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피터 터치웰

아시아-북미항로 컨테이너 시장이 점점 더 양분되는 모습이다. 수개월 만에 아시아발 물동량과 운임이 완화되고 선적 공간에 여유가 생겼지만 북미의 컨테이너 하류(downstream) 물류는 소매업체 재고 급증으로 인해 더욱 둔화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재고 축적으로 인해 적재된 수입 컨테이너가 항만 터미널과 레일 헤드에 쌓이거나 물류 센터 밖에 미개봉 상태로 방치돼 섀시를 차지하면서 아시아로 수출을 할 수도, 공컨테이너를 재배치할 수도 없게 만들고 있다. 선사들은 컨테이너를 수거한 후 공컨테이너를 반송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다가오는 성수기에 아시아의 컨테이너 가용성이 우려되는 이유다.

미국 내에서 점차 심각해지는 물류 차질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철도 기반 화물운송 기업인 노퍽 서던(Norfolk Southern)사를 들 수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악화하는 항만 섀시의 부족으로 무료 사용기간 계산법과 14개 내륙 도시에서 컨테이너 부속 서비스 요금을 평가하는 방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트럭 운송업체가 화물 주인에게 수입 컨테이너를 배송하기 위해 트럭업체 소유 섀시를 제공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미국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컨테이너 흐름이 악화돼 2023년까지 정상화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21년 5.7%에서 올해 2.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에서는 여름철 성수기에 물류 흐름이 완만해질 것이라 보면서도, 최근 환태평양 항로의 물동량 완화, 화물 운임 약세, 선박 가용성 증가는 2022년 휴가철을 앞두고 상해가 봉쇄를 해제하고 성수기 물동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보스턴 소재 포워더 BOC 인터내셔널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패트릭 페이(Patrick Fay)는 "지난 5월, 선사들은 중국의 봉쇄로 물동량이 감소하자 화물을 확보하기 위해 NVO(무선박운송인)를 쫓아다녔다. 5월 이전에는 계약에 명기된 계좌를 추가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이제 일부 현물 운임 계약에 계좌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고, 해당 계약에 따라 화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JOC.com에 말했다.

그는 "중국이 다시 문을 열면서, 여름철 물동량 급증이 시작되고 있다. 상해에서는 지난 3주 동안 운임이 인상되었다. 중국의 봉쇄 해제, 6월 다수의 선사 결항, 계절 성수기로 인해 운임이 더 오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대형 화주(BCO)가 가능한 한 빨리 선적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성수기 물동량이 예상만큼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며, 미국에서 컨테이너가 하역되면 상황이 많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워더 업체인 케리 에이펙스(Kerry Apex)의 커트 맥엘로이(Kurt McElroy) 전무는 "현재 여러 상황으로 인해 성수기가 훨씬 완화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중형에서 대형에 이르기까지 여러 BCO와 대화를 나눠보니 과거 예측했던 물동량보다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매업의 재고 과잉 확보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항로 지표 약세

현재 북미항로에서 나타나는 약세의 징후는 업계 관계자에게 명백하다. M+R 포워딩의 제임스 캐러도나(James Caradonna)는 미국 동안행 현물 운임이 2021년 한 해 동안 아홉 차례 하락한 것에 비해 올해의 경우 첫 22주 동안 16번 전주 대비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 서안행의 현물 운임의 경우 현재까지 11번 전주 대비 하락세를 보였으며 2021년의 경우 한 해 동안 12번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오랜만에 선사들이 주간 단위로 운임 조정에 나섰는데 이는 특정 현물 시장의 공급 과잉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라고 캐러도나는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관측이 다른 곳에서도 나오고 있다. "현물 시장 운임은 BCO 계약 운임보다 낮은데 이는 언제나 위험한 상황을 말한다. 이는 화물보다 공간이 더 많을 때만 일어난다. 상해가 문을 다시 열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화물 흐름이 어떻게 될지 주시하고 있다. 준비된 화물이 많이 밀린 것 같지는 않다"고 태평양서북아시아화주협회(Pacific Northwest Asia Shippers Association) 독립 관리자인 헤이든 스워포드(Hayden Swofford)는 말했다.

그러나 출항지에서의 약세가 도착항에서의 정체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징후를 찾는 화주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상류(upstream)의 약세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북미 컨테이너 흐름의 정상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2020년 이후 나타난 컨테이너 공급망 차질의 근본 원인인 물동량이 아직 실질적으로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피어스(PIERS) 데이터에 따르면, 아시아발 미국 컨테이너 수입은 2022년 첫 4개월 동안 2019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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