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2002년 7월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하는 「한·중 경제협력강화를 위한 워크샵」이 열렸다. 필자는 ‘조선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와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2000년에 한국은 신조선 수주실적이 2,079만톤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를 기록하여 세계 최대의 조선강국이 되었다. 2002년에는 한국이 1,184만톤을 수주하는데 그쳐 점유율이 34%로 하락하면서, 1,455만톤을 수주하여 점유율 40%가 된 일본이 세계 1위를 다시 가져갔다. 중국은 2000년에 253만톤의 신조선을 수주하여 점유율이 5%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412만톤을 수주하여 점유률을 11%로 크게 높였다. 

중국은 2000년에 조선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2020년에 세계 조선시장의 20%를 점유한다는 목표 하에 시설확장과 설비증강에 주력했다. 중국은 2001년에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을 계기로 글로벌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 당시 중국의 조선산업은 기술력과 생산능력 측면에서 한국과의 격차가 매우 컸다. 반면에 한국 조선산업의 가격경쟁력은 중국에 비해 10% 정도 열위에 있었다. 중국은 인건비 수준이 크게 낮아 가격경쟁력이 한국에 앞섰다. 그러나 주요 기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기술수준이 한국에 비해 5∼10년 정도 뒤졌다.       

2021년에 글로벌 조선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1∼7월 기준만으로 보면, 최대 호황기를 구가했던 2006∼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수주량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더불어 선주들이 발주량을 늘리면서, 조선산업의 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8월에 영국 클락슨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7월에 474척, 1,348만톤을 수주하여 45%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304척, 1,276만톤으로 점유율 43%로 2위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조선 수주량 중에서 눈에 띠는 것은 컨테이너 선박이 절반 이상인 1,270만톤, 금액으로는 250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은 조선산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환율 변동 등으로 채산성이 오히려 악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규모 면에서 세계 1위 조선국으로 부상했지만, 아직은 한국과 일본에 비해 효율성과 관리, 기술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 구조와 브랜드파워의 열세, 그리고 낮은 노동생산성 등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또한 공급망 측면에서 부품조립 산업의 영세성과 높은 부채비율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벌크 선박의 건조 비중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LNG 선박이나 기타 고품질 선박의 비중이 매우 낮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드물고, LNG 선박은 화동중화(沪东中华) 등 소수의 국영기업만이 건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산업 내 조직구조가 분산되어 있다. 중국의 조선산업 집중도는 한국보다 낮다. 중국의 주요 10개 기업 집중도는 70%대에 머물지만, 한국은 상위 10개사의 집중도가 95%에 이른다.   

중국이 조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낮은 노동생산성을 들 수 있다. 중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한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취약한 물류공급망이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한국은 국산 장비 적재율이 90%를 넘어서고 있고, 일본은 95%에 달한다. 중국은 60% 미만이다. 특히 하이테크 선박이나 해양설비 분야에서는 현지화 된 제품이 5∼10%에 불과하여 핵심 장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알파라이너·클락슨·드루리 등 3대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2년의 해상운송 수요는 2021년에 비해 3∼5%로 증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선박의 신규 발주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선사들의 컨테이너 선박의 발주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세계 1위 머스크가 21척을 발주한데 이어 2위 MSC도 52척을 발주했고, 3위 CMA CGM도 44척을 발주했다. 그리고 4위 코스코는 32척, 5위 하팍로이드는 22척을 발주했으며, 7위 에버그린은 무려 85척을 발주했다.  

특히 지난 8월에 머스크는 기존의 선박 연료는 물론이고 그린메탄올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 8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머스크가 발주한 선박의 한 척당 가격은 2,100억 원으로 기존 선박보다 10∼15% 정도 비싸다. 하지만 머스크는 아마존과 H&M 등 고객들이 친환경 운송수단에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2050년에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 앞으로 글로벌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의 발주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탄소중립과 4차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친환경화·스마트화의 물결로 인하여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바야흐로 친환경·스마트 선박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는 확실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조선업계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굳건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 같은 저탄소 선박의 핵심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수소·암모니아 추진 선박과 같은 무탄소 선박 시대도 열어야 한다. 조선굴기를 외치며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우리 조선산업이 중국을 따돌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영혁신이 더욱 요구된다. 끊임없는 디지털 혁신만이 미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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