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해상법연구센터소장)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I. 문제의 소재

지난 2년 이상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을 둘러싸고 포스코와 한국해운협회가 갈등 관계에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사자들이 국회에 출석해서 의견을 진술할 정도로 큰 문제였다. 그런데 언론에서 해운협회가 갑자기 설명도 없이 입장을 바꾸어 물류회사 설립을 용인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2년 4월 8일 해운협회와 포스코가 ‘포스코는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서면으로 확인하는 협정을 체결한 내용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이 내용을 확인하면서 필자는 본 협정이 해운협회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용인한 것인가라는 것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어 보았다. 이는 필자의 전공인 해상법과 물류법의 핵심내용이고 필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개선을 주장해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포스코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종래부터 가지고 있다. 포스코가 철광제품과 관련 자신들의 영업의 효율성을 위해 물류자회사를 만들어서 운영하겠다는 것은 찬성할 일이고 해운업계가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해운업계의 부정기 선사들도 동일한 물류자회사를 만들어 포스코에게 공개입찰을 요구하여 포스코의 물류자회사와 경쟁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물류자회사는 계약운송인으로서 화주인 포스코와 제1차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화주가 되어 해상기업과 제2차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甲의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결국 미국에서 말하는 무선박운송인(NVOCC)이기 때문에 우리 해운법에서도 그를 해상화물운송사업자로 포섭하여 이들의 영업매출의 해운부분은 해운수입으로 잡고, 해운법상의 규제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말에서 “해운업”은 두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이들이 선박을 용선하거나 소유하여 선주로서 운송인이 된다는 의미이다(협의의 해운업). 결국 이말은 현행 해운법상 해운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해운법은 선박을 소유 혹은 보유한 사람만을 사업자로 본다). 이것은 해운협회가 종래 취한 해석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의미를 포함해서 계약운송인으로 나서는 것도 해운업 진출이라고 본다(광의의 해운업). 필자의 견해다.

그러므로 전자의 입장이라면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은 선주로서 운송인이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제한되므로 계약운송인이 되는 일은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후자의 입장이라면 포스코는 선주로서 운송인 및 계약운송인으로서의 일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필자는 2020년 5월 19일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합동 기자회견에서 토론자로 이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당시 포스코는 “해운업은 물론 운송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상법에 따르면 선박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 이미 해운업에 진출한 것이다”라고 이를 반박했다(부산일보 5.19.자).

해운업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미

협의(해운법) : 선박의 소유 및 용선이 필수, 선주로서 운송인(×) 계약운송인(○)

광의(상법) : 운송계약만 체결하면 가능, 선주로서 운송인(×), 계약운송인(×)

최근 포스코와 해운협회의 협약체결에서 협의의 해운업 진출을 못하게 약정이 체결되었다면 해운협회가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은 없는 것이 된다. 필자와 같이 광의로 해석하면 해운협회는 계약운송인도 못하게 하던 것이 이는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입장을 바꾼 것이 된다. 만약 해운협회가 협의로 해운업을 이해한다면 이는 필자와 다른 견해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필자의 지론이었다. 다시 한번 이 입장이 수정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II. 상법과 해운법의 차이

원래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자는 선박소유자 뿐이었다. 선박을 소유한 자만이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여 운송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우리 상법의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실무는 이와 달랐기 때문에 우리 상법은 1991년 운송인 중심주의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누구든지 운송계약을 화주와 체결하면 그는 운송인이 되는 것이다. 선박소유자와 운송인은 서로 다른 개념이 된 것이다. 교수인 필자도 지인인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면 필자는 운송인이 되어서 운임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상법의 입장이다.

이런 상법의 입장을 해운법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해운법은 선박을 보유하는 자만이 해상운송사업자가 된다고 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박을 전혀 소유하거나 용선해있지 않은 자는 운송계약을 체결해도 해운법상 해상운송사업자가 아니다. 따라서 해운법의 적용 범위에 들지 않는다. 미국은 NVOCC라고 하여 이를 운송인으로 보아서 해운법의 적용대상인 점은 해운하는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포워더와 2자 물류회사들은 운송주선인이지만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운송인으로서 기능을 한다. 처음부터 계약운송인이 된다. 이들은 선박을 소유하거나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상기업과 제2의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들은 상법상 운송인이기 때문에 포장당 책임제한 등의 이익을 누린다. 그렇지만 해운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서 톤세제도의 이득을 보지못하고 또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III. 시정되어야 할 사항

2000년대 이전 대형화주는 해상기업(한진해운)과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해상기업은 운임을 오롯이 수령했다. 그 후 2자 물류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중간에 계약운송인이 끼게 되었다. 대형화주-(제1 운송계약)-2자 물류회사-(제2 운송계약)-해상기업으로 2개의 운송계약이 체결된다. 전체 운송계약의 책임은 계약운송인인 2자 물류회사가 부담한다. 운임의 전액은 2자 물류회사가 수령했다가 자신의 운송인(해상기업)에게 80~90% 가까운 운임을 지급한다. 자신이 선박과 같은 물적 설비와 선장과 같은 인적 설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고 해상기업에게 운송을 의존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운임의 대부분을 전달하게 된다. 나머지 차액은 통행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를 2000년을 전후하여 살펴본다면, 해상기업의 입장에서는 직거래의 경우보다 5~10%의 운임수입을 2자 물류회사에게 빼앗기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2자 물류회사들은 2000년대 제로에서 2020년 40조원 매출로 급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협회 산하의 해상기업의 매출은 30조원의 언저리를 20년 동안 맴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2자 물류회사는 기존의 해상기업의 수입을 상당 부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2자 물류회사의 성장에 찬성한다. 이들이 성장해서 세계무대에서 DHL과 경쟁하여 우위를 점하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해운법 등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고 해운물류 시장을 교란하는 형태로 두는 것은 반대다. 이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해운법이 도와주면서 해상기업이 또 도움을 받도록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었다.

이러한 필자의 견해는 여러 차례 피력되었고, 3년전 포스코 사태에서도 동일했다. 이런 필자의 지적은 반복되고 있다. 해운협회는 물류자회사를 통한 해운업 진출을 막고자 했다. 이제 포스코가 해운업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포스코플로우라는 물류자회사가 기존의 자체 물류분야를 대체하게 된다. 이를 막을 수 없다. 그러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해상기업도 이들과 같이 물류기업화를 해나가면서 경쟁해야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부정기선영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치와 운용은 큰 충격을 시장에 준다고 본다. 해운협회 산하의 부정기선 영업회사들은 하루속히 물류자회사를 만들어서 포스코의 물량을 받아올 수 있는 계약운송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통행료가 적게 나가서 그나마 피해가 적어진다. 이러한 조치없이 그냥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영업을 허용한다고 하는 것은 지난 3년간을 허송세월한 것과 같이 된다.

아시다시피, 계약운송인이 되는 포워더와 2자 물류회사는 아무런 물적·인적 설비를 가지지 않고 영업을 한다. 물적 설비와 인적 설비를 가진 해상기업의 자본투자와 리스크 부담에 편승하는 것이다. 더구나 모회사의 물량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유리한 입장에서 계약운송인이 되는 것이다. 경쟁법상 일감몰아주기 방지의 대상이 된다.

또한 해상기업만의 운임과 용선료를 합산하여 우리 해운 매출로 잡는 협소함에서 우리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2자 물류회사들의 해운관련 운임차액(통행료)은 해운매출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제2의 운송계약을 체결할 때 우리 부정기 선사들에게 일정량의 운송물량을 할당하도록 의무화시켜야 한다. 그 대신 해운법상 경쟁법의 적용에서 예외가 되도록 해서 2자 물류회사를 도와주어야 한다. 서로 윈윈이 된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로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약정 하나만으로 물러나는 것은 해운업계로서는 큰 후퇴라고 생각한다. 그 전의 단계에 비하면 해상기업은 매출이 5~10% 줄어들게 되는 불리함이 발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V. 나가며

자신이 소유하거나 용선한 선박을 이용하여 선주업을 하거나 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집합을 해운업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선박 소유와 무관하게 운송인이면 모두 해운업자로 볼 것인지 오랜 논쟁거리이다. 전자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고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상법이 1991년 이런 입장을 버리고 후자와 같이 되었다. 그렇다면 신속하게 이들을 해운업자로 받아들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현재 해운협회와 해운전문지간 주고받는 공방은 이런 해운업의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해운협회는 전자와 같이 해운업을 좁게 해석했다. 그래서 물류자회사를 통한 “해운업 진출”을 막으려고 했다. 따라서 협약에서 해운업 진출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니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서면의 약속이니까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후자로 생각하게 되면 해운협회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가 운송인이 되는 것은 허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필자는 하루속히 해운협회와 해운인들은 포워더와 2자 물류회사를 해상화물운송사업자(NVOCC)로 수용하여 해운산업의 범위를 확장하길 바란다. 이것이 해운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정기 선사들도 물류자회사를 만들어 포스코의 물량을 계약운송인으로서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선사들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른 물류분야로 진출하여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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