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호 팩마린 선장

“선박관리업 발전하려면 대형 관리회사 출현해야”

강명호 선장
강명호 선장

최근 수에즈운하에 좌초된 일본 선주사 선박 에버기븐호에 대해서 매일 같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선박의 운항 및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가 경험한 선박의 안전관리 및 평가법 그리고 일본의 선박관리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본다.

1. 선박 안전관리 및 평가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의 조선과 해운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최근에는 다중 연료 엔진을 포함한 친환경 기술 그리고 IT를 접목한 운용 등을 통해 과거에는 접하지 못했던 고도화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난사고는 끊이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작년 7월 모리셔스에서 좌초한 와카시오호의 사례가 있다. 잘못된 항해 계획으로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 남동쪽 산호초 군락에 좌초해 약 1천여 톤의 연료유 유출로 인한 대규모의 해양 오염을 발생시켰고 이 사건으로 인해 용선주인 일본의 MOL은 직접적인 선박관리회사가 아님에도 물적 손실에 더불어 회사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또 한 예로 작년 4월 부산 신항에서 부두와 접촉사고를 일으키면서 갠트리 크레인 여러 기와 충돌했던 밀라노 브릿지호 사고도 있다. 당시 사고 기록을 보면 도선사의 도선 중 부두 근접시 까지 선박의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로 인해서 관리사인 K-line뿐만 아니라 용선주인 ONE(Ocean Network Express)도 선대의 운항 스케줄 및 물적 손해를 지게 됐다. 즉 잘못된 선박관리는 선주사뿐만 아니라 화주, 용선주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고 이에 화주, 용선주들은 적극적으로 선박의 안전관리 정도를 수집하고 평가하고 있다.

선박의 안전관리를 평가하는 검사들은 여러 조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국 검사, 항만국 검사, 선급 검사 그리고 선사에서 ISM코드에 의거해 이루어지고 있는 내부심사 등이 대표적이다. 용선주들의 검사가 다른 조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검사들과 대표적으로 다른 점은 검사의 결과가 선박 용선의 가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때문에 선박관리회사들은 이러한 용선주 검사의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검사에서 나타난 요구사항들이 즉각적으로 선박관리에 반영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해운마켓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용선주나 화주가 실시하고 있는 선박검사 및 평가법에 대해서 크게 탱커와 벌크선, 컨테이너선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자.

(1) 탱커 선박검사·평가-OCIMF SIRE 검사

탱커 시장의 특징은 오일 메이저라 불리는 몇몇의 거대 석유 기업이 대부분의 원유, 가스, 케미컬 시장을 주도하면서 화주 및 용선주 그리고 또 해운사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즈호와 더불어 대표적인 재앙적 유류오염 사건으로 기록된 토리 캐년호의 사고 이후 석유기업들은 사고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은 후, 안전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1970년 OCIMF(Oil Companies International Marine Forum)라는 협회를 창설하게 된다.

OCIMF의 주요 역할은 산하 여러 워킹그룹들을 통해 선박 및 터미널들의 안전관리 지침을 개발하고 관련 책자를 발간하며, IMO 회의에 정기적인 참가를 통해서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여러 정유사 및 터미널 등 100여 사 이상의 기업이 멤버로 가입하고 있다.

OCIMF는 선박의 검사도 주요한 과제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전에 석유회사별로 제각각이던 선박검사의 내용을 동일한 질문과 가이드라인으로 통일시킨 것이 바로 SIRE(Ship Inspection Reporting System)다. SIRE 검사는 원유선, 가스선, 케미컬선이라면 대부분 수검하고 있는 검사로 많은 화주 및 용선주들이 탱커을 용선할 때 6개월 이내의 SIRE 검사 레포트를 요구하기에 2020년 기준으로 한해동안 8천척 이상의 선박에서 2만건 이상의 검사가 수행됐다.

선박의 검사는 OCIMF 인증을 받은 검사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떤 오일 메이저, 어떤 검사관에게 검사를 받더라도 동일한 질문지, 가이드라인하에서 검사가 이루어지고 레포트는 동등한 지위를 부여받는다. 선박의 보고서는 1년간 웹사이트에 게재되고 원하는 사람은 건당 50파운드 정도의 비용을 내고 레포트를 내려 받을 수 있다.

검사관의 자격요건은 1급항해사 또는 기관사로 일정기간 선박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 OCIMF 멤버의 추천을 받아 소정의 교육과 시험을 통과하면 SIRE 검사관으로 선박검사에 종사할 수 있다. 현재 약 20여명의 대한민국 해기사가 SIRE 검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SIRE 검사의 최근 동향으로는 폭발의 위험이 있는 위험화물을 주로 적재하고 다니는 탱커의 특성상 기존에는 갑판상의 사진촬영이 금지되고 검사보고서는 오로지 텍스트로만 작성이 됐으나 2022년 대대적인 검사 시스템의 개편을 앞두고 방폭 기능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서 사진촬영을 하는 등 좀 더 현장의 상황을 보고서에 반영하는 쪽으로 바뀔 예정이다.

질문지 또한 선체 및 기기의 결함보다는 선원의 자질, 교육 및 안전관리 지침의 실질적인 수행을 관찰하는 항목을 대폭 늘이는 쪽으로 변경되고 있다. 이제까지 이루어진 일괄적인 검사에서 벗어나 각 선박의 수검 이력을 바탕으로 과거 부적합이 발견됐던 영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더 검사하는 기술도 접목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검사관이 선박에 방선해 각 부분을 둘러보며 이루어지는 검사지만 코로나 이후 국가간 이동 및 터미널 방선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불가피할 경우 전화나 비디오 회의로 이루이진 원격 검사도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 벌크선 선박검사·평가-라이트십

OCIMF SIRE 검사가 탱커업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선박검사 및 평가법으로 자리잡고 있다면 건화물선 업계에서는 라이트십(RightShip) 검사가 있다. 라이트십은 1991년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광산회사 BHP와 RIO TINTO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선박 안전 평가 회사로 2006년 세계 1위의 곡물회사 카길이 주주로 참여해 명실상부 건화물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됐다. 회사의 설립 배경은 1980년대 후반 대형 광석선의 해난사고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건화물선의 안전관리, 특히 화주·용선주 입장에서는 선박의 용선 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척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라이트십은 선박의 안전관리 수준을 하나에서 다섯개의 별로 나타내어주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업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벌크선 용선 시장에서는 라이트십 시스템 내에서 적어도 별 3개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용선 계약상에 필요조건으로 삽입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관리선사에서도 이를 인식해 라이트십 평가시스템에서 관리 선사 및 관리 선대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1년 3월 시스템 개편을 통해 별의 개수로 표현되던 안전관리 지수가 1에서 5점의 점수로 표현되는 Safety Score로 개정됐다.

라이트십은 선박의 안전관리 수준을 나타내는 Safety Score의 산정을 위해서 6가지의 주요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있는데 선박관리회사의 퍼포먼스, 해당 선박의 지난 사고 이력, 기항한 터미널들에서 수집한 보고서, 항만국 검사 결과, 선급 검사 보고서 그리고 라이트십 자체 검사 보고서가 그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각 선박의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자연스레 그 선박관리회사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것이 이제는 그 관리선사에 속해 있는 선박의 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Safety Score의 산출 지표중 하나로 라이트십 검사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선령 14년 이상된 건화물선을 검사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매 1년 마다 수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사시기에 도래한 선박이 라이트십 검사를 수검하지 않을 때는 Safety Score가 자동적으로 차감됨으로서 일정한 강제성을 보이며 기존에는 검사대상이 선령 18년 이상의 선박이었으나 2017년 가슴 아픈 사건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이후 라이트십 검사의 대상 확대 필요성이 대두됐고 2019년 이후 선령 14년 이상의 선박으로 검사 대상이 확대됐다.

여담으로 2018년 상해에서 열린 라이트십 세미나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2015년 그리고 2016년 검사 보고서 및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2015년에 비해서 2016년 사진에 밸러스트 탱크내 선체 구조물이 확연히 노후화되고 심각한 부식이 진행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단일 선체 유조선으로 건조돼 2008년부터 시행이 예정된 탱커의 이중선체 규제와 당시 맞물린 벌크선 시장의 활황을 바탕으로 대대적으로 중국 조선소에서 광석선으로 개조된 선박중의 하나였다.

전부터 라이트십 검사에서는 이 시기에 개조된 광석선들의 선체 강도 및 복원력에 대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이후 더욱 선체의 노후도 및 수리 조선소에서의 정비 이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게 됐다.

라이트십 검사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긴 체선 시간을 가진 건화물선의 특성상, 12시간에서 16시간정도 이틀에 걸친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사진자료를 검사보고서에 첨부하고 있다. 벌크선 선체에 대한 결함 및 절차의 미이행으로 인한 부적합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도입된 Best practice들을 본선의 운용에 반영시킬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라이트십에서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환경 지표인 GHG다. GHG(Green House Gas), 즉 온실가스의 배출 정도를 선박의 설계 및 기기의 스펙으로 계산해 동일한 종류, 사이즈의 선박과 비교해서 알파벳 A에서 E로 나타내어주는 상대적인 지표다. 지금은 선박 용선에 있어서 안전도의 기준인 Safety Score가 중요 지표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 각국의 대대적인 배출가스 규제 추세와 업계에서 일고 있는 다양한 친환경 선박의 도입으로 향후 선박 용선에 있어서 참고가 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GHG 지표의 도입은 업계의 친환경 선박의 도입과 운용을 가속화 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 컨테이너선 선박검사·평가-ONE VQS

컨테이너선 업계의 안전검사는 다화주, 정기 용선으로 대표되는 컨테이너선 업계의 특성상 아직까지 안전관리 평가를 주도할 만한 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용선주, 즉 각 운항선사에서 자체적으로 용선선에 대한 안전관리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한 예로 ONE에서 실시하고 있는 VQS(Vessel Quality Standard) 시스템이 있다.

ONE는 2017년 일본의 대형 해운사 3사인 NYK, MOL, K-line이 컨테이너 영업부문을 통합하면서 탄생한 해운회사다. 운항하는 영업부문만 통합됐고 선박관리는 기존 3사의 선박관리 부서 또는 외부 용선선의 경우는 외부의 선박관리회사에서 시행이 됐기에 회사 설립시부터 일정한 수준의 선박관리 표준을 만들고 유지할 필요성을 인지해 선박 안전관리의 주요한 방침으로 VQS 검사 및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

VQS 시스템의 골자로는 외부전문 검사 업체를 통해 250여척의 운항 선박에 대해서 각 선박에 기본적으로 2년에 한번 검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검사 결과 및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추후 운항 계획 및 선주사와의 계약에도 반영하는 것이다. 검사의 특징으로는 컨테이너의 짧은 체선시간을 고려해서 갑판과 기관 2명의 검사관이 동시에 승선해서 6시간 이내로 검사를 모두 마칠 수 있도록 했고,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본선에서 작성된 레포트가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전송되는 점 그리고 약 500여장의 대량의 사진을 촬영하고 시스템에 등록하고 있는 점 등이다.

특히 또 한가지 특색이 있는 점은 용선주의 검사이다 보니 안전관리에 더해서 연료 절감이 선박에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박이 정박중 발전기가 두 대 이상 돌아가고 있는데 각 발전기의 부하가 50% 미만으로 걸려 있다면 부적합 사항이 된다. 그리고 정박 후 주기관이 정지한 후 얼마나 빨리 연료유의 히팅을 정지하는지, 불필요한 냉각 팬들과 보조 펌프들이 돌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보일러의 자동 점화 기능이 너무 높은 압력에서 점화가 이루어지도록 세팅이 돼 불필요한 연료 소비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선박검사시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의 결과는 100점 만점에 부적합의 내용에 따라 각 부적합당 1에서 5점까지 차감한 결과로 부여되고 이외에 검사를 실시한 검사관이 선박관리 정도를 판단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나눠서 A~E 5단계로 등급을 부여한다.

이렇게 수집된 선박검사 데이터는 다양한 분석과 통계에 사용이 된다. 개선이 필요한 영역, 수검한 선박들이 평균 점수에 대한 각 선박의 상대적 평가, 이를 바탕으로 한 선박관리회사 50여개사의 순위 등이 그것이다.

최근 주목도가 높았던 사건으로 2020년 11월에 있었던 ONE APUS호의 컨테이너 붕괴 사고가 있다. 요즘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컨테이너 붕괴 사고의 시작과 같은 사고로 이후 고베항에 입항해서 남은 화물의 환적을 마치고 정비한후 다시 운항을 재개한 3월 10일까지 약 3개월간의 장기 Off hire로 인한 비용 발생, 또 분실한 화물의 보상 등 작년말부터 컨테이너 운임의 상승으로 기대감에 높이고 있던 ONE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준 사건이었다.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VQS 검사에서는 컨테이너 붕괴 방지에 관한 특별 지침이 내려와 검사관들이 본선에서 컨테이너 붕괴사고 방지 절차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컨테이너 고박장비의 상태, 고박 확인 절차의 이행, 기상정보 시스템의 활용 및 사고시 책임 소재의 명확화 등이 포함돼 있다.

같은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이라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첨단 기기가 될 수도 때로는 그냥 벽돌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우수한 조선소에서 최신의 기술로 스마트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이것이 효과적 운용되기 위해서는 관리회사 그리고 선박에서의 안전관리가 필수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한다. 특히 이러한 선화주 검사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안전관리 회사들은 업계의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사업의 확장을 꾀할 수 있고 또한 선박 안전관리 시장이 무르익으면서 각선사들이 이에 대응하는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여러 검사관들도 배출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 탱커, 벌크선처럼 주도적인 주체가 나타나지 않은 컨테이너선, 카캐리어 더 나아가 항공운송, 육상운송 등에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업계에 선도적으로 안전관리 지표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해운, 물류 분야에서 또 하나의 유망한 섹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일본의 선박관리 특징과 동향

일본의 해운은 먼저 외항과 내항으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물가 사회인 일본에서 외항에 비해 내항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 국토 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내항해운업계는 외항해운업계에서 고용하고 있는 7천명의 종업원수의 10배에 달하는 8만7천명 정도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고 운항척수도 외항의 3배에 달하는 7400여척 그리고 산업의 규모도 외항해운업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1조엔(한화 약 12조원)에 달한다.

(1) 일본 외항해운

일본 외항해운시장은 대형 3사인 NYK, MOL, K-line이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구조이기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다양한 선주들로 이루어진 컨테이너선을 논외로 하면 전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일본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벌크선과 탱커의 영업을 손쉽게 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은 10개의 전력회사가 전국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중 나고야 지역을 담당하는 중부전력과 수도권 지역을 담당하는 도쿄전력이 LNG 부문을 합사해서 만든 JERA라는 거대 화주가 현재 전세계 LNG 마켓에서 구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JERA는 호주나 중동 등에서 LNG 조달 프로젝트를 세울 때 항상 해운 3사가 일정량 이상의 수송을 담당하도록 참여시키고 있다. 이렇게 대형 3사는 정부 및 공공주도의 물자 수입에서 다른 외국적 선사에 비해 혜택을 누리면서 운항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2018년 자료를 보면 외항 3사를 위시한 일본 선사를 통한 수출입 물량이 전체의 66.9%를 차지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3사간에도 경쟁보다는 같이 지분참여를 해 일정수익을 분배하는 형태의 협조를 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구조조정때 3사가 컨테이너 부서를 통합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3사 이외에도 외항선사들은 화주와의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 수송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복을 수급하고 조정하고 있다. 6척의 VLCC를 포함한 탱커 10척 정도를 운항하는 쿄에이 탱커의 경우 코스모 석유와의 장기수송계약을 바탕으로 수요에 맞춘 10척 정도의 배를 계속 운항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대형 3사는 다른 외항선사들의 영업라인을 거의 침범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 선사들은 협회를 만들고 각 사의 이익을 조절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2) 일본 내항해운

내항선의 경우, 2020년 내항선 탱커협회의 자료를 보면 소속 선박이 탱커만 1천척을 상회 한다. 이중 내항탱커 3사로 불리는 쯔루미, 아사히 탱커, 쇼와니탄이 60% 이상 되는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압도적인 시장점유를 통해 운항선사는 선주 및 화주에게 가격 협상력을 지니고 있다. 경쟁이 크지 않은 시장에서 선주들은 자기들의 배가 이러한 대형 내항선사의 그룹에 속하기를 바라고 화주들 역시 운송계약에서 약자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다. 나이탄이라 불리는 내항선 탱커협회를 통해 선사들간의 입장을 계속해서 조율하고 있다.

(3) 일본인 선원 부족, 외국인으로 대체

일본의 외항선원 부족 문제는 이미 오래된 주제다. 내항선 시장의 규모가 상당하고 내항선원의 임금수준 및 복지도 외항선원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모국에서 떨어져야 하는 외항선보다 항로에 따라 출퇴근도 가능한 내항선을 선택하는 선원들이 많다.

일본선원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레 해상경험을 갖춘 관리직의 인재풀도 줄어들었고 이를 자사선에서 승선경험을 갖춘 외국인 직원들이 대체하게 됐다. 3대 선사는 주로 인도계 직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고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많이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직원이 늘면서 자연스레 굳이 일본에서 선박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어 대형선사 관리사의 경우 대부분의 조직과 인력을 싱가포르를 위시한 홍콩이나 유럽 등 전략적인 곳에 포진시키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는 인도계 직원들이 일본에 상주할 때보다 외국에서 근무할 때 주어지는 세제상의 혜택이 크다는 것 또한 많이 작용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형 3사에 남아있는 일본인 해기사들은 대부분 LNG선에서 승선생활을 하고 있고 따라서 LNG선의 선박관리는 여전히 도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4) 일본 선박관리의 특징

3사의 이외의 선박관리는 두개의 흐름으로 나뉘어 진다. 자체 선박관리가 가능한 경우 외국인 해기사를 감독으로 고용해 자사선의 관리를 맡기고 이마저도 어려우면 선박관리 자체를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 직접관리의 경우 주로 자사선에 승선경험이 있는 시니어 출신의 해기사에게 선박관리의 전문적인 부분을 맡기고 해상경험이 없거나 짧은 일본인 스태프들이 경영, 재무 등 기타 업무를 관장하거나 외국인 감독을 통해 선박관리 노하우를 전수받는 식이다.

위탁관리는 주로 자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신뢰가 있는 사람에게 선주사가 관리를 맡기는 형식이다. 특징은 선주사의 선박을 한 관리사에게 모두 맡기지 않고 여러 개의 관리사에 분산 위탁을 통해서 관리사들을 경쟁시키고 관리 수수료 협상에서 선주사가 우위를 지니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한 관리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자사선들의 관리를 빠르게 바꿀 수 있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최근의 흐름으로는 일본 선주사들이 이제까지 일본선박들의 관리를 많이 맡아왔던 한국의 관리선사에서 탈피해서 필리핀으로 관리선사를 이전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제까지 한국인 선원들이 강점을 보여왔던 케미컬 탱커 업계에서 기존의 한국 선원들이 고령화되고 신규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그 자리를 대체해왔던 필리핀 선원들이 이제는 상급사관으로 자리잡고 해기사 출신 감독들을 배출해 내기 시작한 것 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해기사들도 많이 있다. 구체적으로 집계된 자료는 없으나 도쿄,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 약 100여명 이상의 한국인 해기사들이 해운사, 선주사, 조선사, 선급 그리고 다양한 연관 서비스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코쿠를 기반으로 한 타이요 오일이라는 정유사에는 일본 최초로 한국인 선장이 터미널 책임자로 일하고 있으며 기항하는 한국선박들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주재 한국인 해기사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시니어 사관 이상의 승선경험을 갖춘 이들이 많고 대부분 일본 선주사에서 승선 생활을 했거나 아니면 육상의 전문가로 있다가 일본으로 스카우트돼 오는 경우가 많다. 드물지 않은 케이스로 선주사에서 신뢰를 쌓아 스스로 관리회사를 차리고 사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해운시장에서 선박관리업이 차지하는 위치는 화물 영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운항사와 많은 선복량을 자랑하는 선주사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선박관리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선박관리를 불가피한 비용의 부분으로 간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박관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찾아보기가 어렵고 운항사 또는 선주사에 속해 있는 선박관리회사들도 대부분 선박관리의 목표를 비용의 절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관리기법이 나오기 어렵고 강제된 규정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일본 해운시장의 규모와 그 선복량을 고려하면 일본 선박관리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3. 결론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관리회사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1세대, 2세대 오너들이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다음 세대의 오너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새로운 관리사를 찾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한국의 관리사를 물색하고 또 필리핀에 새로운 관리사를 세우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새롭게 기회를 얻는 한국 회사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기존의 관리선을 잃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 선원이 없는 시장에서 한국의 선박관리회사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고 자신만의 강점이 없이 오너와의 인맥만으로 유지하는 선박관리회사 또한 언젠가는 그 끝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또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 요원한 것이 우리의 관리역량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형 관리선사의 출현이다. 관리선사는 자기자본의 많이 들어가지 않는 사업이면서 축적된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 집약적 사업이다. 100척의 선박을 관리하는 관리선사는 100척의 선대를 보유한 해운선사와 같은 만큼의 선원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70~80년대 선배 해기사들이 선원 송출사를 통해서 세계 유수의 송출선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지금의 해양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듯이 이제는 우리 젊은 해기사들이 승선할 수 있는 양질의 배를 많이 보유한 관리선사가 출현해 우수한 해기사들이 다시 육상으로 진출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또한 대형관리사의 출현이 나아가 많은 한국의 선주들이 태동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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