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이제 원양 정기선사들이 무언가 보여줄 때가 왔다. 해운인 모두가 기뻐하고 축하해주었다. 장기불황의 터널을 뚫고 나와 대규모 이익이 실현되었다. 상상도 하지 못할 영업이익율을 보였다. 65%의 영업이익율이라는 것이 지구상에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정기선사의 대규모 이익실현은 코로나의 역설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미국의 국내 물류가 마비되었다. 대기하는 선박이 많아지자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에서 경기를 살리려고 푼 돈이 가수요를 일으켜서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량이 늘어난 것 때문이다. 운송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니 운임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초호황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은 해운인 누구나가 인정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정부도 인플레 압력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구매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이 일어나 각국은 가능한 자국에서 물품을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운송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30%대로 추락한 정시율 때문에 이미 항공운송과 철도운송으로 수요가 상당부분 이동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 국내사정만 나아져서 LA항에서 화물의 이동이 정상화되면 일거에 해상운송시장은 정상화를 되찾을 것으로 본다. 

미국 내륙운송에서 차질이 있다면 아무리 선박을 많이 투입해도 결과는 동일하기 때문에 공급을 늘릴 필요도 없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었다. 내륙운송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정기선사들은 일거에 선복을 늘려주어서 높은 운임을 낮추어주고 정시운항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상해항이 봉쇄되었다면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서 선박이 남아돌 터인데, 운임이 떨어지지않는 것을 보면 상해항의 봉쇄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만의 완하이가 기존의 미서부 노선에 선박을 정기적으로 더 투입했다는 기사와 이스라엘의 짐라인이 터키와 미국 동부에 정기노선을 신설한다는 기사가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라이언스에 들어가 있지 않는 이들 선사들이 추가적인 노선투입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미국 국내운송사정이 나아졌거나 아니면 문제가 없는 미국 항구로 들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미국 LA항에 대기중이던 컨테이너 선박 100척이 20척 규모로 줄었다).  

우리나라도 노선을 더 늘려야할 때라고 판단된다. HMM은 얼라이언스의 정책에 구속되므로 추가노선을 마음대로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얼라이언스 정기선사인 SM상선이라도 추가노선을 만들어 넣어야한다고 본다. 

모 수출사에게 전화로 물어보았다. 수출가격 100원에 물류비가 5원하던 것이 최근에는 10원이다가 15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의류 1달러 수출에 40센트의 이윤을 남긴 의류업자가 그 40센트는 모두 물류비로 들어가서 수출을 포기한다는 보고가 세미나에서 나왔다. 해상운임이 10배나 올랐고 HMM과 같은 경우에 작년에는 7조원의 영업이익, 올 1분기에만 4조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영업이익은 모두 수출 혹은 수입업자가 지급한 것이다. 정기선사의 초호황의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는 직시해야한다. 

지금까지는 코로나의 역설에 의하여 전세계 정기선사들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이제는 정상화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우리 정기선사와 해운인들이 해주어야할 때다. 정기선사들은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10년 불경기를 견디어낸 결과다”라고 말할 수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일방이 급격하게 높은 수입을 얻는다는 것은 타방은 견딜수 없는 적자를 본다는 의미이다. 

이제 만약 미국에서 내륙운송이 정상화된다면, 약간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정기선사들은 최선을 다해서 공급을 정상화시켜주어야 한다. 간헐적으로 하는 임시선박이 아니라 정기적인 노선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기존의 노선에는 선박을 더 넣어서 증편시켜주어야 한다. 

3대 얼라이언스는 현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국 셔먼법상 형사처벌의 적용이 되는지 조사 및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안다. 9개 개별선사 하나 하나는 독점이 아니지만 얼라이언스를 개별로 본다면 3개의 큰 집단이 미국 서부 화물의 90% 가까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HHI 지수도 이미 1500을 넘어서 독과점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이슈는 운임을 공동으로 정하는 공동행위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독과점의 적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3대 얼라이언스는 얼라이언스를 5개로 늘리던지 아니면 비얼라이언스 정기선사들의 취항을 장려 혹은 묵인하여 미주시장에서 자신들의 시장점유율을 낮추는 정책을 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짐라인과 완하이가 취항을 늘렸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이런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서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자는 약속을 했다. 언론에서는 언급이 안되었지만, 필자는 공급망의 문제에는 수송망의 문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외국의 원재료를 확보한다고 해도 적기에 원재료를 적정한 가격에 가져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미주 노선에 선박을 더 추가하는 것이 요긴한 이유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매일 생활비가 올라가는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정기선사들의 영업이익이 작년에 100조원이 넘을 것이다. 수송한 양은 늘지 않았음에도 10배나 높은 운임 때문에 그렇게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의 가격에 이것이 반영이 되었으니 인플레에 상당한 영향을 정기선 운항이 미쳤다고 보아야한다. 이를 적정수준으로 낮추어 주어야한다. 

미국의 국내 물류사정이 언제 나아질것인지? 빠르면 이달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외국정기선사의 움직임을 보면 필자와 같이 전혀 문외한도 그 시점이 다가옴을 알 수 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미국의 국내 물류사정이 정상화가 되면 컨테이너 선박의 공급이 충분하게 될 터인데, 노선을 늘리면 초과공급이 되어서 안된다고...학습효과를 가진 정기선사들이 공급이 초과가 될 것으로 보이면 감속운항이나 결항으로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주장들이 국내외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에 계산상 공급의 초과가  있어도 실제운항상 초과는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노선을 늘리고 선복을 추가해도 운임의 폭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얼라이언스가 위와 같은 정책을 편다면 미국의 국내물류사정이 정상화되어도 여전히 우리나라에 배당되는 선복은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특단의 조치를 필요로 한다.   

이제야 말로 HMM, SM상선 등 우리나라 원양정기선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수산부가 그 해결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시차가 필요하므로 비상대책회의라도 해야한다. 물론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화주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정부의 인플레 방지 대책에 부응하기 위하여도 화급하게 대책회의라도 열어서 언론에 이러한 사실을 공표해주기 바란다. 해운협회와 필자를 비롯한 학자들이 그렇게 외쳐온 선화주 상생이란 무언가를 보여줄 때가 바로 오늘이라고 본다.

한 젊은이가 새를 손에 잡고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고 공자님이 물었다. 젊은이가 말했다. “새를 놓아줄지 잡아야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자님이 답했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새는 바로 너의 손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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