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1954년에 출간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드러커는 경영자들에게 사업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의 니즈는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가 할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 이러한 일련의 질문은 경영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라는 조언이다. 사업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사업의 정의를 고객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의 내용은 고객이 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충족시키고자하는 욕구가 무엇인지에 따라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레빗 교수는 1950년대 미국의 철도나 영화사업이 쇠락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이들 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영자가 자신들의 사업을 지나치게 좁게 정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철도회사는 자신을 철도가 아니라 운송사업으로 정의해야 하며 영화회사는 영화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정의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철도사업은 경쟁자인 자동차·트럭·항공기에, 영화사업은 TV에 고객을 빼앗겼다.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드러커나 레빗 교수의 통찰력은 경영자들에게 큰 교훈을 남기고 있다.

경영자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과제중의 하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의외로 성장전략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영자는 드물다. 기업의 성장전략에 관한 주요 이론 중에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모델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지금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경영자들은 사업의 미래와 성장잠재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산업매력도가 높은 신사업을 육성하는데도 유익하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업으로 진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다. 기존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안이 신사업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에겐 기존사업이 가진 자원이나 역량을 신규 사업에 활용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핵심사업의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사업으로 변신하는 리뉴얼 전략이 필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역량으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변신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전략 대안이다. 그래서 기존의 역량을 활용해서 새로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역량을 구축해서 이를 활용하여 기존 시장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사업 다각화가 눈길을 끈다. 유독 철도·항공 등에 대한 투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해상운송에만 집중해온 사업구조를 다변화해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포트폴리오 전략의 일환이다. 기존의 과도하게 편중된 해상운송 위주의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고, 철도·항공 등의 신규 사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변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목표다.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해 해상과 철도를 결합한 글로벌 물류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주요 항만과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을 해상으로 연결한 후에 철도운송을 통해 핀란드·폴란드·독일·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 항만을 커버한다. 또한 머스크는 지난해 말 러시아 복합물류기업인 델로 등과 제휴하여 터키 메르신과 러시아 모스크바 간의 냉동냉장 컨테이너 운송서비스도 시작했다.

프랑스의 CMA CGM은 항공화물 법인, ‘CMA CGM 에어카고’를 설립했다. 신속한 물류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항공화물 사업 진출과 더불어 인도의 물류기업인 게이트웨이레일과 제휴하여 철도 운송에도 뛰어들었다. 독일의 하파크로이트는 올 1월부터 우크라이나 복합물류기업 트랜스인베스트서비스와 제휴하여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을 기점으로 컨테이너 전용열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위스의 MSC도 올해 중국 저장성 진화시와 닝보항을 연결하는 블록트레인 운행을 시작했다.

최근 GS에너지와 HMM의 초대형유조선 3척에 대한 선화주의 협력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화주인 GS에너지가 선박을 직접 보유하고 자기 화물을 운송하면서 선박의 운항은 선사인 HMM에게 맡기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선사가 선박을 발주하고 소유하면서 화주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기존의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 재무적 능력이 취약한 HMM으로서는 컨테이너 선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포토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제 HMM을 비롯한 우리 해운기업들은 사업구조의 외연을 넓혀 핵심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상운송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주요 물류허브를 중심으로 철도·항공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벌크·유조선 등의 선대 확충을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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