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 정기선사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곧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보다 앞서 조사관의 과징금 부과의견에 대하여 해운협회 소속 동남아 정기선사들은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바있다. 이러한 대처과정에서 국회에서 다소 예상과 달리 해운법 제29조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이에 언론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국회에서 논의가 촉발되었기 때문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는 사실은 무언가 개선의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래 해운법 제29조는 공정거래법 제58조의 규정과의 관계에서 더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있었다. 공정거래법 제58조는 해운법 등과 같이 단행법에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제외해주는 경우란 그 행위가 정당한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다.

그래서 해운법 제29조가 공정거래법 제58조와 연결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현행 해운법의 규율이 미비하므로 정기선사의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었다. 운임에 대하여 화주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화주가 수용을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법률에서 정한 후속조치가 없기 때문에 화주가 수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으로 운임을 인상하여 적용하면 이것을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는 9인 협의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화주 3인, 운송인 3인 그리고 공익을 대변하는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제시된 안에 대한 논의를 하여 승인하는 절차를 가지면 비록 화주나 운송인 어느 한측이 반대를 해도 정당한 것이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그러한 운임인상에 대한 계획도 신고가 되고 수리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규정이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일본과 같은 국가는 해상운송법에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일본은 정기선사의 운임공동행위가 완전히 공정거래법의 적용에서 배제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이런 취지의 규정을 해운법 제29조에 넣으면 공정거래법의 적용과 공정위의 개입이 없게된다는 취지였다. 

1. 쟁점

해운법 제29조의 운임공동행위와 관련된 법적 쟁점은 두가지이다. 해운법 독자론은 해운법 제29조는 국제조약을 1978년 국내법화한 것으로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존재와 무관하게 완전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것이라서 공정위가 전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공정위에게 시정에 대한 결과를 통보하지 않는 이상 공정위는 전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입하더라도 과징금은 해운법에 따라서 처리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공정위는 이런 입장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보고서를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에 대하여는 해운계와 공정위 사이에 큰 다툼이 있다. 

두 번째는 실무적으로 화주와의 협의와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신고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정당한 것인지 이다. 공정거래법 제58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다. 물론 첫 번째가 인정된다면 두 번째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

2. 운임협의체를 두는 방안

현행 법률을 그대로 두고 해운법 제29조의 시행규칙으로 “정기선 운임협의체”를 규정하고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운송인 측 3인, 화주 측 3인 그리고 공익을 대변하는 전문가 3인 총 9인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마치 도선법상 도선운영협의회와 같이 작동하게 된다.

운송인이 공동으로 정해 연초에 제시하는 신고운임의 협의가 화주와 되지 않을 때협의체에 가져오면 협의체가 열리고 여기서 가부를 정하게 된다. 다수결로 처리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협의체가 운영되어서 협의의 가부를 정했다면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정당한 행위가 되어 더 이상 공정위가 개입할 수 없게 된다. 현재는 이런 조직이 없다. 그래서 화주측이 승인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말할 여지가 있다. 이런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제안의도이다. 

이 방안은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관계는 현상과 같이 애매한 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는 점은 있지만, 정당하지 않은지의 문제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공정거래법 적용제외 규정 등의 개정을 하는 경우

공정위는 이번 동남아 정기선사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제19조의 공동행위 규정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동남아 정기선사의 15년간의 운임공동행위가 결국 동법 제58조의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조사관 선에서는 해운법 제29조의 독자성과 완결성이 부정되었다. 이의 당부는 물론 공정위 상임위에서 크게 다투어질 내용이다. 

이런 공정위 조사관의 입장에 의하면 해운법상의 운임공동행위는 (i) 정당한 경우 (ii) 정당하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고, (ii)의 경우는 공정거래법이 전면 적용된다. (ii)의 경우 과징금 처분을 당하게 된다.

국회개정안은 “해운법 제29조의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을 넣고자 한다. 개정의 목적은 정기선사의 운임 등 공동행위는 모두 해운법을 전속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ii) 정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해운법을 적용하자는 것이 된다. 개정안은 또한 과태료를 10억 정도까지 인상하고 있다. 앞에서 본 쟁점을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시도로 간명하다.

운임 공동행위에 대한 신고자체가 없는 경우, 화주와 아예 협의가 없는 경우, 외국 정기선사들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하여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는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정당한 행위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모두 해운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까지 공정위가 개입을 포기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이미 대법원은 각 단행법에 규정된 공정거래법 적용제외 제도는 필요최소한으로 그쳐야한다고 동법 제58조를 해석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마지막 보루로서 운임공동행위에 대하여 규율해야함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해수부로부터도 완전 독립적이고 강력한 해운시장위원회가 설치 운영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미국식 FMC의 출연을 전제로 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FMC는 과태료가 아니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의회의 승인을 받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해수부와는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 되어야 객관성이 보장된다는 의미이다.

4. 각국의 입법 및 운영 동향

공동행위는 운임, 노선조정, 선박공유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쟁법은 경쟁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행해져야한다고 본다. 이러한 공동행위는 상대방인 화주로 하여금 자유롭게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므로 규제대상이다. 그렇지만, 해운의 정기선운항에서는 공동행위가 계약, 국내법 그리고 조약으로 허용되어왔다. 국가도 정기선해운의 안정화가 화주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각 국가가 모든 종류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홍콩과 같은 국가는 선박공유만 허용된다. EU는 선박공유와 노선조정에 대한 공동행위만 허용하고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는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정기선헌장(Liner Code)이라는 국제조약,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미국은 모두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허용한다. 그러나, 일정한 조건하에서 허용되는 것이지 모든 운임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닌 점을 유의해야한다. 

미국은 해운법에서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면서도 장기운송계약(service contract)을 크게 다루고 이것을 비밀로 할 수 있도록 한다. 실질적으로 운송인들의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FMC라는 독자적인 해운운임 규제기관을 두고 있다. 정기선과 관련해서는 일반 경쟁법과  완전히 독자적인 입장이다. 부정기선은 FMC의 관할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유사한 구조이다. 차이가 나는 것은 해상운송법(海上運送法) 규정에 명문으로 공정거래법과의 관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단서에서 3가지 경우(불공정한 거래 방법을 이용할 때,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이용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때, 제29조의 3, 제4항의 규정에 의한 공시가 있은 후 한 달이 경과한 때)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외에 제28조에서 정한 절차를 따른 운임의 공동행위에는 해상운송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경우에 다시 국토교통성이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국토교통성에 요구하고 1개월이 지나도 조치가 없으면 공정위가 처리한다. 명문의 규정이 있는 점은 우리와 차이가 나지만, 결론적으로 공정거래법 제58조를 반영하면 일본과 우리는 동일한 결과가 된다(공정위 조사관의 입장).

5. 결론

따라서 국회의 개정안과 가장유사한 입법례는 미국 FMC와 같은 형태이다. 독립행정기관인 해운시장위원회를 추가 설치하는 형식이 되어야 외국의 입법례와 같아 질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FMC제도는 화주에 대한 협의제도가 없이 신고를 꼼꼼하게 읽고 처리를 해주는 형식이므로, 이에 맞추어 해운법상 화주협의제를 폐지하게 될 것이다. 완전 독립된 해운시장위원회를 두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부처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운임협의체를 두는 방안이 가장 간편하다. 법률에 대한 개정이 없어도 가능하다. 도선법의 예도 있다. 이대로 입법이 없다면 운임공동행위 중 정당하지 않은 경우는 여전히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되지만, 운임협의체를 거친 공동행위는 정당한 것이 되어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운임협의체를 거쳤으므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는 해수부장관이 조치를 통보하면 족하고, 만약 해수부장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일본과 같이 유예기간을 두고 조치가 없으면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운임협의체의 승인을 거친 것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로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가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현행 개정안이 국회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정기선 운임협의체를 두는 방안도 차선책으로 검토해볼 만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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