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협회·단체 부문/한국해운조합 임병규 이사장

직원 마인드 변화, 공제사업 10% 성장 동력
권역별본부장제 도입‧금융기관 인수 추진 

한국해운조합은 올해 유독 의미있는 성과들을 많이 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제사업은 10% 이상 성장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조합원사 지원을 위해 종합배상책임공제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또 올해말로 일몰 예정인 연안화물선 유류세 감면도 3년 연장하는 안이 최종적으로 정부안에 반영됐고 연안여객선사들의 최대 현안인 운항관리비용 폐지를 위한 해운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올해 이러한 성과들을 이뤄낸 한국해운조합 임병규 이사장을 ‘올해의 인물 협회·단체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임병규 이사장은 수상자 인터뷰에서 올해 의미있는 성과들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임직원들의 마인드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동적이었던 임직원들은 임병규 이사장 취임 이후 변화하기 시작해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비즈니스맨과 같은 마인드를 갖게 됐고 이러한 마인드 변화가 올해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의 마인드가 변화하고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임병규 이사장은 직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취임 직후 폐지했던 부산본부장제도를 확대‧부활시켜 권역별 본부장 제도를 도입하고 내년초에 동남권 본부장과 서남권 본부장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조합이 농협이나 수협처럼 더 큰 조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상호금융업으로 업무 역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양평동 부지에 신사옥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임 이사장은 조합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업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며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를 인수하거나 직접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해운조합 임병규 이시장과 나눈 일문일답.

-올해 경영성과를 말씀해 달라.

=먼저 조합 주력 사업중 하나인 공제사업이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안정화됐다. 올해 어려운 해운경영환경을 고려해 공제 요율을 거의 올리지 않았음에도 전년대비 10% 정도 성장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임직원들이 발로 뛴 성과라고 생각한다. 제가 2018년 취임할 당시 상당히 어려웠지만 임직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올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올해말로 일몰 예정이었던 연안화물선 유류세 감면이 3년 연장하는 방안으로 거의 확정됐다는 점이다. 연료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안화물선에 대한 유류세 감면 연장이 중요해졌는데 저와 직원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 일몰 3년 연장하는 방안이 정부안에 최종 포함됐다.

세 번째는 직원들의 마인드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제가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만 하더라도 직원들이 패배의식 같은 것에 젖어 있었고 수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외부로 나가 고객들을 만나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확 바뀌었다. 외부에서도 우리 임직원들에 대해 많이 변했다고 평가하더라. 직원들에게 조직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며 스스로 열심히 뛰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또한 업무에 대해 가능한 개입을 자제하고 재량권을 많이 줘서 스스로 판단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해줬다. 다행히 직원들이 잘 따라 줬고 열심히 해준 덕분에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사장 취임하시면서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라는 모토를 내거셨는데?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라는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에 대한 환원 정책을 많이 추진했다. 제가 취임한 후 조합원 환원 정책으로 수백억원을 투입했다. 만약 조합원을 위한 조합 시책을 확대하지 않고 과거와 비슷하게 추진했다면 매년 100억원 이상 흑자가 났을 거다. 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수익이 난다면 조합원들을 위해 환원하는 게 맞다. 최근에도 방한복,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마스크 등으로 약 20억원 규모의 선원 용품을 조합원들에게 지급했는데 매년 이렇게 해왔다. 또 그동안 공제요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해 왔다. 최근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공제요율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취임하신 이후 직원 수는 늘어났나?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라는 모토로 일하다 보니 직원을 늘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공제사업이 확대되고 다른 사업들도 업무량이 늘어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들은 지금 해운업계가 어려운데 조합 조직을 확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직원을 뽑는 게 쉽지 않다. 그동안 조직을 추스르고 직원들의 마인드가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는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 그러나 결원도 있어서 내년에는 직원을 조금 뽑을 생각이다. 이번에 2023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예산심사 위원들을 설득해 내년에 10여명 정도 채용하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상호금융업 진출을 추진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조합은 공제가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금융회사와 성격이 유사하다. 따라서 조합이 더 큰 성장을 목표로 하려면 상호금융업+알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농협이나 수협도 초기에는 우리처럼 상호부조 형태로 출발했으나 자기 업무와 관련된 업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금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우리 조합도 농협과 수협처럼 상호부조를 넘어 상호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선박 리스 같은 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호금융업 진출을 위해 연구용역까지 진행했지만 다양한 루트로 접근해본 결과, 최근 10년간 상호금융업 허가가 없을 정도로 신규로 상호금융업 진출하는 게 녹록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상호금융업 진출을 전제로 추진해 왔던 조합법 개정 작업도 잠시 미뤄 놓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융업 진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상호금융업보다 한 단계 낮춰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 등 기존 금융기관을 인수해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금융기관을 인수하려면 영업권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직접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조합이 잉여금을 꽤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시중의 자금을 모아서 선박을 확보해 조합원들에게 용선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과 업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지금은 중단했지만 조합법 개정 작업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법 6조에 조합원을 위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법 개정 없이도 금융업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보다 명확히 하려면 조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합법을 개정해 신용사업이나 상호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게 깔끔하다. 쉽지 않겠지만 조합이 앞으로 금융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제 임기내 안되더라도 다음 이사장께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기틀을 잡아 놓으려고 한다.

-여객선 운항관리비용 부담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연안여객선 운항관리는 공익적 측면이 강한데 선사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항공기나 철도 등 타교통분야의 경우 안전과 직결된 비용은 대부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과거 조합이 여객선 운항관리를 할 때는 우리 직원들이 했으니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이후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운항관리업무가 이관됐고 업무 성격도 공공기관이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피규제자에게 계속해서 비용을 부담시키는 건 부당하다.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가 이중삼중으로 강화됐다. 조합 운항관리 업무가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됐을 뿐만 아니라 국민안전감독관 제도가 신설됐고 선사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책임자를 두도록 강제화되는 등 안전 관련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운항관리 비용을 선사가 아니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법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 법이 통과되고 정부 예산이 반영되면 2024년부터 여객선사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내항선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내항선박들을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해 이차보전사업이나 현대화 펀드 등 내항선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금융 툴은 갖고 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협업을 통해 선박 공유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노후선들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친환경 선박을 지을 만한 마땅한 조선소가 없다는 데 있다. 국내에 중소조선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영세해 선수금환급보증서(RG) 발행을 못해 선박을 수주해도 실제 건조하지 못하는 조선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조합에서 건설공제조합처럼 보증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내항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기가 1년반 남으셨는데 임기내 추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데 양평동에 있는 600평 정도되는 부지에 조합 사옥을 멋지게 지어보고 싶다. 그런데 세월호 문제로 정부가 이 부지를 가압류하고 있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제 임기내 가압류 해제가 쉽지 않겠지만 설계를 시작해 조감도라도 그려보고 싶다. 사실 1년반내 설계를 마무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후배들을 위해 멋지게 그림을 그려봤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올해 새로 도입한 권역별 본부장 제도를 잘 정착시키는 일이다. 내년초에 부산, 울산, 포항, 통영지역을 아우르는 동남권 본부장과 제주, 여수, 목포, 완도, 군산지역을 책임지는 서남권 본부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제가 취임 당시 부산지역 본부장이 있었지만 당시 여건이 너무 좋지 못해 구조조정 차원에서 폐지했었다. 그러나 이제 여건이 많이 좋아졌고 직원 사기진작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권역별 본부장 제도를 도입했다.

권역별 본부장은 과거 부산지역 본부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부산지역 본부장은 부산지역만 책임졌지만 권역별 본부장은 해당 권역을 자기 책임하에 두고 운영해야 한다. 지금은 각 지부별로 운영됐지만 권역별 본부장제도가 시행되면 권역별로 경쟁하고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부산지부장과 목포지부장이 권역별 본부장을 겸직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직급만 상향되는 것이어서 기대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임기내 권역별 본부장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활성화되는 걸 보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해사고와 내항상선 해기사 양성과정을 운영키로 하셨는데…

=인천해사고,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협력해 내년초 인천해사고에 해기교육원을 설립하고 매년 80명의 6급 해기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저는 인천해사고 해기교육원 과정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어느 인력 시장이나 매칭이 제대로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인천해사고와 노사발전재단의 협력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내항상선 해기사 양성과정의 주타깃으로 잡고 있는 분들이 40~50대 실업자들이다. 40~50대 장년 실업자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기 때문에 해사고나 해양대를 졸업한 젊은 해기사들보다 내항상선에 훨씬 최적화된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상당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인천해사고와 사업을 시작해보고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효과도 있다고 판단되면 부산해사고와도 협력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유가도 다시 상승하는 등 여전히 해운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합은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라는 모토로 조합원사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 내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는 등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잘 준비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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