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JOC 편집국장)

마크 스자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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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자 및 제조업의 수요가 지속하여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이 무리한 운행을 계속할 듯이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아 소강상태를 보이는 춘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의 수요 급증으로 중국의 많은 공장이 이례적으로 춘절에도 가동을 지속했는데 내년에도 재연될 수도 있다.

미국 소매업체의 경우 이미 판매량이 수입 속도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유럽 포워딩 업체들은 아시아-유럽 무역에서도 아시아 상품에 대한 수요가 비슷한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6월 17일 IHS Markit은 미국의 GDP 전망을 6.7%에서 7.1%로 상향 조정했으며, 6월 23일 발표한 경제성장 지표인 예비치(flash) 유로존 PMI 복합생산지수는 5월 57.1에서 59.2로 상승해 15년(18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머스크(Maersk)의 나린 폴(Narin Phol) 북미 지역 상무는 7월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해 6~7월부터 성수기를 맞이했는데, 성수기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 수입 업체는 선복량 부족이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을 걱정하며, 일부는 프런트로딩(front-loading)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의 소매 재고 수준이 사상 최저인 점은 화주들이 여전히 주문량을 늘릴 수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설명했다. 미국 통계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계절 조정된 재고대비 판매율은 1.07로 지난해 4월 1.67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수입 업체들이 제품을 수입하는 속도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빠르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물 선복량 확보를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아시아산 제품을 수입하는 유럽 업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가운데, 화주들은 공급망에 있어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해운업 전문가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대란을 겪은 뒤 늘 반복되는 익숙한 후렴구처럼 들릴 수도 있다. 2014~2015년 미국의 서부 항만의 노사분쟁으로 아시아 항로가 동안으로 많이 몰렸지만, 해운업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는 2016년 한진해운 파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운업계에서 현재의 수요 동향이 지속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매번 경제지표가 개선될 때마다 물동량 증가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시기는 늦춰지고 있다. 미국의 전국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과 해켓 어소시에이트(Hackett Associates)가 매월 발행하는 글로벌 포트 트래커(Global Port Tracker)에 의하면, 미국 소매 업체 수입량이 7월 전년 대비 14%, 8월 7.5%, 9월 1.7%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연간 성장률 둔화는 지난해 물동량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하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된다.

미국 수입 업체들이 아시아에서 FEU 컨테이너를 수입하기 위해 현물 시장에서 최대 4~5배의 비용을 지불하고, 컨테이너를 해양 터미널 및 내륙 철도 허브로부터 확보하기 위해 수 주 동안 애쓰는 가운데 이 충격의 여파는 오래 갈 것이다. 다음번에 몰아닥칠 충격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더욱 급진적인 대안이 제기되더라도 언제나 그렇듯 비용에 대한 우려가 이를 약화하겠지만, 수요가 더욱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가격 책정 권한이 화주에서 선주로 점점 더 이동함에 따라 이번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

새로운 현실을 위한 새로운 생각

수입 업체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아시아 및 기타 저비용 생산지에서 당장 수입을 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리스크를 더 감당할 수 없게 되면, 화주는 현지 소싱과 글로벌 소싱 사이의 보다 "혼합적인"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대형 글로벌 포워딩 업체인 DSV와 카디프 대학의 PARC 제조, 물류 및 재고 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는 밝혔다. 

2010년 이후 물류 담당자들은 보호 무역주의 강화, 잇따라 발생하는 자연재해, 점점 커지는 탄소 감축 의무화로 인해 공급망 전반에 대한 의존도를 재점검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다른 동향처럼, 코로나19로 공급의 연속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커졌다.

DSV의 마이크 윌슨(Mike Wilson) 글로벌 물류 제조 서비스 담당 부사장은 "우리가 이야기 나눠본 업체 대부분은 공급의 지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저널 오브 커머스>에 밝혔다. 물류 운영이 "여전히 효율적이고 최적화되어야 한다”고 밝힌 그는 "하지만 공급의 연속성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유지되어야 해서 '글로벌 대 지역'이라는 문제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해상 포워딩 기업인 ECU 월드와이드의 중소 화주 고객들은 그들의 공급망에서 "지속적인 공급"을 기대하게 되었다고 테드 튜더(Ted Tudor) CEO는 말했다. 꾸준한 수요 증가로 일부 만재 화물의 화주는 LCL 시장으로 진출했으며, 다른 화주들 역시 LCL을 물류 차질에 대한 대비책으로 계속 활용할 수도 있다. 일부 화주의 경우 LCL을 통해 아시아산 상품이 컨테이너를 가득 채울 동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바로 운송할 수 있게 되었다.

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크(Vincent Clerc) 해양 및 물류 부문 CEO는 다양한 운송 방식과 화물 인도를 보다 긴밀하게 통합하면 물류 운송에 차질이 생겼을 때 수입 업체에 어느 정도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더욱 통합된 공급망을 이용하는 고객, 다시 말해 머스크가 단순히 해상운송뿐 아니라 여러 물류 공급망 체인을 함께 관리해주던 고객이 다양한 운송 방식과 지역에 걸쳐 연결되지 않은 여러 공급업체를 사용하는 고객보다 작년에 위기를 더 잘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아시아 소싱이 커짐에 따라 공급망은 다양한 서비스 공급업체에 의해 운영되는 다양한 방식과 단위로 더욱 분화되었다. 이에 따라 상품화(commoditization)가 뒤따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클레르크 CEO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는 공급 차질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소위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운영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시스템이 사내 전용 데이터베이스와 같다면 머스크의 통합 물류 시스템은 서로 다른 인프라가 함께 작동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다며 많은 화주가 바로 이러한 시스템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공급망의 기반이 된 현재의 패러다임은 이미 그 효율성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말하며 코로나19는 머스크가 2016년 글로벌 물류 통합업체로 변모한 것이 옳은 일이었음을 증명해주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주요 고객 역시 이에 동의하는 듯 보인다. 지난 1분기 동안 물류 사업에서 상위 200 고객사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8억9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고객의 공급망에서 더 많은 지분을 노리는 업체는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맞춤형 솔루션 전략을 사용한 CMA CGM의 1분기 물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21억 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CMA CGM은 당시 세계 13위 규모의 3PL 업체였던 세바 로지스틱스(CEVA Logistics)를 인수했다. 이후 세바는 대서양항로(trans-Atlantic) 항공화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여름 두바이, 베이루트, 이스탄불 등으로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확실한 배송을 보장하는 신속한 해상 운송과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든 아니면 보다 통합된 서비스를 이용하든, 대부분의 화주로서는 컨테이너 공급망을 크게 개선할 방안이 없다. 하지만 화주가 대응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변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일부 화주가 머스크 및 머스크의 선복량과 더 긴밀하게 연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는 10%도 안 됐던 북미 사업부의 다년 계약이 현재 35%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기록적인 컨테이너 스폿 운임과 아시아-북미 항로 서비스 계약 증가로 다년 계약이 더 유리해 보이지만, 크리스마스 전에 재고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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