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일 Korea P&I 前전무이사

문병일 前전무
문병일 前전무

국내 한 대형선사가 장기운송계약을 가지고 있고, LNG추진선이고, 신조인데도 석탄운반선이라 해서 금융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부산은행은 석탄운반선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미쉐린은 선사에게 ESG 등급을 제시하라고 합니다. 공급망을 따라 ESG 파급효과가 이미 해운계에 다수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운에서의 ESG는 규제기관, 선박금융사, 보험사, 아마존이나 이케아 같은 대형화주로부터 비롯됩니다.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확실해졌습니다. 그들은 탈탄소화, 인재관리, 데이터보안, 직원건강, 선원복지, 노동기준, 다양성, 비즈니스 윤리 등에 대한 평가에 관한 신뢰할 수 있고 표준화된 정보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선박소유자와 운항자는 그들이 제시하는 ESG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ESG 평가는 당해 회사에게만 평가 지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야드 선택, 용선 결정, 무역 루트, 선박관리, 선원수급, 선박 재활용 등 공급망내 거래처 회사들에게도 연쇄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Bulk Major가 요구하는 Rightship 평가나 Oil Major가 요구하는 Vetting 혹은 SIRE 검사보다 훨씬 확장적입니다. ESG 경영은 생각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곳으로부터 요구받게 될 것입니다.

대형화주인 필립스, DHL, 볼보, 미쉐린, 엑슨모빌, SCA, 란세스, 코카콜라 등은 운송인에게 ESG 평가를 요구하고 있고 아마존, 이케아, 유니레버, 미쉐린, 파타고니아, Frog Bikes, Inditex, Tchibo, Brooks Running 같은 화주는 탈탄소화 촉진을 위한 coZEV(Cargo Owners for Zero Emission Vessels)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해운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이미 은행들은 해외회사에 자금을 조달할 때 훨씬 더 엄격한 환경기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연기금은 한국전력이 석탄발전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여 수백억원의 투자액을 회수했다고 합니다. 산업은행은 대출, 투자 승인시 심사요소에 ESG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DNB는 해운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ESG가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영란은행은 은행과 보험사를 대상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세계보험시장의 중심인 Lloyd's는 탄소배출 관련 보험인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하고 메니징 에이전트에게 ESG 프레임 워크를 2022년중에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Lloyd’s는 석탄화력발전소, 탄광, 오일샌드 및 북극 에너지 탐사활동에 대해 2022년 1월 1일부터 신규 보험커버를 중단하고 2030년까지 기존 보험커버의 단계적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기후정상회담에서 덴마크, 미국, 벨기에, 영국, 핀란드, 프랑스, ​​독일, 온두라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마샬아일랜드, 노르웨이, 파나마, 스웨덴이 탄소중립 해운이 기후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라는데 공감하고 2023년까지 새로운 탄소배출량 감축 조치를 추진중인 국제해사기구(IMO)의 목표에 대한 국가간 지원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선박국인 그리스와 일본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편의치적국인 파나마와 마샬아일랜드는 서명하였습니다. IMO를 통한 규제가 가속도를 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ESG중 Social 부분은 선박관리자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선박소유자와 운송인의 ESG는 승선 중인 선원에 대한 대우도 포함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현재의 COVID19 상황이 포함됩니다. 많은 선원이 계약기간이나 규정을 초과하여 더 오래 승선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가의 항공료를 피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더 승선하게 한다거나, 선원이 통신하지 못하도록 선박의 인터넷을 끈다면, 이는 ESG에 대한 중대한 흠결이 될 것입니다.

실질적인 변화의 바람을 무시하는 선사는 새로운 경쟁 전선에서 뒤처지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Rightship으로부터 낮은 등급을 얻더라도, SIRE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그들만의 2부리그 비즈니스가 있는 것처럼 ESG의 경우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탄소세, 더 비싼 자금조달, 더 비싼 보험료, 더 낮은 운임, 더 낮은 용선료를 부르는 수요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경쟁자, 고객, 투자자 및 규제기관이 점점 더 많은 조치를 취하거나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사는 ESG 개선을 위해 전체 가치사슬 속에서 맞춤형 솔루션을 진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린 모기지를 제공하는 은행은 직접적으로 주택을 탈탄소화하지는 않습니다. 친환경주택 개조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대응합니다. 회사에 플라스틱 리사이클 박스를 설치한다든가 직원들이 종이컵을 덜 쓰도록 하는 것보다는 훨씬 크게 탈탄소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SG 경영은 비용과 시간과 인력을 추가로 요구합니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일과 ESG 경영이라는 미래의 비전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ISO 워싱’(실제 업무에는 스며들지 않고 모양만 갖춘)이나, ‘ISM Code 워싱’이더라도 별일 없었을 수 있지만, 'Green 워싱'이나 'ESG 워싱'으로는 점점 더 환경을 의식해가는 국제적 분위기에서는 cut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그래서 ESG 경영을 도입할 것인가 검토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라고 전문가는 얘기합니다. ESG는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하나?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누구를 만족시키려고 하는가?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성공 여부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ESG 전략을 활성화하려면 이사회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ESG 전략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 인재 및 기술을 어떻게 유인, 개발 및 유지할 것인가?

그레타 툰베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ESG 경영에 대해 더 이상 blah blah하지 말고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사)한국해사포럼이 9월 16일 주최한 ‘ESG,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포럼과 11월 23일 개최하는 ‘ESG, 해운업계의 대응방향’ 포럼을 읽고 듣는 것부터 시작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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