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정기선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작년 4-5월경 해운계는 긴장을 하고 물동량 감소를 걱정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위축되면 수출입화물의 이동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 뒤 V자 반등을 예견하는 움직임도 일부 있었다. 수요는 늘어나지 않았지만 병목현상에 의한 공급의 부족사태, 뒤 이어서 현재는 수요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되는 현상들이 일어나 선박공급을 더 부족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선복은 찾기 어렵고 운임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2008년 이후로 낮은 운임으로 고생을 하던 정기선사들은 큰 물을 만나서 기쁜 일이다. 10년 불황에 1년 호황이라는 해운경기 사이클론이 다시 입증되는 셈이다. 조선의 호황은 해운의 불황을 의미하듯이 해운계의 기쁨은 곧 화주의 슬픔으로 대변된다. 숙명적으로 양자가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운송시장이다. 안정적인 수급과 안정적 운임유지는 양자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고 일본의 예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 

이 호황이 오래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이미 다수의 운송인들이 대형정기선을 발주했다는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나의 주위에도 1000TEU 선박을 매입하여 동남아 정기선사에 임대를 주는 선주들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다. 장차 공급초과가 곧 닥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이 내포하고 있는 불안정성을 짚어보고 대책을 강구해보기로 한다.

<정기선사들이 공급을 조절할 수있다는 자신감에 대한 우려>

첫째, 이번 코로나-19기간을 거치면서 공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운송인들이 가지는 긍정적인 기류에 대한 우려이다. 작년 선사들은 선속을 감속하고 결항조치를 취함으로써 선복을 줄였다. 공개적인 담합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선사들이 생존을 위하여 이런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행한 이러한 조치는 법률적으로도 가능하다. 설사 공동행위가 있었다고 하여도 생존을 위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야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한 절차를 지키면 해운법에서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수요가 증대되었거나 선복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정기선사들이 공급을 조절하여 선박을 인위적으로 항로에 넣지 않을 수 있는가? 법률적으로는 단연코 그렇게 할 수 없다. 자유로운 경쟁상태가 아닌 것으로 인위적으로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경쟁법이 처벌하고자 하는 사항이다. 선박이 없어서 야단인데, 운송인이 배를 운항하지 않고 계선을 하거나 감속조치를 여전히 하는 것은 10개의 상품이 있는데 상인이 5개를 숨기고 5개만 시장에 내어놓아서 가격을 인상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주와 협의하고 해양수산부장관에 신고하고 수리를 받아야하지만, 화주가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불가할 것이다. 미국의 FMC의 경우도 엄격한 절차가 있으므로 수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선박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이 감속운항이나 결항조치를 취해서 공급을 축소하여 운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경쟁법 당국이 가만있지를 않을 것이다. 미국의 화주들이 이미 FMC에 신고를 하여 조사 중이다. 경쟁법 당국이 제재를 가할 때에는 최소 10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정말 조심해야할 사항이다. 정기선사측은 불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공급이 부족하여 운임이 높게 형성되어도 자유롭게 공동행위가 가능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주의를 요한다. 이렇게 본다면, 2년 후 선복의 과잉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된 저운임 시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강구해야한다. 공급을 줄여야하는데, 선주들로 하여금 불경기가 닥치니 선박발주를 하지 말라고 제어할 수도 없고, 조선업자들은 어떻하든지 건조량을 늘리려고 하므로 건조량을 조절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장기운송계약(service contract)밖에 없다. 대량화주들에게 운임을 차별적으로 낮게 해주어도 경쟁법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미국 해운법과 우리나라 해운법에서도 허용되고 장려되는 행위이다. 미주화물의 경우 장기운송계약은 50%정도이고 스폿물량도 많다. 장기운송계약을 통하여 경쟁법적용에서 벗어나고 또한 불황시 좀 더 높은 운임을 받도록 사전 준비를 해야한다.

선복의 공급은 전세계와 연동된 것이므로 국제조약을 만드는 작업을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정기선분야에는 Liner Code라는 조약이 만들어진 예가 있다. 이번 무역대란을 경험하면서 운송인이나 화주나 정부에서도 안정된 운송서비스의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았다. 선복이 초과가 될 때에는 일정 수량의 선박이 휴항을 하고, 수요가 폭증할 때에는 휴항하던 선박이 시장에 투입되어 초과수요에 응하도록 법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경쟁법 위반으로 불가한 것을 가능하게 하도록 국제조약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운송인에게 유리한 이 시점이 국제적 제도를 제안하고 만들 수 있는 호기라고 본다. 그 전단계로서 선주, 조선소, 선박금융사, 화주로 이루어진 협의체에서 공급과잉의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어 선박건조의 수주가 조절될 수 있다면 좋겠다.     

<항공과 철도운송으로의 수출입화물의 이전효과>

둘째 철도와 항공운송의 약진등 해상물동량을 감소시키는 요인들을 눈여겨 보아야한다. 사람들은 99.7%가 해상운송으로 상품이 이동된다고 한다. 물동량 기준으로 원유, 석탄, 철광석등 원자재의 수출입을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가격대비 통계자료에 의하면 항공은 30%, 해운이 70%이던 것이 작년에는 항공이 약 40%로 올라갔고 해운은 60%대로 추락했다. 납기가 중요한 화물은 항공편을 많이 이용했다. 항공화물의 운임은 해상보다 10배가 비싸다고 한다. 최근 3배정도 해상운임이 올랐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여객항공기가 운휴인 경우가 많다. 이를 개조하여 화물항공기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중이라는 보도도 보았다. 철도의 이용도 확대일로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베리아 철도 및 중국횡단 철도로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화물이 이동된다. 곧 북극해를 이용한 항로로 상용화될 것이다. 시베리아철도는 겨울에 취약하고 중국횡단철도는 정치적인 상황에 취약한 약점이 있다. 물론 철도와 항공기를 이용한 운송과 선박을 이용한 해상운송에서 한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물동량이 규모면에서 비교할 바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고가의 운임을 받는 화물을 많이 놓치게 되어 해상운송의 수익구조가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또한 리쇼어링도 고려해야한다. 분업화된 결과로 수출입 물동량이 존재했었는데, 식량과 반도체 자급자족의 움직임에서 보았듯이 각국은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 전략물자와 필수품을 생산하고 공급받으려고 할 것이다. 이것도 물동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적어도 대형선보다는 피드선이 더 필요한 구조가 될 것이다. 브레이크 벌크화물을 컨테이너화하는 작업이 쭉 진행되어왔지만, 이제는 다시 벌크화물로 되돌아가는 화물도 있을 것이다. 이미 그런 기사가 많이 나왔다. 이 모든 것은 정기선 화물의 물동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감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일상이 회복된다면 전세계 해상물동량은 줄어든다고 생각된다. 항공과 철도로 이동된 물량을 다시 해상으로 가지고 오는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종합물류기업과 정기선사의 관계설정>

셋째 종합물류기업과 해상기업의 관계설정이다. 우리 정기선사는 해상운송만 우직하게 고집하는 것 같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머스크, CMA-CGM은 중국고객에게 철도운송을 해준다고 광고한다. 선복이 없으니 철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고맙다. 일본의 NYK도 NCA라는 항공화물운송회사가 있다. 화물항공기 8대를 가지고 있다. 급한 물건은 선복이 없으니 항공기로 배송을 해주었을 것이다. 순전히 해상운송에만 전념하는 정기선사는 어떠했을까? 고객의 화물수송 의뢰에 대하여 “선복이 없으니 2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혹은 “운임을 더 내셔야합니다”고 말하는 것과 “선복은 없습니다만, 대신 철도로 운송해드리겠습니다”고 말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종합물류업을 하는 해상기업과 그렇지 않은 해상기업은 이번 코로나를 거치면서 그 고객서비스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되었다고 본다. 

우리 외항 정기선사들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의 정기선사에 비하여 그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이는 불경기가 오면 우리 정기선사가 먼저 타격을 받게 됨을 의미한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 해운은 선박을 가지고 해상운송을 하는 업이 맞다. 그렇지만, 이를 기반으로 다른 영업을 해도 그 종합물류회사의 기본은 해운업인 것이다. 하루빨리 종합물류업으로 전환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종합물류계약 입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찰받은 종합물류회사의 하청, 즉 이행보조자의 지위에만 만족하게 될 것이다. 모양만 종합물류업을 행해서도 아니된다. 종합물류계약을 수주하여 각 섹터별로 나누어주는 형태로는 부가가치의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 섹터를 자신의 회사안에 두고 모두 처리를 해야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이다. 머스크가 Damco라는 자회사를 자신의 조직안에 가지고 들어온 것이 그 예이다. 아니면 일본 NYK의 NCA. 이마바리 조선소의 쇼에이 기센과 같이 100%자신의 자회사로 두어야한다.

종합물류업이라는 업태를 하나의 독립된 상행위로 인정하고 상법에 이를 추가해야한다. 해운법과 물류정책기본법에도 이러한 변화를 담는 법개정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화주들과의 상생방안>

넷째 정기선은 물론이고 부정기선에서도 높은 운임에 선복을 구하기가 어려워 야단이다. 정기선은 정시도착이 생명인데 부두에 입항하는 정시 도착율이 50%에도 못미친다는 기사를 보았다. 더 이상 정기선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이다. 수출입화물의 수송에서 화주들은 운송인이 안정적으로 운송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사태, 수에즈사태와 같은 비상사태라도 그 비상을 이길 수 있는 내성을 전세계 운송인이 갖추고 있을 것을 기대한다.

현재의 상황은 너무 심각하다. 2016년 한진사태시 물류대란에 이어서 2020년 다시 무역대란이 일어나고 있으니 화주로서는 현재의 이 제도에 큰 불안과 불만을 느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예외적인 상황, 그리고 전 세계적인 물류의 문제이므로 대한민국의 운송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작년 10월경부터 시작된 것이니 이미 8개월이다. 시원한 대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운송인 측은 수출입화물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체제와 실력을 갖추고있는가 의문이 제기된다. 비상사태에는 준비가 안 된 것이 이번 사태에서 확인되어다고 보아야한다. 그렇다면, 화주측과 진지하게 비상시를 대비하여 어떻게 안정적인 운송서비스를 제공할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다.

부족한 컨테이너 박스를 화주측의 물류자회사들이 소유하게 하거나 운송인측의 소유에 지분으로 참여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정기선은 물론이고 부정기선분야에서도 장기운송계약을 많이 가져가서 예측불가한 물동량의 수를 줄여나가는 체제를 세우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해운법 제24조 제7항은 대량화주는 운송업에 진출을 사실상하지 못하게 한다. 이 조항이 유효하게 입법되고 지탱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렇게 함으로써 전업운송인들이 더 잘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대란이 일어나도 대책이 없다면 대량화주 운송업진출 제한제도는 화주로부터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화주들은 자신들이 직접 운송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자신의 화물을 안정적으로 직접운송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이런 욕구들이 일부 작용하여 2자물류회사(물류자회사)로 나타나고 운용되는 것으로 안다.

더구나 최근 선주사 육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선주사에는 민간형과 금융형이 있다. 민간형을 만들려면 화주들이 선주사로 진출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민간선주사를 유지할 만한 튼튼한 운항사가 없기 때문에 대량화주들이 선주사가 되는 것은 장려되어야할 사항이다. 선주사는 법률로써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운법 제24조 제7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선가상승시 임차인인 운항사와 이익공유를 하는 제도를 운영하면 상생하게 된다

이런 제도의 변화와 도입을 포함하여 진지하게 화주와의 상생을 해운업계가 도출해내여야한다. 지금과 같이 여유가 조금있을 때 양보하는 자세로서 운송인들이 화주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큰 호황 뒤에는 큰 불황이 와서 해운업이 크게 고생을 한 경험이 여러차례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다. 이 말의 뜻은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주위를 돌아보라는 말일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호경기 시절 우리는 현재의 우리의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여 장래를 대비해야한다. 이러한 대비책은 민간의 선주, 화주, 정책당국, 그리고 학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한마음 한 뜻이 되면 더 쉽게 마련될 것이다. (202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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