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선급 이형철 회장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

선급사업 법인세 면제, R&D투자·사회공헌 확대
LNG선 신조입급 적극 추진, 올해 8천만톤 목표

한국선급이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대면 마케팅을 적극 재개해 등록선대를 확충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선급(KR) 이형철 회장은 지난 6월 22일 임시총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대면 마케팅을 재개해 등록선대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R은 2년만에 임시총회를 대면으로 개최했고 그리스에서 개최된 세계 3대 선박 박람회인 포시도니아2022에 참가하는가 하면 7월 4일 KR유럽위원회를 3년만에 대면으로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대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대면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신조 입급 활동에 적극 나서 올해 등록톤수 8천만톤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특히 이 회장은 최근 국적선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LNG운반선 신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LNG선 신조 입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NG선 신조 입급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KR은 최근 현대엘엔지해운이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17만 4천cbm급 대형 LNG운반선 1척을 사상 처음으로 단독 입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은 “KR의 기술력은 해외 선급과 견줘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선사들이 보수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어 대형·특수선에 대한 KR 단독 입급을 꺼리는 측면이 있다. 결국은 KR이 적극적인 마케팅과 검사 서비스 품질로 선입견을 깨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형철 회장은 또 취임이후 법인세 면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 올해부터 선급사업에 대한 법인세를 면제받게 됐다며 법인세 면제로 얻게 되는 수익을 적극적으로 R&D에 재투자하고 사회 공헌 활동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형철 회장과 기자단이 나눈 일문일답.

-임시총회를 개최한 이유는 무엇인가?

=법인세법 시행령이 지난 2월 개정되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선급사업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과세되던 인증사업, 교육사업, 제3자 검사사업과 면세되는 선급사업의 회계를 분리해야 돼 부득이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어 2022년 예산을 재승인받게 됐다.

선급사업에 대한 법인세 면제는 KR 62년의 숙원 사업중 하나였다. 제가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법인세 면제를 위해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국회 등을 찾아 다니면서 설득한 끝에 숙원을 이루게 됐다.

법인세 면제로 얻게 되는 수익은 R&D에 재투자하고 사회 공헌 활동도 더욱 확대하려고 한다. 지난해 사회 공헌 활동에 약 4.3억원을 썼는데 올해는 예산을 조금 상향해 6.1억원을 배정해 놨다.

또한 오늘 임시총회에서는 한국해양진흥공사 김양수 사장, HMM 김경배 사장,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가삼현 회장, 한국해양대학교 도덕희 총장 등이 새로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최근 경영실적은 어떠한가?

=최근 3년간 1440억원에서 1550억원 수준의 견조한 수입을 달성했다. 올해 목표는 1370억원이지만 1400억원은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처럼 견조한 수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등록선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3~4년간은 등록선대 증가가 거의 없었다. 취임후 2년 6개월간 해외지사를 독려하고 선대 유치 활동도 열심히 한 결과 고객 선사들이 제조후 등록을 많이 해주셨고 신조선 입급도 맡겨주시면서 지난 3년간 등록 선대가 1천만톤 순증가해 현재 7800만 톤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는 신조선 입급이 크게 늘었는데 해외선사로부터 단독 입급으로 14척을 확보했다. 싱가포르 Navig8이 중국에 발주한 MR탱커 8척을 맡겨줬고 그리스 선주인 다나오스(Danaos Shipping)가 대한조선에 발주한 8천teu급 컨테이너선 4척도 KR에 단독 입급해 줬다. 세계 최대 PCTC 톤이지 프로바이더인 이스라엘의 레이쉬핑(Ray Shipping)이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PCTC 2척도 KR에 맡겨줬다.

-취임하시면서 등록선대 1억톤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실현 가능한가?

=1억톤 달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가 신조선 입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매년 평균 500만톤 정도가 해외매각에 따른 TOC(전급), 폐선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저도 경영평가를 받기 때문에 목표를 높게 책정하면 개인적으로 손해다. 그럼에도 목표를 높게 책정한 것은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등록선대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그래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 나갈 수 있다. 회장 취임 당시 KR 등록 톤수는 6800만톤이었지만 직원들을 독려하고 열심히 등록 선대 유치 활동을 벌인 결과, 현재 7800만톤으로 1만톤이 순증했다. 올해 연말까지 쉽지는 않겠지만 8천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LNG운반선 신조 시장이 활황이어서 LNG선 신조 입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LNG선 단독 입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KR에 단독 입급된 LNG선은 2척에 불과하지만 LNG선 신조 입급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최근 KR 역사상 처음으로 대형 LNG선 단독 입급에 성공했다. 현대엘엔지해운이 스페인 오일메이저인 랩솔(Repsol)과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하고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17만 4천cbm급 LNG선 1척을 유치했다. 이외에도 최근 국적선사들이 해외 화주와 장기계약을 맺고 국내에 발주하는 LNG선 신조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KR이 그동안 LNG선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고 기술적으로도 타선급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음에도 단독 입급으로 맡겨 주시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보수적인 선입견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선입견을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렵다. 선입견을 갖고 있다 보니 대형·특수선에 대한 KR 단독 입급을 꺼리는 측면이 있었다. 결국은 KR이 적극적인 마케팅과 서비스 품질로 선입견을 깨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선입견을 깨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단독 입급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LNG선도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현대엘엔지해운이 그 포문을 열어줬고 해외 화주인 페트로나스도 우리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어 향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박 검사 품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KR은 파리·도쿄 MOU, USCG 등 주요 PSC 실적에서 최상위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또 검사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검사망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선박 검사에 큰 애로가 발생했었다. 특히 유럽에 나가 있는 검사원들은 이동이 제한돼 선박 검사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 고객들에게 신속한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검사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로테르담항 인근의 벨기에 안트워프에 검사관을 파견했고 폴란드와 남미에도 검사관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포시도니아에 참가하셨는데 성과가 있었나?

=직접적인 성과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개최된 대면 박람회에 직접 참가해 고객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그리스에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KR에 8천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신조 입급해준 다나오스다. 우리에게 PCTC 2척을 신조 입급해준 레이쉬핑의 그리스 선박관리사에도 방문해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KR 그리스 지사장이 별도의 인사를 하고 있지만 본사 회장이 1년에 한번이라도 직접 고객 선사를 찾아가 소통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ABS 회장은 아예 그리스에 집을 별도로 구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그리스 선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우리도 고객사들과 소통을 더 확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

6월 28일부터 29일 런던에서 개최되는 IACS 이사회 참여를 계기로 국제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유럽 해운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인 INTERTANKO, INTERCARGO, BIMCO, ICS 등 해운 단체들과 선사, 보험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KR유럽위원회도 3년만인 7월 4일 대면 행사로 개최할 계획이다. 또 유럽 소재 고객사들을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고 유럽 해사전문지와 인터뷰도 진행하려고 한다.

-최근 해운·조선업계의 화두는 차세대 대체연료다. KR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제가 회장에 취임하면서 강조한 2가지가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다. 최근 연료유에 대한 에너지 트랜지션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면서 모든 조선소·선사·선급들이 새로운 연료에 대해 엄청난 연구를 하고 있고 KR도 마찬가지다. 특히 KR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와 협력해 새로운 연료를 사용하는 차세대 선박에 대한 기술 개발, 안전성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해운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메탄올 추진선박, 암모니아 추진선박, 수소 추진선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차세대 선박들에 대해 조선소와 공동개발연구(JDP)를 진행하고 기본설계인증(AIP)을 부여하고 있다.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 KR은 다른 어떤 선급에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또한 선사들이 신조선을 발주할 때 도대체 어떤 연료를 선택해야 하느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KR이 컨설팅을 해 드리고 있다. 선사에서 필요한 선박 스펙을 제안해 주시면 우리가 나름의 연구를 통해 어떤 연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지 조언을 해드리고 있다.

-내년부터 현존선 온실가스 규제인 EEXI·CII가 시행되는 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국적선사들이 EEXI·CII에 대응할 수 있도록 EEXI·CII 계산 프로그램을 굉장히 빨리 개발해 제공했고 MacNet(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 온라인 세미나를 열어 관련 기술과 대응 방안 등을 공유했다.

사실 EEXI는 EEDI 시행전인 2015년에 건조된 선박들이 문제인데 국적선의 약 80% 정도가 EEXI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EEXI를 충족하지 못한 선박들은 선속을 줄이거나 에너지 효율개선 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에너지효율 개선 장치는 선박에 장착한후 효율 개선을 검증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감속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사업계 ESG 경영 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사분야에서도 ESG 경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대형선사들은 잘 대처하고 있지만 중소선사들은 힘에 부쳐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중소선사·조선업계의  ESG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서 전담팀을 구성하고 ESG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SG 평가는 사실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우리가 수익을 얻고자 했다면 ESG 평가가 아니라 컨설팅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ESG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해사업계에 대한 기술 지원이라는 KR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다.

해사부문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ESG 평가기관이 해사업계를 평가하다 보면 해사부문에 적용하기 힘든 평가 기준을 적용해 제대로 된 평가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KR은 HMM, KSS해운과 공동으로 해운업을 평가하는 ESG 평가기준을 개발했고 대우조선해양과도 조선업을 평가하는 ESG 평가 기준을 개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직원들에게 줄곧 해왔던 말이 ‘고객이 스스로 찾는 선급이 되자’다. 보통 기업은 고객을 찾아다니며 우리 제품을 써달라고 요구하는데 우리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국적선사뿐만 아니라 해외선사를 직접 찾아 KR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럼에도 ‘고객이 스스로 찾는 선급이 되자’라는 모토를 이야기한 것은 기존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믿고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자는 의미에서다. 마치 삼성의 갤럭시폰이나 애플의 아이폰처럼 굳이 광고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스스로 찾아와 구매하는 것처럼 KR도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스스로 찾게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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