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1. 들어가며

해운(shipping)에 대한 이미지(image)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팬데믹(pandemic)을 통해 해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일반 대중이나 주요 미디어들의 해운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어느 날 갑자기 글로벌 해운이 중단되었을 경우 글로벌 무역과 경제활동은 곧바로 마비 상태가 될 수 있다. 해운의 주역은 선박을 움직이는 선원들인 만큼 그 역할의 중요성은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하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래서 팬데믹 과정에서 선원의 지위를 ‘Key Worker’로 지정해서 이동 제한으로부터 제외해야 한다며 해운단체, 근로자단체, 로마교황청, UN까지 나서서 외치고 간청도 해봤지만 사실상 결과는 없었다. 이유는 정치권의 해운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의 동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해운이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정치권의 주요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그 어젠다가 해운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과제라는 점이다.

(1) 글로벌 물류공급망의 대혼란

지금까지의 흐름은 팬데믹이 초래한 항만과 도로망의 적체, 그로인한 회전율의 둔화, 장비부족, 스케쥴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운임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조금 완화되는가 싶었는데 3월의 수에즈운하 봉쇄 사고, 5월에 발생한 얀티엔(Yantian)항 대확진 사태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물류공급망 전반에 걸쳐 심각한 과부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팅(booking)된 화물이 과연 선적될지, 언제 도착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서비스는 추락했고 운임은 천정부지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장에 대하여 화주들은 불만이 아니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주들의 비판은 선사들을 겨냥하고 있지만 선사들은 손사례를 치고 있다.

상품의 운송비 예산을 100% 이상 늘려야 하는 것도 부담이고 서비스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요인은 과거와 너무나 달라진 시장의 풍경이다. 불과 2년전만 해도 복수의 선사를 상대로 가격조정을 해가며 바닥 운임을 선택해왔던 시장에서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슬롯(Slot)을 어렵게 확보해놓고 보니 컨테이너 수배가 제때 안된다. 문자 그대로 과거의 2~3배에 달하는 고액의 운임을 지급하고도 동분서주하지 않으면 선적기일을 지키기도 힘들 정도다.

(2) 과열되는 컨테이너 해운의 열기

이런 혼란의 근본 원인에 대해 화주들은 선사들이 선복과 기기를 충분하게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운임인상을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실제 2019년 이후 연간 단위로 보면 물량 증가율은 2%에 불과했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증가율이다. 그렇다면 평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capacity 부족이 발생한 원인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 패키지가 초래한 소비자들의 급격한 소비 증가와 평소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수요의 폭등 현상이다.

미국의 수입물량은 전년동기 대비 작년 4월에 15% 감소했다가 11월에는 29% 이상 급등했다. 2020년 해상물동량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문제는 그 흐름이 예년처럼 일년 기간에 걸쳐 분산되지 않고 상반기에는 대폭 줄어들었다가 하반기 들어 자연 증가한 물량에 상반기에 줄어든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미국항만과 내륙의 물류 인프라는 그러한 급격한 기복을 소화할 능력이 없다 보니 결국 적체로 인한 공급망의 병목현상은 기기의 회송율과 선박의 일정 지연을 초래했고 그 여파는 곧바로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3) 책임 공방

현재 물류공급망의 혼란은 한계점을 이미 넘어가 있다. 주요항에는 대기선박의 행렬이 길어지고 일주일 정도 지체되는 것은 보통이다. 일각에서는 현 혼란의 책임을 선사들에게 돌리고 있으나 사태의 근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기 보다는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이른바 mismatching이자 peak에 달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capacity의 부족이다. 여기서 capacity라 함은 선박, 컨테이너 박스, 터미널, 샤시, 철도, 트럭 등 넓은 의미의 물류시설과 자산을 의미한다.

물론 mismatching의 최대 수혜자는 선사이고 피해자는 화주들이다. 해결의 key라고 주장하는 capacity를 제공할 책임은 누구인가? 해운계, 무역업계, 국가 중 하나겠지만 해운계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 선사들의 주장이다.

2. 화주들, 정치권에 해결 촉구

미국과 유럽은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화주국가라면 중국은 세계 최대 상품 생산국가이자 화주국이다. 이들 3대 화주국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자국 화주들의 이익 옹호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는 FMC가, 유럽에서는 해운동맹의 폐지에도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선사들의 공동운항 체제(VSA)까지 금지하라는 집요한 화주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EC(European Commission)가, 해운기업의 흑자보다는 수송비 절감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 상무부가 나서면서 해운계를 향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에는 이들간 연석회의(Joint panel Discussion)까지 개최한 바 있다.

(1) 유럽 화주들, 선사의 책임론 강조

정기선사들은 경쟁법 적용 면제(Block Exemption Regulation ; BER)라는 특혜에 힘입어 선복과 기기의 수준을 수요의 동향에 따라 조절해가며 운임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반면 화주들은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함께 선적 수배는 물론 인도 일정조차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 최대 화주단체인 GSf(Global Shippers’ forum)와 MDS Transmodal은 분기별 시장동향 보고서에서 엄혹한 팬데믹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은 놀랄 정도의 협동력을 발휘해서 화주들의 희생을 대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선사들이 경쟁법상의 특혜(BER)를 바탕으로 더 이상, 마치 한 몸처럼 단결하지 못하도록 BER 대신 항공업계의 Code-sharing agreement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선사들의 공동 운항체제(Alliance)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 미국 농산물 수출업체, 정부에 개입요청

수백개의 미국 농산물 수출업체로 결성된 AgTC(Agriculture Transportation Coalition)가 6월초 회원들이 집단으로 연서한 탄원서를 미교통부에 제출, 농산물 수출업체들이 겪고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 부족 사태의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연말에 이어 두 번째 제출한 서한에서 AgTC는 선사들이 자신들의 수출용 농산물에는 컨테이너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기의 반송지연에 대해 거액의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선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 농산물의 약 20%(미국 전체 수출의 8%로 1360억달러 상당)가 수출되고 있지만 장비 부족과 고운임으로 사실상 수출이 거의 막혀있다고 AgTC는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GSf뿐 아니라 미국의 NITL, NRf(National Retail federation), AgTC 등 화주단체, OCED 산하의 ITF 등에서도 제기하고 있으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사들의 Alliance나 Consortia 등 운항동맹체제 혹은 협력체제의 해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해운단체에서는 비용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상대측에서는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지적하며 FMC를 포함한 관련 당국들이 이제는 ‘검토나 말보다’는 행동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4) 미국 최대 소매업체 단체, 대통령에 면담요청

날로 심화되고 있는 미국 항만의 적체 현상 해소를 촉구하기 위해 미국 NRf가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서한을 6월 14일 발송하고 그 사본을 교통부, 상무부, 국가경제협의회(National Economic Council) 및 FMC로 보냈다. 동 서한에서 NRf는 백신접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시 시장을 찾고 소매 관련 업체들은 시간외 근무를 하면서 소비자 수요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비해 인력, 장비 및 선복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이로 인한 물류공급망의 혼란, 항만의 적체, 해상운임의 급등 현상으로 인해 상당기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NRf가 지적하고 있는 선복과 기기 부족 문제는 사실상 글로벌 해운계를 겨냥하고 있으며 하원 소위는 청문회를 통해 북미지역의 공급망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자국내 항만, 육상 인프라 등의 확충은 국내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될지 모르나 선복과 컨테이너의 공급확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이른바 Jones Act fleet를 제외하고 미국이 자국의 원양해운을 접은 것은 60년전의 이야기다. 새삼스럽게 원양 정기해운의 재건을 시도할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상당한 리드타임(lead-time)을 요하는 프로젝트다. 그렇지 않다면 해외선사들을 통한 선복확충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5) 미국 화주들, 선사들의 보복조치 우려한다

FMC는 작년 3월부터 화주들의 민원해소 차원에서 실태 파악을 위해 ‘fact finding 29’라는 이름하에 해운시장의 실상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대상은 주로 글로벌 선사들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미국 화주와 터미널의 불만을 확인하는 것이다. 조사 책임자인 FMC 행정관은 6월 15일 원양해운과 관련선사, FMC를 감독하는 미하원 USCG·운송소위(Coast Guard and Maritime Transportation subcommittee)에 출석하여 화주들이 불만사항을 당국에 보고할 경우 예상되는 선사들의 보복조치가 두려워 실상을 보고하고 있지 않아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고 FMC 의장도 이 증언에 공감을 표했다.

화주측의 증언도 유사한 내용이었으며 사실 여부를 떠나 선사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증언이 다. 청문회에 출석한 선사들의 대변 기구인 WSC는 화주들이 제기하는 ‘보복행위’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부인했다. 보복행위 유무에 대해서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상식선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며 현재의 이상 장세(場勢)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선사들이 중요 고객인 미국 수출화주들에게 화주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보복행위를 시도할 선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3. 선사들의 항변

(1) 선사들이 capacity 조절을 통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가?

컨테이너 시장의 Spot rate는 최근 30년내 최고라 할 만큼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했다. 연초에 계약을 체결한 화주라 하더라도 화물을 선적하려면 계약 요율에 더하여 congestion 할증, 장비회송 할증 등을 추가로 부담해도 물량 선적이 쉽지 않다 보니 화주들은 선사들이 바가지 운임(price gouging)을 씌우며 부당이득을 추구하고(profiteering) 있다고 비난한다. 사실 여하를 떠나 대혼란의 배경에는 살펴보아야 할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물류공급망의 수용능력( capacity)의 문제다. 일부에서는 선사들이 capacity의 부족사태를 의도적으로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2020년 상반기동안 선사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물량의 감축으로 운임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시 선복을 감축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수요가 증가하자 곧바로 선복을 대폭 늘렸으며 4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투입선복량이 오히려 증가했을 뿐 아니라 화주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 선복(extra loader)까지 투입했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두번째 capacity에 대한 통제 문제다. 현재의 혼란은 해상에서의 혼란이 아니라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항만을 포함한 육상 물류시스템의 병목현상(bottleneck) 때문이다. 선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선박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육상의 capacity는 선사들의 통제영역 밖이다. 선사들이 의도적으로 선복 부족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2) 선사들이 운임 부풀리기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가?

운임이 상승하면 그 수혜자는 분명 선사들이다. 운임은 수요와 공급의 흐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며 과거 그랬던 것처럼 수요와 공급이 선순환하면서 비록 장기간 침체 상태였지만 시장은 큰 기복이 없이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0년 하반기의 상황은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 혹은 mismatching 그 자체였다.

선사들의 운임정책도 공급이 부족할 경우와 수요가 부족할 경우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사들이 실시간 베이스로 운임을 조절하는 것은 아니며 수급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점과 운임 정책을 수정하는 시점 간에는 일정한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수퍼마켓 판매대에 생수가 한병 남았는데 사려는 사람이 세사람이라고 해서 수퍼마켓이 생수값을 당장 올리지 않는다. first come, first serve의 기본에 따를 뿐이다. 현재 시장의 상황은 화주가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원하는 모든 수요를 충족 시킬 수 있는 capacity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즉 생수 한병 앞에 세사람의 고객이 서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first come, first serve의 논리로도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화주들의 구매력(buying power)의 한계다. 상품 구매력에 따라 매수자가 결정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다. Box 단위로 운임이 부과되는 상황에서 화물 가격이 1만달러인 상품과 25만달러인 고가품중 누구의 구매력이 더 큰지는 불문가지다. 운임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상승할 경우 1만달러의 저가화물은 수출 마진이 운임으로 다 흡수되기 때문에 선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3) 선사에게도 선택권은 있다

모든 것을 시장 논리의 탓으로 하기보다는 선사들의 운임정책 여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상사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문자 그대로 first come, first serve 원칙에 따라 터미널에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사전에 공시된 운임으로 선적하게 되면 운임은 수급의 균형 여하와 무관하게 안정될 것이고 price gouging(부풀리기)이나 profiteering(부당이득) 주장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과 물류는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계획에 의거 행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백화점의 생수 판매처럼 first come, first serve 방식은 화주들이 원하는 방식도 아닐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없다.

4. 당국의 개입

수요공급의 법칙이라고 강변해 보지만 화주들은 선사들이 충분한 선복과 기기를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화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중국의 3대 규제 당국 역시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해운계에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1) 중국의 2차 개입

현사태의 원인을 선사들의 일방적인 횡포라고 주장하는 화주들의 항의에 따라 중국 정부가 작년 9월 협의(consultation)란 이름으로 선사들에게 선복과 장비 증강을 촉구한 바 있다.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또다시 China International Freight Agency Assn, China Shippers' Assn 등이 나섰고 이번에는 중국 상무부가 앞장을 섰다. 교통부와 타 관련 중앙부처들과 협의하여 선복량을 늘려서 운임시장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조사의 명분으로 들고 있는 것은 관련법에 규정된 선사들의 운임보고의무 이행 여부다.

(2) FMC, 시장 개입한계 인정

수요가 공급(capacity)을 초과하게 되면 가격은 상승하는 것이 시장논리다. FMC가 작년 하반기에 선사들의 장비 운영과 Detention & Demurrage 관리 상황 조사를 주목적으로 한 fact finding 29를 실시했지만 선사들의 불합리한 조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실태 조사만으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LA항만청장도 수입물량과 수출물량의 구조적 불균형이 장비 부족사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capacity다.

그러나 민원의 발단은 컨테이너 박스를 확보할 수 없는 미국 농산물 수출업체들이다. 줄을 잇고 있는 농산물 수출업체들의 민원에 대하여 FMC는 경제적인 이유로 선사들이 아시아로의 공컨테이너 회송에 우선을 두는 것은 미국 해운법의 위반사항이 아니며, 수급의 불균형에 의한 운임 인상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FMC는 운임을 책정(set)할 수 없으며 선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위(level)를 지휘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우회적으로 FMC 역할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미국 화주들이 의회, FMC 등에게 시장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딱히 마땅한 대책이 없다보니 FMC 의장도 ‘화주들은 도움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는데 FMC가 동원할 수 있는 도구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보니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듯이 FMC 역시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3) FMC, 화주 단체 조언 청취 제도화 추진

화주들의 민원에 대하여 FMC측에서는 시장의 실상을 파악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너무나 소조직이라고 자평하고 화주단체들로부터 공식적이고 확인된 조언을 청취하기 위하여 FMC내에 ‘National Shipper Advisory Committee’의 상설기구화를 추진 중이다. 24명으로 구성된 조언그룹은 해운시장의 경쟁과 신뢰도(reliability), 통합(integrity), 국제 운송시스템의 공정성에 관하여 FMC에 조언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조언의 객관성과 신뢰도다.

이와 별개로 미국산업운수연맹(National Industrial Transportation League)도 최근 미국 화주들의 선복확보난과 장비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FMC의 권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개편을 포함해서 1984년 미해운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컨테이너 해운사들의 서비스 부재를 지적하며 시급한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5. 해운회사들의 책임론

팬데믹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화주들은 현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볼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있을 뿐 아니라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고운임과 인도지연 사태를 초래한 항만과 터미널의 혼잡, 철도와 트럭 그리고 창고시설의 부족, 수에즈 운하의 봉쇄, 5월 하순 발생한 얀티엔항의 대규모 확진사태 등은 컨테이너 해운회사들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능력 밖인 것도 사실이다. 화주들의 주요 불만 요인들을 살펴본다.

(1) 운임 시장

지난 20년 동안 화주들은 공급과잉에 의존하여 싼 운임으로 운송이 가능했을 뿐 아니라 선사들의 정시운송시스템(Just-in-time) 덕택에 재고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지난 6월 11일 기준 아시아발 유럽향 운임이 teu당 6천달러를 돌파했지만 일년전에는 teu당 900달러였고 최근의 정점에 달한 운임을 포함하더라도 지난 5년간 평균 운임은 teu당 1200달러였다. 이러한 운임의 상승세가 선사들의 탐욕스러운 이윤추구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선사들의 영업 요원들이 운임인상을 화주들에게 강요(?)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선복과 기기를 확보하기 위해 화주 스스로 높은 운임을 제안한 경우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시장에도 자유시장 경제(free-market economics)의 원칙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운계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었고 화주들과 정치권의 해운계를 향해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컨테이너 해운회사들은 계속 적자운영 상태였으며 이처럼 저운임 체제의 공급망이 지속되는 동안 선사의 주주들은 자선하는 심정으로 버텨 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범세계적인 대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14개월 동안 컨테이너 해운계는 2019년도 전체 물량에 맞먹는 물동량을 운송했으며 미서안의 최대 항인 LA는 일년동안 1천만teu를 처리하는 등 글로벌 물류공급망은 멈추지 않았다.

(2) 기기 관리상의 문제

컨테이너 기기 부족과 관련된 불만의 주체들은 주로 태평양 항로 back-haul 화물의 주종인 농수산물, 육류, 임가공 제품의 화주들이었다. 수입화물(head-haul)을 선적한 컨테이너들이 과거에는 항만과 지근 거리에 있는 대도시에서 수입화물을 인도한 후 곧바로 내륙 원거리에 있는 수출화물에 기기를 배정, 수송원가 수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운임으로 아시아로 운송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내 물류공급망의 병목현상으로 컨테이너 회송이 지연되자 선사들은 수입화물 양하후 곧바로 컨테이너를 아시아로 반송하다 보니 AgTC 입장에서는 장비확보를 위한 추가부담과 고운임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운임의 격차다. 청문회가 개최되었던 6월 3일 기준 LA발 상해향(back-haul) 컨테이너 운임은 feu당 779달러인데 비해 상해발 LA향(head-haul) 운임은 5952달러였다. 미국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원거리 내륙까지 이송하는 비용과 시간, 선적과 도착지 양하비용 등 실비(out of pocket expense)도 보전하기 힘든 back-haul 화물에 배정하는 것보다는 수익이 보장된 고운임의 아시아발 수출화물에 우선 배정하는 것은 이윤추구를 최우선시하는 민간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선사나 화주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현재의 상황은 미국 소비자의 수요 충족을 위해 아시아발 수입화물에 우선을 둘 것인지 아니면 미국으로의 수입화물 운송이 지연되더라도 수출용 농산물의 선적에 우선을 둘 것인지 여하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gTC의 어려움도 이해가 되지만 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이 수출용 농산물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head-haul 화물)의 조달이 지체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행정당국자들의 입장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AgTC의 비판과 달리 현재의 혼잡은 정책당국의 개입으로 해결되거나 선사들의 노력만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시간이, 시장이 해결할 문제일 뿐이다. 굳이 지적하자면 항만과 터미널을 포함한 미국내 물류 공급망의 구조적 문제다. AgTC가 비판하고 있는 선사들의 컨테이너 관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르나 head-haul 우선 배정으로 인해 미국 화주들의 수출정책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화주들은 곧 유권자임을 익히 알고 있는 정치권의 입장에서 자유시장 경제이론과 법리(法理)만을 강조하며 방치하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3) 공급관리

선복량을 포함해서 글로벌 물류공급망의 용량(capacity)은 시장의 기복을 감당해낼 수 있는 최저수준으로 유지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체에 비유하자면 지방도 근육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왜소한 강골(强骨)에 의존한 최소한의 공급망을 유지해온 덕택에 중국 등 원거리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미주,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배송하고 있는 것이다.

화주들의 불만을 해소할 방안이 있다면 그것은 이례적인 상황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물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 선복량을 크게 늘리고 컨테이너 장비의 수량도 수요의 120% 이상을 충족할 수 있을 만큼 늘리고 터미널, 항만, 도로, 철도망 등 육상 하드웨어 인프라는 물론 각 인프라에 종사하는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 문제는 그 경제성이다.

글로벌 물류시스템의 capacity는 정상적인 흐름을 기준으로 장기적 사용을 위해 구축되는 것이기 때문에 2020년 하반기에 나타난 문자 그대로 십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하는 극적인 변화(dramatic change)에 대비하여 capacity를 갖출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그런 수준의 capacity를 갖추려면 평상시에는 유휴 잉여 설비로 매달아 둘 각오를 해야 한다. 과연 그러한 자산에 투자할 민간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극적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capacity)을 갖추려면 그것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지 민간기업에 주문할 과제는 아니다.

(4) 갈등과 비판

현 시장하에서 선사들이 부당이익을 취하는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면 같은 논리로(with same token) 과거에는 화주들도 그랬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화주들은 고공행진하는 운임이 팬데믹으로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같은 논리로 지난 10여년 동안 컨테이너 해운계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운임 체제를 감수해가며 디플레이션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감상적으로 접근할 경우 그러한 비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현상은 선화주간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Buyer와 Seller가 공존하는 시장에서 수급 균형의 변화가 초래하는 시장 경제 논리의 흐름일 뿐이다.

비생산적인 비난이나 정부의 개입은 사태 해소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책이라면 이해당사자 모두가 공조를 통해 하루 빨리 수요와 공급이라는 양대 톱니바퀴가 최대한 맞물려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고 정부는 그러한 공조체제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3국의 규제 당국 역시 현재의 혼란이 행정력으로 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해운시장에서 차이가 있다면 화주들에게 유리한 slack period는 장기간 지속되었지만 선사들에게 유리한 이번과 같은 극적인 변화는 수십년내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해상물동량의 흐름은 일년내내 일정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절적, 해운 외적 요인으로 성수기가 있고 비수기가 있다. 물량이 감소한 비수기에는 선복을 반만 채우고 나가거나 투입 선복을 줄여 운항하기 때문에 별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비수기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선사의 부담이고 화주는 운임경쟁을 유도하여 싼 운임으로 선복을 활용하며 물류 코스트를 절감할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물량이 증가했을 경우다. 데이터를 통한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전세계를 기준으로 할 때 평상시보다 월 50만teu 정도가 증가하는 것은 소석률의 증대와 필요시 추가 선복(휴항중인 선박)을 동원해 무리없이 수용 가능하다. 그러나 2020년 하반기의 경우 극적인 변화에 의한 추가 증가 규모가 월 160만teu에 달했으며 여기에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루어진 물량이 무려 500만teu였다.

지난 3월 기준 글로벌 원양 컨테이너선의 60%가 일정을 지키지 못했으며(지연) 그중 다수의 지연일수가 평균 6.2일에 달했다. 대략 1주일 정도 예정보다 지각한 것이다. 정기선해운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BIMCO에 의하면 미서안의 적체 정도는 배가 한척도 입항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리하더라도 항만과 내륙 연결망의 적체를 해소하려면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서안의 상황은 한마디로 통제불능이다. 그럼에도 배는 24시간/7일 동안 계속 들어온다. 더구나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가 멀지 않았다.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대비한 상품 비축을 앞둔 수입업체들은 지난 팬데믹의 후유증을 거울삼아 더이상 선사의 스케쥴을 신뢰하지 않고 이번에는 미리 과거보다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은 양의 재고 비축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혼란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6. 결언

(1) 시장 논리와 이해의 충돌

갈등의 진원지는 미국이고 불만의 주체는 미국 농산물 수출업체들이며 내용은 컨테이너 박스 부족이다. 1분기 동안 미서안발 공컨테이너의 수출(사실상 회송조치)량이 전년동기 대비 80% 정도 증가했다. 이 정도라면 농산물 수출업체들에게 컨테이너 제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화주들이 컨테이너 제공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시장의 운임을 지불하겠다고 하는데도 선사들이 제공을 거부할 경우 이는 해운법 위반 사유가 될 수 있다. 현재 미농산물 수출업체가 부담하는 운임 수준에 비춰볼 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대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선사들이 해운법을 위반했다고 지적된 사례는 없으나 FMC에서도 주어진 권한과 법 테두리 안에서 무언가 선사들의 잘못을 색출해 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농산물 업체들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어 특별 조사관을 임명, 업계의 실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유권자인 화주들의 민원이기 때문에 무언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정치권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시장경제논리에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시장의 상사적 활동을 입법과 행정개입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권의 주도에 의한 행정개입이 항상 시장논리나 상사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단 개입이 있게 되면 관련 산업분야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상사적 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대화주 관계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심화되고 있는 선화주간 갈등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단위 물량의 증가는 팬데믹 이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정부의 부양패키지 효과도 거의 소진되었을 뿐 아니라 백신접종의 확산으로 팬데믹도 불원 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위주의 소비패턴이 서비스 위주로 전환되는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1년 후인 2022년 Service contract 시즌이 되면 팬데믹 이전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될지 모른다. 그동안 이례적인 호황으로 자금에 여력이 생긴 선사들이 앞다투어 조선소 문을 두드리고 있어 2년후쯤이면 신조선들이 대거 출시될 전망이다. 공급 조절은 선사들의 몫이지만 수요 조절은 소비자 내지는 화주들의 몫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어느 일방에 의한 시장 교란(manipulation)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어차피 혼란은 일시적 현상일 뿐 시장은 다시 순기능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어느 일방을 탓하기에 앞서 혼란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구축만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 경쟁법에 미칠 파장

선사들이 공급을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원동력은 소수 대형화를 통해 확보한 시장의 과점화 효과다. 과거 공급과잉시마다 곧바로 운임경쟁이라는 체력전을 통해 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했던 악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실시간 베이스로 수요의 흐름에 맞게 공급을 조절할 수 있었고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운임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기적 측면에서는 선사들에게 유리한 상황일지 모르나 장기적 측면에서는 선사들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계를 넘는 높은 운임과 시장의 혼란은 규제당국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정기선 해운계에 허용하고 있는 현행 경쟁법상 혜택을 선사들이 남용하고 있는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규제당국이 선사들의 제휴를 허용하고 경쟁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한 것은 제휴를 통해 선사들은 자본비 부담을 완화함과 동시에 운항효율을 증대해 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긍정적 효과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불연일 경우 선사들의 제휴에는 제동이 걸릴 뿐 아니라 과점화에 대한 판단 기준은 규제당국의 판단에 의해 언제라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3대 경쟁당국의 동향에 비춰 볼 때 현재의 물류 혼란이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제한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선사들에 의한 과점화가 선사들에게는 유리한 반면 화주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건전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규제의 상한선(30%)은 하시라도 하향 조정될 것이고 선사들의 소수 대형화 구조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그 후폭풍은 정기선해운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3) 규제의 도입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컨테이너 해운의 고객들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글로벌 물류 공급망의 혼잡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팬데믹이 야기한 수급의 불균형하에서 선사들은 대형화된 선복의 공동관리를 통해서 고객의 손실을 예방하기는 커녕 오히려 고객의 희생을 대가로 선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화주단체와 OECD, WTO의 공통 시각이다.

반면 선사측을 대리하는 유럽선주협회(European Community Shipowners’ Association)는 선박의 대형화는 해운시장의 오래된 흐름으로 운송해야 할 화물이 있는 한 선박의 대형화는 필요한 것이며 대량 수송을 통해 국제 무역상품의 운송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날로 증가하는 물량을 처리하기위해 항만시설을 확장하는 것 역시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항만이 공공의 인프라인 한 그에 대한 투자는 공적자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항만을 이용하는 자가 상응하는 이용료(ports fee)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항만 혼잡의 원인을 선사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ITF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현재의 혼란은 팬데믹으로부터 수에즈 운하 봉쇄, 얀티엔항의 대량 확진자 발생 등 일련의 비정상적인 사태들로 인해 발생한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불원 정상화 될 글로벌 물류공급망에 또 다른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 사태를 규제를 통해 풀려고 하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4) 장기적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권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지 알 수 없으나 입법과정에 최소한의 시간을 요할 것이고 그때쯤 되면 과열된 시장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의해야할 점은 미국 FMC는 선사들의 불공정행위나 보복행위가 확인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청문회에서 공언하고 있는가 하면 EC 역시 분기별로 실상을 모니터링하면서 화주의 불만을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호황이 단기적 훈풍이라고 한다면 현사태가 장기화되었을시 나타날 수 있는 역풍은 개별 선사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정기해운의 장래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메가톤급 태풍이 될 수 있다. 선두선사들이 스스로 앞장서서 mismatching의 충격을 완화하고 혼란의 조기 해소에 나서는 이유도 이러한 상황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소수의 서비스 제공자와 다수의 소비자간에 갈등이 생길 경우 정치권은 다수의 이익에 더 귀를 기울기 마련이다. 시장경제 논리도 맞다. 그러나 공정이란 이름하에 다수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정치권의 시각도 충분히 명분이 있는 것이다. 공정을 판단하는 잣대 역시 정치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속죄양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화주의 이익은 곧 소비자의 이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해운계의 시장논리도 중요하지만 공정과 명분을 들어 정치권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경우 고작 1~2년의 이례적인 호황으로 인해 해운계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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