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주의 물류 자회사 설립 논란

우리가 정말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때때로 의심이 드는 요즈음이다. 정말 우리가 공정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인지, 또 그 법체계가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 부호가 찍히는 순간을 경험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우리 해운업계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공정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해운불황에 찌들어 어렵게 연명해 온 해운업체들에게 운임신고를 안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응원을 받아가며 계속하여 해운업 진출을 꿈꿔오던 국민기업 포스코가 물류비를 아끼겠다고 2자물류 자회사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요즈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우리 해운인들은 이것이 과연 뭐가 공정한 것이냐 하고 열불을 토할 만도 하다.

정말,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얘기는 이제 더 이상은 하고 싶지도 않다. 이 사설 난을 통해서도 이미 여러 차례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제발 포스코는 정말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국민기업으로 남아달라고 호소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포스코는 계열회사 포스코터미널을 2자물류회사로 전환하는 형식으로 물류업에 진출하겠다고 또 고집을 들여 밀고 있다. 해운업 진출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그 결말은 보나마나 훤하기 때문에 굳이 더 언급하기도 싫은 것이다.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꿈은 지난 1990년에 대주주로 참여하여 인더스트리얼 캐리어 거양해운을 만들 때부터 시작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포스코 입장에서는 30년도 훨씬 지난 오랜 숙원 사업인 셈이다. 그러나 기대를 갖고 출범했던 거양해운은 사업시작 5년 만에 닻을 내리고 말았다. 인더스트리얼 캐리어의 비효율성이 노정되면서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 하자 포스코가 결국 손을 떼게 됐던 것이다.

거양해운의 실패로 해운업 진출이 실익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해운업 진출의 꿈을 꺽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비호를 받아가며 해운법을 개정하여 대량화물 화주도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하려고 했고, 이것이 무산되자 계열회사를 동원하여 거래관계에 있는 국적선사를 인수하려는 시도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모두 좌절되자 방침을 변경하여 물류 자회사를 만들려 했고, 그마저도 잘 안되자 이번에는 계열사인 포스코터미널을 2자물류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량화물 화주인 포스코의 물류자회사가 생기면 선사들을 포함한 물류업계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자물류 자회사로의 전환은 절대로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해운업계가 주장하는 포스코의 2자물류 자회사 설립이 불가한 이유는 2자 물류회사 설립을 통해 결국은 해운업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설사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포스코 자회사가 물류수송권을 확보하게 되면 경쟁사의 운임을 다운시켜 결국은 해운을 포함한 물류산업 전반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의 제3자물류 육성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국가의 물류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사실 법률적으로만 따지면 포스코가 2자물류 자회사를 갖지 못할 이유는 없다. 또한 이미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은 자기 화물을 자기가 수송하기 위해 물류자회사들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것이 가능하게 된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이런 점에 있어서는 물류정책 당국이나 대기업들이 크게 반성해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잘못된 법체계 때문에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물류자회사를 설립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물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는 더더욱 물류자회사 설립을 해서는 안 되는 공기업이다. 포스코야 말로 국민들의 혈세로 세워진 회사나 마찬가지이고, 그런 공기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는 해운물류업에 자회사 형태라도 진출하는 것은 도리에도 맞지가 않는다. 더구나 우리나라 산업을 떠받히는 핵심원자재 대량화물을 수입하는 화주로서 수송 주체자가 되어 거래기업들을 피폐화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또한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함으로써 공생의 가치를 지킨다는 포스코의 창립 이념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포스코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두려고 하는 이유는 물류비를 절감해보겠다는 의도에서라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는 몇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는, 본업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우선인데 부대업을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해 보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포스코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업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

두 번째는 물류자회사를 만들어도 생각처럼 물류비 절감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에서 예를 든 거양해운처럼 오히려 비용부담 증가와 비효율성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물류비 절감은 자칫하면 물류서비스의 부실화를 가져오거나 물류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와 연결되기 때문에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큰 해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포스코가 자랑스런 우리 모두의 국민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물류부문은 해운업계에 맡기고, 본업에 충실하여 세계를 이끌어가는 대 철강그룹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우리 해운업계도 포스코의 그간의 헌신을 감사하게 생각하여 물류서비스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선화주 상생의 모범을 실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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