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 IHS Markit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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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벌크(건화물) 시장은 제한된 선박 공급량과 안정된 수요의 증가로 장기적인 회복 사이클에 있지만, 백신으로 인해 팬더믹의 영향이 경감되면서 운임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과 운임이 급등하면서 건화물선의 운임과 운송 패턴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아시아발 대서양향 컨테이너 무역량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팬더믹과 수에즈운하 사건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항만에서 체선이 급증하게 됨에 따라 컨테이너 선박만으로는 물동량 소화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일반적으로 소형 벌크선과 동일한 터미널과 화물을 공유하고 있던 다목적(브레이크 벌크) 선박이 컨테이너 관련 화물 운송에 투입되면서, 컨테이너 관련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소형 벌크선의 백홀(backhaul) 항로(동아시아발 대서양향) 운임 역시 급등하였다.

또한, 다른 항로에서도 일반 화물선이 높은 운임을 쫓아 컨테이너 관련 화물을 주로 취급하면서, 벌크 화물 시장에서 크레인이 장착되어 있는 소형 벌크선(수프라막스 및 핸디사이즈)과의 경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박이 모자라자 소형 벌크선은 컨테이너 화물을 벌크 화물로 변형시켜, 마이너 벌크 화물 형태로 운송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마이너 벌크 물동량이 증가하게 되었다. 2021년 마이너 벌크 무역량은 전년 대비 약 8% 증가하여 주요 드라이 벌크 원자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소형 벌크선은 수요와 공급의 두 가지 측면에서 컨테이너 시장의 영향을 받아 그 운임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건화물 운임은 대형선이 소형선을 견인해왔다. 즉, 주로 철광석을 운송하는 케이프 사이즈 선형이 파나막스 선형을, 곡물과 석탄을 주로 운송하는 파나막스 선형이 수프라/핸디 사이즈 선형의 운임을 지탱하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지금까지와 달리 컨테이너 섹터와 관련된 소형 벌크 물동량 증가를 기반으로 소형선(수프라 / 핸디) 운임 시장의 상승세가 대형선 운임을 밑에서 위로 지탱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드라이 벌크 운임 전망의 핵심 전제는 컨테이너 물동량과 관련된 소형 벌크 선형의 백홀 항로의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것은 코로나19 팬더믹과 백신 접종의 동향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세계 백신 접종룰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공급망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경제회복에 따른 재고 확충이 재개되며 설비 투자가 회복되는 등의 경제활동과 맞물려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코로나19의 봉쇄정책이 완화되기 시작하면 팬더믹에 의한 항만의 체선과 같은 병목 현상은 해소되고 실제 가용 선박 공급량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서비스업의 소비가 팬더믹 전의 수준으로 점차 회복되기 시작되면 반대급부로 온라인 쇼핑 등의 상품 소비가 감소하여 컨테이너 기반 운송량 증가세는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백신의 양날의 검 효과로 경제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운임은 견조할 전망이나 선박 및 항만 효율 회복에 따른 공급 증가로 이어져 아시아-대서양 간 컨테이너 및 드라이벌크 운임 역시 최근의 고(高) 시황에서 하락 수정되어 기초 수요 공급에 기반한 합리적인 운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IHS Markit 운임 예측 모델에 따르면 BDI(벌크 운임지수)는 현재 3,000포인트 수준에서 내년 초에는 2,000포인트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 10년간(2011-2020) 평균인 1,100포인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 1,500-2,000포인트 수준을 향후 3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맥락으로 백신 접종 지연으로 인한 팬더믹의 장기화, 그리고 부품 및 원자재 부족에 따른 높은 수준의 주문 잔량(backlog)으로 컨테이너 및 건화물 운임 시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강하게 유지될 가능성 역시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부양책 감소와 팬더믹 이후 탄소 중립 등 환경 정책에 다시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현재 중장기 예측치에 대한 추가 하락 리스크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컨테이너 관련 마이너 벌크 화물의 유입으로 벌크선의 아시아발 대서양향 운임이 크게 상승했다.
컨테이너 관련 마이너 벌크 화물의 유입으로 벌크선의 아시아발 대서양향 운임이 크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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