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부사장

북미와 유럽에서 컨테이너 물류가 악화하면서, 선박, 컨테이너, 섀시 등의 정상화 조짐은 점점 사막의 신기루처럼 되어가고 있다. 눈에 보일지 몰라도 환상에 불과하며 계속 사그라지는 그러한 신기루 말이다.

현물 운임 하락, 선박 수용력 확대, 제조 발주 취소, 상하이 코로나19 봉쇄 여파의 점차적인 회복 등 출발항의 여러 악재가 완화되는 가운데 물류 정상화는 최근 몇 주 동안 더욱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요즘 업계의 화두는 완만한 성수기와 더불어 현물 운임이 계약 운임 아래로 감소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드루리(Drewry)가 최근 시장 업데이트에서 밝힌 것처럼 "확실히 컨테이너 시장 상승세의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도착항에서 느끼는 현실은 매우 다르다. 출발항에서의 긍정적 효과가 북미와 유럽의 화물 흐름에서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연초의 재고 축적으로 시스템이 한계점에 이르면서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주의 화물 보관 공간이 꽉 찬 상황에서 컨테이너는 창고 밖, 물류센터, 항만, 내륙 철도 램프 등에 쌓여 컨테이너와 섀시가 공회전하면서 정박 대기하는 선박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수입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현재 고객의 수요와 맞지 않아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재고로, 올 초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해 이미 휴가철을 놓쳤거나, 수입업체가 공급망 차질로 인한 판매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요 발생 훨씬 이전에 주문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피어스(PIERS) 데이터에 의하면, 아시아발 컨테이너 수입은 올해 첫 5개월 동안 2019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베탄 루니(Bethann Rooney) 뉴욕 뉴저지 항만청장이 지적했듯이 물량의 "엄청난 증가"는 미국의 컨테이너 물류를 심각한 정체에 빠트렸고 다가올 여름 성수기 물량 증가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포워더 EFL의 토니 글라스(Tony Glass) 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은 "지난 1년간 대화의 초점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지난 12개월 동안 초점이 '선복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 비용도 중요하지만,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에서 '우리 회사의 재고를 보관할 수 있는가? 아직 필요 없는 재고다'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글라스 수석부사장은 "고객이 물류를 개선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지원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며, "항만 및 자사 시설에서 체류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활용하고 물류센터에서 수용할 수 없으면 제품 보관 장비를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말부터 경험해온 시스템 차질이 2023년까지 계속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고 많은 관계자가 경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진해운 파산, 2014~15년 미국 서부 항만 노사분쟁 등 차질이 빚어지긴 했지만, 글로벌 공급망은 각 충격 이후 몇 달 동안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에즈운하 폐쇄부터 여러 차례에 걸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그리고 미국의 철도 서비스 붕괴에 이르기까지 여러 충격이 연속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시스템이 불균형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유휴 선복량과 운임 급등으로 이어졌다.

시스템 회복에 필요한 것은 물량 감소와 더불어 앞으로 시스템에 새로운 충격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2022년 하반기에 물량 완화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인력 가용성과 노사 분규 등이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서부 항만 협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 선사 임원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선사들의 사상 최대 수익에 대한 성과급 요구로 밴쿠버의 트럭운송, 미국의 철도, 유럽의 항만에서 파업이 이어지면서 향후 몇 달이 "불만의 여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미국의 철도 복합운송 서비스 등 몇 달 동안 누적된 다른 문제들도 있다. BNSF 철도는 최근 미국 육상교통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열차 상당수가 (시카고 외곽의) LPC 시설에서 복합운송 서비스를 위해 여전히 대기 중이다. 화주가 컨테이너를 빨리 회수하지 않아 BNSF가 새로운 컨테이너를 접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당 문제를 요약했다.

비선박운항업체 컨설턴트인 존 먼로(Jon Monroe)는 "항만이 점점 정체되고 있는데, 캐나다와 미국 철도 모두 밀린 적체 화물이 많아 항만의 혼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이맘때는 중서부행 BNSF와 UP 운송만 우려했었다. 현재는 캐나다 철도 업체들도 정체되어 있다. 이길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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