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해운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해운업계 의견 모아 정부·해진공에 건의
해진공 역할 강화위해 자본금 확충 시급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최근 한국형 선주사업 시범사업자 모집에 들어가면서 한국형 선주사 모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그동안 BBCHP 방식으로 진행했던 세일앤리스백(S&LB) 프로그램을 이번에 1단계로 BBC 방식으로 진행해보고 이후 2단계로 자회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선주사업으로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선주사 모델에 대해 한국해운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최근 진행된 해운전문지기자단 간담회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금융형 선주사 보다는 선주형 선주사 모델이 해운업계에 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무 부회장은 금융형 선주사의 경우 해운선사들에 비해 신용도가 좋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선사들의 금융조달이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단순운항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과연 어떤 모델이 한국해운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지 좀 더 진지한 토론을 통해 해운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정부와 해양진흥공사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부회장은 최근 논란이 됐던 HMM 민영화, 해양진흥공사의 피더컨테이너선 신조 지원문제, 사모펀드의 해운사 인수 문제 등 최근 해운업계가 직면한 여러 과제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해운전문지기자단과 김영무 부회장이 나눈 일문일답.


-협회 창립 67주년을 맞아 세계 3대 해운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거셨는데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나?

=우리가 목표로 하는 국적선 적취율을 컨테이너선 70%, 전략물자 100%까지 높인다면 10년내 가능하지 않겠나? 한국해운에 크게 3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그 위기들을 잘 대처했다면 우리는 벌써 세계 3위 해운강국에 진입했을 것이다.

첫 번째 위기는 1979년 오일쇼크 여파로 1984년 시작된 해운산업합리화조치였다. 해운산업합리회조치는 세제를 감면해주고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7~8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런 측면에서 해운산업합리화조치는 진정한 의미에서 구조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위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였는데 당시 조치는 해운산업합리화와 같은 구조조정이 아니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부채비율 200%를 맞출 것을 요구해 국적선사들은 돈 되는 것을 모두 팔아야 했다. 당시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현대상선(現HMM)의 자동차선 부문 매각이다. 현대상선은 자동차선 부문을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에 15억달러에 매각했는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선사가 바로 유코카캐리어스다. 그런데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은 유코카캐리어스 매입 대금중 3억달러만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외환은행에서 빌렸다. 왈레니우스 빌헬름센은 유코카캐리어스를 통해 매년 3~4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3년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만약 당시 외환은행이 그 돈을 현대상선에 빌려줬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 번째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때 역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못했다.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지원해 주는 듯 했지만 결국 금융권은 현대상선에서 4조원, 한진해운에서 3조원의 자금을 회수해 갔다. 수익이 나는 사업부문을 사모펀드에 분할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한 것이다. 캐시카우를 팔아버리고 컨테이너사업만 남기면서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금융권은 반성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한진해운도 결국은 부채비율 200% 때문에 망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채비율 200%가 넘으면 금융권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하니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으려고 사선 대신 용선 비중을 늘리다가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진해운 파산 당시 운항선대 100척중 절반이 용선이었다.

다행히 2018년 HMM이 메가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박근혜 정부 때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기 위해 총 24억 달러 규모의 신조지원프로그램이 도입됐다. 그러나 부채비율을 핑계로 집행을 안하다가 정권이 바뀌고서야 메가컨테이너선 20척이 발주됐다. 이때라도 신조 발주가 됐으니 천만다행이다.

메가컨테이너선 20척 발주 당시 국내외 여기저기서 반대가 심했는데 김영춘 해양수산부 前장관과 엄기두 해운물류국장(現기획조정실장), 전재우 청와대 비서관(現해운물류국장)이 결단을 내려 신조 발주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당시에 메가컨테이너선 발주가 안됐다면 HMM의 정상화는 물론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출 선복 부족사태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이번 수출 선복 부족사태에 HMM이 중소기업들의 수출화물 운송을 위해 선박을 추가 투입하는 등 국적선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해운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매출 7조원의 한진해운이 무너졌지만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해운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 특히 이번에 수출선복 부족사태를 겪으면서 해운업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게 됐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해수부가 어느 부처보다도 빨리 대처해 예산을 확보했고 해운업이 7대 기간산업으로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해운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말 더불어민주당 해양정책 간담회에서 이낙연 前대표가 한진해운 파산사태를 회고하면서 국적선사가 잘못되면 나라가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더라. 유력한 대선후보가 한진해운 사태로 해운업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갖게 됐다니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최근 HMM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HMM 민영화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는 일부 언론을 통해 금융권이 HMM 매각에 대한 여론을 살펴본 것 같다. 정부 당국과 HMM이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헤프닝으로 끝이 났지만 언젠가 매각을 하기는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매각을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HMM에 투자된 돈을 회수하고 싶겠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시황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시황이 정상화된 이후 HMM에 대한 민영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때까지는 HMM을 국민기업화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사실 세계 주요 원양 컨테이너선사중 국민기업화돼 있는 선사가 적지 않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국민기업화해서 공공기관이 대주주로서 역할을 해주게 좋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한국형 선주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바라는 선주사 모델은 무엇인가?

=한국형 선주사, 과거에는 톤이지 뱅크라는 말을 썼다. 2010년대 초반 해운업계가 너무 어렵다보니 톤이지 뱅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었다. 시도상선과 같은 대형 선주사가 만들어져서 자본력이 약한 선사에게 배를 빌려주면 좋겠다는 컨셉이었다. 우리가 당시 생각했던 톤이지 뱅크는 일본의 이마바리 선주나 시도상선, 창명해운, 그리스 선주와 같은 선주형 선주사 개념이었고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지는 않았으나 금융형 선주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선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니 금융형 선주사보다 선주형 선주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섣불리 선사들이 바라는 선주사 모델은 이것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 앞으로 선주형 선주사가 해운업계에 도움이 될지, 금융형 선주사가 나을지 진지한 토론을 통해 해운업계의 의견을 도출해 내고 이를 정부와 해양진흥공사에 건의할 계획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선주형 선주사가 더 좋을 것 같다. 금융형 선주사가 갖고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자금의 쏠림 현상이다. 신용도가 우월한 금융형 선주사에게 시중은행들의 선박금융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 선사들의 선박금융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선사들은 결국 단순 운항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선사들이 단순히 화물 운송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그리스 선주들처럼 S&P를 통한 어셋플레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만 기능을 집중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금융형 선주사에게 자금이 쏠려 해운업계에 지원되는 선박금융 총량이 줄어들면서 해운업계가 금융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사 사장단이 해양진흥공사에 컨테이너선 신조 지원을 요청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 3월 29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개최한 컨테이너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노후된 피더 컨테이너선을 신조 대체할 수 있도록 해양진흥공사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이 보유한 700~1천teu급 피더 컨테이너선중에서 15년 이상된 노후선이 15척에 달하는데 이들 피더 컨테이너선의 신조 대체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협회에서 근해선사들의 신조 수요를 조사해보니 1천teu급 피더 컨테이너선이 5~6척, 700teu급이 12~13척 규모로 약 19척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더 컨테이너선 신조 대체건과 별개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 벌크선에 대해 표준선형을 만들어 공동발주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이를 검토 중에 있다. 조선협회가 제안한 벌크선 표준선형 개발과 공동발주는 선형과 수요가 조사된 것이 없어 당장 진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컨테이너선은 확실한 수요가 있고 선형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신조선 가격이다. 해양진흥공사 지원을 받아 공동발주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국내 조선소에 발주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 조선소와의 신조선가 차이가 10~20% 정도 난다. 최근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VLCC 등을 대량 수주하고 있는 대형조선소와 달리 중소형 조선소는 여전히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국내 중소형 조선소들이 피더 컨테이너선 표준선형을 개발하고 근해선사들이 공동발주하면 해운·조선 상생발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신조선가 차이는 폐선보조금을 활용하고, 산자부 R&D 자금을 지원받아 표준선형을 개발하고, 우리가 공동발주를 통해 건조물량을 확보해 주면 가격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서도 해운업계 지원을 통해 국내 중소형조선소 일감을 지원하기 때문에 명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모펀드들이 우량 선사들을 인수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A선사가 자금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사모펀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해운업계 내부적으로 더 이상 우량 선사들이 사모펀드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으나 이를 막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선사들이 어려워져 자금을 확보하려면 결국 기댈 곳은 사모펀드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선사들이 어려울 때 사모펀드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사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사가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조속히 확충해야 한다.

자본금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공사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유 자금의 상당 부분이 HMM에 투입돼 있다 보니 중소형선사를 지원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측면이 있고 산업의 논리보다 보수적인 금융의 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공사 자본금을 확대하는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한 결과,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올해안으로 어떻게 해서든 공사의 자본금 확충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법정 자본금 5조원을 최단 시간내 채우고 10조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해운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이  협회창립 67주년을 맞아 해운전문지기자단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해운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이 협회창립 67주년을 맞아 해운전문지기자단 간담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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