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1. 들어가며 

동남아 항로를 다니는 우리 국적정기선사와 외국정기선사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과징금 7000여억원을 부과하겠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필자도 이렇게 큰 과징금 액수는 들어보지 못해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미 3년 전에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해운법 제29조의 공동행위 규정과 절차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다. 

그러나 경쟁법이 추구하는 자유경쟁과 공정한 경제질서라는 것이 치열한 국제경쟁하에서 생존의 존망 앞에서 하루하루 영업을 하는 해운업계의 처지에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에 의지하고 영업을 해왔는데,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에서는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에서 공정거래법에 근거하여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하니 양자의 관계가 무언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해운협회는 6월 8일 이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 이후 전문지 등의 기사를 보면 일방의 주장만 있어서 쟁점이 무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해상법과 경쟁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본 사건의 쟁점을 객관적 시각에서 기술하여 보고자한다. 

II. 공동행위는 무조건적으로 허용되는가?

경쟁법은 독과점을 방지하려고 한다. 사업자가 독점이 되면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고 한다. 독점적 지위에 이르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어느 나라이건 어느 분야이건 독과점을 방지하려고 한다. 여러 사업자들이 하나로 공동으로 의사를 정하여 운영하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공동행위는 바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행위이다. 

정기선운항은 수출입상품의 안정적인 공급에 꼭 필요하다. 정기선운항은 개품운송인의 영업으로 영, 미에서는 이런 정기선 운항을 하는 자를 공중운송인(common carrier)이라고 한다. 항해일정을 미리 공표하고 이에 따른다. 화주들의 운송의뢰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의무를 가진다. 책임도 원칙적으로 무과실책임으로 엄격하다. 그 대신 다양한 보호를 정부가 해준다. 이들에게는 대규모의 자본투자가 필요하다. 

해운의 선각자들은 동맹이라는 제도를 두어 운임을 공동으로 정하였다. 동맹의 부정적인 시각이 나타나자 1974년 정기선헌장이라는 조약을 만들었다. 수출입국가가 운송권의 40:40을 가지고 제3국이 20% 운송권을 가지도록 하여 후진국을 보호했다. 운송인은 자체 자정노력으로 화주와는 의미있는 협의를 거쳐서 운임을 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1978년 해상운송법을 개정하여 정기선헌장의 입장을 받아들여 정기선사는 운임을 공동으로 정하는 행위를 허용하였다. 그 경우에는 화주와 사전에 협의하고 이를 해수부장관에게 신고하기로 했다. 장관은 문제가 있다고 보면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면 장관은 공정위 위원장에게 통보를 하도록 한다. 이것이 해운법의 내용이다. 

이런 조약과 해운법의 규정을 살펴보면 공동행위가 허용된다는 취지는 마음대로 여러명의 운송인이 자의적으로 운임을 천정부지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절차에서 화주와 협의하여 또한 주무관청의 관리를 받으면서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행위가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게 되면 해수부장관의 통보에 따라 공정위가 다시 그 사안을 들여다 볼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III. 공정거래위원회는 정기선사를 처벌할 수 없는가? 

1978년 해상운송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제29조가 추가되었다. 그런데, 1980년에 처음 공정거래법이 생겨나면서 현행 제58조가 들어왔다. 제58조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는 중요한 조항이다. 정당한 행위인 경우에만 각 단행법의 예외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이다. 각 산업별로 독자적인 경쟁법 규정을 둔 것을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이 통일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연혁적으로 해운법 규정이 공정거래법보다 먼저 생겼고, 이 규정은 1974년 정기선헌장을 국내법화한 것이고 우리나라도 비준국가이라는 점을 들어서 '공정거래법 제58조는 해운법 제29조에 적용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가' 이것이 이 사건에서 또 다른 하나의 쟁점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적용제외설을 취하고 있고 공정위는 적용설의 입장이다. 공정위는 정기선사들의 행위는 정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만약, 적용제외설에 따른다면 공정위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공정위에 통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이고 제재를 가하는 경우에도 해운법에 따라 과태료만 부과해야할 것이다. 

해운법은 제29조에서 정기선사의 경우에는 운임과 노선조정 등에 대하여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화주단체와의 사전협의와 해수부장관에 대한 신고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해수부장관에 시정조치명령권을 부여하고 공정위 위원장에게 통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해수부장관은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보험업법 등 다른 산업분야에는 없는 완결적인 구조로 공동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실제로 해수부가 처분을 내리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해운법은 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하여 완전히 독자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것은 해운업계가 주장하는 적용제외설의 좋은 근거가 될 것이다. 

한편, 해운법 제29조에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면 해수부장관이 공정위 위원장에게 통보하도록 되어있는 점, 수범자의 법규정 위반시 제재수단이 해운법의 경우 과태료가 1000만원에 지나지 않아서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에 고발 등과 균형을 이룰 수 없다는 점 등은 적용설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이 두 지점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중 하나다. 이 쟁점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IV. 정당하지 않다고 보는 사안은 무언가? 

위에서 본바와 같이 공동행위는 화주와의 협의와 신고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공정위는 화주와 의미있는 협의가 없었고 신고도 제대로 되지않았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해운업계는 협의는 있었고 신고도 했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이 다투어지는 또 하나의 쟁점이다. 

정기선사들도 운임과 관련하여 화주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방법론으로 관행에 따라 법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지켰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화주들과의 부정적인 내용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운임을 주고받는 의미있는 협의가 정기선사들과 화주사이에 없었다고 본 것이다.  

수많은 화주들이 있기 때문에 실무상 협의의 대상인 화주단체가 정해져야 한다. 무역협회 산하의 화주사무국이 법률상 그 대상으로 정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의의 대상은 화주사무국이라서 여기와의 협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공정위 보고서도 이점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협의의 대상은 쟁점이 아니다. 

정기선사들은 협회에서 팩스나 이메일로 부대운임의 인상 등에 대하여 연간 계획을 보내면 화주사무국에서 답이 거의 없었다. 10여년 동안 혹간 질의와 수정의 요구가 있었을 수도 있다. 심각하게 운임인상의 조건에 대하여 주고받은 내용은 기록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이런 협의가 진정한 협의인지는 의문이 있다. 기타 분야의 사용료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조정자가 되어 같은 테이블에서 협의를 하거나, 관련자들이 협의회를 구성하여 다수결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위는 이런 절차가 없었음을 두고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기선사들은 해운법에 이런 절차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여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해운법에 절차가 없더라도 정기선사가 더 적극적으로 화주와 협의하려고 노력했어야하는 의무를 부담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해운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들려는 용역이 두 차례나 있었고, 도선법의 도선료 결정방식과 같은 협의체 구성에 대한 제안이 업계에서 검토된 바가 있었다는 점, 그렇지만 절차가 법률로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운송인에게 유리한 점일 것이다.

신고의 미비도 쟁점이다. 공정위는 부대운임의 인상협의가 수십차례있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기선사들은 일괄인상에 대한 신고를 연초에 한번 하고, 후속되는 논의는 하부에서 일어난 것들로서 신고된 인상액을 하회하는 것들로서 신고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관계의 인정과 관련되는 것으로 구체적인 설명이 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V .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왔고 결정은 공정위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공정위는 지금과 같은 화주와의 협의와 신고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2018년까지에 대한 정기선사의 행위를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 2019년부터 현재까지의 행위도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해운업계는 물론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 당부는 위원회의 결정과 길게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아야 최종결정이 날 수도 있다. 화주와의 협의제도와 신고 제도를 어떻게 변경해나갈 지도 고민해야한다. 반드시 정부가 법률로써 규율해야하는지, 아니면 자율적으로 화주와 제도를 만들 수 있는지도 연구해야한다. 

일본에서도 공정위와 국토교통성의 정기선 공동행위의 규제와 관련 다툼이 있었고 입법으로 해결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1999년 국토교통성이 정기선사들의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국토교통성에 시정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이를 관보에 게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개월이 지나도 조치가 없으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직접 과징금 등의 부과를 정기선사에게 내리는 구조가 되어있다. 우리나라도 해수부와 공정위의 관계를 조율하여 처리과정을 수범자들이 숙지하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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