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정기선사 공동행위 정책보고서 발간
"운임 공동결정, 자율규제 방안으로 용인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의 부정한 공동행위로 화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수천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공정위의 해운선사 제재가 실현될 경우 오히려 화주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고병욱 박사(해운정책연구실장)은 9월 14일 발간된 ‘정기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이해 및 정책 제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공정위가 동남아항로 가격 담함에 대해 국내외 선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선사와 화주에게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공정위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병욱 박사는 먼저 경쟁법은 역외적용이 되므로 공정위 제재가 확정될 경우 국적선사에 대해 외국에서 연쇄적이고 보복적인 제재를 받게 돼 한진해운 사태 이후 힘들게 우리 해운산업을 재건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화주의 운임인하, 서비스 안정성 등을 위해 취해지는 공정위 제재가 현재와 같은 글로벌 정기선 해운시장의 독과점 체제에서 오히려 글로벌 얼라이언스 선사들의 한국 서비스 축소를 야기할 수도 있어 화주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글로벌 선사들의 한국 서비스를 축소할 경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화주는 선복 부족에 따른 수출입 차질과 운임 인상이라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EU의 예를 들어 그동안 독점금지법 예외를 적용받았던 정기선사들 운임 공동결정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정기선사들에 대한 제재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공정위 논리에 대해 고병욱 박사는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서 운임 공동결정, 선복제한 등 선사간 경쟁제한을 수반하는 공동행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박사는 “운임 공동결정, 선복제한 등 경쟁제한 공동행위는 정기선 시장의 수요 및 공급 특성에 기인하는 파멸적 운임경쟁을 예방하는 충분조건 중 하나다. 또 운임 공동결정 등 공동행위를 전면 금지한 EU위원회 결정은 경제이론적 논거가 매우 약하다”고 강조했다.

EU위원회가 운임 공동행위 전면 금지를 결정한 근거를 담은 2005년 보고서는 정기선 시장의 수요 분할 가능성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 Pirrong 등의 해운경제학자들이 강력하게 주장한 정기선 시장의 통상적 경우에 자유경쟁 균형이 없다는 시장구조적 특성이 분석에서 누락돼 있다는 지적이다.

고박사는 해운시장 경쟁정책과 해운산업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며 운임 공동결정을 금기시하기보다는 자율규제 방안으로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지난 7월 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면제를 포함하는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KMI는 이러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해 당사자와 국민의 이해를 돕고, 바람직한 정책대안 제시를 위해 이번에 ‘정기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이해 및 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병욱 박사는 “해운은 인프라 산업으로서 공동행위를 통해 안정적 해운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바, 공정위와 선사 간 갈등이 해운의 특수성에 맞는 해운시장 감독절차를 마련하는 계기로 승화되고 이를 통해 막힘없는 수출입 물류와 해운산업이 함께 비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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