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께 사무국장(부회장)·상무이사 3인 공모할 듯
조직 영속성·업무 전문성 고려, 상무공모 재고해야

한국해운협회가 다음달 15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올해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사무국 임원에 대한 공개모집을 최종 의결하고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사무국장격인 상근부회장 뿐만 아니라 임기가 만료되는 상무이사까지 함께 공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상무이사도 협회 사무국 등기임원이니 공모할 수 있는 것 아닌 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모 대상인 상무이사 3인이 현재 기획조사팀장, 업무팀장, 부산사무소장 등 모두 팀장 보직을 맡고 있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상무를 공모하겠다는 것은 곧 팀장을 공모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해운협회와 유사한 협회·단체들이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조직 쇄신 차원에서 사무국장 또는 임원을 공모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팀장을, 그것도 3명이나 한꺼번에 공모하겠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 본다. 해운협회는 어쩌다가 해운업계 최초(?)로 팀장을 공모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그간의 사정을 되돌아보면 이렇다.

해운협회는 올해 1월 20일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사무국 임원은 1년마다 중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올해 1월 20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상근부회장과 상무이사 3인 등 협회 사무국 임원 4명을 한꺼번에 교체하기 어려우니 임기를 1년씩 연장시키고 공모를 통해 1년후 새로운 사무국 임원진을 구성하겠다는 회장단의 결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당시 이 결정에 대해 총회에서 아무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고 최근 협회 임원 공모안이 만들어져 다음달 회장단 회의 최종 결정과 이사회, 총회 승인만 남겨두게 됐다. 이러한 해운협회 임원 공모안에 대해 늦었지만 협회 내외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우려의 목소리는 조직의 영속성 문제다. 현재 해운협회 팀장은 해무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3개팀이 모두 상무이사가 보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상무들이 팀장 보직을 처음 맡았을 때는 상무이사가 아니었고 팀장 보직을 맡은 후 정년이 가까워지자 상무이사로 승진시켜 임기를 연장시켰던 것이다.

이제 임기가 만료되는 상무 3인을 공모해 후임자를 찾겠다는 것은 앞으로 팀장이 임원 직급이 된다는 얘기다. 직원이 30명도 안되는 조직에 등기 임원이 4명이나 되는, 직원 수에 비해 임원이 너무 많은 기형적인 형태가 고착화돼 버리게 되는 것이다. 과거 해운협회 사무국 등기임원은 전무이사와 상무이사 등 2명에 불과했고 해운협회와 비슷한 규모의 타협회들도 대부분 사무국 등기임원은 2명 정도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해운협회 사무국 직원들이 앞으로 팀장이 되려면 자신의 연공서열, 업무능력과는 상관없이 오직 공모에 참여해야만 가능하다는 데 있다. 내부 동료 뿐만 아니라 외부 인력과 경쟁해서 최종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와 총회를 통과해야만 팀장이 될 수 있다. 이는 해운협회 평직원으로 입사해 20년이상 일해봐야 팀장 한번 못해보고 정년퇴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연 이렇게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조직이 미래 영속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두 번째 우려의 목소리는 협회의 업무 전문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해운협회는 총무팀을 비롯해 업무팀, 해무팀, 기획조사팀, 부산사무소 등 4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총무팀은 내부 살림을 책임지는 부서이니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팀은 업계와 관공서, 국회, 노조 등 관련 업단체들과 오랫동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적선사들의 이익을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실무팀들이다.

실제 대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무팀의 수장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것은 협회 업무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협회 사무국에서 십수년간 근무하면서 네트워크와 경험을 쌓아왔던 직원들 대신 외부에서 팀장을 수혈할 경우 협회 업무 전문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공모를 통해 임용된 상무가 팀장을 맡아 혹여 대외 네트워크가 끊어지고 업무 전문성이 단절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적선사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가?

협회 사무국 사정에 밝은 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로 내외부를 통틀어 조직을 쇄신하고 가장 잘 이끌어 나갈 최적의 인물을 찾는 것은 지극히 공정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을 공모로 뽑겠다는 것은 조직의 영속성이나 업무 전문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으로 보인다. 부회장뿐만 아니라 상무이사 3인을 모두 공모하는 방안은 협회 회장단에서 좀 더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상무이사 공모가 불가피하다면 임기 만료되는 3명 전원이 아니라 1명 정도를 공모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