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부사장

피터 터치웰
피터 터치웰

환태평양 지역의 단기(spot) 운임이 계약 운임보다 낮아짐에 따라 많은 화주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이루어지던 관행을 재개했다. 바로 낮은 스폿 운임을 반영하여 화주-선사간 직접 계약운임 인하를 선사에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비윤리적이거나 사기 행각이 아니며 이들의 요구는 공급과 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표준적인 운영 방식이었다. 화주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예상되었고 적어도 과거에는 선사들이 수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선박에 화물을 싣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개 양보를 해왔다.

올해 들어 이러한 관행이 재개되면서 화주들의 이러한 노력은 현재 엇갈린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선사 일부는 특정 경우에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다른 일부는 여전히 지속되는 미국의 항만 정체 및 결항이 성수기와 맞물리면서 올해 하반기 스팟 시장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투자은행 제프리(Jefferies)가 지난 8월 3일 컨테이너 해운주의 약세를 평가하면서 "환태평양 단기운임율이 계약운임보다 낮아졌지만, 계약[가격]은 아직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 올해 말이 오기 전에 조정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선사들이 올해 계약운임 인하에 동의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동의할지를 결정할 역학 관계는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분명한 점은 계약에 제시된 운임조차 변경될 수 있는 것이 해운업 시장이고 코로나19가 이러한 시장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연방 해사위원회(FMC)에 따르면 해당 기관에 2019년 접수된 각 서비스 계약에서 평균 15건 이상의 변경이 이뤄졌으며, 선사들은 이러한 내용이 대부분 하향 조정이었다고 밝혔다. FMC 자료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에도 계약 내용의 변경은 비슷한 빈도로 이루어졌다.

중도 계약 운임 조정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수년 동안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행해진 제로섬 게임의 현실이다. 이는 대부분 화주에게 유리한 반면, 선사에는 손해를 입혀 수십 년간 재정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매켄지(McKinsey)와 캐피탈 IQ(Capital IQ)가 실시한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선사들은 1995~2006년 투자 자본 수익률이 2.6%에 불과한 반면 컨테이너 터미널의 수익률은 8.7%에 달했다.

2021년, 물동량이 급증하고 선박이 항구 밖에 대기하면서 선복량이 사라지자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작년 단기 운임이 급등하여 심지어 3만 달러가 넘었을 때, 계약 운임은 상향 조정되었다. 많은 화주는 선복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1년 전 해운시장이 성장하기 전 계약운임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미국 가재도구 업체 MCS는 해운선사 두 곳에 대해 "이미 계약했던 공간 중 일부만 할당받았고, 따라서 MCS가 매우, 종종 터무니없이 높은 단기 시장 가격으로 대체 운송하게 했다"며 FMC에 이를 불공정행위로 제소하기도 했다.

시장의 양극단 움직임, 화물운송 개혁 부채질

지난 3월 FMC가 선사 간의 담합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 낯선 상황과 이에 따른 화주들의 분노는 정치적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해운법을 거의 25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사들이 연합체 안에서 담합하여 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반독점 면제를 폐지하려는 시도까지 일어났다.

그에 따른 파장은 비록 불확실하지만, 미국 해운법을 개정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의미 있는 규제 개혁 없이 수년간 운영됐던 해운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작년에 발생했던 지나친 운임과 계약 화물에 대한 공간 부족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라기보다는 컨테이너 운송에서 평상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봄에 화주와 선사가 체결한 계약 운임은 스팟시장의 기본 변동에 기반하여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출발점에 불과했을 뿐이다. 경험이 많은 물류 책임자는 선복량이 갑자기 빠듯해진 경우(이는 느닷없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의 화물이 제때 실리지 않고 다음 선박 편에 투입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낮은 운임을 내는 것을 오랫동안 경계해 왔다.

일부 화주와 선사는 이러한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FMC에 제출된 계약서 중 소수는 단기 운임의 변동에도 계약 내용을 변경하지 않았다.

이러한 화주들을 위해 뉴욕해운거래소(NYSHEX) 등 대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화주와 선사 양측이 상호 불이행 수수료 계약을 맺고 이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하는 방안이다. NYSHEX에 따르면 계약운임과 단기운임의 격차로 생기는 차이가 위약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계약 불이행 수수료를 약 2% 내야 한다.

일부 선사 역시 이러한 중도 계약 변경의 흐름을 타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인 고객 관계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해 급증한 스팟 시장을 기회로 사용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말한다. 덴마크 해운선사 머스크의 경우, 선사의 물류 통합 전략에 따라 제공되는 복수의 공급망 서비스가 바로 이러한 장기 투자 대상에 속한다.

머스크 북미의 영업 책임자인 찰스 반 데어 스틴(Charles van der Steene)은 "우리의 계약운임은 스팟 시장 운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특이한 시장에서 단기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계를 우선시하는 선택을 내렸다"고 JOC.com에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틱해운거래소, 제네타, 상하이해운거래소, S&P Global의 플래츠 등 여러 업체가 발표한 지수를 바탕으로 계약운임이 지속해서 변경되는 점을 고려할 때, 중도 계약 재협상의 사이클을 벗어나는 열쇠가 지수연동 계약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