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앞으로 5년 해기전승 전략 바꿀 골든타임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 사무국 8월 가동

“바로 지금이 해기전승 전략을 바꿔야 할 골든타임이다. 앞으로 5년내 해기전승 전략을 손보지 않으면 한국해운은 10년 후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은 지난 19일 해운전문지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5년내 시니어 사관 중심으로 해기전승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처럼 외항 해기사가 사라지고 육상 해기사 공급도 끊겨 한국해운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권희 회장은 주니어 사관들이 시니어 사관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주니어 사관의 급여를 보조해 승선율을 높이는 전략보다 시니어 사관의 급여 수준을 대폭 올리고, 승선기간을 줄여주고, 통신환경을 개선해 해상생활이 육상의 일상과 가깝도록 만들어 주는 게 장기승선을 유도하는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제안했다.

이회장은 그동안 선원관련 단체들이 각자 해기전승을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추진해왔으나 이들 전략이 중복되거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전략들이 많았다며 지난 6월 12개 기관들이 참여해 발족한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실효성 있는 해기전승 전략을 도출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권희 회장과 기자단이 나눈 일문일답.

-최근 한국 해기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들었다.

=해기사 부족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며 앞으로 해기사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현재 직급별 한국 해기사 현황을 보면 역사다리꼴 모양인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승선할 해기사뿐만 아니라 육상에서 필요로 하는 해기 인력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도 해기사가 부족한데 향후 10년 국적선 선복량이 5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심각한 해기사 수급 불균형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해기사 수급이 불가능해지면 육상으로 이직하는 해기사가 줄어들고 결국은 일본처럼 선기장까지 외국인을 쓰게 될 것이다. 일본은 선복량으로는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해기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자 10여년전 외항상선 해기사를 포기했다. 외항을 포기한 대신 연안에 집중해 현재 2천명 정도의 해기사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도 일본처럼 연안 해기사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한가?

=분단으로 북쪽이 막혀있기 때문에 우리도 사실상 일본과 같은 섬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처럼 외항을 포기하고 연안 해기사에 집중할 수는 없다. 일본은 남쪽 오키나와에서 북해도까지 항해 거리가 우리나라와 동남아간 거리와 비슷할 정도로 길기 때문에 연안 해기사를 육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연안이 짧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전략으로 갈 수는 없다.

-스마트십이 도입되면 어차피 해기사 수요는 줄어드는 것 아닌가?

=스마트십, 즉 무인자율운항 선박은 향후 30년내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인화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어서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향후 30년내 무인선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엔진 때문이다. 벙커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은 굉장히 복잡하고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무인선이 상용화되려면 엔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안전성이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무인선이 가능하더라도 항만 당국이 안전문제 때문에 무인선 입항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3여년 전 ITF가 세계해사대학에 스마트십 시대가 도래하면 선원들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적이 있다. 연구결과 30년 이후에도 물동량 증가로 여전히 선원 수요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앞으로 30년까지는 계속해서 해기사를 키워내야 하고 특히 시니어 사관들을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선박들이 점점 스마트화되면 승선원수가 줄어들면서 경험 많은 시니어 사관 수요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시니어 사관은 지금도 부족한 것 아닌가?

=주니어 사관은 전세계적으로 전혀 부족하지 않지만 시니어 사관은 부족하다. 시니어 사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인과 외국인간 급여 차이도 거의 없다. 과거 한국 시니어 사관의 급여가 100이었다면 인도가 80, 필리핀이 70, 미얀마가 6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고 인도 사관이 오히려 한국 사관보다 더 받는 경우도 많다.

전세계적으로 시니어 사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시니어 사관을 키워내야만 한다. 시니어 사관의 급여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외국인 시니어 사관을 도입하는 것은 원가 측면이나 선박 운항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가 우리나라 주니어 사관의 급여가 특이하게 굉장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 주니어 사관의 급여가 외국인보다 거의 70% 정도 높기 때문에 국적선사들이 외국인 주니어 사관을 선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신 임금 차이가 거의 없는 시니어 사관은 한국인을 원하고 있다.

-주니어 사관을 키우지 않으면 결국 시니어 사관이 부족해지는 것 아닌가?

=해양대를 졸업한 주니어 사관들이 의무 승선 이후에도 계속 승선해 시니어 사관이 되는 비율이 15%에 불과하다. 과거에 비해 승선근무예비역의 매력도가 떨어졌고 급여 수준도 육상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주니어 사관의 승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 주니어 사관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군복무 기간이 36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고 휴대폰 사용도 가능해졌으며 월 급여도 20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매력도가 크게 훼손됐다.

현재 국적선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해기사 부족 문제는 시니어 사관 육성 비율을 현재 15%에서 30%까지 끌어 올려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정책은 사실 직급을 가리지 않는 전체 해기전승 전략이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시니어 사관 중심의 해기전승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바로 지금이 해기전승 전략을 바꿔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5년내 해기전승 전략을 손보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본처럼 외국 해기사를 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우리와 일본은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일본처럼 선기장까지 외국인을 쓸 수는 없다.

-시니어 사관을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인 무엇인가?

=주니어 사관들이 시니어 사관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 먼저다. 해기사가 되어 30세 이상 승선하면 최소 2억원 이상의 돈을 모을 수 있고 승선 경력을 쌓아 육상으로 진출해 해운회사, 선박검사원, 해운브로커, 보험, 선박금융,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이 가능하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승선 생활을 육상의 일상과 가까워지도록 바꿔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가정성, 이사회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통신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승선기간도 유럽처럼 4개월 승선·4개월 휴가 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또한 휴가기간중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해 추가 소득도 올리고 육상의 일상에 가까워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 주니어 사관의 승선율을 높이기 위해 집중되고 있는 지원을 시니어 사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해기사 임금체계를 보면 상후하박으로 시니어 사관의 급여가 주니어에 비해 그렇게 높지가 않다. 가령 주니어 사관들의 승선율을 올리기 위해 급여를 10% 지원하는 것보다 1항기사 이상의 시니어 사관들에게 30%를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시니어 사관이 되면 급여도 임원급 이상으로 올라가고 처우도 좋아진다는 것 자체가 주니어 사관의 장기 승선을 유도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

결국 미래 해기인력 육성의 초점은 시니어 사관 육성과 수급 안정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니어 사관을 육성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를 발족시켰다.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는 미래 해기인력의 수급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12개 단체들이 참여해 그동안 각자 추진해왔던 해기전승 정책들의 효과성을 분석하고 보다 실효적인 정책들을 개발하고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가?

=그동안 해기인력 육성을 위해 수많은 정책협의와 연구, 세미나 등이 있었지만 변화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협의회는 상설 사무국을 두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협의하고, 정책 시행 여부를 모니터링해 효과성을 검증하고, 필요한 것들은 정부에 건의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고 한다.

8월부터 해기사협회 1층에 상설 사무국을 열고 그동안 각 단체들이 추진해왔던 해기전승 정책들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고 이를 토대로 10월말에서 11월초께 해기전승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중장기 로드맵에는 국가 차원, 해운산업 차원에서 한국 해기사를 얼만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한 가라는 목표를 우선 설정하고 육성 대책들이 담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3월까지 각 기관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 추진할 구체적인 정책들을 도출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정부에 건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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