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이 불거졌던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가 전격적으로 자진사퇴했다. 박 장관 후보자는 “저에 대한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모두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영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재직할 당시 부인이 영국 현지에서 사들인 찻잔 등 대량의 도자기 장식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외교관 이삿짐’으로 반입하여 도소매업 허가를 받지 않고 국내에서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야당 의원들은 관세법 위반과 불법 판매 등을 주장하며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해 왔다.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발맞추어 국회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여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임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계약·위장전입·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국가과학 기술연구회(NST) 무자격 지원·논문 표절 등의 의혹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인물이다. 임 후보자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장관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박 후보자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낙마를 면했다.

박 후보자는 공무원 임용 후 30여 년간 줄곧 해양수산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관료다. 그는 어촌개발국과 어업자원국·해운물류국·어촌양식정책관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3년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근무했고 2015년부터는 외교부 주영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2018년에 해양수산부로 복귀한 후에는 대변인과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차관으로 승진한 후에는 해상운임 급등과 선박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들을 위해 국적선사의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해운물류 대책 수립에 앞장서기도 했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해양수산부 어촌양식국장으로서, 정부 대표단을 대신하여 실종자 수색 등 수습 과정을 가족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가족들의 불신과 분노를 감내하면서 현장에서 ‘욕받이’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매일 진도 체육관을 찾아 유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유족들은 다른 공무원들과는 달리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인정하고 있다.

박준영 장관 후보자에 대한 해운·항만·수산업계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한국해운협회·한국항만물류협회·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수협중앙회 등은 최근 잇따라 입장문을 내고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추진과 수출입 물류 대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박 후보자에 대한 신속한 임명을 촉구한 바 있다.

그 동안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문 관료 출신보다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국민의 정부 시절엔 해양수산부 장관은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몫으로 김선길, 정상천, 정우택 등의 국회의원이 역임했다. 하나같이 정치인 출신들로서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선길 장관은 신한일어업협상에서 쌍끌이어업권을 누락하여 어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상천 장관은 전문성이 없다는 말이 나오자, 생선반찬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양수산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서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두 명의 해양수산부 장관이 모두 PK 출신으로 채워졌다. 해양수산부가 부활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유기준 국회의원이 충남 부여 출생이지만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낙점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부산 출신의 김영춘 국회의원이 발탁되었다. 이와 같이 해양수산부 장관은 의례적으로 PK 출신 국회의원의 몫이라는 불문율이 작용하고 있다. 이는 해양수산 분야의 전문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PK 표심을 노린 정치공학적인 계산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청와대가 내놓을 다음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궁금하다. 또 다시 전문성이 결여된 PK 출신의 정치인이 거론되어서는 안 된다. 해양수산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해양시대를 선도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더 이상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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