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뜨거운 화두가 되면서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어로,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해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SG는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고 쓰는지와 관련된 영역에 해당한다. 글로벌 큰손들이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ESG에 신경을 쓰지 않는 기업에게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모건스탠리·다우존스·톰슨로이터 등은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ESG 등급을 평가해서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기업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은 재무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요구되는 기대 수준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시되면서 전략적 사고로서의 ESG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이제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특정분야에 대한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에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는 달리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경영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이미 2018년부터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게만 투자하는 ESG 투자가 전체 운용자산의 20~40%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40조 5,000억 달러로서, 2018년 30조 6,800억 달러에 비해 31%가 증가했다. 이는 비즈니스를 둘러싼 투자자의 의식이 전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제 우수 인재나 알찬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실제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은 대부분 ESG에 적극적이다. 예전에는 설비투자 대신 ESG에 경영자원을 배분하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이제는 기업이 ESG에 신경 쓰는 장기적인 안목과 단기적인 사회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SG 경영은 리스크 회피를 위한 방편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최신 경영 트렌드인 IT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접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ESG 경영이 디지털로 고객 기반을 확장하고, 인재를 포함한 경영 자원을 자산화하며,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포함한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되었다. 그래서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순환식 공급망이 구성되고, 제조 시에 설비공유 등 공동이용 촉진을 통하여 가동률을 최대화 하고 있다. 또한 기획 단계부터 제품의 필요성을 검토하여 제품 판매 대신에 서비스로 출시하는 방식 등의 발상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첨단 기업들도 앞 다투어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의 기후혁신펀드를 조성하여 탄소제거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30년부터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배출량보다 더 늘린 후에 2050년까지는 창사 이래 배출한 모든 이산화탄소를 회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아마존도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기후협약에 최초로 서명한 회사가 되었다.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 내년까지 배송용 차량 1만 대를 전기차로 바꾸고, 2030년에는 10만 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2024년까지 80%, 2030년까지는 100%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카카오는 올해 1월에 ESG 이사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 경영에 나섰다. 카카오는 그동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카카오프로젝트 100’, ‘카카오같이가치’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네이버도 올해 들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공존과 상생, 그리고 IT생태계 선순환 구조 구축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기업 가치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이사회 산하의 ESG 위원회 설치와 더불어 2040년 카본 네거티브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중소상공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에서 ESG에 관해 관심이 높다는 응답이 66.3%인 것으로 나타났다. ESG 경영과 관련한 구체적 연간목표 수립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71.3%가 수립했거나 수립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ESG가 필요한 이유로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수익 실현, ESG 규제 부담 완화, 투자자 관리 등을 꼽았다. 다만 아직도 ESG 개념이 모호하고, 기관마다 평가방식이 달라서 관련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혼선을 빚고 있다는 기업도 많았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저마다 ESG 경쟁력을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바야흐로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가 요구되는 ESG 경영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의 핵심적인 키워드가 되었다. 그동안 위기적 경영환경에서 오직 생존에만 몰두해온 우리 해운물류기업들도 이제는 ESG 경영에 눈을 크게 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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