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피터 터치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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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소비지출은 둔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이로 인해 미국의 항만 병목현상이 완화될 것 같지만, 화물 운송 시스템 안팎에 포진한 여러 난제가 컨테이너 화물 흐름의 정상화를 끈질기게 방해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항만의 심각한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월 13일 미 백악관이 매우 이례적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특히나 "크리스마스 대목을 살리는 것"이 목표일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대표적인 예로, LA 및 롱비치(Long Beach)항 터미널 운영 시간 연장은 너무나 단순한 생각이다. 지난 9월 롱비치항은 24시간, 연중무휴 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던 LA항도 야간 근무 및 주말 근무를 추가해 24시간 운영 체제를 가동함으로써 항만의 화물 처리 가능 시간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밝혔다.

그러나 알다시피 북미의 가장 바쁜 관문인 LA-LB에서 처리하는 물량을 야간 근무로 확대 처리하기 위해서는 터미널, 트럭운송업체 및 물류 센터가 효과적인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것이 중국과 같은 수출항과 다른 점이다. 수출항의 경우 항만은 물류의 종점이다. 어디에서 출발한 화물이 몇 시에 도착하든 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수입항의 경우 항만이 물류의 시작점이다. 여기에서 화물을 내려 트럭이나 철도를 통해 물류센터를 거쳐 소비자에게 화물을 운송해야 한다.

그러나 물류체계의 핵심 참여자들은 그동안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사실상 없다. 예를 들어, 수입업체는 밤새 컨테이너를 받기 위해 주 7일, 24시간 내내 물류 센터를 열어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뉴욕-뉴저지항 등 수입 관문 역할을 하는 항만은 여러 해 동안 이 문제와 씨름해왔지만, 진전을 거의 보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전 세계 주요 항만과 달리 미국은 야간과 주말 운영이 제공하는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운송 문화 때문이다.

짐 뉴섬(Jim Newsome) 사우스캐롤라이나 항만청(South Carolina Ports Authority) CEO는 지난 10월 5일 뉴욕에서 열린 국제 해양 명예의 전당(International Maritime Hall of Fame) 헌액식 연설에서 "공급망에 속한 우리가 더욱 협력하고, 각자의 이기적인 이익보다 더 많은 것을 중요시 여김으로써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롱비치항의 운영 시간 연장이 시행된 지 몇 주 만에 드러난 바와 같이, 트럭운송업체의 협력 없이는 단순히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성과를 거의 거두지 못한다. 물류센터가 문을 열지 않거나 물량이 가득 차 있어 트럭운송업체가 물류 센터로 컨테이너를 배달할 수 없는 것도 그 원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월마트(Walmart), UPS, 페덱스(Fedex), 삼성, 홈디포(Home Depot), 타겟(Target)이 연말까지 야간 근무를 통해 매주 3,500개의 컨테이너를 부두 밖으로 옮기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비록 LA-LB항에서 현재 매주 수입되는 총 물량의 약 3%에 불과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다른 주요 기업들도 이에 협력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백악관은 "이러한 약속은 철도, 트럭, 창고 등 운송 공급망에 참여하는 다른 기업을 향해 업무 시간 외에도 추가 화물의 운송 수요가 있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준다"고 밝혔다.

과거와 상당히 다른 변화이다. "[예전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야간 운송을 위해 시설을 계속 개방하고 드레이지 트럭 운전사를 야간 근무에 파견하고자 하는 건 소수의 BCO(대형화주)에 불과하다"고 아리 아셰(Ari Ashe) JOC.com 선임 기자가 최근 지적하기도 했다.

업무 외 시간에 컨테이너를 받기 위한 창고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물류센터가 대부분 차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2020년 소비자 지출이 컨테이너 운송을 이용하는 집수리 관련 상품으로 바뀐 것 때문이 아니다. 오프라인 소매 쇼핑에서 전자상거래로 전환하면서 4~6년 동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이 단 1년 만에 발생하자 현재 물류센터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큰 공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신규 증설은 아직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컨테이너를 항만 밖으로 실어 나르지 않으면 항만은 가득 찰 수밖에 없다. 이것이 10월 11일 현재 61척의 컨테이너선이 LA-LB항 단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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