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1. 서언

윤민현
윤민현

2020년에 이어 2021년도 역시 혼란과 혼잡의 연속이었으며 그 후유증으로 정기선 해운업계의 영업실적은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동향에 비춰볼 때 2022년에는 수급의 균형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팬데믹 이전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해운에 대한 비호감도와 당국에 의한 규제의 향방 등 해운외적 요인은 하시라도 해운시장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의 주요 동향을 요약한다.

2. 2021년 시장

(1) 추락한 서비스의 신뢰도

정기선 해운의 브랜드 가치가 무색할 정도로 3척중 1척이 겨우 예정대로 목적항에 도착하였는가 하면 입항 후 10일 전후로 선석을 대기하고 있다. 터미널에 양하된 화물이 언제 트럭, 철도에 실릴지 예측 불허이고 육상 인프라마저 정체와 병목현상으로 언제 화물이 최종 목적지 도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2) 불용화로 공급에 차질 현상

혼잡 등으로 인해 지연된 기간을 선복량으로 환산하면 2021년 10월의 경우 12.0%에 상당한다. 즉 2021년말 총선복량 2400만teu를 기준으로 할 때 대기로 불용화된 선복량은 300만teu에 상당한다. 더 이상 추가할 선복량이 없는 상황하에서 12%의 선복량이 불용화되었다는 것은 12%의 선복량 감축과 동일한 효과다. 300만teu가 불용화 될 경우 항로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제3~4위 CMA CGM 혹은 COSCO 선단이 통체로 철수한 것과 동일한 파급 효과를 초래한다. 수급의 격차에 즉시 반응하는 정기선 운임의 특성을 감안할 때 12%의 공급이 사라지면 운임이 급 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메커니즘이다.

(3) 선사별 평균 운임률

2018~2021년 말의 상해 운임지수에 의하면 2020년 하반기까지 지수는 1,000 포인트 이하에 머물렀으나 2020년 여름이후 상승세를 유지, 2021년 12월에는 5,000 선에 육박, 지수 기준으로 5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지수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 3분기를 기준으로 선사별 Ebit/teu를 비교해보면 제1위 선사 Maersk와 10위의 Zim 사이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Zim의 teu당 $2,100/teu 대비 Maersk의 $818/teu간에는 거의 2.6배의 차이가 있다. 운임인상율을 비교해보면 2021년 3분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Maersk의 연간 상승폭은 86%인데 비해 Zim의 상승률은 174%에 달했다. 

(4) 기록적인 영업이익 달성

화주들은 추락한 서비스의 신뢰도, 장비와 선복부족, 천정부지로 올라간 해상운임을 지불해도 선적이 어려운 3중고를 겪고 있지만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2021년 영업이익 규모가 1,5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였다. Alphaliner의 발표에 의하면 2021년 3분기까지 발표된 실적을 보면 3분기에만 글로벌 선사들은 Ebit 372억 달러를 달성하였으며 2021년도 상반기 421억 달러를 합하면 2021년도 9개월 동안 Ebit 총액은 793억 달러에 달한다. 2010~2020년에 이르는 10년 동안 벌어들인 Ebit 총액은 378억 달러와 단순 비교할 때 글로벌 선사들이 지난 10년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배 이상을 9개월 동안에 벌어들인 것이다. 이중 대만의 3사는 61.5%(Wan Hai), 66%(양밍), 67.3%(에버그린)로 최고의 이익을 달성했고 반면 Maersk, MSC 등 Top4는 각각 50% 이하를 기록, 하위를 점했다(Lloyds List. Nov. 22, 2021). HMM 역시 59.5%로 4위를 차지하며 한국 상장법인중 영업이익률 제1위를 점하는 한국해운 사상 초유의 기록을 달성하였다(Nov. 22, 2011. 동아일보).

(5) 급등한 용선료

선복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선박회사들이 동원할 수 있는 선복량에 한계가 있다 보니 용선시장을 찾는 선사들이 증가하면서 용선료도 급 등 현상을 보였다. 4,250teu의 경우 2020년 1월 $10,000/일의 용선료가 2021년 10월 $90,000로 9배 상승하였으며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단기용선은 사라지고 용선 기간도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 

(6) 해운사 주가 동향

주요 컨테이너선사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평균 140% 상승하는 또 다른 기록을 수립했다. 10월 들어 성수기를 지난 계절적 요인으로 상승세가 일시 둔화되었지만 곧 이어진 선사들의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다시 반 등세를 보였고 11월 26일 WHO가 오미크론 변종의 출현을 발표하자 12월 13일 기준 아시아권 선사들을 중심으로 불과 2주 사이에 11~33%가 상승하는 등 물류 혼란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서 나타났다. 주가의 흐름은 선사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1월 이후 200~300% 상승세를 보인 대만의 3사(에버그린, 양밍, Wan Hai)가 전체의 상승세를 주도했고 150% 상승한 하파그로이드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의 Matson, COSCO, Maersk가 각각 46%, 47%, 56% 상승하였다. 글로벌 선사중 영업이익율 제4위에 속하는 HMM(Ebit 59.5%)의 주가는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다. 2021년 5월 한때 5만 1100원이었던 주가는 12월 13일 현재 2만 8250원을 유지하는 등 실적대비 둔화된 배경에는 정책금융이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및 HMM의 민영화 추진설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Alphaliner 2021-50, Dec. 14).

3. 갈등과 대립

(1) 혼란과 운임상승의 원인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팬데믹으로 인해 서비스보다는 상품 구입위주로 변한 소비자의 수요패턴이다. 이를 부추긴 것은 정책지원금 혹은 부양패키지이며 그 정중앙에 미국의 1조 9천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대국민 지원금이 있다. 기본적으로 수급의 균형이 크게 수요쪽으로 기울어진데 더하여 방역조치로 인한 인력 부족과 감염사태로 인한 주요 항만들이 폐쇄 혹은 조업단축까지 이어졌다. 

선사들이 수요의 붐(boom)을 기회로 혹은 Blanking을 통해 선복을 제한함으로써 운임의 상승을 인위적으로 유도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2020년 상반기 물량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Blanking 등 선복 감축에 나섰던 선사들이 2020년 하반기부터 선복을 늘리며 4분기 즈음에는 동원 가능한 선복은 모두 다 투입하고 있음에도 운임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선사들이 선복 조절을 통해 운임을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2) 선사들이 선복조절을 통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가?

현재 컨테이너 Spot rate는 최근 30년내 최고라 할 만큼 가히 기록적 수준이다. Spot cargo 화주는 물론 S/C 화주라 하더라도 화물을 선적하려면 계약요율에 더하여 혼잡, 장비회송 할증 등 추가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화주들은 선사들이 바가지 운임(price gouging)을 씌우며 부당이득을 추구하고(profiteering) 있다고 비난한다. 

현재의 이변의 배경에는 살펴보아야 할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물류공급망의 수용능력 문제다. 선사들이 Capacity의 부족사태를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2020년 상반기에 선사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물량의 감축으로 운임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입 선복을 감축했지만 수요가 반 등하자 동원 가능한 모든 선박은 항로에 투입하였고 그 결과 현재 항로에 투입되어 있는 선복량은 2020년 하반기 대비 오히려 늘었다. 

둘째 물류인프라에 대한 통제 문제다. 현재 시장의 상황은 육상 인프라의 취약성으로 화주가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원하는 모든 수요를 충족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물류 인프라의 Capacity라 함은 선박, 항만, 터미널, 철도, 트럭, 창고시설 등을 포함하지만 육상의 물류인프라는 선사들의 통제영역 밖이다. 

(3)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

선사들이 수급의 동향에 따라 투입 선복량을 조절하는 것은 선박의 운항효율 제고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선복량의 부족이 아니라 물량의 증가속도나 규모를 수용할 수 없는 항만, 터미널 등 육상 설비와 공급망의 설비 부족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규제와 함께 공급망의 종사자들의 확진사태로 인한 혼잡과 병목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혼란의 단초가 된 2020년 하반기의 상황은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이 아니라 엇박자와 엇바퀴로 점철된 수요와 공급의 부동조화 그 자체였다.

(4) 선사의 상사적 선택

운임이 상승하면 그 수혜자는 선사들이다. 운임은 수요와 공급의 흐름에 따라 등락하며 늘 그랬던 것처럼 수요와 공급이 선순환하면서 장기침체 상태였지만 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상사적 측면을 배제하고 First come, first serve 원칙에 따라 터미널에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사전 공시된 운임으로 선적하게 되면 운임 자체는 수급의 균형 여하와 무관하게 안정될 것이고 Price gouging(부풀리기)이나 부당이득이란 비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과 물류는 사전에 수립된 계획에 의거 행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First come, first serve 방식은 화주들도 원하지 않는다. 상품 구매력에 따라 매수자가 결정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다. 운임은 선사에 의해 부풀려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 사태의 근본원인은 글로벌 물류공급망의 수용한계를 초과한 수요다. 글로벌 물류인프라가 갖추어야 할 설비(Capacity)의 규모는 30~40% 정도 기복의 편차는 수용 가능하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85% 이상 급 등한 물량을 수용할 정도의 설비를 갖추기를 기대한다거나 요구하는 것은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는 억지다. 수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는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은 팬데믹이 초래한 수급동향의 극적인 변화(dramatic change)이자 수요와 공급이 엇물리는 미스매칭이지 선사의 인위적인 선복 감축이 아니다. 

4. 정치적 해법 

(1) 물류대란의 경제적 파장

기록적인 해상운임으로 인해 글로벌 수입가격은 11% 정도 증가하였고 소비자 가격도 크게 상승하였다. 특히 해상운송을 더 많이 이용해야 하는 컴퓨터, 전자제품, 광학제품 등 다국적 조립산업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았는가 하면 가구, 의류 등 저가상품들은 치솓은 해상운임으로 비지니스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운임이 10% 상승하게 되면 공업생산품의 생산량은 1% 정도 감소된다는 것이 UNCTAD의 전망이다(2021 Review of Maritime Transport).

(2) 화주와 정치권의 시각

미국은 반독점적 성향이 가장 강한 나라중 하나다. 미국 수출입 업계의 불편과 미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외국해운회사들이 운항동맹을 통해 우월적 지배력을 무기로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화주와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와이, 푸에르토리코, 알래스카 등 원거리에 위치한 도서와 미국 본토를 연결하는 연안선대(Jones Act fleet라 함)외에는 국제항로에 취항하는 컨테이너선단이 전무한 미국의 경우 수출입화물의 운송을 전적으로 외국선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미해운·항만 지도자들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

물류대란과 관련하여 2월초 미국 하원이 업계 대표자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하였다. 해운, 항만, 조선업계 등 해사산업계 리더들이 한 목소리로 미국 상선대의 강화, 해사 부문의 미국인 고용증대와 대외무역의 국적선 적취율 증대 등 해사산업의 재건을 강조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미국 의회가 그러한 증언을 청취했다는 사실 자체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다수의 미국인은 미국이 중국의 개혁 개방을 지지하고 WTO에 가입을 지원할 경우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했던 민주주의나 법치에 대한 호응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하는가 하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권익을 부당한 방법으로 계속 침해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증언에서 나타난 미국 상선대의 강화는 사실상 미국해운의 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해운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 중국 12월 수출물동량 18% 증가

중국도 나섰다. 예상밖의 빠른 경제회복세로 인해 지난 12월 중국의 수출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미중간의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한때 34.5%까지 치솟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와 같은 극적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capacity)을 갖추려면 그것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과제이지 일반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주문이다. 글로벌 물류공급망은 정상적인 무역의 흐름과 그 규모를 기준으로 Capacity를 운영하는 것이지 몇십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다. 

(5) 미의회, 선사들 비판

수백개의 미 농산물 수출업체로 결성된 AgTC(Agriculture Transportation Coalition)는 미 농산물의 약 20%가 수출되고 있는데 장비 부족과 고운임으로 연간 약 15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선사들이 자신들의 수출용 농산물에는 컨테이너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송지연에 대한 거액의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FMC를 포함한 관련 당국들이 이제는 ‘검토나 말보다’는 행동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농산물 해외 수출량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20%를 점하며 가격으로 환산하면 1360억 달러로 2020년 전체 미국 수출고의 8%를 점하고 있는 주력 품종이다. 농산물은 도시보다는 지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치권으로서는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외견상으로는 물류혼란과 높은 운임을 지적하고 있지만 미의회의 관심사는 농산물 수출업체들의 민원해소이며 선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농산물 수출을 위한 장비의 우선 배정과 D&D의 철폐 내지는 완화다. 그러나 해운과 항만의 입장에서 보면 D&D제도는 매출증대보다는 장비의 신속한 회전이 목적이며 농산물 수출업체들이 겪고 있는 장비 부족난은 저운임의 미국 수출 농산물보다 고운임의 아시아발 수출화물에 우선을 둔 장비 운용과 관련된 상사적 결정이지 미국 농산물 수출업체를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6) 해운 등 물류기업의 시각

이번 물류대란이 해운회사의 전략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니고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에서의 급격한 수요증가와 물류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라는 것이 해운계의 주장이지만 선사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미국 화주들이 의회, FMC 등에게 시장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보니 FMC 역시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농산물 수출업체들의 민원에 대하여 FMC는 경제적인 이유로 선사들이 아시아로의 공 컨테이너 회송에 우선을 두는 것은 미국 해운법의 위반사항이 아니며, 수급의 불균형에 의한 운임 인상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FMC는 운임을 책정(set)할 수 없으며 선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위(level)를 지휘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우회적으로 FMC의 역할을 한계를 명확히 한 바 있다. ‘화주들은 도움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는데 FMC가 동원할 수 있는 도구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보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LA항 주최로 개최된 한 행사에서 FMC 의장의 표현이다. 

문제는 자국의 수출업체를 보호하려는 정치적 논리와 수익 창출을 위한 선사들의 상사적 논리간의 충돌로 보인다. 법적으로는 선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해 보일지 모르나 컨테이너 정기해운의 주력인 태평양항로에 미칠 수 있는 미국 정치권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입법을 통해서라도 장애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미국 정치권의 입장이라면 논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대상이 아니다. 전직 FMC 행정관이었던 William Doyle씨는 공화당 정권이든 민주당 정권이든 미국의 농산물이 수출되기를 원한다며 글로벌 해운계는 미국 농산물 단체들의 로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미 연방정부 역시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상무부와 FMC가 스스로 현 사태를 수습할 만한 행정적 도구(tool)가 없다고 자조적인 표현을 하는 가운데 정기선사들을 향해 장기적 측면에서 경제를 생각하라고 우회적으로 수습을 촉구하고 있다. 수입과 수출은 화주들의 역할이며 이를 운송하는 행위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권의 주도에 의한 행정개입이 항상 시장논리나 상사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개입하면 관련 산업분야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왜 각국이 타 산업과 달리 정기해운에 대하여 경쟁법이나 독금법 적용의 유예 혹은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5. 2022년의 전망

(1) 운임시장 전망

향후 시장 전망은 다음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낙관적이다. ① 코로나 때문에 물류의 흐름에 발생한 과부하 현상이며 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다. ② 해운의 주기다. 현재 대량 발주한 신조선들은 2023년 하반기 이후 인도될 선박이다. ③ 그동안 진행되어온 통합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수요의 급증이나 선복 부족의 원인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선사가 이제는 공급의 통제력과 함께 강한 큰 협상력을 확보하였다. ④ 탈탄소화를 위해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대체연료들이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포함, 화석연료 대비 고가인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은 곧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⑤ 탈탄소화는 감속 운항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곧 선복 수요의 증가 효과를 유발하여 수급의 균형을 조절하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컨테이너선이 대량 발주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2023년, 2024년이 되어야 인도될 선박들이다. 따라서 시장이 정상화 되더라도 기본수요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견조한 시장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차피 시장이 다시 노멀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있겠지만 이 과도기가 아주 더딘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과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우리 해운업계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 시장을 보면 복원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래의 공급망에는 복원력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유는 부족한 물류인프라의 재건에는 오랜 시간을 요할 뿐 아니라 인프라의 적정규모는 노멀한 물류의 흐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예외적인 수요의 충족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2) 시장의 변화

경쟁은 여전히 심화되겠지만 경쟁의 양상에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해상운송구간뿐 아니라 육상 물류분야 등 물류 공급망 전체에 걸쳐 경쟁의 범위와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두고 다방면에서 경쟁이 전개될 것이며 이런 경쟁은 2030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스크, CMA CGM에 이어 MSC, Cosco, 하파그로이드 등이 이미 물류쪽에 진출했고 관망중인 다른 선사들도 불원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년동안 선사들이 디지털 솔류션을 개발하여 중간 매체를 우회하여 화주와 직거래를 하는가 하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물류기업체, 터미널 업자들도 운송과 물류 쪽에 뛰어들면서 경쟁 전선에서 다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 S/C의 변화

운임에는 Contract rate와 Spot rate 두 종류가 있으며 각각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황의 흐름에 따라 리스크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기존의 S/C는 항로별 연간 물량과  운임률만 합의하였을 뿐 운송계약이라고 하기에는 구체적인 책임과 의무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느슨한 포괄적 수준의 약속이었을 뿐이었다. Contract의 핵심은 운임과 물량이며 이 두가지에 대해 선화주 상호 약속(mutual commitment)을 했지만 ‘약속’을 각자 자기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Volume commitment를 구체적으로 주간, 월간 혹은 항차당으로 명시하면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선화주 모두 익히 알고 있지만 예측 불허의 시장하에서 이와 같은 방식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편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분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느슨한 약정으로 인해 시황의 기복에 따라 Roll Over(선복 부족시)와 No-show(화물 부족시)가 빈발하지만 불이행에 대한 추급은 상호 기피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즉 선화주 모두가 보면 S/C와 무관하게 시장의 기복에 따라 Contract rate와 Spot rate중 싼 운임을 선택할 수 있었다.

(4) 화주들 물류전략 전환

시장의 수급상황이 달라지면서 운임을 결정하는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18개월여에 걸친 어려웠던 시기를 거울삼아 화주들의 2022년도 물류전략이 달라졌고 S/C 화물이 요율과 비중이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선사와의 직거래를 원하는 대형 화주들도 선사들의 S/C 협상조건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Xeneta의 발표에 의하면 2022년도 화주들은 운임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물류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화주들이 저운임에 매달려 안정적인 무역거래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 보다는 대고객관계 차원에서 원하는 시기와 목적지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도착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며 이런 현상은 향후 수년동안 이어질 것이며 전체물량에서 S/C가 점하는 비율의 차이에 따라 선사의 장래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과거 한 개라도 더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운임경쟁을 벌여왔던 선사와 선복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는 화주간의 힘의 균형점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가다. 현재의 상황과 다수의 전망을 토대로 할 때 과거 저운임을 찾아 수급의 불균형을 십분 이용해왔던 Spot market을 선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선사들은 향후 수년동안 안정된 운임확보를 통해 경영을 안정시킨 후 다가오는 친환경 시대에 대비하여 새로운 선박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화주 역시 가까운 장래에 과거 팬데믹 이전과 같은 저운임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기대하기 보다는 현재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가운데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 화물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6. 장기적 도전과 과제

(1) 향후 해운시장의 도전과 과제

12월초 개최된 Global Maritime Forum에 참석한 해사산업분야의 주요 리더들의 공통된 견해는 디지털화와 탈탄소화에 의한 시장의 구조적 변환(shift)이며 이를 통한 의견은 규모의 증대와 경영의 투명성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와 실행이 해운산업의 장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것이다.

(2) 왜 규모인가?

현재 해운시장은 과도하게 분산되어 있어 여전히 규모의 경제에 의한 비용절감과 서비스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여력(room)이 있다. 해운기업의 단위는 여전히 소규모이고 여러 운송 모드중 운송비 측면에서 가장 저렴한 모드가 해운이다. 해운산업은 수천개의 마이너리그회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다수가 미미한 마진에 의존해 존립을 이어가고 있다. 2척 이하의 선박을 운영하는 회사가 전세계 해운회사의 71%에 달하며 회사당 평균 4.8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선주, 용선사, 금융분야의 리더들이 규모와 투명성을 향한 변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해운산업의 장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지목하는 이유다. 

우선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임통제권을 경영안정의 필수조건이며 현재 글로벌 선사들은 그러한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동안 활발하게 진행된 M&A의 결과이며 향후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선박의 규모면에서는 이미 초대형급의 선박이 이미 아시아, 유럽항로에서 그 정점에 도달했지만 그 외 다른 중소형 항로에서도 이미 선박의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형화가 진행되면 전체 네트워크 관점에서 볼 때 이들 선박이 취항하는 항로들은 이들 선박의 규모에 맞게 최적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환적 화물은 소수의 허브항으로 더욱더 집중될 것이며 환적물량을 처리하는 컨테이너 터미널 간의 경쟁은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화물을 둘러싼 쟁탈전이 전개될 경우 역내선사들간의 인수합병이 더욱더 진전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소 규모급의 운송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3) 통합은 흐름인가?

Global Maritime Forum 참석자들의 압도적인 견해는 탈탄소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해운회사들이 생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투명성하게 전체 물류 공급망을 통합한 대형화였다. 기존의 구식 비즈니스 모델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전환의 과정에서 때로는 어려운 결심도 불사해야 할 것이며(Cargill 사장) 결국 이러한 흐름은 지난 세기동안 분열된 상태로 시장을 지배해왔던 중소형 민간회사들에게는 새로운 압박이자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 ESG 금융이 대세

규모의 경제라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표준화된 ESG 경영이 필수요건인 동시에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large scale operation)은 향후의 비즈니스를 향한 기본요건(common denominatorss)이다. 금융권에서는 Zero-carbon 에너지로의 전환은 불가피해졌다는 판단하에 ESG 평가와 연계하여 선박금융을 제공할 것임을 이미 밝혔기 때문에  ESG 자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해운기업의 안정, 해운회사간의 결합과 함께 화주의 이해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관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은행이 아닌 일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지속가능성과 규모의 경제차원에서 해운의 통합은 계속될 것이며 금융권과 투자자들이 Net-zero를 약속한 이상 그 자금은 곧 바로 Net-zero를 실현하는 해운기업으로 직접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5) 변화는 지속가능성의 대전제

현재 진행중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비단 해운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전과정(Value chain)에 적용되어야 하며 산업전반에 걸쳐 이를 운영하는 인력과 조직 역시 대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변화는 탈탄소화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 인권, 사람 등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Cargill Mr. Dieleman 사장). 비즈니스 모델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산업의 주축인 사람에 대해서도 기술, 교육, 훈련부터 시작해서 일터, 생활터전,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며 변화는 향후 기업전략의 핵심이자 기반이 되어야 한다(Karrie Trauth, Shell 해운담당 책임자). 

현재 물류공급망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 항구에서 선박의 대기행렬을 길어지고 있다. 속력을 높여 도착해본들 항내에서 2~3주 대기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변화란 해운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물류공급망 전체가 효율 위주로 변화하지 않으면 공급망 의 혼란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6) 파트너십이 성패 좌우

규모의 이익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칠 때 그 실익이 커진다. 실제 컨테이너 해운의 경우 동서 간선항로의 전망이 역내항로보다 더 낙관적인 이유는 통합이란 파트너십에 의해 확보한 공급조절능력 때문이다. 역내항로가 이점에서 더 취약한 이유는 과도하게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항로조절 능력이 취약하고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과도하게 분산되어 있더라도 독자적으로 존립이 가능했지만 향후에는 공동으로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게 된다.

선화주 관계도 마찬가지다. 과거 시황의 기복에 따라 이른바 ‘갑-을 관계’에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던 Spot형 화주는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화주들도 운임을 양보하는 대신 신뢰와 서비스의 질을 중시할 뿐 아니라 S/C의 상대를 선택함에 있어 그만큼 파트너십을 중시할 것이라는 점이다. 같은 논리로 과거 취약한 영업력 때문에 S/C 화주들이 외면했던 선사들은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신뢰도와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지속가능성과 함께 존립의 문제로 직결된다.

7. 단기적 불확실성과 리스크

물류대란의 현상과 수급의 동향에 비춰 볼 때 해운시황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가 잠재해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내역을 요약해 본다.

(1) 코로나 팬데믹

1년전만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코로나19가 조기에 사라지고 글로벌 경제가 빨리 회복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후폭풍은 사그라들기는 커녕 델타, 오미크론 등 신종 변종이 출현하면서 사실상 Virus의 근절보다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인정하고 향후 수년 혹은 어쩌면 영원히 위드코로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팬데믹에 대한 중국의 강경정책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은 지역감염의 확산을 차단하고 감염사태를 해당지역에 국한시키려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신규 확진자사태가 발생하면 사전예고 없이 곧바로 항만, Barge와 Feeder 운항 중단 등을 포함 특정지역의 폐쇄(shut down)로 이어질 수도 있다.

(2) 인플레이션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해운과 관련된 향후의 변수를 열거하자면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Lloyd's List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향후 2년내에 해운시장에 가장 우려스러운 사항은 인플레이션이라고 답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소비를 억제하고 상품 수요의 증가뿐 아니라 당장 선박 금융에도 부정적 파급을 초래할 수 있다. 해상보험업계에서는 이미 가격(보험료)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은 해운원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3) 중국경제의 둔화현상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경제의 둔화 현상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활성화되면 글로벌 경제도 덩달아 강세를 보여왔다. 그런 중국에서 최근 수년동안 둔화현상을 보이는가 하면 중국 최대의 부동산 그룹인 Evergrande(恒大)그룹과 쟈자오예(Kaisa) 등 부동산 기업의 재정난으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가 하면 Bulk 시장을 견인하는 부동산 산업의 침체로 철광석 등의 수요가 감소되면서 케이프사이즈를 중심으로 한 벌크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띄우고 있다

(4) 선원부족 문제

오미크론이 출현하자마자 싱가포르가 즉시 자국항내에서의 선원교대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바 있다. 현재의 확산세에 비춰볼 때 2020년 하반기에 무려 40만명의 선원을 묶어두었던 대규모 선원 교대난이 재발할 수도 있다. 선원들의 백신 접종률은 육상 근로자들의 평균 접종률보다 약간 높은 정도이기 때문에 확산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5) 물류전략과 해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S/C가 급증하는 가운데 화주 특히 포워더에 의존해왔던 중소 화주들과 영업력이 취약한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포워더들은 화주를 상대로 선사의 입장에서 운임률을 제시하며 집하하고 선사와의 관계하에서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힘입어 우월적인 지위에서 운임을 협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선사들은 포워더와의 비지니스를 축소해나가는가 하면 NVOCC들도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화주들에게 단기조건(short-term)만 제시할 뿐 장기 혹은 대량 물량에 대한 확정(commitment)을 기피하고 있다. 선사들과의 협상여건이 과거 같지 않기 때문이다.

(6) 정치적 요인

아직 해소되지 않은 미중 무역전쟁, 호주중국간 외교적 갈등, 이란의 핵협정 복귀, 대만 해협의 긴장을 포함해서 최근 도가 높아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간의 긴장들도 그 향배에 따라 해운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가 하면 2022년 미중간선거 역시 미국 정치권의 해운산업에 대한 규제의 강도에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8. 규제의 리스크

(1) 미서안의 단체협상

거의 2년에 걸친 물류대란이 지속되다보니 2022년에는 정상화 되기를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수평선 너머에는 먹구름이 서서히 피어 오르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은 불원 시작될 미서안 항만근로자를 대표하는 ILWU와 사용자인 원양선사와 터미널 운영사들을 대표하는 PMA(Pacific Maritime Association)간의 단체협약이다. PMA와 ILWU간 단체협상은 1940년도부터 시작하여 무려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2014~2015년에 체결된 현재의 협상은 정기선 해운시장의 장기침체를 감안해 팬데믹 이전에 한차례 연장된 바 있다. 미국 전체가 물류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임을 감안하여 지난 11월 16일 PMA가 서한으로 ILWU에 현 단체협약의 연장을 요청했으나 노조측에서는 더 이상의 연기는 없을 것임을 강조하며 강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단체협상은 2014~2015년에 합의된 것으로 당시 협상과정에서 나타났던 파업으로 인해 미 서안항 전체가 극심한 혼잡으로 그 후유증이 거의 6개월 동안 지속된 바 있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또 다시 유사한 단체행동이 나타날 경우 목하 진행중인 혼잡에 더하여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미서안은 물론 컨테이너선사, 아시아와 유럽에 이르는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ILWU가 이번 협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몇가지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물류대란에도 불구하고 항만근로자들이 시간외 작업까지 불사하며 혼잡 해소을 위해 노력해왔고, 둘째 그러한 자신들의 노력에 힘입어 LA와 LB 두항의 처리 물량이 전년대비 22%, 21%씩 증가하였으며 셋째는 협상 상대인 원양컨테이너 선사들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 정치권이나 화주들의 기본 정서는 100% 외국선사로 구성된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에게 비호감이며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까지 전국적인 항만의 혼잡해소에 항만근로자들이 기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찬사를 표한 바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 항만 스트라이크가 재발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한데 마냥 지켜 보고만 있을 것 같지 않다. 선박회사, 터미널, 화주들은 원만하고 신속한 타결을 희망하고 있지만 불연일 경우 2015년과 같은 엄청난 항만의 혼잡이 재연될 수 있는가 하면 ILWU의 주도로 마무리될 경우 감당해야 할 항만물류비의 증가다.

(2) 해운에 대한 규제 입법

현 사태를 보는 정치권과 화주 그리고 해운회사 사이에는 큰 시각차이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정치권이나 화주들은 현 물류대란과 고운임 상황이 해운선사들의 의도적인 이윤추구 전략의 결과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선사들도 혼란의 해소를 위해 가용 선박을 총동원하는가 하면 2021년 동안 현 선복량의 20%에 가까운 500만teu를 추가로 발주하였고 컨테이너도 대량 발주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비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선박회사의 입장에서 고수익 화물운송에 주력하는 것은 상사적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고 법적으로 이를 비판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영리추구 이전에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FMC 의장이 선사들은 관련법의 조문(letter of the law)을 충실히 지켰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법의 정신(spirit of the law)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3) 미해운개혁법 하원 통과

하원에 계류중이었던 Ocean Shipping Reform Act(OSRA 2021)가 12월 17일 하원을 통과 상원으로 이첩되었다. 양당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기 때문에 통과는 시간문제다. OSRA 2021의 목표는 미국의 물류대란 해소와 이를 위한 FMC의 권한 강화가 주 내용이다. 요지는  Demurrage & Detention의 자제, 미국 수출화물의 불합리(unreasonably)한 선적거부 금지(prohibit), 선사들의 수출입 물량 월간 단위 보고이며 대상에는 선적화물(loaded)뿐 아니라 공 컨테이너(empty container)까지 포함시켰다.

백악관의 행정명령, OSRA 2021, 정부부처와 FMC 등 미국 정치권이 전방위적으로 나서서 해운계를 압박하며 물류대란의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그 조치의 정당성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물류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시장논리나 상사적 반론과 무관하게 더 이상의 해소책도 없지만 미국의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그 부담은 오롯이 해운계의 몫이다. 

(4) 임박한 유럽의 컨소시아 규제

선사들의 운항동맹이라 할 수 있는 Consortia에 대한 경쟁법 적용 유예조치(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 : CBER)가 2024년 4월 종료된다. 규제 당국인 EC 위원회는 이미 시장조사에 착수했으며 OECD를 비롯한 글로벌 화주 단체들은 CBER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OECD측은 현재의 물류대란의 원인을 3대 얼라이언스에 의한 시장의 과점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CBER이 폐지될 경우 이는 곧 3대 얼라이언스의 근간을 흔들 것이며 상황에 따라 선사들의 이합집산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몇년전 해운전문 컨설팅 기관은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60%가 M&A 혹은 자진 철수로 시장에서 사라졌으며 향후 동서간선항로에 취항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숫자가 4~6개로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OECD와 화주 단체들은 일부 항로에서는 CBER의 단서인 Market share 30% 수준을 이미 초과하는 등 CBER의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최고조에 달해있는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의 경쟁당국 공히 현재의 3대 얼라이언스 체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하에서경쟁당국들이 현재의 수퍼 얼라이언스를 그대로 인정할지 의문이다. 

(5) 물류와 해운의 양분화

선두 주자들이 앞 다투어 상륙작전에 나서고 있다. 선두주자였던 Maersk에 이어 CMA CGM이 뒤를 따르더니 Cosco도 물류분야 진출을 공언하고 나섰다. Port-to-port 전문운송사가 되겠다던 하파그로이드 역시 육상교두보라는 이름하에 최근 터미널의 확보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그동안 해운과 여객선 분야에만 주력해왔던 MSC가 대형 물류업체의 인수에 나서면서 상륙작전에 합류하고 있다. Top4의 이러한 전략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며 상륙작전의 기획의 이면에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2021년말 현재 거의 동일한 규모의 선단을 운영하고 있는 Maersk, MSC는 2021년도 영업이익 규모가 양사 공히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양사를 포함, 유럽 4개사가 물류 확장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은 Door-to-door service를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도 있지만 사실상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3대 얼라이언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규제를 강행하려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경쟁당국의 규제 동향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선사들이 얼라이언스를 통한 선복량 확대보다는 독자적인 서비스 개설쪽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도 market share의 한도와 관련 예상되는 규제의 불확실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6) 탈탄소화를 향한 규제의 불확실성

2021년 11월에 COP26와 이어 IMO 회의가 열렸지만 전세계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목표도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연료의 사용자인 해운계의 입장에서 볼 때  LNG, 이중연료 추진형,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등 후보군중 아직 유력한 대체에너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에너지가 정해지고 난 이후에 규제가 뒤따라야 된다는 것이 해운계의 한결같은 요청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적 측면, 경제적 측면, 규제적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현존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운항중인 선박의 물리적 수명이 다하기 이전에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글로벌 차원의 탈탄소화 정책에 부합하는 선박을 발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해운계의 바람과 별개로 해운계가 유념해야 할 사실은 탈탄소화를 향한 변화는 해운계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금융권의 압박이라는 점이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금융권의 압박은 투자의 상대를 걸러내는 하나의 여과장치(filter) 기능을 할 것이며 탄소 리스크(carbon risk)가 큰 기업은 자본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탈탄소화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며 이제 탈탄소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과정이다. 

대체에너지의 불확실성 때문에 한동안 선박의 발주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2022년부터는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선박의 선택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시간이 늘어갈 것 같다. 탈탄소화를 향한 글로벌 대책과 이를 조기 실현하기 위한 규제의 향배가 국제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상품가격뿐 아니라 해운산업에도 근본적인 개편을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9. 결언

실효성 유무는 차치하더라도 미국 정치권은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해운시장에 에 대한 개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심은 과연 미국이 해운재건에 나설지 여부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계의 입장에서 가까운 장래에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미서안의 단체협상의 귀추와 3대 얼라이언스에 대한 미국, 유럽, 중국 등 3대 경쟁당국의 규제 여부다. 기후 대응의 문제 역시 국제적 흐름에 비춰볼 때 보다 강력한 친환경 규제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 해 보인다. 

늦어도 2~3년내에 규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해운산업의 탈탄소화 문제는 개별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 향배에 따라 투자규모나 운항원가는 물론 고객관계, 금융정책에 미칠 영향도 막강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향후 5년내에 해운계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리스크로 규제의 불확실성(regulatory uncertainty)를 꼽고 있는 이유다.

다양한 장단기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정책 입안자, 대표해운기업, 투자기관, 은행, 대형화주 등 해운과 관련된 이해관계 부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장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비용(cost)보다는 가치(value)를 더 중요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효율제고를 위해 개별 기업차원이나 특정 산업 단위를 뛰어넘어 유관 타 산업과의 공조를 통한 규모의 이익을 강조하는 가운데 기업간 협업(collaboration)과 투명성, 그리고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역할과 함께 조직과 사람을 이끌어갈 리더(leader)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홀로 서기보다는 협업을, 통합을 통해 규모의 이익을 도모하며 투명한 기업경영의 필요성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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