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환태평양 시장이 현재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선, 물류 업계의 그 누구도 현재 이러한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전쟁, 인플레이션, 코로나19 봉쇄 규제, 재고 확충, 물류 혼잡, 항만의 노사교섭 등 2022년 환태평양 지역의 향방을 결정할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맞물린 현재 상황은 분명 전례가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소식통이 JOC에 전하는 바처럼 현재 시나리오가 모순되고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상하이 지역을 벗어나 확산하면서 그 영향이 커지는 등 매우 유동적인 시나리오 가운데에서도 주요 흐름이 점차 모습을 잡아가고 있다.

핵심은 일단 현재 상황에서 보자면 미국 소비층과 그에 따른 기록적인 수입량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는 제품과 서비스 사이에서 정상적인 균형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2019년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약 20% 증가한 미국의 수입량과 더불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공급 차질로 인해 2022년에도 물류난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우페 오스테르가드(Uffe Ostergaard) 하파그로이드(Hapag-Lloyd) 미주지역 사장은 JOC에 "미국 수입량은 현재 중국 이외의 모든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유럽과 인도, 그리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매우 강세를 띈다. 미국 수입량의 정상화를 예상하지만, 물류 흐름 자체가 정상화된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의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서항만의 노동 교섭 문제 등 현재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변수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S&P Global의 미국 수입량 분석에 따르면, 제품과 서비스 지출 간 균형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컨테이너 수입 물량은 증가세를 유지해 항만 흐름, 트럭 운송능력, 섀시 공급, 물류센터 등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컨테이너 수입을 견인하는 미국의 소비자 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러시아가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일부 소매업체들은 수요가 급감했다고 보고했지만, 미국 소비자 지출에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아지면 올 하반기에는 구매 활동이 위축되고 화물 수입 물량이 현재 최고치에서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조지프 C. 폰 네센(Joseph C. Von Nessen)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연구 경제학자는 전망했다.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의 PIERS 자료에 따르면, 미국 수입 업체들이 서항만의 노동 협상 및 기타 공급망 차질에 앞서 물량을 앞당긴 결과 2월 아시아발 출하량은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대부분 동안 한 자릿수 퍼센트로 감소세를 보였던 상황과 대조된다. 일부 항만 관계자들은 소매업체들이 이미 가을 새 학기 관련 제품을 일부 수입한 상태이며 해당 상품의 수요가 발생하기 전까지 수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항만과 물류 업체에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기업이 공급망 차질을 우려하고 있으며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사전 구매를 하고 있다"고 폰 네센 경제학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특히 이제 막 시작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일련의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 수입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그로스 운송컨설팅(Gross Transportation Consulting) 사장이자 JOC 애널리스트인 로렌스 그로스(Lawrence Gross)는 "증가세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증가세가 끝나면 실질적인 하락세가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우 비둘기파적인 연방정부 관리들이 인플레이션 진압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 구매를 크게 앞당기면 화물 수요는 갑자기 감소할 것"이라고 릭 라고어(Rick LaGore) 인텍 화물&물류(InTek Freight & Logistics) CEO는 말했다.

마이너스 경제지표 vs. 화물 운임

중국이 상하이 및 다른 도시에서 코로나19 봉쇄를 곧 해제한다면, 항만의 물류 흐름이 제한적이나마 진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만한 새로운 수입의 물결이 촉발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실제 발생하더라도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 부정적인 요인과 항만 혼잡 완화가 맞물린다면 올해 환태평양 지역의 운임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크레이그 그로스가트(Craig Grossgart) SEKO 로지스틱의 글로벌 해양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은 "운송 스케줄이 정상화하면 선사들은 올해 환태평양 선복량의 20%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 유례없이 (높은) 운임 수준에 있는 상황에서, 경제 및 지정학적 악재, 선복량 현황까지 고려했을 때 현 운임은 지속될 수 없다. 다만, 큰 폭이 아니라, 작은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미연방이 화폐를 계속 발행하고 미국 소비자들이 계속 무분별한 쇼핑을 이어간다면 현재 운임 수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선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대형 고객사들이 2023년 초까지 많은 물동량을 기대하라고 말했다고 JOC.com에 전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일시적인 수입 감소로 이어져 혼잡한 미국 항만이 상황을 타개하며 물류를 따라잡겠지만, 2021년 상당 기간 보인 재고 확충 움직임이 다시 살아나면서 올여름 또 다른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이유이다.

"국내 주요 소매 컨테이너 항만들은 지난 몇 달 동안 밀린 화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지만, 올여름 또 한 차례 급증을 겪을 수 있다"고 미국소매협회가 4월 글로벌 항만 추적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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