 제작자금이 필요한데 정기선사에게만 맡기기에는 합리적이지 않다. 또한 대형화된 컨테이너 선박을 항만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항만이 대형선을 처리할 준비가 되지않은 상태라서 컨테이너 선박이 대기를 많이 하게 된다면 이미 정기선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에는 하역과 내륙수송을 담당하는 인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하역작업이 늦어진다. 이들 이유로 인하여 컨테이너 박스의 회수가 늦어져서 수출지에서는 여유분의 컨테이너 박스가 없다면 수출입에 지장을 주게 된다. 최근에 발생하는 컨테이너 부족사태는 이런 영향도 있는지 살펴보고 개선해야한다. 컨테이너 운송은 수출입화물의 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적인 개념이다. 어쩌면 이들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므로 해결을 위해서는 각국 정부들이 외교회의를 개최하고, 각국의 선화주들이 힘을 모아야 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 정기선사, 정부, 2자물류회사 등 관련자들은 컨테이너 박스를 신속하게 제작하여 부족한 컨테이너 박스의 공급에 나서야할 것으로 본다. 해상법학자들은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에 나서야할 것은 물론이다. (20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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