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우리나라 물류업도 요즈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 같다. 특히 그간 포워딩업을 해 오던 국내 회사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업무를 향상시켜 글로벌 비즈니스로 나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그 반대의 측면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Shipping Act of 1984와 같은 규제 입법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물류회사의 거래 상대방(화주)이 특히 사고가 발생한 경우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사건의 물류회사는 당초 국내에서 포워딩 사업을 하다가 사세가 확장돼 중국(B와 C)과 홍콩(D, 이 회사는 운임을 지급받는 회사로 설계돼 있었음)에 회사를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만든 글로벌 물류회사(A)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국내 회사를 고객으로 하고 있는데, 해당 화물은 대만에서 생산된 것으로서 국내 회사(X)가 유럽지역으로 수출하는 것이었는데, 해당 화물이 대만에서 중국의 항구로 해상운송된 후, 그 항구에서 중국 내륙의 청도까지 트럭 운송되는 도중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로 화물에 손상이 발생됐다.

그런데 FIATA 서식의 증권이 발행됐는데, 커버하는 운송구간은 중국의 항구에서 청도까지의 구간이었으며, 발행명의는 A의 글로벌 그룹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에, A가 발행했는지, B나 C가 발행했는지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화주 X는 선하증권의 송하인란에 X의 해외 자회사가 기재돼 있기는 했지만 관련 송장 등 서류는 모두 X로 돼 있었기에 우리나라 법원에 A를 상대로 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는 이 사건 내륙운송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고, B가 발행했는지 또는 C가 발행했는지 자신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B회사가 본사이며 A사는 지점격에 해당된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 법인은 B라고 주장했다. 화주 X는 중국법원에서 B나 C를 상대로 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는 것을 고려했으나 중국에서의 소송절차는 상당히 번잡하게 돼 있다는 점(예를 들면 증거서류를 모두 원본을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등의 점) 그리고 중국에서 B나 C를 상대로 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을 경우, B나 C가 그 소송에서 자신들은 운송인이 아니며 A가 운송인이라고 주장할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심리가 오랫동안 진행된 결과 세 회사의 영문상호(즉 글로벌 그룹 명칭)가 동일하며, 대표자가 모두 동일한 사람으로서 A의 대표이사이며, 로고나 이 메일도 서로 동일했고, 임직원도 혼융돼 있었다는 점이 발견됐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인정한 뒤 A가 이 사건 운송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운송인이라고 판단하고 X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3.26. 선고 2020가단5078168 사건).

법원이 자칫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될 뻔했던 화주 X의 청구를 인용해 준 것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본다. A와 같은 글로벌 물류회사들은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운송사고가 발생되면 고객의 입장에서 손해전보를 위해 협조해 주려 하기보다 책임을 모면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한다는 점이다.

이 사건이 경우 다행히 법원이 사안을 잘 투시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았지만, 원천적으로 물류환경이 무질서해질 경우 그 피해는 화주들이 입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도 물류기업의 육성과 동시에 화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Shipping Act of 1984과 같은 법률을 신속히 제정해 물류기업이나 포워딩 회사를 적절하게 규율할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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