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현재 해운업계의 최대의 현안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갈등이다. 공정위는 동남아 정기선사의 공동행위가 부당하다고 하여 과거 15년 이상의 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한다. 무역업계의 최대의 현안은 높은 운임을 낮추고 부족한 선박을 찾는 일이다. 무역업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운인들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 선박을 제공해야할 때인데, 해운인들은 공정위와의 싸움에 올인하는 모습니다. 엇박자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을 따져보면, (i) 1980년대에 만들어진 법제도를 그동안 손을 보지 않고 있다가 (ii) 현실을 모른 채로 공정위가 제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기선운항은 고속버스 운행과 같다. 정기선사는 일주일에 2번씩 부산항에서 출항하여 미국으로 간다는 스케쥴을 미리 공표한다. 그래서 화주들이 이에 맞추어 수출을 한다. 수출물량에 맞추어 선박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정기선사가 파산하면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처럼 해운대란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망안에 들어있는 정기선사들이 서로 가장 효율적으로 운항을 해야한다.

바로 동맹(conference)제도다. 운임도 조절하여 일정한 수입을 항상 얻도록 만든다. 이외에도 노선의 조정, 선박의 공동사용 등의 방법이 있다. 이런 행위들은 공동행위로서 경쟁을 제한하지만 경제적 효율이 높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한 것이다. 1974년 정기선헌장의 정신이다.

우리나라는 이 조약을 비준, 1978년 국내법화하는 과정에서 해운법에 정기선사의 운임공동행위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운임인상은 화주와 협의하고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할 것을 조건으로 했다. 그런데, 그 뒤인 1980년 경쟁법이 처음으로 입법화되었다. 공정위는 해운법과 같은 단행법의 예외적인 규정을 포섭하기위하여 제58조에 예외적인 허용은 그 행위가 정당한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취지를 넣었다. 이 제도는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해운법 제29조에는 정기선의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는 화주와 협의, 해수부장관에 신고, 장관의 시정조치 등을 조건으로 한다.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한다면 해수부장관은 조치를 취하고 조치를 공정위에 통보하도록 규정되어있다. 절차적으로 보면 이번 사안은 해수부장관이 조치를 취하지도 공정위에 스스로 통보한 사안도 아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이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제58조에 따라 공정거래법이 전면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 공정위 시각에서 화주와의 협의와 해수부장관 신고가 미비하다고 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이를 부정하는 점이 큰 쟁점이다. 

법학자로서 필자는 해운법 제29조와 공정거래법 제58조와 같이 이렇게 엉성하게 방치된 제도를 본 적이 없다. 필자를 포함하여 여러 학자와 실무자들이 몇 차례 문제점을 지적했다. 상법은 민법의 특별법이다. 상법과 민법이 충돌되는 경우는 상법이 먼저 적용되고 민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상법에는 민법보다 상법이 먼저 적용된다고 제1조에서 천명하고 있다. 이와 같아야하는데, 해운법에는 제29조의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없다는 내용이 없다.

미국의 해운법과 일본의 해상운송법에는 이런 공정거래법 적용배재의 문구가 확실하게 있다. 해운회사의 영업사원들이 해운법 이외에 공정거래법을 찾아서 읽어야하는가? 해운법 자체에서 그런 내용이 완결적으로 있어야한다. 국제조약에 따라 먼저 만들어진 해운법상 공동행위의 허용여부가 다른 법인 공정거래법의 해석에 달려있다는 것이니 이런 입법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만약, 가능한 입법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공정거래법 제58조에 따라 해운법에는 어떤 경우가 정당하지 않는 것인지를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규정하여 정기선사들에게 알려야한다. 불확정 개념은 고시를 통하여 하나씩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온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법이 지향하는 바이다. 왜 해운법에 대하여는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이웃 일본은 이미 1990년부터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국토교통성이 해상운송법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국토교통성에 대하여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고 이 내용을 관보에 게재하도록 한다. 1개월이 지나도 조치가 없으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두었다.

왜 우리는 이런 교통정리에 대한 제도 마련이 없었는가? 해운법에 따라 해수부가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으니 정기선사는 오랫동안 해온 대로 화주와 협의 및 신고를 해왔는데 이제 불쑥 공정위가 개입하여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업계는 반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안은 해수부와 공정위가 해운법 제29조와 공정거래법 제58조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지 않은 입법의 불비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 규정들의 관계에 대하여 공정위가 유권해석을 한 셈이다. 유권해석 다음부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상법은 운송인은 강자이고 화주는 약자라는 전제에 있다. 그리하여 상법에서는 화주를 보호하는 한계치를 정하고 이보다 불리하게 하는 운송계약은 무효로 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대량화주들이 자회사인 2자물류회사를 만들어 시장에 진입을 시켰다. 이들은 모회사의 화물을 가지게 된다. 그는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에 정기선사에게 다시 재운송을 부탁하는데 이제는 화주가 된다. 2자물류회사들은 모회사의 물량을 많이 가지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어서 운임을 아주 낮게 할 수 있다.

20년전에는 모든 화주들이 정기선사와 직접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지금은 2자물류회사들이 대량화주로서 시장에 진입하여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2자물류회사는 정기선사에 대하여 완전히 갑의 입장이다. 이 경우 화주가 강자이고 운송인은 약자인 지위로 변경되었다.

요컨대, 화주는 일반 화주가 있고, 2자물류회사인 화주가 있다(2017-2019년 3년간 부산, 인천, 광양의 컨테이너 수출량이 약 700만TEU이고 7대 물류자회사 물량이 약 100만TEU였다). 운임의 결정은 (i) 일반화주와 정기선사 (ii) 2자물류회사와 정기선사 사이에서 결정된다. 경쟁제한성을 조사할 때에는 동남아 정기선사에 이들 2자물류회사를 포함시켜야한다. (i)의 경우 정기선사는 운임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지만 (ii)의 경우에 정기선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편, 2자물류회사는 모회사로부터 운송의 위탁을 받으면서 계약운송인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일반화주들의 화물을 유치하면서 운송의 범위를 넓혀간다. 정기선사와 화주사이에 운송계약이 체결되려고 할 때 2자물류회사들이 운송인(계약운송인)으로 개입하여 운임을 낮추면서 자신이 계약을 따려고 한다. 그 결과 운임은 낮아지게 된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동남아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 정기선사들이 공동으로 시장점유율이 70%이상이고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는 가격경쟁을 제한한다는 효과를 유발하였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시장점유율은 70%이상이지만, 그 화물중의 상당부분은 오히려 협상력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2자물류회사들의 것이므로 가격쟁쟁을 제한하는 효과는 일부에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필자의 대략적인 계산에 의하면 20년전과 비교하여 2자물류회사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약 3조원정도의 매출을 정기선사로부터 가져간 격이 된다. 화주와 정기선사의 직접계약이 화주-2자물류회사-정기선사로 이어지면서 통행료 형식으로 5%의 운임을 2자물류회사가 취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기선사들이 모두 가져갔어야 할 매출인데... 따라서 공동행위를 하여 정기선사들이 이득을 보았다는 것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과연 실질적인 경쟁제한의 힘을 동남아 정기선사들이 가졌는가 의문이 든다. 이런 2자물류회사의 존재에 대한 시장의 현실을 공정위는 반영하여야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현행제도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에 있다. 해수부와 공정위가 권한에 대한 애매한 위치에서 서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와중에 우리 정기선사만 힘이 든다. 화주와의 협의는 잘 되지않는다. 소형화주들이 너무 많은 데 어찌 일일이 협의를 할 것인가. 대표로 인정되는 화주단체에서 운송인들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인상을 부정하는 경우에 다음 단계로 어떻게 해야 공정거래법이 말하는 정당한 행위가 될 것인가? 미국의 경우는 FMC라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강력하게 신고된 사항을 사전 점검하고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사항이 있으면 과징금을 부과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선박이 부족한 가운데에 외국정기선사들의 부산항 결항이 상당하다는 기사를 읽었다. 외국정기선사들도 해운법 제29조의 적용을 받는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외국정기선사의 부당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적극적으로 행정처분을 내려야할 것이다. 신고와 달리 결항을 하게 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나라 화주이고, 선박이 없으니 운임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해운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이다. 왜, 공정위는 작년 10월 이후 운임폭등의 원인의 하나가 되는 이런 행위에 대하여는 눈을 감고 있는가? 미주화물의 경우 20%만 우리 정기선사들이 실어나르고 80%는 외국정기선사들이 실어나른다. 폭등된 운임에 이득을 보는 자는 외국정기선사들이다. 과연 공정위는 이런 불균형적인 조치가 과연 공정한지 설명해주어야 한다. 

해수부와 공정위 그리고 국무총리조정실 및 청와대는 왜 이렇게 부처간의 엇박자에서 발생한 문제를 수범자인 국민들에게 미루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는 그저 금년말에 닥칠 운임폭락으로 인한 정기선사의 불황이 두렵기만하다. 다시 한진해운 사태를 또 맞을 것인지... 지금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할 터인데...해운인들은 모두 공정위에 대한 대처에 올인하고 있으니...다시 실기할까 두렵다. (20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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