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P&I 박영안 회장·성재모 전무

KP&I 박영안 회장(왼쪽)과 성재모 전무

2022년 보험료 15.6% 증가한 3566만불
재정건정성 확충·국적선 가입 확대해야

올해로 창립 22주년을 맞은 한국선주상호보험(KP&I)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조합법 개정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KP&I 박영안 회장과 성재모 전무는 지난 6월 16일 해운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2022년 P&I 갱신 현황과 KP&I가 처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클럽 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조합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P&I와 경쟁하고 있는 IG클럽들과 해운조합 등은 P&I 뿐만 아니라 선체보험, 재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있지만 KP&I는 조합법상 사업을 다각화하려면 해양수산부와 금융감독원의 이중 심사를 받도록 돼 있어 사실상 사업 다각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재모 전무는 “2012년 이후 성장이 중단됐는데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우리클럽의 새로운 성장 발전을 위해서는 조합법 개정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정부와 국적선사의 지원으로 준비금 수준을 IG클럽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안 회장은 국적선사들의 KP&I 가입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안 회장은 “국적선사 가입률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국적선 가입률을 높이려면 우리클럽에 대한 국적선사의 신뢰가 높아야 한다. 국적선사들이 우리클럽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KP&I 박영안 회장, 성재모 전무와 기자단이 나눈 일문일답.

-최근 영업적자를 내는 등 경영이 어려워진 이유는?

=우리클럽의 22년간 보험료 수입과 지급준비금(Free Reserve) 성장 추이를 살펴보면 보험료 수입은 설립 초기 22억원에서 현재 305억원, 지급준비금은 9억원에서 570억원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보험료 수입만 보면 2012년 이후 사실상 정체돼 있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2019년 4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가 2020년 역대 10년 가운데 가장 적게 사고가 발생하면서 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2021년에 다시 평균적인 사고 발생률을 보이면서 4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처럼 최근 3년간 우리클럽의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2017년부터 매년 1천만 달러 이상 대형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재보험료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우리클럽뿐만 아니라 IG클럽들도 비슷하다.

KP&I 보험료·Free Reserve 성장추이
KP&I 보험료·Free Reserve 성장추이

-2022년 보험 갱신 현황을 설명해 달라.

=조합원수는 작년보다 2개사 늘어난 227개사, 가입 척수는 23척 늘어난 977척이었다. 연간보험료는 15.6% 증가한 3566만 달러였는데 IG 제휴 프로그램을 제외한 우리클럽 순보험료는 12.4% 증가한 2988만 달러였다. IG 제휴 프로그램 실적은 KSC(스탠다드클럽)가 102척, KBC(브리타니아클럽)가 25척으로 보험료는 43.1% 증가한 890만 달러였고 우리클럽 순보험료는 64.4% 증가한 312만 달러였다.

IG 제휴 프로그램 전체보다 우리클럽 순보험료 증가율이 높은데 이는 보험료 10% 일괄인상 효과도 있지만 IG 제휴 프로그램 손해율이 좋지 못해 제휴 클럽들과 보험료 배분 비율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IG 제휴 프로그램 보험료 배분율은 지난해 70대 30이었지만 올해는 65대 35로 조정돼 순보험료가 122만 달러 정도 상승했다. 그러나 보험료 122만 달러가 손해율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어서 앞으로 배분율을 더 조정해 나가야 한다.

IG 제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해외선단, 선원보험 등도 우리클럽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지속적으로 척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해외선단은 지난해 사고가 많이 발생해 손해율이 좋지 못한 선박의 경우 인수를 거절해 지난해보다 26척(21.1%↓) 줄어든 97척이었다. 다만 보험료를 평균 15.7% 인상시켜 총 보험료는 15.3% 감소한 451만 달러였다.

선원보험은 척수는 전년대비 1척 줄어든 159척이지만 보험료는 22.1% 증가한 200만 달러였다. 앞으로 우리클럽은 손해율이 좋지 못한 해외선단, 선원보험은 신규 인수는 지양하고 수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KP&I 최근 5개년 실적(단위 : 억원)
KP&I 최근 5개년 실적(단위 : 억원)

-글로벌 시장에서 KP&I가 차지하는 위치는?

=2021년 기준으로 IG클럽 평균 보험료는 3억 달러, 우리클럽은 2656만 달러로 1/11 수준이다. 지급준비금은 IG클럽이 평균 4억 달러, 우리클럽은 5천만 달러로 1/8이다. 한중일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국 시장 점유율이다. 일본은 자국 시장 점유율이 62%, 중국은 45%지만 우리는 17%에 불과하다.

IG클럽의 수익성 판단지표(보험료의 몇%를 보험금과 사업비로 사용하는지 나타낸 Combined Ratio)를 보면 2017년 평균 95%, 2018년 107%, 2019년 111%, 2020년 116%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UK클럽은 150%, 웨스트오브잉글랜드는 140%로 수익성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클럽도 2019년과 2021년에 적자를 냈는데 IG클럽도 수익적인 측면에서 양호한 상황은 아니었다. 우리클럽은 사실 2010년 이후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2010년 보험료 3천만 달러를 찍고 2016년 3720만 달러까지 상승했지만 2018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도 갱신하면서 겨우 3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렇다 보니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해외선단, 선원보험을 왜 인수하느냐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손해율이 좋지 못한 선박들은 인수거절해 나가고 있다. 올해 갱신하면서 해외선단 35척을 탈락시켰고 지난해에도 39척을 탈락시켜 2년 동안 74척을 탈락시켰다.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면 갱신을 해줄 수밖에 없어 점진적인 축소를 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선원보험도 마찬가지인데 올해 2개사, 9척을 탈락시켰고 작년에도 3개사, 25척을 탈락시켰다.

해외선단이나 선원보험은 사고율이 높아 수익률이 좋지 않은데 특히 선원보험은 향후 10년 이내에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재 선원보험에 가입된 선원들은 대부분 한국 선원들로 고령화 리스크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을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선원보험에만 가입한 선사들에게 풀커버로 전환할 것을 요청드리고 있는데 올해 1개사만 전환했다. 사실 선원보험을 풀커버 보험으로 전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성과가 미미했지만 내년부터는 컨설팅을 통해 풀커버로 넘어오지 않는 선박에 대해서는 좀 더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IG클럽과 KP&I 비교
IG클럽과 KP&I 비교

-IG 제휴 프로그램은 계속 늘려 갈 계획인가?

=IG 제휴 프로그램 가입 선박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최근 대형선사들이 이사사로 참여하시면서 대형 선박을 많이 맡겨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대형선박들은 영업 특성상 IG 제휴 프로그램으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IG 제휴 프로그램으로 우리클럽이 성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제휴사와 우리클럽간 보험료 배분율은 65대 35로 개선했는데 내년에는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수익에 도움은 안 되지만 클럽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잘라낼 수는 없고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수익 밸런스를 맞춰나가야 한다. 제휴사와의 협상을 통해 배분율을 조정하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수익성이 개선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스탠다드클럽과 노스P&I가 합병되는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제휴상품 변화는 없나?

=스탠다드클럽과는 협의를 통해 노스P&I와 합병되도 KSC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양사의 합병이 앞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우리클럽 입장에서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양클럽이 합병하면 세계 1위 클럽이 된다. 따라서 세계 1위 클럽과의 제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상징성도 있어 우리클럽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한다.

-올해 추진할 중점 사업계획은?

=P&I는 전세계적으로 2월 20일 갱신되는데 이때 보험료가 결정되면 1년 동안 변동되는 보험료 포션이 작기 때문에 보험료를 늘리기 위한 활동보다 사고를 어떻게 예방하고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클럽도 올해 사고 예방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우리클럽은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책에 대한 선사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처법은 건설업 위주로 체계가 마련돼 선사들이 실제 대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선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더 어려워 우리클럽이 중처법 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클럽 전문가가 직접 선사에 방문해 중처법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보완할 점을 짚어드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4개 선사에 서비스를 제공해 드렸고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여러 기관에서 중처법과 관련돼 발간되고 있는 방대한 자료들도 잘 정리해서 멤버들에게 매뉴얼이나 서큘러로 제작해 배부하고 있다. 또 김앤장 출신의 법률전문가가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도 해주고 있다.

두 번째 선제적인 클레임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부터 많이 발생하고 있는 어망·어장 손상사고에 대한 예방지침을 만들어 배포했고 최근 자동차선 화재 특히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자동차선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벙커링, 화재, 퇴선, 갑문통과 등 사고 다발사항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종별 VR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선체 관련 컨텐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선박 운영, 구조 등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포항해경,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항만공사와도 협력할 계획이다.

네 번째 선원 건강검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클레임중 선원 사고가 특히 많은데 선원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승선중 질병이 급격하게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승선전 건강검진이 의무화돼 있지만 신체 검사 수준으로 실제 건강 이상을 찾아내는 게 굉장히 어렵다. 우리클럽은 부산 메리놀병원, 한국의료재단(KMI) 등과 협업해 선원들 건강을 사전에 체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일단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점차 지원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솔로몬 트레이더호 사건 백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솔로몬 제도에 좌초된 솔로몬 트레이더호는 사고 현장이 멀어 초기 대응이 굉장히 어려웠고 클레임 규모도 컸다. 솔로몬 트레이더호 사고 초기 대응 상황, 난파선 제거 작업, 기름 오염 방제 작업 등의 경험들을 정리해서 국내외 기관들과 공유하고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백서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백서가 발간되면 이번 사건 처리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도 개최할 계획이다.

-클럽 성장을 위해 추진 중인 중장기 발전 사업계획은?

=우리클럽을 앞으로 어떻게 성장·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해왔고 최근 해수부와도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클럽은 2012년 이후 성장이 침체돼 있는데 사업을 다각화하고 국적선 가입을 확대해 재정 건전성을 확충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할 사업들이다.

먼저 보험료를 확충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가 필수인데 조합법 때문에 쉽지 않다. 우리클럽이 경쟁하고 있는 IG클럽이나 해운조합 등은 P&I외에도 재보험, 선체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클럽은 조합법상 해수부가 먼저 금융감독원과 협의한 후 상품 인가를 받아야만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클럽은 재보험과 선체보험에 진출하려고 노력했지만 금융위와 손보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금융위는 우리클럽이 조합원들의 사고를 담보하기 위해 설립된 조합인데 재보험은 조합원이 아닌 외부 사람들의 보험을 받는 것이어서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고 있다. 손보협회는 시중 손보사들이 이미 선체보험을 취급하고 있는데 규모가 작은 KP&I가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려고 2017년과 2018년 조합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금감위가 P&I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클럽을 단순 조합으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P&I는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IG클럽들이 자신들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 놓고 전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들도 조합이지만 P&I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다. 이처럼 우리클럽의 성장을 저해하는 법적인 한계와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조합법 개정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 건전성 확충도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사는 사고 처리와 보험금 지급 능력 보유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클럽의 준비금 규모는 IG클럽 최저 수준의 1/3에 불과하다. 준비금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대형 선박을 유치하거나 IG클럽과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어 준비금을 IG클럽 최저 수준까지는 확대해야 한다. 2005년 해수부가 2/3, 외항선사들이 1/3씩 매칭펀드로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이후 2011년까지 우리클럽의 보험료 전체 규모가 6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P&I의 재정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클럽은 비영리 법인으로 지정돼 있어 영리법인처럼 주주들에게 수익을 배당할 수 없고 청산할 경우 남는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재정 건전성이 확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드리는 게 송구스러운 면이 있다. 다만 우리클럽에 모아진 자금은 국적선사들을 위해 사용되고 혹시 파산할 경우 남는 돈은 국가에 다시 귀속된다. 이 점을 고려해 앞으로 해수부를 필두로 국적선사들이 재정 확충 참여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국적선 가입 확대가 사실 가장 큰 문제다. 일본클럽의 국적선 가입률은 62%, 중국은 45%지만 우리는 17%에 불과하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국적선 가입률이 낮다보니 우리클럽의 보험료가 3천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험료 규모가 2~3배 확대돼 1억 달러 정도는 돼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국적선의 1/3 정도만 우리클럽에 가입한다면 이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국적선사들을 우리클럽에 많이 가입시키려면 먼저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클럽이 국적선사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클럽 문제인지, 금융기관 문제인지, 화주 문제인지, 국적선사 스스로의 문제인지 보다 객관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친환경선박이나 관공선부터 우리클럽 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가 세금을 지원하는 친환경 선박과 관공선을 해외P&I에 가입시켜 보험료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국부유출이다. 정부 지원 선박들은 국적 클럽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유류배상책임법상 적격 보험자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해수부 내부규정으로 적격 보험자 기준이 있지만 이것을 유배법에 명문화해 등급이 낮은 부실 P&I에 우리 선주들이 가입하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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