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최근 해운관련 매체에서는 단연 수에즈(Suez) 운하 사태가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CNN이나 BBC 등에서도 뉴스 시간마다 상황을 소개할 정도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글로벌 물류의 요충지(chokepoint)인 양대 운하중 한쪽이 사고로 이미 일주일 이상 봉쇄돼 있는 만큼 그 피해는 일차적으로는 선사, 하주와 운하 당국에 미치겠지만 그 다음은 보험업계를 거쳐 사실상 사고로 인한 유형 무형의 피해는 전 세계 77억 인구 모두가 분담해야 될 손해다.

사고의 개황과 원인 그리고 그로인한 손해의 규모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밝혀질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사고가 전하는 메시지와 그에 대한 대책 수립이다.

다음은 사고 이후 약 1주일에 걸쳐 각종 미디어들이 전하는 현장의 소식과 진전 상황 그리고 해운계, 보험업계 그리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정리한 것이다.

1. 사고의 개황과 전망

(1) 수에즈 운하의 소개

홍해(아시아)와 지중해(유럽)를 연결하는 길이 120 마일의 대운하로 매년 글로벌 무역량의 12%에 달하는 십억톤 이상의 화물이 이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이 운하는 1859년에 착공해 10년 공사 끝에 1869년에 개통했다. 사고 등으로 일시적인 중단사태는 종종 있었으나 장기간 통과가 중단된 것은 1956년 당시 이집트 나세르(Gamal Abdel Nasser) 대통령과 영국간의 갈등으로 1956년 10월~1957년 3월까지 이어진 운하 폐쇄조치가 처음이다. 이어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주변국간에 발생한 이른바 6일 전쟁(Six-Day War) 당시 기뢰와 침선(scuttled ship)으로 운하가 1975년까지 8년간 통항이 중단된 바 있었다. 그후 2015년 총 공사비 82억 달러를 투입해 전체 193km에 달하는 운하중 72km 구간에 대해 대대적인 확장과 증심공사(deepening)를 통해 일부 구간에서 양방향 동시 통행이 가능토록해 전체 운하 통과 시간을 기존의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대폭 단축한 바 있다.

(2) 사고 개황과 선박

2021년 3월 23일 아시아발 유럽향 W/B convoy 상태로 통과중이던 대만의 Evergreen(Ocean Alliance) 소속 2만teu급 파나마 국적 Ever Given(22만4천dwt, IMO 9811000)호가 좌초, 선장 400m의 선박의 선수가 운하 한쪽 모래에 얹히면서(wedged) 폭 280m의 수로를 봉쇄했다. 선박의 명세는 다음과 같다.

△선 주 : Imabari group 산하 Shoei Kisen K.K.
△건 조 : 2018년 Imabari 조선소
△용선자 : Evergreen
△Manager : BSM(Bernhard Schulte Shipmanagement)
△선박 보험 : 일본 손해보험사
△P&I 보험 : UK P&I 클럽

(3) 사고의 원인

돌풍, 엔진 고장(Black out), 전통적인 항해과실 등 여러 가지 주장이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당시 기상예보에 의하면 이런 정도 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풍력이 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운하당국(Seuz Canal Authority)에서는 인적과실(Human error)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Ever Giveng호는 2019년 2월 함브르그 서편에 위치한 Blankenese의 Elbe에서 엔진 고장(blackout)으로 조종능력(manoeuvrability)을 상실해 코스를 이탈하면서 Tug의 조력에도 불구하고 접안하고 있는 선박과 충돌한 전력이 있다(LList Mar. 25). 이번 운하사태의 후속처리 과정에서 선주와 조선소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거 이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Bank effect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선박이 수로를 통과하던 중 어느 한쪽에 가까워 지게되면 선박 주변의 유속의 차이로 인해 선미 수로 한쪽 둑(Bank)으로 빨려 들어가고 선수는 반대쪽으로 밀어내는 현상으로 'Sucking and squatting'이라 표현한다.

당시 본선의 AIS track을 보면 선수가 동편의 둑 근처에 박히기 직전 본선이 서편의 둑으로 급히 쏠려가는 현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운하 통과중에는 도선사나 당직자 공히 최대의 긴장 속에서 항해를 하기 마련인데 의도적으로 운하의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근접항해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외부의 시각은 B. Effect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듯하다. 이럴 경우 왜 본선이 운하 한쪽으로 근접항해를 했는지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도선사와 당직자 그리고 본선의 항해기록(VDR)을 분석해보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지만 소정의 조사를 필하는데 오랜 시간을 요할 것이며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Fact와는 별개로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구조 작업

결론부터 말하자면 3월 23일 시작된 운하 봉쇄는 6일만에 일단 종료됐다. 사고 직후LOF(Lloyds Open Form) 구조계약하에 Smit, Nippon Salvage가 현장에 투입돼 있고 사고 3일후 중동주둔 미국 해군도 구조작업에 참가했지만 몇 차례 시도가 실패하면서 수습이 예상보다는 장기화될 것이라는 Salvor측의 전망이 있었다. 10척의 대형 Tug와 준설선을 동원해 선수 좌현과 선미 우현 주변의 모래와 뻘(mud) 수 천톤을 파내는 준설공사와 함께 본선의 Ballast 9천톤을 빼내는 등 본선의 하중 경량화 작업을 병행했다.

최근의 만조(high tide) 시간은 현지시간 토요일(27일) 22시 30분에 맞춰 Smit는 척당 견인력(bollard pull) 220~240톤의 대형 Tug를 동원, 4차 시도끝에 주말(27일)경 선체가 약간 움직였다는 소식에 이어 현지 시간 월요일 오전 4시 30분경 본선이 부상(refloat)했고 현재 Tug에 의해 고박(secured)된 상태에서 이동전 검사가 진행중이라고 주요언론들이 발표했다.

부양전 선미부가 육지와 불과 4m였으나 이제는 102m 정도 떨어졌으며 본선의 방위도 80도 정도 되돌아 왔다는 발표에 비춰볼 때 바닥에 박혀있던(wedged) 선수부위도 약간 이동한 후 완전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BSM은 현지시간 월요일 오후 3시경 본선이 완전히 부양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월요일 저녁 늦은 시간으로 예상되는 만조 시간에 맞춰 우선 선체와 운하의 손상부위에 대한 조사가 행해진 후 운하 서편의 West Bank로 예인해 그곳에서 전반적인 안전검사와 함께 파나마, 운하당국 그리고 보험자측에 의한 기초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선수와 선미부분의 굴착만으로 선박의 재부양이 가능했지만 만일 4차 시도가 실패하고 컨테이너를 양하(lightering)해야 했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을 것이며 이 경우 구조작업은 수일이 아니라 수주 그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Smit 측에서 만일 컨테이너를 양하해야 한다면 이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것은 협력해야 할 당사자(대여받아야 할 장비와 선박 등의 소유자)들에게 상업적 고려에 우선해 국제 물류 요충지의 기능 복원에 최우선을 두어 달라는 우회적인 당부로 보여진다. 시설과 장비 확보를 위한 협상의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2. 파급효과와 후유증(Ripple effect)

(1) 시장에 대한 충격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월간 1500여척(50여척/일)으로 선종별로 보면 척수 기준으로 컨테이너, Tanker, Bulker 순이나 화물의 성격상 컨테이너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 통행량은 전체 통행량의 1/3정도로 통항 선박에 적제된 화물을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매일 96억달러(서항 51억달러, 동향 45억달러)에 상당한다. 즉 매일 약 10조원 상당의 상품이 운하에 갇혀 있는 결과가 된다. 물리적 손상 등을 제외하고 매일 발생하는 금리 등 간접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당일 160여척에서 월요일(29일) 현재 429척이 사고 현장 북쪽과 남쪽에서 대기중이며 대기선박 가운데는 가축운반선 8척도 포함돼 있다. 구조작업의 전망이 불투명하자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동물보호협회가 나서 사료보급을 포함 별도의 보호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운하를 경유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되고 있는 컨테이너 선박은 4천teu급에서 2만4천teu급까지 다양하나 1만7천teu급(18만dwt) 이상만 150척에 이르며 현재 대기중인 컨테이너 선박은 80척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Lloyds List Intelligence).

△ Tanker : 중동발 아시아간 수송은 영향권 밖이지만 유럽항로는 이미 우회항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석유 수요는 대부분 러시아, 서아프리카, 터키 등에서 수입할 뿐 아니라 아라비아 걸프로부터 수입하는 석유도 Sumed pipeline을 통해 운송하기 때문에 수에즈 사태가 유럽의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Mar. 25, 2021)

△ Dry Bulker : Dry Bulk 부문은  수에즈 운하에 대한 의존도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주말 현재 대기중인 40여척의 Bulker 가운데 척수 기준 Supramax(20척), Handymax(17척)가 가장 많다. 민감한 부분은 운하통과와 우회항로간 항해거리의 차이가 큰 운하 주변국가의 수출입 물량으로 흑해산 곡물과 석탄, 미 동안 발 곡물 등이 주로 운하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호주발 터키향 석탄의 경우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으면 항해거리가 대폭 증가하기 때문에 운하 통과는 호주산 석탄 수입에 중요변수가 될수 있다.

Bulker의 경우도 이미 우회항로로 이로가 시작됐다. 항해기간의 연장, 연료소모량 증가도 있지만 운하 통과료 절감을 감안할 때 비용측면에서의 타격은 크지 않아 보이나 전체적으로 이미 선복사정이 타이트한 만큼 요율에 미치는 영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 글로벌 물류

모든 선사들이 구조작업의 과정을 주시하며 희망봉 우회 가능성을 검토 중인 가운데 우회를 결정한 제1호선은 사고 선박과 유사한 선형의 자매선인 Ever Greet(IMO983279)호다. 사고 선박의 재부양(refloat)작업이 실패한 직후에 EMC Taipei 본사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해운계가 사태를 판단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초래했다.

사태의 수습기간이 우회항로 기간보다 더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희망봉을 우회할 경우 항해거리는 수에즈 운하 통과 대비 5600마일이 늘어나 항해일수는 10일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속을 17knts로 가정할 경우 싱가포르-로테르담 구간의 항해일수는 10일, 지중해 서안까지는 약 2주정도, 아시아-스웨즈-미동안까지는 우회항로를 택해도 2.5~4.5일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회항로를 택할 경우 운하 봉쇄가 컨테이너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약 6%의 선복량 감축효과를 초래할 것이며 팬데믹의 영향으로 이미 타이트한 수급 사정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항속을 20knts로 해도 감축효과는 6%에서 5.2%로, 22knts 최대 속도로 항해해도 감축효과는 여전히 4.8%수준이다. 즉 증속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SeaIntelligence).

유럽발 아시아향 Back-haul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시간에 민감하지 않는 저가 화물들이 주종이기 때문에 우회항로를 택하는 선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 발생 3일만에 아시아로 향하던 2만3820teu급 HMM Rotterdam호와 HMM Dublin호가 지중해 입구에서 유턴해 희망봉을 향해 남하를 시작하는 등 여러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피해 우회 항로를 택해 진로를 바꾸고 있다.

일주일간 선박이 봉쇄될 경우 운하가 재개되더라도 대기선박이 운하를 빠져 나가려면 역시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루 50척 통과를 기준으로 할 때 이미 대기중인 400여척의 선박들이 운하를 통과하기 까지는 10일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주말 기준 400여척의 대기선박이 일부 우회항로로 전환하면서 월요일 현재 공식 대기선박은 372척이며 그중 컨테이너선은 80척으로 보도됐다(Mar. 29, 2021). 일각에서는 본선의 구조작업이 성공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한 달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급 상황이 더욱 악화 될 것이며 컨테이너 박스 부족사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정체됐던 400여척의 선박과 우회항로를 택한 선박들의 도착 시점이 겹칠 경우 항만의 혼잡은 팬데믹 못지않게 어려워질 것이며 수습기간의 장단에 따라 글로벌 물류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역시 시간표를 중시하는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해야 할 항만과 터미널 등 물류 분야다.

(3) 운임 시장의 동향

컨테이너 부문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이미 혼란이 진행중이며 장비 부족사태까지 겹치면서 하주들은 언제 상품이 도착할지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운하가 일주일 정도 봉쇄되다 보니 뒤엉킨 물류공급망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고 선박이 재부양되더라도 운하에 대기중인 선박이 운하를 빠져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회항로를 택한 선박들이 예정보다 10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재개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유럽으로 들어가는 수입화물들이 일시에 대거 몰려 한동안 유럽항의 혼잡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지역도 정도의 차이일 뿐 항만과 터미널의 상황은 마찬가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혼란이 미주에서 시작됐다면 앞으로의 혼란은 유럽에서 발생해 미주지역으로 확산되는 형상이 될 것 같다.

구조작업의 전망이 불투명할 당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분야는 중국 남부 이하 지역에서 미 동안으로 향하는 화물이었다. 아시아 발 미 서안향(PSW/PNW) 화물은 선택이 없이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지만 미 동안향의 경우는 다르다. 루트상으로는 미 서안을 경유, 내륙을 거쳐 동안으로 가는 복합운송루트, 파나마 운하 경유 All Water service, 그리고 수에즈 운하를 경유 USEC로 향하는 세가지 루트가 있으나 최근 Neo-panamax급 이상 대형선박의 출현, 미 동안 항만의 수용능력 개선 등으로 인해 Yantian을 깃점으로 서남아 지역에 위치하는 화물의 경우 약 60%가 수에즈 운하 경유한 USEC 루트로, 40% 정도가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고 있다.

통상 Booking이 10~14일 전에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3월 말 Booking되는 화물은 4월 중순 이후 선적분들이다. 비록 본선은 부양에 성공했지만 사태가 완전 수습되고 운하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주들은 한 동안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 경유의 두가지 루트를 놓고 택일해야 할 상황이다. 사태 수습이 발표되기전까지만 해도 4월 21일 Yantian에서 출항하는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시장의 Spot 운임은 teu당 1만3천달러,  feu당 1만6천달러까지 치솟았으며 다소 불확실 하지만 수에즈 경유는 파나마 운하 경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teu당 5200달러, feu당 6500달러로 제시됐다. 구조전망이 불투명했던 지난 주말 당시에는 상황에 따라 2만~3만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물론 수에즈 사태가 정상화되면 양측 루트 공히 운임률은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하락 할 것이지만 당분간은 급격한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 선사들은 비록 운하의 재개가 임박해있지만 물류 공급망의 혼란은 수개월 지속될 것이며 비록 단기적이지만 운임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4) 선사들의 대응

대부분의 컨테이너 선사들이 우회항로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일부는 지중해에 이미 진입해 있는 선박까지 유턴해 아프리카 연안을 따라 남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설사 Ever Given호가 부양에 성공하더라도 대기선박이 완전 정리될 때까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27일) 현재 대기중인 컨테이너 선박만 81척이다. 현재 이미 12척 이상이 우회항로로 변침을 한 만큼 대기 선박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선이 일단 부양에 성공했지만 컨테이너 선사들의 우회항로 항해는 최소 4월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수요를 결정하는 아시아-유럽항로의 톤-마일의 크기는 우회항로를 항해할 경우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상해 SWS Research). Service contract가 한창 진행중인 시기에 수요의 30% 증가는 단기간이지만 운임률을 지탱해주는 효과를 유발할 것 뿐 아니라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절제된 선복관리에도 힘을 보태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 초기 선사들은 구조작업의 전망에 대한 예단이 없이 하주들에게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과 함께 당시의 상황을 알려왔지만 이제는 수습에 요하는 기간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Booking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우회항로 선택 가능성과 함께 더욱 타이트해 질 수밖에 없는 선복의 수급 사정을 감안해 Booking commitment에 유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주들도 현 사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지만 후일의 분쟁에 대비해 정보교환을 통해 사전에 상황에 대한 인식(situation awareness)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5) 사태의 영향 제한적일 것

전체 글로벌 무역량의 12%가 운하를 통과한다는 이야기는 바꾸어 말해서 88%가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의미다. 아직까지는 운하가 언제 완전하게 정상화 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설사 수주이상 장기화 되더라도 12%의 물량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희망봉을 경유할 경우 수송기간이 약 10일 정도 연장될 뿐이며 시간을 다투는 특수품목은 다소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항공운송이나 철도운송을 이용할 수 있다.

우회항로를 택할 경우 수송시간(transit time)이 약 15% 정도 길어지는 것은 불가피 해보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하주의 운임부담 능력이다. 이미 천정부지로 상승해있는 운임만으로도 저가 화물의 경우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최근에 제시되고 있는 것처럼 다시 운임이 현재의 배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중저가 상품의 경우 사실상 수출의 실익이 상실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태는 하주는 물론 선사들의 입장에서도 수요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 못 된다.

물론 우회항로가 차선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고와 무관하게 선사들은 오래전부터 공급과잉의 해소책으로 우회항로를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해온 바 있으며 우회항로를 택할 경우 척당 거의 70만 달러 전후에 달하는 운하 사용료(toll fee)를 절감할 수 있다. 월요일(29일)현재 대략 400여척 정도가 대기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6만 여척의 전 세계 외항선복량의 0.7%에 불과하다.

물론 팬데믹의 영향으로 글로벌 물류 공급망이 뒤엉켜 있는 상태에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고는 아니다. 해운시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을 포함해서 금융위기, 걸프전쟁 등 다양한 시련을 겪어왔으며 그런 와중에도 해운계는 위기에 대처하는 탄력성과 저력을 통해 77억 글로벌 인구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해운의 역할을 차질없이 수행해왔다.

(6) 손해, 책임관계와 보험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는 구조비, 본선을 포함한 대기 선박들의 지연손해, 운하통행료 수입손실과 운하 손상에 대한 수리비, 지연으로 인한 화물의 부식/부패 등 물리적 손해와 지연도착에 따른 시장손해 등 물리적 손해, 불가동 손해와 지연으로 인한 손해 등 현재로서는 추정이 불가능한 유형·무형의 다양한 손해가 뒤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오염에 대한 보도는 없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 손해의 규모에 대해 70조원 이상이라고 보도하고 있으나 근거가 미약하며 여러 가지 배경을 고려할 때 아직은 추정하기에 시기상조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Ever Given호 사고를 Exxon Valdez호(1988년 앨라스카 대규모 오염사고), Piper Alpha호(1987년 유정폭발 사고)와 함께 3대 해상의 재앙이라고 부를 정도로 피해의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며 일차적으로 누구의 포켓에서 지출되는지와 무관하게 손해의 보상 혹은 배상과 관련한 글로벌 메커니즘의 구도상 궁극적으로 모든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다.

사고 선박과 대기 선박간의 손해배상, 불원 제기될 본선 선주와 용선자간의 용선계약, 운송계약 및 Carrying line과 Booking line간의 분쟁, 이로 인한 수많은 소송 및 법무관련 제반 비용이 예상되며, 관련된 선박 및 책임(Hull & P&I) 보험사와의 보상관련 업무 등 후속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의 성격상 대부분의 손해는 선박보험자보다는 P&I Club의 처리 대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모든 손해가 배상이나 보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선주, 용선자, 운송인에게 책임이 있더라도 법적인 면책과 책임제한제도가 있는 한 손해의 전액이 사고에 대한 귀책자의 부담으로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운항중인 선박의 상당부분은 Managing Shipowner(혹은 Non-operating Owner)의 소유이며 특히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는 어림잡아 절반정도는 정기 용선하에 있는 선박들이다. 운하 봉쇄로 한 동안 대기했던 선박중 정기용선하에 있었던 선박들의 운항중단 기간에 대해서는 일단 On-hire로 될 것이라는 것이 Lawyer의 판단이다. 선주에게는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용선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본사고와 관련된 법적 쟁점에 대해서 대부분의 Lawyer들이 익명을 전제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는 사건의 규모와 이해 당사자들의 범위를 감안할 때 상당수의 Lawyer들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스스로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관련비용과 수리비 등은 선주가 수배한 선박보험의 대상이 될 것이며 사고의 성격상 공동해손(General Average) 처리가 불가피 해 보인다. 컨테이너 개당 최대 20명의 하주가 관련될 정도이어서 2만개에 실려있는 수많은 하주를 상대로 G/A로 처리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업무량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3월 해상에서 발생한 Maersk Honam(15,226teu)호 화재사고의 경우 G/A 비용이 전체 화물가액의 60%에 달했는가 하면 2019년 1월 발생한 Yantian Express(7510teu)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초대형선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시 필수적인 특수 예인선, 하역장비는 물론 이들 수습에 필요한 긴급 피난항의 수배도 이른바 님비(Nimby) 현상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불가동에 따른 용선자의 손해가 용선자가 수배한 용선자 책임보험(charterer's liability Insurance)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본사고와 같은 불가동 혹은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Delay, Blocking & Trapping)의 경우 통상 그 가입율이 1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지연(delay)에 대한 보험가입률은 매우 저조할 뿐 아니라 가입해 있더라도 가입자 부담(이른바 Deductible)이 2주(two weeks)정도로 돼있어 이 또한 손해를 충분히 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 수에즈 사태의 교훈

(1) 해운계에 대한 경고(wake-up call)

해운계는 그동안 규모의 경제론을 이유로 지난 10여년 동안 대형화에 주력해온 결과 선박의 크기는 10년전 대비 배로 커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기술적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히 해왔다. 그 동안 여러건의 대형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마하고 있었다가 이번 Ever Given호 사고를 경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태가 수습됐지만 불행중 다행이었던 사고다. 그러나 해운계나 보험업계 그리고 당국은 이번 사태의 교훈을 귀담아 새겨두어야 한다. 초 대형선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규모 역시 초 대형급이 될 수 있다는 경종이다.

선박의 대형화 흐름에 걸맞게 유사시 대처할 수 있는 관련 업계의 시설과 능력도 확대됐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수년동안 구조전문회사와 보험업계들은 한 목소리로 대형선에서 화재, 충돌, 좌초가 발생할 경우 이를 수습 혹은 구조할 수 있는 능력과 설비가 갖추어 져 있지 않음을 지적하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해운계 스스로가 외면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천문학적 규모의 초 대형 리스크에 대처해야 할 구조부대의 현재 전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형컨테이너 선박에는 선가를 포함해서 엄청난 규모의 화물 등 거대한 규모의 Risk가 집적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시 이를 구조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사실이다. 타 화물선과 달리 대형컨테이너 선박에는 자체 하역설비가 없을 뿐 아니라(gearless) 어떤 이유로 선체가 조금만 기울어도 선창의 구조상 선적 컨테이너의 적출이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항구에 접안하지 않는 한 선상의 컨테이너를 양하 할 방법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역장비를 갖춘 소형 컨테이너선을 여러척 동원하거나 하역장비를 갖춘 대형 Barge를 동원하려고 해도 그러한 선박들이 대기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단 시일내에 확보한다는 것도 기대 난이다. 한마디로 거대한 규모의 Risk를 유사시 통제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2) 구조업계의 경고

Mega ship의 출현에 따라 십여년 전부터 국제구조협회(ISU), 국제해법회(CMI), 해상보험연맹(IUMI) 등은 대형선박의 사고에 대비해 구조장비의 현실화를 위한 투자를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최근에 발생한 컨테이너 선박의 사고의 처리 사례를 보면 과거 재래선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2005년 APL Panama호 좌초 사건 (4천teu급, 1805teu 선적)에서 적재 컨테이너 이적에 만 3개월이 소요됐으며, 2314teu급 MSC Chitra호의 경우 충돌로 인해 선측에 조그마한 구멍(hole)이 난 정도였지만 장비 부족으로 구조하지 못하고 침몰했고 그 제거 비용만 2억달러가 소요됐다. 2012년 6750teu급 MSC Flaminia호가 대서양상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화설비 부족, 구조장비 부족, 피난처 재공 거부 등으로 화재진압 실패로 결국 본선은 거의 전손에 준한 엄청난 손상을 입었다.

ISU측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구조장비는 6천teu급까지는 처리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구조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선박의 대형화 흐름에 맞추어 구조설비를 갖추어야 하겠지만 ULCs 구난을 위한 설비를 개인 구난업자가 확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2021년 3월 현재 5천teu급 이상의 선박은 현역 건조중인 127척을 포함해서 1700여척이다.

(3) 해운계의 대응

전통적으로 해운계는 사고에 대처하는 자세가 선행적(proactive)이라기 보다는 항상 후행적(reactive)이었다. 그동안 글로벌 물류의 요충지인 수에즈나 Panama 운하가 사고 선박으로 인해 통항이 차단되는 사태가 구조산업과 보험업계가 상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최악의 시나리오였지만 해운계는 굳이 외면해왔다.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Ever Given호를 통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에 선박의 전손사고가 대폭 감소했지만 그 효과가 초 대형선의 사고 한 두건으로 상쇄된 것도 사실이다. 대형화와 함께 사고의 빈도(frequency)는 줄고 있지만 강도(severity)는 대폭 커졌다.

물류 전문보험자인 TT Club의 발표에 의하면 매 60일마다 한건씩 대형 컨테이너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구조장비나 소화 설비가 제데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척당 1억5천달러대를 오르내리는 선박에 선가의 몇 배에 달하는 화물을 싣고 있는 선박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2만4천teu급 선박이 컨테이너를 가득 선적한 상태로 항해하다가 충돌 또는 좌초됐을 경우를 상상해보면 이는 한마디로 재앙 그 자체다.

이번 구조작업에 동원된 세계 최대 구조 전문업체인 Smit나 Nippon Salvage공히 Ever Given호에 실려있는 컨테이너를 하역, 장치할 수 있는 설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한 설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거액의 투자도 문제이지만 설사 투자를 하더라도 상업적 측면에서는 회수할 전망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선박의 대형화 속도에 비춰볼 때 그러한 설비를 갖추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지만 구조업체, 선박회사, 보험회사 공히 그러한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 한국은 어떤가?

얼마전까지 세계 제 7위의 해운대국이라고 해왔던 한국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반도 주변의 공해상에서 한국선박이 화재 혹은 불능상태가 됐을시 긴급 지원에 나설만한 번번한 Ocean Tug가 한 척이라도 구비돼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의 경우 Nippon Salvage는 1893년에, Fukada Salvage는 1910년에 각각 설립됐고 우리보다도 선복량이 적은 대만도 1986년에 Salvage 회사(Asian Marine)를 설립했다. 수년전 남해안에서 발생한 연안 페리 ‘S’호의 사고 때 한참 회자됐던 ‘U'모 회사는 구조 전문사라기에는 설비, 능력, 신뢰면에서 역부족이다. 목하 글로벌 해운의 현상에 비춰 볼 때 해운계가 필요로 하는 전문 구조회사는 상업적 이해관계를 토대로 해서는 설립이나 운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해운계가 필요로 하는 구조회사는 개인적 이해관계(private interests)나 상업적 이해관계(commercial interests)보다도 공공의 안전과 보호를 중시하는 공익성(public interests)을 최우선시하는 필수 인프라 성격의 조직이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이나 상업적 이익을 겨냥한 발상보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정부와 경제계가 합작으로 추진해야 하며 이해 당사자인 보험업계가 주도하고 이용자인 해운계가 소 규모로 참여하되 구조업의 성격상 정부의 정책지원이 전제가 돼야 한다. Nippon Salvage의 대주주가 보험업계이며 일본 3대 선사가 소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4. 결언

지난 15년 동안 특히 최근 3~4년 사이에 급격히 진행된 대형화 및 이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해운계는 누군가가 해결하겠지 하며 대형화에 따른 해난구조 등 비상대책에 관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별 무관심이었다. 선주에게 요구하는 각종 법적책임은 강화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고 해상사고가 발생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을 사고 이전 상태로, 자연 그데로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대형 컨테이너 선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수습하지 못하면 사실상 거액의 선박을 눈을 뜬 상태에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단지 시간문제일뿐 언젠가는 재발할 수밖에 없는 대형선의 선박사고를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디에서 팬데믹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듯이 운하의 한 가운데에서 초대형선박이 좌초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마찬가지로 다음 사이버 공격이, 금융위기가 언제 올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것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옥스퍼드 대학 글로벌화 담당 Ian Goldin 교수의 말이다.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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