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노울러 (Greg Knowler) JOC 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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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량이 적거나 제로인 자산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규제 틀과 더불어 화석연료의 대안을 마련하고 생산하기 위해 업계가 조성하는 연구개발(R&D) 펀드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해운업체 및 관련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화주, 포워더, 해운업체가 야심 차게 탄소 제로 목표를 약속하고 세계 지도자들과 업계 대표들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회의에 참여하는 등 국제 무역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억제하려는 긴박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 이러한 움직임은 거의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월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COP26 기후변화 회의에서 탄소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모멘텀이 마련됐지만, 이후 11월에 개최된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 77차 회의(MEPC 77)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를 대표하는 세계선사협의회(WSC)의 회장 겸 CEO인 존 버틀러(John Butler)는 175개 IMO 회원국이 합의 도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업계가 주도한 탈탄소화 노력이 계속 좌절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MEPC 77 이후 버틀러 회장은 성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분야로서 우리의 과제는 탄소 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연료가 아직 없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방향을 제대로 보고, 온실가스 제로 운송 기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수요에 대한 명확한 예측으로 대체 연료 및 인프라를 추진할 수 있는 변환점(tipping point)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2050년까지 이룰 목표로 무엇이든 나열할 수 있지만, 진정한 진전을 이끌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MEPC 76차 회의에서 해운업 협회는 탈탄소화 기술 확립을 서두르기 위해 50억 달러 규모의 R&D 펀드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WSC, BIMCO, 국제독립선주협회(Intertankco) 등 세계 8대 선주 그룹의 지지를 받은 해당 제안은 사용되는 해양 연료 톤당 2달러의 필수 부담금을 통해 10년 동안 자금을 조달하며 해운사가 그 자금을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기금의 감독은 IMO의 새로운 기구인 국제해사연구개발위원회(IMRB)가 맡게 된다.

이 계획은 IMRB가 2023년까지는 가동 준비를 마치고, IMO가 국제 해양운송으로 인한 총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5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2050년이 되기 한참 전에 활동을 접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21년 MEPC 77에서 장시간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버틀러 회장이 R&D 기금 조성을 지원하는 국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6월 MEPC 78 이전에 긍정적인 해결안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

새로운 연료에 관한 모색 부족

글로벌 해상 운임 분석업체 제네타(Xeneta)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피터 샌드(Peter Sand)는 해운업이 미래의 해양 연료 및 그 생산과 유통을 모색하기 위한 투자를 꺼리는 것이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고려할 때 참고할 만한 국제 법률 및 규제 프레임워크가 없기 때문이다.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월 JOC.com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살펴보고 그 실행 가능성을 시험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새로운 연료 중 일부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도중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여러 척의 선박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어느 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얀 호프만(Jan Hoffmann)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무역물류 선임행정관은 법률 및 규제 틀은 조만간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친환경 선박, 항만 인프라, 에너지 발전, 연료 유통 등에 대한 민간부문 투자에 있어 예측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호프만은 선임행정관은 JOC.com과의 인터뷰에서 "투자가 지연될 경우 선복량 부족이라는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의 공급망 위기에서 보듯이 매우 높은 운임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 역시 선박의 일반적인 수명을 고려할 때 오늘 주문된 선박은 2045년에도 운행될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비화석 연료가 선박 연료로 사용될지 불명확하다는 점은 투자의 큰 방해물이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선사들의 투자 결정에 있어 매우 많은 사항을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여러 고려사항을 나열했다. "선택해야 할 새로운 연료는 무엇일까? 그 연료는 어떻게 사용될까? 얼마나 비쌀까? 많은 항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선박이 인도되면 기반시설은 준비되어 있을까? 15년 후에도 여전히 사용 가능할까?"

이에 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질문들은 국제 해운업의 탈탄소화를 향한 진보를 계속해서 방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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