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최근 디지털 전환과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는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 게임형 가상세계를 말한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일상기록​·거울세계·가상세계 등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기도 한다.

증강현실은 현실공간에 2D 또는 3D로 표현되는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이게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환경이다. 일상기록은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캡처하고 저장하고 묘사하는 기술이다. 거울세계는 실제 세계를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반영하되 정보적으로 확장된 가상세계를 말한다. 그리고 가상세계는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대안적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본격적인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렸다. 누구나 게임을 개발하여 자영업자가 되기도 하고, 가게를 열어 물건을 팔기도 한다. 또한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를 오픈하는가 하면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 등을 통해 물건을 거래하기도 한다. 더욱 정교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물건의 소유자를 등록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도 등장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지난 7월 23일에 “메타버스는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라고 규정하고, 앞으로 5년 안에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사진과 글, 영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페이스북을 가상세계로 접속하는 관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거나 친구들과 콘서트에 갈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2019년에 가상현실 제품 개발업체인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메타버스 관련 기술에 거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로 가상 일터를 만드는 ‘인피니트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헤드셋을 통하여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이용자들끼리 어울리고 채팅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호라이즌도 출시했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막대한 사용자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메타버스에서는 사람들의 시선·행동·목적지·몸짓 등을 보고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사람들의 잠재의식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데이터로 먹고사는 기업에게는 황금과도 같다.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2019년에 455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조 5429억 달러로 3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의 고속 성장와 더불어 최근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투자 대상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형자산이란 지식재산권·기술·브랜드·소프트웨어·임직원의 역량 등을 말한다. 혁신 자산과 디지털·애널리틱스 자산, 인력 자산 그리고 브랜드 자산이다. 이런 무형자산은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며, 미래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다.

맥킨지가 미국과 유럽 10개 국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유형자산 대 무형자산의 투자 비중은 7대3에서 6대4로 변화하고 있다. 모든 산업에 걸쳐 상위 25%의 고성장 기업은 하위 50% 저성장 기업에 비하여 2.6배 이상 무형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금융에서 그 차이가 5.5배, 통신·미디어·기술 산업에서는 5.2배, 소매업 산업에서는 7.8배에 달했다. 비교적 느린 성장을 보이는 제조업에서도 고성장과 저성장 기업 간에 무형자산 투자는 3.2배로 간격이 벌어졌다.

고성장 기업들은 단순히 무형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차별화함으로써 성장을 이끌어낸다. 실제로 고성장 기업들은 실시간 데이터 분석기술 사용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연구개발 효과성에 대한 정량적 분석 등을 저성장 기업들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적용하고 있다.

다른 선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실물이 없는 무형의 서비스·기술·정보·브랜드·역량 등이 눈에 보이는 유형의 제품과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생산성 증대와 성장 기회를 확보한 기업과 국가는 향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엄청난 부가가치 증대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해운물류업계는 지속적인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해양수산부도 말로만 우리 해운산업의 질적 성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 맞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과 액션플랜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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