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안전특별법, 취지 좋지만 세부 보완책 필요"

항만 안전 다룬 법령 첫 시행 평가 ‘긍정적’
안전 강화위한 꾸준한 정부 재정 지원 필수

항만 안전사고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거운 컨테이너와 화물들, 그리고 크레인, 리치스태커, 스트래들 캐리어, 트레일러 등 항만 하역 장비라고 불리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는 항만의 특성상 항만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들은 늘 사고에 빈번하게 노출되어 왔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항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항에서 작업 중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232건으로 이중 사망 9건, 중상 60건이 발생했다고 하니 실로 적지 않은 수치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김종덕)이 근로자 수당 재해자 수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산업 전체는 4.84인데 반해, 항만 근로자의 재해율은 9.46으로 약 1.9배 정도가 높아 항만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안전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항만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항만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 측이나 시민단체, 언론 등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며,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항만 안전 문제가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해수부와 항만공사는 항만 안전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밝혔으나 실상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발생한 故 이선호 군의 안타까운 사망사고는 이러한 지지부진함을 일순간 뒤집는 도화선이 됐다. 故 이선호 군의 사고는 꽃다운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전형적인 후진적 사고라는 점에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故 이 군의 빈소를 직접 찾아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며, 정부 역시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을 넘기지 않았음에도 선제적으로 답변을 내놓고 사각지대 없는 항만 안전 관리 체계 구축 및 항만 사업장별 모든 근로자에 대한 총괄 안전관리계획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지난해 발생한 평택항 사고 당시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발생한 평택항 사고 당시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그 결과가 바로 올해부터 시행된 ‘항만안전특별법’이다. ‘항만안전특별법’은 다른 산업 현장에 비해 재해율 및 사망사고 비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항만 근로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약 1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8월 4일부로 본격 시행됐다.

특히 ‘항만안전특별법’은 단순히 계약 관계에 따라 안전의 책임을 지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간적인 안전 관리 개념을 도입, 항만하역사업자가 화물하역에서 적재, 이송까지의 소관 사업장 내 모든 작업과 하역근로자, 항만용역업체 직원, 화물차 운전자 등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항만하역사업자로 하여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여 항만관리청의 승인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관리계획을 승인하고 안전관리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점검함과 동시에 필요에 따라서는 시정명령도 내릴 수 있는 항만안전점검관을 항만별로 배치하는 한편, 관리청 소속 공무원, 항만공사 직원 등을 항만안전점검요원으로 지정하여 항만안전점검관의 업무 수행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한, 항만물류산업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여 안전사고 예방에 필요한 사항을 협의하는 항만안전협의체를 항만별로 구성하고, 현재 항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매년 4시간 이상, 새로 항만하역 현장에 배치되는 신규 근로자는 7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 항만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의무화했다.

아울러 항만하역요금에 항만안전관리비 항목을 신설하고, 재해예방시설 설치의 50%를 지원하는 등 「항만안전특별법」 시행에 따른 항만하역사업자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조치도 도입됐다.

지난 8월 4일 해양수산부 송상근 차관이 '항만안전특별법'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지난 8월 4일 해양수산부 송상근 차관이 '항만안전특별법'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그러나 올 초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더불어 항만안전특별법 시행으로 인해 항만 안전사고에 대한 항만하역사업자의 책임 증가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아직까지 항만 안전을 완벽히 담보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례로 당초 계획보다 부족한 항만안전점검관 문제라던가 항만안전관리비가 항만 안전을 오롯이 담아내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이에 한국해운신문은 창사 33주년을 맞아 항만업계 분야별 대표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항만 안전의 현주소와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점검해봤다.

대체로 업계 전문가들은 항만 안전만을 위한 특별법의 첫 제정 및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항만안전특별법’이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만큼 국내 항만 안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 초석이 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항만작업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 방침 수립이라던가 항만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선·화주로부터 징수하는 항만안전관리비의 현실화 및 온전한 징수를 위한 제도 마련, 그리고 항만의 특성상 복잡한 계약구조로 인한 안전 관리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항만하역사 중심의 계약 관계 일원화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항만안전특별법’이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항만안전교육과 같은 안전 투자 비용이나 항만 하역 장비 자동화 등 정부의 꾸준한 재정적 지원 및 이와 관련된 법적 근거 마련 또한 필수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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