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1998년은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500만TEU를 돌파하고, 광양항의 컨테이너부두가 개장되던 해다. 그 당시 부산항과 광양항은 컨테이너 부두의 개발과 함께 배후부지의 물류인프라 확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지경학적으로 동아시아의 물류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항만에 글로벌기업의 물류기지를 유치하고 물류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우리나라의 항만을 21세기 글로벌 물류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관세자유지역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98년에 필자는 연구책임자로서 관세청 관계자와 함께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독일의 함부르크 등을 방문하여 관세자유지역의 운영실태와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그리고 「관세자유지역 도입방안」을 제시했다. 관세청이 발주한 이 용역보고서는 우리나라에 관세자유지역이 도입되는 단초가 되었다.

관세자유지역은 국가 간의 물적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관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지정한 독립된 지역이다. 1999년에 제정된 ‘국제 물류기지 육성을 위한 관세자유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정된 지역을 말한다. 우리나라 관세자유지역은 2002년 1월에 부산항과 광양항이 먼저 지정되었고, 2003년 1월에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이 지정되었다.

관세자유지역의 경제적 효과는 첫째, 관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법적 지리적 경제특구로서 물품의 반출입·가공·재수출 등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와국기업의 유치가 그만큼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둘째,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통관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국내외 물류관련기업의 투자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물류활동이 자유로워져 국제교역이 한층 촉진된다. 셋째, 물품의 반출입과 중계 등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어서 통관절차, 관세 및 제세공과금 등의 면제혜택이 부여되며, 장치·보관·가공·조립·환적·무역 등 물류업과 관련된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다. 넷째, 관세자유지역에 입주하는 투자기업은 법인세·취득세·등록세·재산세·종합토지세 등 각종 세금과 토지 임대료 등이 감면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관세자유지역은 2004년에 개정된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자유무역지역에 통합되었다.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로운 제조·물류·유통 및 무역활동 등을 보장함으로써 외국인투자의 유치, 무역의 진흥, 국제물류의 원활화와 지역개발 등을 촉진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법률에 대한 특례와 지원을 통하여 자유로운 제조·물류·유통 및 무역활동 등을 보장하기 위한 지역이다.

최근 인천 지역의 22개 경제·시민단체들이 인천항 배후단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항은 내항 등 일부 항만이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항만 배후단지는 자유무역지역에서 제외되어 있다. 인천항이 세계수준의 항만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부산항과 광양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유무역지역이 인천항의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는 2004년 7월에 개장했다. 그리고 인천항만공사가 설립된 2005년 이후에 컨테이너 전용부두 개발이 본격화 되었다. 지난해 인천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327만TEU를 기록하며 세계 50위권 항만으로 성장했다. 인천항은 전통적으로 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일본 지역과의 교역이 매우 활발했다. 최근에는 중국·베트남·태국과의 물동량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인천항은 수도권에 있지만 항만의 규모에 비해 자유무역지역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부산항과 광양항과 비교하여 6배 정도 비싸다. 그래서 수도권의 물류가 부산항과 광양항으로 향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면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기업은 공시지가의 1∼1.5% 수준의 임대료만 부담하고 관세·법인세·소득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유난히 부산항에만 컨테이너터미널을 포함하여 배후단지에 이르기까지 대폭적인 자유무역지역의 확대정책을 펴왔다. 반면에 인천 신항의 자유무역지역에는 속수무책이다. 기존의 인천항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면적은 196만㎡로서, 부산항(1220만㎡)은 물론이고 인천항과 규모가 비슷한 광양항(905만㎡)과 비교해도 4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4월에 부산 신항 컨테이너터미널과 항만배후단지 283만㎡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부산항과 광양항은 컨테이너 터미널과 배후단지가 준공되기도 전에 이미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어 항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항은 신항과 배후단지가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서 항만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하루 빨리 인천항의 자유무역지역을 확대 지정해야 한다. 인천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입 관문인 국내 3대 항만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인천항의 자유무역지역의 확대 지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실기(失機)하지 않는 빠른 정책적 결단만이 외국인투자 유치와 교역 증진, 그리고 국제물류 활성화를 통한 인천항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백약이 무효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