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박태원 박사
박태원 박사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정부의 늦장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중국은 호주와의 외교 분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중단했다. 이 여파로 인해 중국은 올해 들어 10년 만에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중국의 석탄 대란은 요소수의 수출 제한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18일에 열린 ‘제1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청와대는 요소수의 부족과 관련하여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회의 안건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중국이 10월 11일에 요소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고시를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현지 공관 등의 요소수 문제와 관련한 전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정부의 현안 인식과 소통부재가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요소 수입이나 대체선 발굴 역할을 맡고는 있지만 요소수 총괄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환경부는 규제 업무가 본업이라며 나머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행정부처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풀릴 문제가 부처간 이기주의로 발목이 잡혔다. 청와대는 일본 수출 규제 때와 달리 요소수는 첨단 전략 물자에 해당되지 않아서 관계 부처 등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늦게 인지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로 정부의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 대책의 허점도 드러났다. 올해 1∼9월 수입된 산업용 요소 97.6%가 중국에서 수입되었다. 하지만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338개 품목에 요소수와 같은 원자재 성격의 물품은 빠져 있다. 이제서야 요소수와 같이 특정 국가의 수입의존도가 높거나 다른 품목으로 대체 불가능한 물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눈이 멀었다.

정부는 금년 초에 ‘제3차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2021~2030)’을 제시했다. 15개 관계부처와 함께 수립한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은 향후 10년의 정책 환경 변화와 해양수산 정책 수요를 전망하여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해양수산 분야의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해양수산 신산업 시장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11조 3,000억원 규모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기본계획에는 해양수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해양바이오산업, 해양에너지·자원 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하여 해운·항만 중심의 해양수산업 구조를 개선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또한 선박대형화에 대응한 지속적인 항만 확충과 국적선사 경영안정 지원 등 상생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전통 주력산업의 혁신 성장을 촉진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제3차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의 해운물류 분야에서, 세계해상물동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글로벌 경기위축과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둔화되고, 향후에도 해상물동량의 상승 요인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컨테이너 선복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호황에 대량 발주된 선박이 시장에 투입되면서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해양수산부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세계해상물동량은 오히려 경기회복과 전자상거래의 이용 증가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에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항만적체가 심화되면서 선복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기본계획이 수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시작부터 엇박자다. 예측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기본계획에 대한 보정(補正)에는 손을 놓고 있다.

지금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거대 선사들은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접목을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기술을 통한 효율성 증대와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그리고 인적·물적 자원의 재배분 등이 혁신경영의 아이콘이 되었다. 머스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해운 리더들이 디지털 전환과 종합물류기업화를 무기로 글로벌 해운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우리 해운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과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변신이 글로벌 해운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었다. 이 시간에도 글로벌 해운시장의 선두 주자인 머스크는 ‘종합물류·디지털화’의 투 트랙으로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해상·육상·항공 운송과 창고보관, 통관 대행 등을 망라한 원 스톱 통합물류솔루션인 ‘올더웨이(All the way)’는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불거진 요소수 품귀 사태는 정부의 늑장대응에서 비롯되었다. 관련 부처의 정책 현안을 챙기는 기민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물류망의 파장을 미리 감지하고 대책을 적시에 내놓는 역량이 부족했다. 해양수산부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해운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시의적절한 미래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질적 성장은 기본계획에만 있고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없다. 해양수산부는 우리 해운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개발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